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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에세이  
김경문 감독이 비겁하다고 생각되는 이유   2008/08/22 01:09 추천 1    스크랩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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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전을 역전승으로 장식한 후 김경문 감독은 "네덜란드전 투수는 딱 2명이다. 장원삼과 한기주가 나서게 된다"고 했다. 쿠바를 제치면서 예선리그 1위도 확정되었고 4강에도 선착한 만큼 남은 네덜란드전은 부담없이 임하겠다는 다짐이었다. 그리고 투수진의 투입을 최소화해서 준결승에 대비하겠다는 의미이기도 했지만 그와 더불어 죽이되든 밥이되든 한기주의 자존심과 자신감 회복을 위해 기회를 주겠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물론 선발 장원삼이 네덜란드 타선을 상대로 8회까지 삼진 7개를 얻어내며 4피안타, 무사사구의 호투를 했지만 부담없는 경기라는 점을 고려할때 장원삼에게 완봉의 기회를 주기 보다는 한기주에게 등판의 기회를 주는 것이 더 필요한 일이었다. 이에 대해 김경문 감독은 "원래 투입시킬 생각이었지만 장원삼이 끝까지 던지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며 선발 투수 장원삼을 핑게로 들었다. 게다가 "한기주가 1이닝씩 마무리로 던지던 선수였는데 그동안 연투로 피로감이 쌓였다"는 이유도 덧붙였다.


참으로 비겁한 발언이다. 차라리 "장원삼의 구위가 떨어지지 않아서"라거나 "장원삼에게 완봉승의 기록을 남기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했더라면 몰라도 장원삼이 던지고 싶어해서 그렇게 하도록 했다는 말은 분명 선수에게 핑게를 돌리는 비겁한 변명으로 들릴 뿐이었다.

 


김경문 감독은 쿠바전이 끝난 뒤 "나도 괴롭다. 한기주가 제 역할을 해 줘야 불펜진에 숨통이 트인다. 게다가 한국으로 돌아가서 앞으로 10년 이상 야구를 해야 하는 선수인데 여기서 자신감을 잃고 가면 그것도 치명적"이라고 한기주에 대한 본인의 심경을 밝혔었다. 어차피 단판 승부가 남아있는 준결승과 결승에서는 아무리 강심장이라고 해도 한기주를 기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마지막 남은 기회였던 네덜라드전에서는 반드시 그에게 기회를 주었어야만 했다. 마지막 기회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정작 여유있는 상황에서는 한기주를 쓰지 않았다. 


물론 네덜란드전을 승리로 마치고는 "대회가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상황을 봐서 투입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그 말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한기주가 남은 경기에서 부진을 씻고 국내에서 보여주었던 자신감을 다시금 되찾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고 만에 하나 미국이나 일본전과 같은 최악의 상황이 재현된다면 선수 개인에게나 소속팀에게 모두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런 위험요소를 뻔히 알고 있을 감독이 이를 감수하겠다는 말을 믿을 수는 없는 일이다.

 


김경문 감독은 다승부분 1위를 달리고 있던 윤석민을 올림픽 국가대표로 선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석민이도 좋은 투수지만 감독도 사람인 이상 누구에게나 좋아하는 스타일이 있기 마련이다. 내 스타일대로 뽑았다(2008.07.16 스포츠월드)"고 말했었다. 그러다 여론의 비난과 임태훈의 부진이 이어지자 임태훈을 윤석민으로 교체했고 결국 쿠바와의 평가전 후에는 윤석민에 대해 "마운드에서 안정감을 주는 투수다. 홈런을 하나 맞았지만 투구 내용에 만족한다(2008.08.07 조선일보)"며 말을 바꿨다.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예선 리그 전승의 신화를 창조했던 한국야구. 그리고 이제 중요한 경기들을 남겨두고 있다. 최종엔트리 24명의 명단을 발표한 후 김경문 감독은 "어차피 지고 오면 비난을 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이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2008.07.16 스포츠월드)"고 다짐했었다. 하지만 감독의 그 다짐은 공허하게만 들린다. 그리고 그로인해 그의 말과 행동이 다르게 느껴지는 것, 이것이 바로 그가 비겁한 이유이다. 감독의 결정과 판단에 대한 비난이 감독에게가 아니라 선수에게로 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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