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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원의 <워털루역 남행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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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원 (join1)
"이제 컴퓨터 쓰레기통 비우듯 추억통 비울 때가 되었지만, 추억 어느 길목에서고 나보다 더 아끼는 사람 만나면 퍼뜩 정신 들곤 하던 슈베르트나 고흐 그들의 젊은 이마를 죽음의 탈 쓴 사자使者가 와서 어루만질 때 (저 빠개진 입 가득 붉은 웃음) 그들은 왜 비명을 지르지 않았을까? 밀밭이 타오르고 밀밭 한가운데로 달려오는 마차가 타오르고 사람들의 성대聲帶가 타오를 때 그들은 왜 몸을 헤픈 웃음에 허술히 내주거나 몸을 피스톨 과녁으로 썼을까? '왜 그대들은 이 세상에서 재빨리 빠져나가고 싶어했는가? 시장 인심이 사납던가, 악보나 캔버스가 너무 비좁던가? 아니면 쓸쓸하고 더딘 지척 빗소리가 먼 땅 끝 비처럼 들리는 저녁이 생각보다 일찍 찾아왔던가?'" --황동규 <쓸쓸하고 더딘 저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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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와핑 동호회 잠입취재기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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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와핑 동호회 잠입취재기 -2편-    2009/07/22 08:17 추천 15    스크랩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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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을 데려온 부부와 대학생

 (지난번 이야기에서 이어집니다)

인터넷 동호회 정모가 대부분 그렇듯이, 얼굴 모르고 아이디만 부르다가 서로 처음 만나면 좀 낯선 분위기를 깨려고 게임을 합니다. 그 호프집에서 사회자는 조별로 나눈 테이블 구성원을 계속 다른 테이블과 바꿔가며 앉게 했고, 원래 자리가 아닌 구석의 다른 자리에 앉은 저는 깜짝 놀랬습니다.

 

 삼십대 초반으로 보이는 젊은 부부가 다섯살 정도로 보이는 귀여운 딸 하나를 데리고 나와 그곳에 앉아 있는 것입니다. 호기심에 나온 솔로들, 중년 부부들이 많던 다른 자리와 달리, 그곳엔 젊은 부부 2쌍과 대학생으로 보이는 남자 한명, 솔로 여자 한명이 함께 있었습니다. 그곳이 어딘줄 모르는 아이는 잠시도 가만 있지 않고 자리를 옮겨가며 장난을 치고 있었고, 엄마는 가끔 아이를 달래거나 데리고 있었습니다. 저는 처음엔 이들이 우리 정모와 관계없는 호프집 손님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사회자가 아이 엄마를 무대로 불러내면서 스왑동호회 회원으로 온 걸 알게되었습니다. 그들은 원래 아는 사인지 다른 쪽 젊은 부부와 화통하게 술잔을 기울이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저처럼 혼자인 학생에게 조용히 물었습니다. 그는 모대학 법대생인데 호기심으로 나왔으며 전에 '쓰리섬'의 경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쓰리섬은 2대1 섹스를 말합니다) 

 

하지만 조용히 놀던 이들의 조금씩 본색을 드러낸 건 2차 노래방을 갔을때 였습니다. 파트너 없이 어차피 모텔까지 끝까지 못따라 갈 것 같은 저는, 내가 지금 여길 왜왔나를 생각해보며 뭔가 확실한 증거를 잡고 싶었습니다. 2차로 인근 노래방을 옮겨 스무명이 넘게 남았는데, 큰 방을 못 잡자 1차 호프집에서 있던 테이블 별로 방이 나뉘어졌습니다.

 

저는 원래 대구에서 기차를 타고온 50대 후반의 부부와 20대 후반의 남자 한명, 삼십대 초반의 부부 한쌍과 테이블을 함께 앉아 있었습니다. 삼십대 초반의 이 부부는 서울의 자신들이 사는 구를 아이디로 함께 썼는데, 정모때마다 빠지지 않고 나왔으며 스와핑 경험에 대한 솔직한 얘기를 저에게 들려 주었습니다. 이들 삼십대 부부는 워낙 인기가 많아 처음 부터 다른 방에서 놀았고, 저와 20대남 그리고 대구에서 오신 50대 부부가 방을 잡았습니다. 이 20대 남자는 저를 형이라 부르며 따랐는데, 노래방에서 잠깐 밖으로 부르더니 저에게 "아까부터 자꾸 50대 부부가 자기랑 3차를 가자고 제안을 해왔다"며 알아서 딴 방으로 가주었으면 하는 눈치였습니다. (결국 저는 그방을 나가서 자리를 비켜주었고, 다음날 동호회에서 메신저로 그는 저에게 '어제 너무 고마웠다'며 셋이 같이 나갔다고 털어놨습니다)

 

방에서 나온 저는 다른 방을 기웃거리다가 어이없는 광경 하나를 다시 목격햇습니다. 호프집에서 놀던 다섯살 가량의 꼬마는 노래방에서 아빠 무릎 위에서 잠이 들었고 아빠는 잠든 아이를 혼자 등을 두드려주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이 엄마는 아까 말했던 그 법대생과 진하게 껴앉으며 느린 음악에 맞춰 블루스를 추고 있었습니다. 토요일 밤부터 시작되서 일요일 새벽 1시가 넘은 신촌의 어느 노래방. 뿔테 안경의 법대생은 애엄마의 머리를 쓰다듬고 아빠는 잠든 딸의 등을 두드리며 화면의 노래 가사를 보고 있었습니다.

