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쟁점 ‘주장 & 사실’
말은 진실을 드러내기도, 때론 가리기도 한다. 세종시를 둘러싸고 무성한 말이 오가고 있다. 그중엔 이명박 대통령은 물론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 정운찬 국무총리 등 주요 지도자들의 주장도 담겨 있다. 이렇듯 말이 많아지고 무거워질수록 진실을 알긴 더 어려워지는 법이다. 뜨거운 정치 쟁점이 된 세종시 논쟁 속의 진실은 뭘까.
①“‘원안대로 하자’지만…”
박 전 대표와 야당에선 “원안대로 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와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가 이 대통령과의 회동 때 직접 요구한 일도 있다. 정치권에서 말하는 원안은 9부2처2청의 이전이다. 노무현 정부 때 12부4처2청을 옮기기로 한 걸 현 정부 직제로 바꾼 거다. 세종시 전체 부지는 72.9㎢(2200만 평)다. 이 중 ‘원안’이랄 만한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 건 정부 부처가 이전할 행정타운(전체 면적의 0.1%)과 배후 아파트 건설 계획, 대학·기업 부지 정도다. 아무리 크게 잡아도 전체 면적의 6%에 불과하다. 절반 가량(52%)은 공원·녹지, 나머지 42%는 산업·주거·상업·업무 용지로만 잡혀 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부실한 원안”이라고 표현한다. 서울대 환경대학원 최막중(환경계획학) 교수는 “행정중심 복합도시라지만 실제로 복합기능에 대해 아무 것도 구체화된 게 없다”며 “행정도시로 전락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주장했다.
②“ 법 손 안 대도 ‘원안+α(알파)’ 가능할까”
야당은 물론 박 전 대표까지 세종시법에 손대는 걸 꺼린다. 이들은 “현행법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대로 ‘원안+α’를 하려 해도 법 개정이 필요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자유선진당 조순형 의원은 “세종시법에 자족 기능과 관련한 부분이 선언적으로만 돼 있어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현행법엔 세종시의 성격을 ▶행정기능 중심의 복합형 자족도시 ▶친환경도시 ▶인간중심도시 ▶문화·정보도시로만 규정했다. 현 정부가 고심 중인 과학·연구·교육·의료·기업 등의 컨셉트와는 거리가 있다. 인하대 이기우(법학) 교수는 “기업이든 과학이든 대거 추가하려면 법을 손봐야 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법제처 관계자는 “α로 인해 개발 관련 법과 마찰이 생긴다면 세종시법 자체를 수정해야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지방자치란 원칙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법을 고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기우 교수는 “송도 신도시처럼 지방자치단체가 그림을 그리고 중앙정부가 지원하는 쪽이 되는 게 맞다”고 말했다. 현행 법과는 거꾸로다.
③“국민투표 가능할까”
한나라당 공성진·차명진 의원은 “세종시 문제를 국민투표에 부치자”고 주장한다. 이한동·남덕우 전 총리와 서울대 박세일 교수 등 사회 원로급 인사 1300여 명도 ‘수도권분할반대 국민회의’를 꾸리며 “최종적으로 국민투표를 해서라도 국민의 뜻에 따른 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년 6·2 지방선거 때가 투표 시기로 거론되기도 한다.
하지만 국민투표 부의권을 가진 청와대는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다. 이미 국회에서 통과된 법을 뒤집자는 주장이어서 무리라고 한다. 청와대 정무라인 관계자는 “우리랑 전혀 교감 없는 주장들을 해 오히려 상황이 꼬이고 있다”고 말했다. 승패를 떠나 정치적 부담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여권 인사들은 “사실상 정권심판적 성격의 중간 평가가 될 게 뻔해 갈등만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④“한나라당이 4년 전에 찬성?”
2005년 세종시법을 논의할 때 박근혜 당시 대표와 충청권 의원들은 추진에 동조했다. 수도권의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과 이재오·김문수 의원 등은 결사 반대했다. 의총에서 표결로 ‘세종시 추진’이란 당론이 결정되자 박세일 의원이 의원직을 내던지고, 전재희 의원(현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이 단식 투쟁을 하는 등 극심한 내분을 겪었다. 표결에 참여한 의원도 수십 명에 불과했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 간에 세종시 접근법에 시각 차가 있는 이유다. 익명을 요청한 한 정치학자는 “보수의 가치는 경쟁력과 효율이고 그건 집중에서 나온다”며 “세종시 찬반을 두고 보수 진영이 갈라질 수밖에 없었던 까닭”이라고 설명했다.
고정애·임장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