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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에서 길 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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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현 (dan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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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리뷰]그가 창조한 백조의 호수… 파격! 신선!    2012/06/26 10:04 추천 5    스크랩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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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음반들을 뒤늦게 다시 사들이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미하일 플레트네프가 지휘하고 러시안 내셔널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차이콥스키의 발레 음악 '백조의 호수'가 시작입니다. 이 지휘자와 악단의 조합은 1990년대 녹음들로 세계 음악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가 한동안 녹음이 뜸했지요. 음반 뒷면을 찾아보니 민간 재단의 든든한 후원이 있었기에 녹음이 가능했던 모양입니다. 최근에는 별도 후원이 없으면 오케스트라 녹음은 생각하기 힘들 정도가 되고 있지요. 지난주 플레트네프가 직접 손질했던 발레 모음곡 버전을 원했는데, 아쉽게도 전곡 버전입니다.

 

이자벨 파우스트와 알렉산더 멜니코프의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전집도 뒤늦게 구입했습니다. 이 음반사는 고가의 가격을 책정하는 편이지만, 이날은 넉장의 음반을 4만원에 팔기에 냉큼 구입했지요. 내한 공연에서는 번뜩이는 귀기와 선뜻 이해하기 힘든 실수가 나란히 공존했던 것 같아서 재미있었습니다. 아마도 이들이 녹음과 투어를 마친 뒤 오랜만에 호흡을 맞추는 베토벤 프로그램이 아닐까 생각도 해보았어요.

 

한동안 공연을 여는 연주자의 음반은 빼놓지 않고 챙겼는데, 요즘에는 게으름과 빠듯한 가계를 핑계로 음반을 구입하는 일이 좀처럼 뜸했습니다. 이 음반들이 고전에 대한 사랑을 다시 북돋아줄까요. 가끔은 방관자적 자세로 저 자신을 그저 바라보는 때가 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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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의 교향악단은 으레 국공립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1990년 민간 주도로 처음 설립된 악단이 러시안 내셔널 오케스트라(RNO)다. 그렇기에 내셔널(national)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지만, 국립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창단 당시 러시아의 개혁·개방을 상징하는 것으로 인식되면서 서방 세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던 이 교향악단(지휘 미하일 플레트네프)이 19일 서울 강동아트센터를 찾았다. 이날 내한 공연의 협연자는 지난해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3위 입상한 피아니스트 조성진(18). 당시 콩쿠르 결선에서 그와 차이콥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을 협연했던 악단이 바로 RNO였다.

분명히 곡은 쇼팽인데 라흐마니노프를 듣는 듯한 착각을 안길 만큼, 조성진은 크고 분명한 감정 표현으로 쇼팽이 눈부신 청춘에 어울리는 작곡가임을 보여줬다. 간간이 절정에서 박자를 단단하게 잡아두지 않고 호흡이 조금씩 가빠지는 모습이 아쉬웠지만, 한 올씩 정성스럽게 뽑아낸 2악장의 서정성은 눈부셨다.

2부 연주곡인 차이콥스키의 발레 모음곡 '백조의 호수'에서도 신선한 파격은 계속됐다. 러시아 악단은 선 굵고 박력 있게 몰아붙이게 마련이라는 선입견을 흔들어놓듯이, 지휘자와 악단은 가지런히 정돈된 현(絃)과 트럼펫을 중심으로 맑고 투명한 금관으로 곡에 접근했다.

특히 지휘자와 피아니스트, 편곡자와 작곡가로도 활동하는 플레트네프는 차이콥스키의 원곡에 직접 손을 대서 러시아 특유의 애상은 줄이는 대신, 한 편의 영화 음악처럼 관현악의 입체적 효과를 극대화한 편곡을 말미에 선보였다.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백조의 호수' 버전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이날 후반부의 주인공은 응당 플레트네프가 되어야 할 것 같았다. 이를 안다는 듯 그도 굳게 다문 입술과 특유의 의미심장한 미소로 관객들의 환호에 답했다.

 

/김성현 기자 danp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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