 

 

9[9].jpg

                              2006. 3. 신촌 3차 정모때 서로 모르는 남녀 업어주기 게임 

 

스와핑은 누가 하나?

스와핑을 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은 대체 어떤 사람들이었을까요? 지난번 말씀드렸듯, 동호회 정모는 스와핑 경험 없이 호기심으로 온 솔로 남녀 80%를 제외하고, 스무쌍이 넘는 부부 혹은 애인 커플들과 진지하게 대화를 오가기 위해선, 어수선한 전체 게임시간(1차)을 거쳐 노래방(2차)에서 시간을 보내야 대략 정리가 됩니다. 3차에 가서야 갈사람은 가고 커플들이 옹기종기 모여 따로 가기도 하고, 연락처를 서로 주고 받고 후일을 기약하며 그날은 헤어집니다. 이 카페 운영자는 거의 제가 참석한 네번을 정해놓은 코스처럼 호프집- 노래방- 오뎅바로 몰았습니다.

 

여러번 정모를 하면서 사람들과 솔직하게 주고 받은 이야기들은 실로 놀랍습니다. 무슨 별자리의 아이디를 썼던 50대 초반 중년남은 거의 매번 그의 부인과 함께 옵니다. 남자는 스왑 경험이 20년이 넘었다며 자랑스럽게 이야기 했고, 그러면서 스왑을 했으면 했지 바람은 안피운다는 것입니다. 그는 수도권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사장이었는데, 동호회 운영자와 형아우하는 사이로 마당발 처럼 '사람들이 많은 모임'에서 장소 섭외부터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역할까지 잔일을 가리지 않아 인기가 많았습니다. 

 

스와핑을 하는 사람들은 딱히 공통점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20대 초반부터 60대 초반까지, 전국 각지에서 모인 부부들이 정모에 참석했고, 직업도 천차만별이어서 의사, 대기업간부, 자영업, 학생 등이 있었고 심지어 경찰인 남편이 자기 와이프를 데리고 나온적도 있었습니다. 게임을 하던 도중 사회자가 테이블에서 한 중년 부부를 불러내서 자기 소개를 시키면서 남편 직업을 묻자 "경찰"이라고 답하자, 사회자가 "그럼 우리 다 잡아가러 오신건가요?" 라고 되물어 좌중을 웃음 바다로 만들었습니다.

 

스와핑을 하는 부부들은 딱히 이걸 나쁜 일이라고 생각하기 보다, 세상엔 밝힐 만큼 당당한건 아니지만 은밀하고 자유롭게 살아간다는 자기들 만의 양식이라고 말했습니다. 

 

왜 스와핑을 하나? 

아까 말씀드린, 자신들이 사는 구를 아이디로 쓰는 삼십대 중반의 부부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언제 어떻게 스와핑을 시작했나를 물었습니다. 물론 그들은 제가 기자인줄은 몰랐고, 그냥 호기심에 묻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물었습니다. 그런 질문을 쉽게 던질 수 있을 만큼 시간이 걸렸고 남편은 저를 '형'이라며 잘 따랐습니다. 사실 이 부부는 나중엔 제가 항상 혼자 나오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했습니다. 왜 이렇게 좋은 걸 같이 안하느냐는 거였습니다.^^;

 

암튼 시작은 남편이었다 했습니다. 두 사람은 고교때 만난 동갑내기로 오래 연애를 하다 결혼을 했는데 이십대 후반부터 남편이 거래처 사장과 함께 쓰리섬을 해보자고 제안을 해왔답니다. 와이프는 처음엔 말도 안된다며 펄쩍 뛰었고, 3년을 꼬박 설득한 끝에 몇년전부터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여자는 "이제는 일주일 한번 이상 그렇게  안하면 스트레스가 안 풀릴 정도로 짜릿하다"고 말했습니다.

 

제가 여자에게 물었습니다. 도대체 자기 마누라를 다른 남자와 뒹굴도록 설득하는게 말이 되냐고. 그는 "남편이 나를 믿고 내가 남편을 사랑하기 때문에 가능하다"며 "부인 몰래 바람 피우는 남자들 보단 백배 낫다"고 대답했습니다. 나는 도저히 이해가 안간다, 그럼 혹시 부부싸움 하다가 그런 걸로 시비 거는 적 없는지, 또 그러다 속궁합이 남편보다 다른 남자가 더 잘맞는다면 바람 안날 자신 있는지 등등을 물었습니다. 그녀는 그럴일 없다며 상당한 자신감을 보였고, 진심으로 남편을 고마워하고 있었습니다.

 

(계속)

 

6[10].jpg

 같은 정모 때 화장지 나르기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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