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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송광사
지난 주말, 1박2일 일정으로, 순천과 남해 여행을 다녀왔다.
송광사(松廣寺)에 도착한 시간이 점심 때다.
절 입구에 있는 <송광식당>에서 먹은 한정식은,
방금 지어서 내온 밥을 밥상머리에서 퍼서주니 더욱 맛이 있다.
![2009.adns_009[1].jpg](http://blog.chosun.com/web_file/blog/168/34168/7/2009.adns_009%5B1%5D.jpg)

송광사는 1300년전 신라말에 창건된 천년 고찰이다.
사람사는 곳이 절이라해서 다르지 않을터이니,
절도 사람사는 모습을 보일 때 제일 마음에 다가온다.


복을 기원하는 마음은 누구나 마찬가지이리라.
작은 못에 동전을 던져본다.
이렇게 모인 돈은, 소년소녀가장 돕기, 혹은
케냐 말레리아 예방모기장 돕기에도 쓰여졌다고 기록되어있다.
복을 구하는 사람들이 보시를 하고 한 장 기와에 이름을 올린다.
그들의 희망은 기와에 담겨 불사에 쓰이고 오래 남을 것이다.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심지어
<인생대박을 위하여>도 보이고, <취업성취, 다이어트, 사랑해>를
써놓은 기와도 보인다.
그들이 꿈이 이루어지기를.


무념문(無念門)이라 이름붙은 곳이 있다.
무념무상을 향해 가는 대문인가.
묵언(黙言)이 수행의 한 방편을 이야기한다면,
묵언을 통하여 도달하고자하는 경지가 무념(無念)이다.
아무런 감정이나 생각하는 것이 없어 무아의 경지에 이른 상태를
무념이라 한다고 한다.

멀리 보이는 산은 나무와 벚꽃으로 가득하다.
무념한 절은 생각을 비우고, 산은 나무로 가득 차 무성하다.
절은 다가오는 4월초파일 준비에 바쁘다.
작은 연못 위에 연등이 가득 걸려있다.


2. 선암사
선암사(仙巖寺)는 조계산의 동쪽에 있다.
송광사에서 동쪽으로 조계산을 넘어가면 선암사(仙巖寺)다.
원래는 선암사를 먼저 보고 산을 넘어 송광사에 가는 일정을 생각했는데
이는 송광사에서 법고를 듣기위하여 저녁 시간에 맞추려는 의도였었다.
그러나, 다른 곳을 찾아가는 일정과 이동하는 동선을 감안하여,
송광사를 먼저 들리고 차편으로 선암사에 가는 일정으로 변경되었다.

선암사 올라가는 길에 스님들이 연등을 다느라 땀을 흘린다.
사실 며칠동안 봄날씨가 봄이 아니라 완전 여름이다.
한여름 날씨탓에 두번째 날은 아예 반팔 차림으로 다녔다.
승선교(昇仙橋)를 지난다.
오르는 것이 있으면 내리는 것도 있는 법.
승선교를 지나면 강선루(降仙樓)가 있다.
날씨가 무덥다.
오르는 길 가게에서 잠시 쉬면서 더위를 식힌다.
가게에 기념품들이 진열되어있다.




관음전 100일기도 접수를 알리는 현수막이 있다.
대웅전 앞 마당에 연등이 가득 걸려있다.
누군들 복을 기원하고싶은 마음이 없으랴.
복 많이 받고, 복이 넘쳐날것 같은 홍OO, 이OO.....
재벌 S그룹 인물들의 이름도 있다.
어찌 여기 선암사까지 와서 연등에 그 이름을 올렸을까.
절에는 여기저기 동백이 많다.




태백산맥을 쓴 작가 조정래의 부친이 옛적에,
선암사 주지로 있었다. 선암사는 태고종이다.
태고종은 일제시대에 대처승이라고 비아냥조의 이름으로 불리기도했다.
선암사와 선암사 해우소는,
시인 정호승의 시 <선암사>로 인해 널리 알려졌다.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에 가서 실컷 울어라....
..............
살다보면 누군들 눈물 쏟아지는 날이 없을 수 있을까.



내려오는 길 도중에
<순천 전통야생차 체험관>이 있다.
깨끗하게 정돈된 한옥들이 정갈하게 자리하고있는데,
대문을 들어서니 물가에 어린 여자아이가
하얀 실습복장을 제대로 갖추고 서서 우리를 쳐다본다.

방 안에 들어 차를 마신다.
문 밖으로 보이는 풍광이 조용하고 한가롭다.
차를 마시게 되면,
색이 좋군요... 이런 이야기를 해야 한단다.
차향이 좋다.
마루에 나가 전망좋은 곳에서 바람을 맞는다.

