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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강녕 (iti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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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IT 게임  
안봤다, 그러나 그녀가 입은 속옷 색깔까지 안다    2006/08/24 18:15 추천 1    스크랩  8
http://blog.chosun.com/itij/1377389

대기업에 근무하는 A(33)씨는 5년 전 헤어진 옛 애인이 요즘 어떻게 살고 있는지 꿰뚫고 있다. 헤어진 다음에는 전화 한번 해보지 않았다. 만난 적도 없다. 제 3자로부터 이야기를 전해 들은 것도 아니다.

“그 친구 얼마 전에 애를 낳았어요. 요즘은 기저귀 사러 돌아다니던데요.”

 

 

 

갑자기 옛 추억이 떠 올라 심부름센터 같은 곳에 감시를 부탁한 것도 물론 아니다. A씨는 “옛 애인의 이메일 주소는 예나 지금이나 같다”고 말한다. “인터넷 검색 엔진이 얼마나 좋은데요. 검색엔진 창에 이메일 주소를 입력하면 정보가 다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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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A씨는 가끔 옛 애인이 사용하는 이메일 주소를 세계 1위 검색서비스인 구글 검색창에 입력해본다. 그 결과는 언제나 만족스럽다. 지난번 검색했을 땐 그녀가 쇼핑몰에서 기저귀를 사고 댓글로 남겨 놓은 상품 평을 봤다. 옛 애인이 낳은 아이의 성별, 나이, 몸무게 정보가 고스란히 나타난다. 실제 아기 아빠만큼 그 아이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여성 직장인 B(22)씨는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남자 직원 C가 하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가끔 수치심을 느낀다.

 

 

 

“땡땡이 3피스 수영복 잘 어울리던데, 사이즈는 XX 맞지.”

 

 

 

며칠 전 여름 휴가 때 입으려고 산 수영복 색과 모양, 심지어 신체 사이즈에 대해 상대가 알고 있는 것이다. C가 가끔 툭툭 던지는 말에 늘 감시 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녀는 한동안 저 사람이 어떻게 알까 고민했다. 그리고 알아냈다. C는 그녀가 사용하는 이메일 주소를 알고 있다. C가 구글 검색 창에 그걸 집어 넣은 것을 본 것이다.

 

 

 

그녀가 이메일 주소 @ 앞 부분을 각 사이트 접속 아이디로 쓰기 때문에 문제가 더 심각해졌다. 말하자면 이메일 주소가 AAA@BBB라고 할 때 AAA란 아이디로 각종 사이트와 서비스에 가입했다. 이메일 주소와 AAA를 각각 검색하면 그녀의 정보가 마구 드러난다.

 

 

 

그녀는 며칠 전 인터넷 오픈 마켓 서비스인 G마켓에서 수영복을 사고 상품 평을 남겨 놓았다. 한데 구글은 날이 시퍼렇게 선 면도날 같다. 인터넷 웹 페이지를 속속들이 파헤쳐서 모든 것을 보여준다. 개인의 삶도 예외가 아니다. 요즘은 대부분 인터넷으로 물건을 산다. 또 인터넷에 댓글을 남긴다. 검색엔진을 피할 길이 없다.

 

 

 

또 이메일 주소와 아이디는 인터넷에서 주민등록번호와 같은 역할을 한다. 사람들은 주민등록번호엔 민감하지만 이메일 주소, 아이디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누군가의 주민등록번호를 안다고 해도 상대방의 사생활을 파헤칠 방법은 사실상 그다지 많지 않다. 그러나 이메일 주소와 아이디를 안다면 검색 포털이라는 칼을 이용해 많은 비밀을 끄집어 낼 수 있다.

 

 

 

“누구인가 내 개인 생활을 늘 쳐다 볼 수 있다는 것이 너무 기분 나빴어요.”

 

 

 

B씨는 이메일 주소, 아이디를 바꾸려고 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불가능했다. “SK텔레콤에서 운영하는 사이트 아이디를 바꾸려고 하니 아예 탈퇴했다 다시 가입하라고 하더군요.”

 

 

 

만일 그렇게 한다면 그 동안 쌓아 놓은 각종 포인트, 써 놓은 글, 받은 이메일들이 싹 사라진다. 게다가 그 이메일로 가입한 온라인 서비스와 웹 사이트가 너무 많다. 그녀는 포기하고 그냥 참고 살기로 마음을 먹었다.

 

 

 

개인정보 보호란 잣대를 들이대면 검색 사이트들은 엄청난 범법 행위를 하고 있다. 구글은 약 1년 전 80억 건의 웹 문서를 검색한다고 발표했다. 세계 최대 인터넷 검색 기업 구글에게 1년은 새로운 단계로 진화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긴 시간이다. 지금은 그 몇 배에 해당하는 문서를 뒤질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네이버에 인수된 검색 기술 업체 첫눈 장병규 대표는 “네이버가 현재 10억건을 검색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네이버는 약 2~3억건의 웹 문서를 검색할 수 있다. 말하자면 구글이 서슬이 시퍼런 칼이라면 네이버는 녹슨 칼이다.

 

 

 

네이버가 국내 시장에서 구글을 누르고 있는 이유는 단순하다. 일단 네이버는 한글이라는 버팀목이 있다. 게다가 한국 네티즌의 검색 관행도 검색 1위=네이버를 지탱하는 힘이다. 한글은 외국인이 배우기 어려운 언어다. 처음 한국에 들어 온 선교사들은 “한국어는 (선교를 방해하기 위해) 악마가 만들었다”고 했다.

 

 

 

지금도 여전히 한국어는 어렵다. 미 의회 소속인 회계감사원(GAO)이 최근 미 상원에 보고한 ‘미 국무부 직원들의 외국어 능력’ 평가보고서를 보자. 한국어는 일본어·중국어·아랍어와 더불어 가장 배우기 어려운 ‘초고난도 언어(superhard languages)’다. 한국 검색업체 관계자들은 매일 아침 세종대왕을 위한 묵념을 해야 한다. 그러나 이메일 주소와 아이디는 영어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네이버가 구글이 자사 사이트를 검색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 안에 쌓여 있는 정보는 네이버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네티즌들은 인터넷 정보 중 웹 페이지를 잘 검색하지 않는다. 다음은 “전체 검색 결과 가운데 웹 검색 결과를 보는 경우는 10% 미만”이라고 밝혔다. 말하자면 주로 네티즌들이 다음 카페·블로그·신지식인 등을 뒤져 나온 검색 결과를 주로 본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다음이나 네이버를 인터넷의 전부라고 생각한다는 이야기다. 국내 검색 포털업체들이 그렇게 유도했다는 것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내가 쌓아 놓은 정보는 내 것이란 심보다.

 

 

 

다음은 사실상 검색 엔진 개발을 포기했다. 다음은 구글 검색엔진을 가져다 웹 검색 결과를 보여 준다. 결국 구글로 검색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말하자면 구글과 다음을 이용하면 타인의 사생활, 심지어 입고 있는 속옷 상표, 사이즈, 색깔까지 알 수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통부는 검색 사이트에 흘러 다니는 주민등록번호가 몇 개인지 헤아리는 헛발질을 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주민등록번호를 집어 넣고 아무리 검색해봤자 거의 정보를 찾을 수 없다. 정부는 더 심각한 이메일과 아이디 문제는 아직 인지하지도 못한 것처럼 보인다. 알아도 막을 방법이 없어 보인다. 정보기술의 발전이 꼭 인간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구글과 네이버, 다음은 이메일과 아이디를 통해, 당신을 관찰하고 있다.

 

백강녕기자 young100@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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