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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태양의 기세가 대단했던 이번 휴가때 과천현대미술관을 찾았다.
전시장 들어가는 입구 오른쪽에 많이 본 미술품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이었다.

내가 이 작가의 작품을 처음 본것은 몇년전에 소개한 나오시마 섬을 가기 위한 여행에서였다.
나오시마 섬을 가기 위해 여객선을 타러 가는데 푸르른 잔디밭 위에 빨강과 검정 컬러의 호박 모양
설치미술이 눈에 띄었다.
그것은 회화적이기 보다는 그래픽적이어서 디자인적인 느낌을 주었고 어우러진 컬러가 강렬해서
평범하기 그지없는 해변가의 풍경에 묘하면서도 활기찬 표정을 만들어 주었다.

나오시마 섬안에도 비슷한 생김새의 노란 호박이 해변가에 있었는데 어릴때 집안에서 호박죽이
되려고 굴러다니던 호박이 어마어마하게 확대된 크기로 해변가에 자리잡고 있는것이 뭐랄까
지루할수있는 일상의 추억을 일깨우면서 가깝게 다가왔다.
전시장 바깥으로 나온 설치미술은 일상의 재미를 부여하는 참으로 친근한 미술이다.

Collaboration
친근한 폴카도트 무늬를 호박같은 구체적인 대상 위에 넣는 쿠사마 야요이와 명품중의 명품으로
불리는 루이비통이 콜라보레이션을 해서 2012년 여름 시즌부터 상품화 되어 매장에 진열되었다.

매장바깥에 있는 광고용 사진인데 자연속에 있는 도트무늬 장지갑이 풍뎅이 같은 모습으로 신비롭다.

매장입구에 디스플레이 되어 있는 환상적인 분위기의 도트 무늬.

도트무늬로 만든 루이비통 가방들.
루이비통 디자이너 마크 제이콥스가 이번 콜라보레이션에서 정면승부를 했다고 생각되는 점은
쿠사마 야요이의 예술을 가감없이 온전히 받아들인듯이 보이기 때문이다.
루이비통은 없고 쿠사마 야요이만 있다는 말도 있다.
그녀의 예술은 친근하게 느껴지는것이 대부분이지만 거부감이 숨겨져 있고 너무 강렬해서
루이비통의 이미지와 맞지않고 실패할수도 있어 타협하고픈 유혹이 있었을텐데 쿠사마 야요이의
예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상품에 적용한 마크 제이콥스는 역시 범상치않은 디자이너 이다.
물론 그의 천재성은 새삼스럽게 말하지 않아도 패션업계에서는 다 아는 사실이지만 다른 예술가와의
협업에서도 그는 섣불리 주장하지 않고 예술가의 장점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받쳐준 영리한
디자이너이기까지 한 것이다.
모든 재료와 패턴과 아이템을 믹스앤매치해서 위트와 유머의 매력을 가지고 있는 마크 제이콥스와
기묘하면서도 위트가 있는 작품세계를 가지고 있는 쿠사마 야요이의 어울림은 어찌보면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또 다른 바깥 진열장의 디스플레이는 눈을 어지럽히는 강렬한 붉은 도트 무늬로 가득하다.
위의 사진을 보면, 크기의 변화를 준 무늬들은 운동성과 확장성이 부여되어서 가만히 응시하고
있기가 힘들고 진열장속의 연체동물같은 형태는 거부감이 느껴지는데 친근한 도트 무늬가 얹혀져
있어 어떻게 느껴야할지 잠시 망설여지기도 한다.
이런 혼란스러운 감정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1950년대에 처음 뉴욕에 도착한 그녀는 회색빛 거대한 낯선 도시속에서 공포감을 느꼈고 자신이
그저 작은 동그라미로 느껴져서 그후 작품속에 넣기 시작했다.
공포감속 자신의 존재를 작품속에 투영시킨 그녀의 크고 작은 도트무늬는 기존패션에서 많이 쓴
일정한 간격의 얌전한 도트무늬같은 편안함과는 다를수 밖에 없다.
Impression
83세의 쿠사마 야요이는 어릴때부터 편집적 강박증과 정신병을 앓아서 지금도 정신병원에
입원중이며 병원앞에 스튜디오를 마련하고 작품활동을 계속하고 있다는 그녀의 근황은 참으로
할말을 잃게 한다.
정신병을 앓으면서도 작품활동을 계속할수 있다니.
많은 예술가들이 정신병을 앓았지만 그러면서도 작품활동을 왕성하게 한 예술가는 드물었는데
그녀는 고령인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지금 어느때보다 전성기 같이 활동하고 있다.
그럴수 있는 이유는 처절한 고통과 슬픔을 풀어가는 길을 자신의 예술속에서 발견해서인가 보다.


쿠사마 야요이의 예술은 동일한 요소나 문양을 끊임없이 반복후 확산해서 무한증식시키는데 이러한
작업방식은 자신의 정신병을 치료하기 위해서 스스로 개발한것이라니 놀랄수밖에 없다.
폴카도트무늬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반복된것들이 확산되어서 공간감을 잃게 하고 공중에 붕떠있는
기분이 들면서 무한증식된 것들 때문에 어지럽고 답답함이 느껴진다.
쿠사마 야요이는 이 상태에서 더 나아가 물방물처럼 사라지는것을 느낀다고 하니 이것이 그녀의
치료법인지도 모르겠다.
그녀가 한 말중에서 'I am here but nothing'이 의미있게 들린다.
보는 이에게는 무겁지 않는 위트와 유머가 있는 예술을 보여주지만 그것이 탄생하기까지는 지독한
병에서 해방되고자한 작가의 처절한 마음이 담겨져 있음이 그녀의 예술이 가볍지 않은 이유이다.
팝아트로 분류되고 있으나 한정된 현대미술사로 분류되길 거부하는 이유도 알것같다.
조절되지 않고 억제되지 않는 질병으로 부터 탈출구를 찾고자 끊임없이 작품활동을 해나가는
쿠사마 야요이의 용기가 그녀의 작품을 더욱 빛나게 한다.
폴카도트 무늬가 있는 공간 사진 2장 출처:
http://www.marieclairekorea.com/user/fashion/style/view.asp?mIdx=51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