3. 낙안읍성
선암사를 떠나 한가로운 마을을 지나, 낙안읍성으로 향한다.
오후 늦은 시간, 해는 어느덧 서쪽으로 기울고,
한낮에 덥던 바람은 비로서 시원해진다.
석성으로 쳐진 울타리를 지나니,
유채꽃 만발한 밭 사이로 초가집이 평화롭고 정겹다.


4. 순천만
순천은 <대한민국 생태도시 순천>을 표방한다.
순천만의 갯벌은 갈대밭과 함께 꼭 들러야 하는 코스다.
자료에 의하면, 작가 김승옥의 소설 <무진기행>의 무대라 한다.
순천만 자연생태관에 도착했을 때 벌써 사위는 어두워졌다.
갯벌로 이어지는 다리에 올라 바로 아래까지 들어온 바다를 바라보니,
가로등은 켜지고, 작은 배들은 조는듯 갯벌에 누워있다.



순천만을 가며 오며 이정표에는 지명 <벌교>가 보인다.
오래 전부터 하는 이야기지만,
여수가서 돈자랑 하지 말고,
벌교가서 주먹자랑 하지말라는 이야기가 있다.
벌교에는 주먹들이 많았나보다.
그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우리야 어디가서 자랑할 돈도 자랑할 주먹도 없다.
문득 생각난다.
아주 옛적 소백산 희방사에서 만나 알게된 친구가 있다.
그의 고향이 순천이다.
그는 그야말로 주먹이 쎈 친구다.
K 대학교 공수부 부장을 했는데 그에게는 재미있는 이야기거리가 많았다.
5. 순천
순천에서 추천할 만한 음식점을 물어 찾아간 곳이 <대원식당>이다.
순청시청 별관 부근, 옛 집을 그대로 식당으로 쓴다.
대문을 들어서니 마루가 트여있는데 제법 많은 사람이 보인다.
한정식을 차려주는 아주머니가 열심히 젓갈류에 대하여 설명하고,
젓갈을 얹어 먹는 시범을 보여주기도 한다.
6. 남해힐튼
순천에서 남해로 가는 길은 멀었다.
사이 사이 이정표에 하동, 진주가 보인다.
진주는 둘째 아이가 공군에 입대할 때 왔던 곳이다.
한겨울 사천 공항에 내려, 시내에서 점심밥을 먹일 때,
내 마음이 아팠던 기억이 난다.
내가 해외에 출장갔을 때, 집사람이 큰 아이를 앞세우고
면회를 다녀오기도했다.
남해대교를 지나 섬으로 들어가는데 사방이 깜깜하다.
힐튼남해 리조트에 도착하니 한밤중이다.
밤늦게까지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밤 2시반.
깊은 잠에 들었다 눈을 뜨니 아침 5시반 이다.
집사람과 산책을 나섰다.
안개가 자욱하다.



안개는 쉽게 걷히지않았다.
수영장에는 물이 빠져있고, 난방기구도 한 곳에 모여있다.
새벽안개 자욱한 산책로를 걸으니
번잡한 세상을 벗어나 나만의 세계에 들어와 있는듯하다.
바다에 내려가는 길가,
안개 속에 깨끗하게 피어있는 꽂이 아름답다.


바닷가에 이르니 잘 만들어놓은 데크가 바다 위로 이어진다.
갈 수 있는 데까지 나가본다.
주인없는 릴 낚싯대가 하나 놓여있다.


리조트의 체크인과 식사는,
골프장 클럽하우스와 같은 곳에서 한다.
부페에서 식사를 하고, 야외 테라스에 나가 아래를 내려다보니,
짙은 안개때문에 골프 카트들이 계속 대기 중이고,
부지런한 골퍼들은 그린에서 퍼팅을 연습하고있다.
여행날짜가 정해지고 뒤늦게 골프생각이 나서
출발 임박해서 부킹을 하려하니 그때는 이미 늦었다.
아침시간에 안개가 너무 짙어 밝은 사진찍기가 힘들다.
아래 사진들중 몇 장은 남해힐튼 홈페이지에서 가져왔다.
![rest01_1L[2].jpg](http://blog.chosun.com/web_file/blog/168/34168/7/rest01_1L%5B2%5D.jpg) ![rest01_2L[2].jpg](http://blog.chosun.com/web_file/blog/168/34168/7/rest01_2L%5B2%5D.jpg)
![suite_03_2[2].jpg](http://blog.chosun.com/web_file/blog/168/34168/7/suite_03_2%5B2%5D.jpg) ![rest01_3L[2].jpg](http://blog.chosun.com/web_file/blog/168/34168/7/rest01_3L%5B2%5D.jpg)



7. 남해성당
오늘 일요일은 부활절이다.
성당다니는 친구들은 성당에 가야한다.
친구들이 남해성당에서 미사를 보는 동안,
나는 집사람과 한가하게 남해대교로 향한다.
전날은 밤에 남해대교를 지나다보니 제대로 보지를 못했다.



