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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또 하나의 명예롭지 못한 기록을 남겼다. 지난 6월 1일 SK에게는 프로야구 사상 최다점수차 완봉승(18:0)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선물한 것도 모자라 어제(26일)에는 9연패 중인 최하위 LG에게 시즌 최다득점(20)과 최다점수차(19)라는 신기록을 선물해 주었다. 특히 LG가 어제 세웠던 기록은 6월 1일 삼성이 SK에게 주었던 기록을 다시금 갱신하는 기록들이었다. 어제 삼성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투수 출신 감독의 야구에 대한 철학과 타자 출신 감독의 그것과는 차이가 나기 마련이다. 마치 기업에서도 재경출신 대표와 영업 혹은 기술쪽 출신 대표의 경영 스타일이나 철학이 다른 것과 같다.
투수 출신 감독들은 투수는 직접 챙기고 타자들은 코치에게 일임하기 마련이다. 투수의 구질에 대한 판단이나 경기중 교체 시기도 대부분 직접 결정한다. 아는만큼 보이기 때문이고 누구보다도 투수의 심경을 잘 안다고 자신하기 때문이다. 반면 타자 출신 감독들의 경우 투수는 코치에게 맡기고 타자쪽에 집중한다. 그렇기에 투수 출신 감독은 야구란 실점을 최소화해야 이길 수 있다고 믿을 것이고 타자 출신 감독은 득점을 최대화해야 이길 수 있다고 믿을 것이다. 이러한 믿음은 곧 경기 내용에 반영되기 마련이다.
삼성의 선동열 감독은 한때 '국보급'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녔던 우리나라 최고의 투수였다. 일본에서도 '나고야의 태양'으로 불릴 정도로 실력을 인정 받기도 했다. 그런만큼 그의 야구 스타일도 마운드에 집중되어 있다. 선감독의 야구 철학을 한마디로 표현할때 '지키는 야구'라고 한다. 어렵게 얻은 득점을 지키기 위해서 철통같은 자물쇠 야구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렇게 해서라도 승리를 얻는 것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반대로 그 때문에 보는 재미는 반감되기도 한다. 삼성의 팬들이 과거의 호쾌했던 시절을 그리워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요즘에야 한화를 다이너마이트 타선이라고 부르지만 사실 원조는 삼성이라고 할 수 있다. 삼성의 타선은 항상 최강이었고 그런만큼 매년 우승 후보로 거론되곤 했다. 하지만 올시즌 삼성은 5위에 머물러 있고 시야는 제로에 가깝다. 앞이 안보인다는 얘기다.
반면 자율야구를 표방하는 우리 히어로즈의 이광환 감독은 타자 출신이다. LG를 우승으로 이끌며 자율야구가 꽃을 피우는가 싶었지만 이내 여러가지 갈등으로인해 한동안 야인으로 지내야 했다. 올시즌 우리 히어로즈를 맡으며 다시 그라운드에 복귀했지만 그에 대한 평은 여전히 냉담하다. 투수를 모르기 때문에 교체 타이밍을 놓친다는 것이다. 덕분에 우리 히어로즈는 매번 이기고 있다가도 후반에 역전당하며 하위권에서 맴돌아야 했다.
또 다른 예는 SK의 김성근 감독이다. 투수 출신인 김감독은 벌떼야구로 유명하다. 조금이라도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게 되면 즉시 교체하는 스타일이다. 한타자만 상대하는 원포인트 릴리프는 물론이고 한이닝에 두세번의 교체도 감행한다. 그로인해 경기시간이 지연된다는 비난의 여론도 있지만 올시즌 SK가 2위와의 격차를 9게임이나 벌려놓고 연승에 연승을 거듭하며 승승장구를 이어가는 것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선동열 감독의 '지키는 야구'도 결과만 좋다면 팬들도 어느정도 이해는 해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충격적인 것은 최하위에 쳐져있으면서 9연패 수렁에 빠져있던 LG의 연패 탈출의 제물이 되었다는 것과 LG 타선에게 속수무책이었던 마운드에 있다. 선발 오버뮬러는 2이닝동안 13타자를 상대하며 4안타 1홈런으로 5실점했고 김상수도 2와 1/3이닝동안 20타자에게 11안타와 2홈런을 맞으며 6실점했다. 또한 세번째 투수 권오원 마저 1과 2/3이닝동안 9타자에게 4안타로 4실점했다. 오버뮬러와 김상수의 경우 볼넷이 3개와 2개나 나왔고 권오원은 폭투가 2개가 있었다.
LG 타선이 폭발했다고 말하기 전에 삼성 마운드가 먼저 무너졌다고 보는 것이 맞다. 삼성의 3명의 투수들은 6이닝동안 20실점했고 후반 3인닝을 맡았던 윤성환만이 2안타 무실점했을 뿐이다. 투수 출신 감독이 운용하는 마운드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결과인 것이다. 지난 1일 SK와의 경기에서도 선발은 공교롭게도 오버뮬러였다. 물론 8회 11점을 줄때 마운드에는 김기태가 있었지만 아무튼 투수 운용에 문제가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더구나 다른 감독도 아닌 '국보급'이었던 선동열 감독이라 팬들은 더욱 의아하게 생각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야구에서 어떤 스타일이 정답인지를 논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야구는 혼자 하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투수가 아무리 무실점으로 막아내도 타선에서 점수를 뽑아내지 못하면 이길 수 없다. 반면 제아무리 타선이 폭발한다 해도 마운드가 무너지면 어찌할 도리가 없게 된다.
과연 올시즌 삼성은 어디에 머물게 될까. 여름을 맞으며 다시금 예전의 명성을 확인할 수 있게될까, 아니면 이대로 주저앉고 말게될까. 오늘 두산과의 경기가 궁굼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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