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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에서 길 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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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현 (dan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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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타에서 주연 꿈 이룬 한국인 성악가    2012/08/07 09:53 추천 7    스크랩  0
http://blog.chosun.com/danpa/6546746 주소복사 트위터로 글 내보내기 페이스북으로 글 내보내기

이 기사에서는 몇 가지 중요한 내용이 빠진 듯해서 못내 아쉬웠습니다. 우선 러시아 출신의 가수 니키틴은 지난 2005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렸던 바그너의 4부작 '니벨룽의 반지' 공연 당시 보탄 역을 맡았던 성악가입니다. 게르기예프가 이끄는 마린스키 극장이 당시 연주를 맡았지요. 이를테면 동네 헤비메탈 밴드에서 놀다가 그저 노래하는 가수가 아니라 '러시아 성악 군단'의 일원으로 유럽과 세계에서 활약하는 성악가라는 의미입니다. 이 부분을 보다 섬세하게 조명하지 못해 아쉬웠지요. 더불어 사무엘 윤 역시 지난 2004년부터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 꾸준하게 서면서 기량을 갈고 닦아온 가수라는 점도 강조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요.

 

하지만 보다 중요한 건, 독일 현대사에서 나치와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이 갖는 복잡미묘한 관계입니다. 히틀러에게 바그너는 일종의 우상이었고 바그너의 반유대주의와 게르만우월주의도 그에게 그대로 스며들었습니다. 불행한 건 바그너에게는 악보와 극장 밖에 없었지만, 히틀러에게는 총과 군대가 있었다는 점이었지요. 나치 당시 바이로이트는 일종의 '나치의 음악 전당 대회장'이 되었지요. 작은 문신 하나에 독일 사회가 이토록 떠들썩한 건, 이런 사정이 숨어있기 때문입니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해도 과히 틀리진 않을 것 같아요.

 

반면 여전히 이 페스티벌은 바그너 가문에 의해 4대째 승계되고 있다는 점도 지독한 아이러니입니다. 언뜻 냉철하고 이성적이며 합리적일 것 같은 독일인들이 어떤 구석에서는 천진난만할 만큼 빈구석이나 약점을 그대로 노출하는 것도 재미있지요. 한편의 희극 같았던 이번 사태를 굉장히 차분하면서도 비판적으로 조망한 일부 음악 칼럼니스트들은 정작 바그너 가문을 중심으로 하는 운영 방식에 대해서는 누구도 문제제기하지 않았다면서 아쉬워하기도 했지요. 이런 복잡다단한 맥락을 모두 살리지 못한 듯해서 자책하고 있는 인터뷰 기사입니다. 이번 주는 연일 반성 모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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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 문신 때문에 사퇴한 주인공 대신 올라선 오페라 무대에서 호평받은 성악가 사무엘 윤. /AP

 

 

"사무엘 윤은 니키틴을 대신해서 집중력 있고 훌륭한 공연을 보였다."(뉴욕 타임스)

"그의 강력한 노래에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영국 텔레그래프)

대타로 올라서 홈런을 쳤다. 한국의 베이스 바리톤 사무엘 윤(윤태현·42). 지난 25일(현지 시각) 독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의 개막작이었던 바그너의 오페라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에서 사무엘 윤은 주인공 선장 역을 맡았다. 첫 공연 직후 외신들은 사무엘 윤의 노래와 연기에 대해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당초 이 역은 러시아의 바리톤 예브게니 니키틴(38)이 맡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의 가슴에 나치 문양 문신이 있다는 사실이 독일 언론에 보도되면서 공연 1주일 전 하차했다. 니키틴은 어린 시절 러시아의 헤비메탈 밴드에서 드럼을 칠 당시 이 문신을 새겼다고 한다. 그는 사퇴 직후 "젊은 시절 일이지만, 하지 않았다면 좋았을 실수를 했다"고 말했다.

사무엘 윤은 원래 주역이 피치 못할 사정으로 무대에 서지 못할 때 대신 출연하는 '커버'를 맡고 있었다. 최종 리허설인 지난 21일 "출연하라"는 전화 한 통에 그의 인생은 달라졌다. 25일 첫 무대 직후 그는 "에베레스트산 정상이라도 정복한 기분"이라 했다.

그는 서울대 음대와 이탈리아 밀라노 음악원, 독일 쾰른 음대에서 공부하고 2004년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서 바그너의 '파르지팔' 가운데 단역인 두 번째 성배의 기사 역으로 데뷔했다. 이후 8년 만에 주역을 거머쥔 셈. 그는 "어떤 대가수라도 단역에서 출발한다. 선배들의 모습을 보면서 하나씩 배우는 것도 성악가에게는 모두 공부가 된다"고 말했다.

독일 오페라의 정수로 불리는 바그너 오페라의 주연을 동양인이 맡는 경우는 흔치 않다. 하지만 베이스 강병운·연광철에 이어 사무엘 윤까지 한국 남성 저음 가수들은 이 페스티벌에서 강세를 보인다. 사무엘 윤은 "동양인은 상대적으로 체격도 작고, 피부색과 외모도 서양인과는 다르다. 하지만 연기와 발성은 물론, 발음까지 다듬고 노력하면 단점도 거꾸로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성현 기자 danp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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