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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한국은 무지 덥다고 들었습니다. 대구는 수은주가 40도까지나 올라갔다지요? 그 소식을 듣고 한국이 이렇게까지 더웠던 적이 있었나... 고개를 갸우뚱 했습니다. 이제 8월 둘째주에 접어 들었으니 3-4주만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가을이 찾아 올 겁니다.
남아공은 지금 겨울입니다. 겨울이라고 해봤자 아침 저녁에만 잠깐 쌀쌀한 정도지 낮에는 최고기온이 15-19도까지 오르는 온화한 기후입니다. 물론 이건 제가 사는 조하네스버그 지역 얘기입니다. 남아공 중앙부에 자리잡은 내륙국 '레소토' 주변 드라큰스버그 산맥 일대는 무척 춥습니다. 그 동네는 한국 겨울 못지 않게 매서운 추위가 들이 닥치기 일쑤지요. 믿지 않으시겠지만 아프리카 대륙을 통털어 유일한 스키 리조트도 이곳에 있습니다. (원래는 두 곳이 운영 중이었는데 그 중 티핀델 리조트는 운영난으로 문을 닫고 새 주인을 찾고 있습니다. 그런데 경매에서 계속 유찰된다는 소식이 들리는군요.)

사진 출처: news24 homepage
<조하네스버그 동물원. 이 사자 몇 살이나 먹었는 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눈구경은 처음일 듯.>

조하네스버그 동물원 <사진 출처: news24 homepage>
그런데 어제 정말 믿지 못 할 일이 눈 앞에 벌어졌습니다. 운전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차 창 밖으로 눈이 내리는 것 이었습니다. 제가 본 건 싸락눈 수준이었지만 조하네스버그 동물원, 뷔츠(Wits)大 캠퍼스 인근 지역에는 정말 함박눈이 펑펑 내렸다고 합니다. 얼마나 감격스럽던 지... 위험한 줄 알면서도 이 기회를 놓칠세라 운전 중에 핸드폰으로 바깥 풍경 사진을 연신 찍었습니다. 신호대기 중에 주위를 둘러보니 저만 그러는 게 아니더군요. 남아공에 산 지 9년째입니다만 여기서 눈구경하긴 처음이었습니다.

<사진 출처: news24 homepage>
Yellow fever(황열병) 예방접종을 하러 병원에 잠시 들렀더니 환자, 의사, 간호사 가릴 것 없이 눈구경하느라 로비 밖이 만원이었습니다. 모두들 손에 핸드폰을 들고 찰칵! 찰칵! 후레쉬가 번쩍거리고... (저도 그 중 한 명이었는데 정작 나중에 사진을 보니 그 느낌이 안 나서 실망했습니다.) 누구나 할 것 없이 모두 신이 나서 만면에 웃음이 가득한 정경을 보니 저도 덩달아 흐뭇해지더군요.
일 보고 나가는 길에 병원 주차장 직원에게 전에 눈구경 한 적이 있냐고 물어보니 "약 4-5년 전 쯤 야간근무를 할 때 눈이 왔었다"고 대답합니다. 기상청 기록에 의하면 1981년에 상당한 눈이 온 적이 있고 그 이후론 무려 26년이나 눈소식이 없다가 5년 전인 2007년 6월에 눈이 왔다고 합니다. 그러고보니 주차장 아저씨 기억이 정확하네요.
얘, 어른, 애완동물 모두 정말 귀하고 즐거운 추억거리를 가지게 된 셈입니다. 밤에 너무 추워서 좀 고생한 기억도 포함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