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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시절의 명성을 이어가지 못하고 주저앉은 프로그램으로는 워드프로세서인 아래한글과 PC통신 프로그램이었던 이야기 그리고 바이러스 백신 V3를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겠다. 도스와 달라진 윈도우 환경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에 생긴 결과라 할 것이다. 어쩌면 도스시절의 화려했던 명성이 그 발목을 잡았던 탓도 있겠다.
한때 90% 이상의 점유율을 자랑했던 아래한글은 대학이나 관공서에서만 볼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전락해 버렸다. 한때 PC 통신에 접속하려면 반드시 구비해야 했던 이야기도 이제는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 추억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이제 남은건 V3 하나뿐이다.
그 V3가 올해 6월 스무번째 생일을 맞았다. 1988년에 처음 선보였던 V3는 우리나라 최초의 바이러스 백신이라는 의미도 있었지만 의대출신이 만들었다는 이유로 더욱 화제가 되었던 프로그램이었다. 한때 V3는 바이러스로부터 소중한 데이타를 지켜주는 수문장으로서 고마운 존재였다. 무료로 배포되던 시절 고마운줄도 모르고 바이러스가 의심되면 무조건 돌려보던 시절도 있었지만 PC와 떨어뜨려 생각할 수 없는 필수품과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윈도우 버전은 달랐다. 생김새가 촌스러웠고 성능도 의심스러웠다. 뭔가 찜찜하면서도 V3라는 명성을 믿을 수 밖에 없었다. V3가 못잡으면 다른 백신도 못잡으리라 여겼었다. 하지만 그러한 믿음은 가끔 실망으로 이어졌다. 백신이 다양해지면서 V3보다 더 잘만들어진 백신도 나온 것이다. 게다가 V3가 유료화된 이후 V3를 쓰려면 돈내고 사거나 무단으로 복제하거나 둘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믿을 수 있는 V3를 사서 쓸 것인가 아니면 불법이라고 하는 무단 복제 방식을 이용할 것인가 아니면 좀 믿을만 하지는 않아도 공개 백신으로 돌릴 것인가. 대부분이 직면한 문제였다.
결국 일반 소비자 시장에서 V3는 찾아볼 수 없게된다. 안철수연구소에서도 일반 시장은 포기한듯 기업시장에만 전념했다. PC에 패키지로 납품하거나 기업에 단체로 판매하는 형식이었다. 일반 소비자 시장에서는 돈내고 사는 사람도 있었지만 다른 백신을 선택하는 사례가 늘어났다. 최근에 없지도 않은 바이러스를 마치 감염된듯 보고해서 이용자에게 유료 서비스를 팔아먹는 악덕 사례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저렴하면서도 편한 방식을 이용하고 싶어했다. 그런면에서 V3는 선택에서 항상 제외되곤 했었다.
어제와 오늘, V3가 윈도우XP 서비스팩3의 일부 파일을 악성코드로 잘못 진단하면서 시스템 파일을 삭제하는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졌다. 윈도우 필수 프로그램인‘lsass.exe’ 파일을 트로이목마로 진단해 삭제한 것인데 일단 파일이 삭제되면 컴퓨터가 재부팅 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한다.
충격적이다. 다른 프로그램도 아니고 시스템 프로그램의 역할을 하는 백신 프로그램이 이러한 오류를 범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격적이고 다른 중소 규모의 회사도 아닌 안철수연구소라는 점에서도 충격적이다. 이번 사례로 안철수연구소는 치명적인 이미지의 손실을 입게 되겠지만 그와 더불어 알약은 더욱 각광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무료이면서 손쉽게 구할 수 있고 아직까지는 좋은 반응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과연 V3는 그동안의 명성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이번과 같은 치명적인 이미지 손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주저앉고 말게 될 것인가. 그들의 행보가 궁굼하지 않을 수 없다. 안철수 연구소의 오석주 대표는 11일 “무엇보일다도 안전한 PC 환경을 제공하여야 할 사명을 가진 안철수연구소가 고객님께 불편함을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긴급사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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