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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의 승부는 명승부로 기억될만하다. 경기시간 5시간 13분. 6시 31분에 시작된 경기가 밤 11시 44분에야 끝났으며 양팀에서 투입된 선수만도 우리 히어로즈가 24명, SK가 20명이었고 11회의 승부에서 양팀이 기록한 안타수는 14:16, 득점은 9:10였다.
연장횟수나 안타수, 득점만으로 명승부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올해부터 10시 30분 이후에는 새로운 이닝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했던 규정이 없어졌고 그로인해 메이저리그처럼 무승부없이 반드시 끝장을 봐야했던 상황에서 양팀이 보여준 투혼이 놀라왔다. 이긴 SK나 패한 우리 히어로즈 모두에게 원없이 싸웠던 한판이라 하겠다.
선취점을 얻은건 우리 히어로즈였다. SK의 에이스로 성장한 김광현을 상대로 1회말에 브룸바의 홈런이 터지며 2점을 앞서나갔지만 3회초에 3실점하며 역전을 허용하고 말았다. 하지만 다행히 3회말에 2점을 뽑아내며 다시 역전, 4:3으로 앞서갔고 4회말에도 다시 2점을 추가하며 6:3으로 승부가 기우는듯 싶었다.
![jeju[1].jpg](http://blog.chosun.com/web_file/blog/29/29/7/jeju%5B1%5D.jpg)
- SK:우리 히어로즈 제주 경기 화보 - http://blog.naver.com/mdolce/90031369831
하지만 전년도 챔피언 SK는 그렇게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 6회에 1점을 따라붙더니 7회에 3득점하며 7:6으로 전세를 역전시켜놓고 말았다. 가득염과 조웅천으로 이어질 SK의 불펜을 고려할때 우리 히어로즈는 또 다시 역전의 악몽을 떠올려야 했다. 하지만 유재신의 2루타가 터지며 1득점, 추가득점에 실패한 아쉬움은 남았지만 8회초의 위기를 잘 넘겼기에 7:7의 승부는 연장으로 이어졌다.
11회초 터진 정근우의 3점 홈런으로 SK는 만세를 불렀을 것이다. 하지만 11회말 송지만의 2점 홈런으로 우리 히어로즈는 다시 꺼져가던 불씨를 살릴 수 있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더 이상의 추가득점을 하지 못한 우리 히어로즈는 1점차로 무릎을 꿇으며 길었던 승부에 종지부를 찍어야 했다.
이날 경기에서는 웃지못할 헤프닝도 있었는데 10회말 2사 상황에서 외국인 투수 스코비가 브룸바를 대신해 대주자로 나서야 했던 것이다. 더이상의 추가 선수를 투입할 수 없기에 어쩔 수 없었던 고육지책이었는데 공교롭게도 대타 김동수가 안타를 쳐준다. 공교롭다는 표현을 쓴 것은 김동수의 안타때 스코비가 홈까지 대시하다 아웃되었기 때문이다. 만일 그때 3루에서 멈췄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만일 스코비가 아닌 다른 선수가 대주자로 기용되었더라면 어떤 양상으로 진행되었을까?
결과적으로는 손에 땀을 쥐는 접전이 펼쳐졌지만 우리 히어로즈 경영진을 상대로 한마디 안할 수가 없다. 제주에서의 우리 히어로즈 홈 6연전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미국도 메이저리그의 활성화를 위해서라면 개막전을 아시아에서 펼치는 이벤트도 감수하기 때문이다. 홈구단을 가지지 못한 지역에서 경기를 한다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 상당히 바람직하고 또한 적극적으로 시도되어야만 한다.
하지만 이러한 좋은 의도는 없고 다만 쫓겨가듯 건너갔다는데 문제가 있다. 우리 히어로즈는 지난해까지 현대 유니콘스라 불렸던 팀이다. 삼미 슈퍼스타즈와 청보 핀토스, 태평양 돌핀스에 이어 현대 유니콘스로 이어지는 전통을 자랑하는 팀인 것이다. 우리 히어로즈로 이름이 바뀌고 유니폼이 바뀌었다고 해서 현대 유니콘스와 완전히 단절될 수는 없는 일이다. 지금의 우리 히어로즈 팬들은 전혀 다른 사람들이 아닌 바로 현대 유니콘스 팬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 태평양의 진짜 후예들 앞에서 인천의 후예를 자처하며 태평양데이 마케팅을 펼치는
뻔뻔스러움의 극치를 보여줬던 SK와이번스(사진 : SK 와이번스 홈페이지) -
이번 제주경기는 수원에서 열렸어야 했다. 태평양 돌핀스하고는 전혀 관련이 없는 SK가 인천의 후예를 자처하며 태평양 돌핀스 유니폼을 입고 태평양데이 마케팅을 시도하는, 그것도 진짜 태평양의 후예들과의 경기에서 펼쳤던 뻔뻔스러움과 비교한다면 더욱 그렇다. 우리 히어로즈가 유니콘스 데이를 펼치지는 못할망정 수원을 외면하고 오히려 현대 유니콘스의 과거 흔적들을 지우고자 하면 할수록 팬들은 인상을 찌푸릴 수 밖에 없다. 부인한다고 잊혀질 수 있는가? 때밀이 수건으로 벅벅민다고 피부색깔이 변하는가?
물론 나름대로의 이유는 있다고 항변할 것이다. 수원구장은 수원시에서 반대하기 때문에 사용할 수 없었다고. 하지만 일이 왜 이지경에 이르렀는지는 생각해 보아야할 문제다. 기사에 따르면 '수원시는 올 시즌 개막전 히어로즈 구단이 수원구장을 버리고 서울 목동구장으로 홈을 옮긴데다 2군 프랜차이즈 협상과정에서 관계가 불편해졌다는 후문이다'라고 한다. 결국 자승자박인 것이다. 팀인수 초기부터 여러가지 잡음과 불협화음을 내던 결과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우리 히어로즈 경영진이나 KBO 모두 올시즌을 8개구단으로 유지하고 통째로 날아가 버릴뻔한 6경기를 제주에서라도 할 수 있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들의 무능과는 관계없이 선수들은 투혼을 발휘하고 팬들은 애정을 보내주니 그것들이 모두 자신들의 출중한 능력에서 나온 결과라고 내심 흐뭇해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에 불과할 뿐이다.
지난날을 외면하고 팬들을 무시하는 우리 히어로즈 경영진의 후안무치는 과연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제발 이제는 인정할건 하고 상식적인 수준에서 행동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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