8. 남해대교
섬에서 남해대교를 건너, 해안도로에 내려가니
바닷바람이 시원, 상쾌하다.
아주머니들이 조개껍질을 줄로 엮는 작업을 한다.
줄로 엮은 조개껍질 더미를 바닷속에 던지면 굴들이 와서 자란다.
작은 배들이 접안해있는 바다 너머로 멀리 남해대교가 보인다.


한가하게 바닷바람을 쐬다가 남해대교를 다시 건너,
섬으로 길을 잡으니, 그 길이 아름답다.
길 이름이 <아름다운 길>이다.
이름에 조금도 다른 이야기를 할 수가 없다.
벚꽃이 이어진 길 위로 꽃잎들이 바람에 날린다.
떨어지는 꽃잎들이 마치 눈이 내리는 것처럼 쏟아진다.
꽃이 지는 것은 정말 순간이다.
시인 최영미의 시 <선운사에서>가 떠오른다.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9. 이락사
지는 것이 어찌 꽃뿐이랴.
이락사(李落祠)는 임진왜란 마지막 격전지 노량해전에서
떨어져간 이순신을 기리는 곳이다.
산정에 오르면 관음포가 내려보이는 곳에 첨정대가 있다.
이락사(李落祠)는, 칼의 노래를 쓴 작가 김훈의 문체처럼,
이름이 단순 명료하다.
그 간단명료한 이름 뒤에 아픔을 느끼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10. 동백아가씨
남해성당으로 돌아와 일행을 다시 만나는데,
성당에서 또 다른 친구를 만났다.
그 우연함에 서로 놀랐다.
미조항에서 식사를 하고 해안을 돈다.
아니, 해안을 도는 것이 아니라 길 어디에서도 바다가 보이니
길을 도는 것이 마치 해안도로를 가는 것과 같다.

내내 연무(煙霧)가 가득하다.
바다가 연무에 쌓여있다가, 길을 굽어 돌아서면 연무 위로 문득
멀리 아득하게 산이 보인다.
혹은 어느 틈엔가 섬이 연무 위로 떠오른다.
길은 온통 꽃나무로 무성하고,
바람에 꽃들이 무수히 쏟아져내린다.
어느 길인가에 동백이 계속 이어져 있다.
친구 PJ 가 갑자기 뜬금없이, 노래 들려줄까, 한다.
이미자의 노래 <동백아가씨>를 장사익 버전으로 부른다.
동백아가씨를 들으며 산길을 돌았다.
11. 독일마을
도로 이정표에 <아메리칸 빌리지>도 있고 <독일 마을>도 있다.
<독일 마을>은 김두관이 남해군수 재임시절 독일교민들에게
귀향과 투자를 권유한 것이 한 역활을 했다 한다.


독일마을 언덕 정상을 넘어가면 주차장이 있고,
다시 그 길을 돌아 마을쪽으로 돌아오면, 맨 위에 카페 <함부르크>가 있다.
오랜 세월 타국에서 살던 사람들이 고국에 돌아와서 만든 마을에,
이제는 민박을 운영하는 집들도 여럿 있다.


12. 돌아오는 길
서울로 올라오는 길,
대전-통영 고속도로로 올라오는데,
왼편으로 멀리 산불이 크게 났다.
산과 산으로 이어지는 수풀 위로 연기가 자욱한데,
고속도로 곁 민가 가까이로 시뻘건 불꽃이 날름거리며 다가든다.
짙은 연기 사이로 헬기들이 부산하게 떠 다닌다.
다음 날 뉴스를 보니,
함양 백암산 큰 불이다.
다음 날 오전에야 진화가 되었다니 정말 큰 불이었다.
13. 꽃이 지고 피는 것
집 바로 앞, 거실에서 내려다 보면, 커다란 목련이 있다.
지난 주, 집 떠나기 전 목련이 활짝 피어 무성했는데,
돌아온 다음 날, 아침 일찍 거실에 나가보니,
그새 목련이 모두 떨어졌다.
무더운 봄날, 활짝 피어있던 목련은 모두 떨어졌다.
정말 꽃이 지는 건 순간이다.
그런데 사무실에 출근해서, 빌딩 안 작은 정원에 나가보니,
아니, !!!... 그동안 빌딩숲 속에서 죽은듯이 숨죽이던 철쭉이
그새 꽃을 모두 활짝 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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