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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는 축구와 달랐다. 반드시 이겨야 했던 첫경기에서 축구는 박주영의 선제골을 지키지 못하고 동점을 허용하며 그대로 무너진 반면 야구는 우승 후보 미국을 상대로 9회초 역전을 허용하고도 곧바로 9회말에 재역전을 이루어내는 투지를 보여줬다. 한국 축구가 절망으로 고개를 숙이던 날, 야구는 희망의 축포를 쏘아 올린 것이다.
반드시 넘어야 했던 산이라는 점을 감안할때 카메룬을 넘지 못했던 축구는 두고두고 후회하게될 불씨를 남기게 되었지만 미국이라는 큰 산을 넘어선 야구는 순탄한 여정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그로인해 첫경기를 그르친후 축구는 부산하게 경우의 수를 따져야 했지만 서전을 통쾌한 역전승으로 장식한 야구는 향후 투수 운용의 여유와 다양한 작전을 준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야구는 축구와 달랐다.
사실 9회초에 마무리로 나왔던 한기주가 선두타자에게 솔로홈런을 맞으며 무너질 때 까지만 해도 악몽이 시작되는줄 알았다. 한국 축구가 첫경기에서 박주영의 선제골을 지켜내지 못하고 끝내는 동점을 허용하며 가시밭길을 초래했던 것처럼 야구마저도 고난의 길을 자초하는 줄로만 알았다. 8회에 마운드에 올랐던 김광현의 투구가 괜찮았기에 9회를 맡겨봄직도 했었지만 한기주의 등판은 다소 의외로 보였기도 했고 더구나 한기주의 직구는 아웃카운트 하나도 잡지 못하고 무사 주자 2-3루의 위기를 초래해야 했다. 선발 봉중근의 역투와 정대현, 김광현으로 이어졌던 투수진의 필사의 노력이 허사로 돌아가는듯 보였다.
게다가 9회말 공격은 하위타순부터 시작했다. 7번 진갑용과 8번 박진만, 9번 고영민으로 이어지는 타순은 역전은 둘째치고 동점도 버거워 보이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승부수를 띄우지 못하고 여기서 물러서면 더 이상의 기회는 없을 것이다. 결국 정근우가 3타수 무안타로 부진한 타격을 보였던 진갑용을 대신해서 타석에 들어섰다. 2008 프로야구에서 타율 17위, 타점 24위로 상위권의 성적은 아니었지만 대타로서는 제역할을 확실하게 해줄 것으로 믿을만한 선수였다. 더불어 그는 도루 3위로 일단 출루하기만 하면 빠른 발을 통해 기동력을 기대해볼만 했다. 그리고 정근우는 기대를 져버리지 않았다. 좌익선상에 떨어지는 2루타. 꺼져가던 희망이 다시 살아나는 순간이었다.
미국전에서 역전 투런포를 왼장 담장에 꽂았던 이대호와 추격을 뿌리치는 2루타를 날린 이승엽, 빠른 발로 내야를 휘저었던 이종욱과 이용규 그리고 선발투수 봉중근과 위력적인 투구로 상대 타자들을 압도했던 정대현과 김광현 등 기존의 중심선수들도 대견했지만 9회말에 대타로 나와서 분노의 2루타로 역전의 희망을 이어줬던 정근우와 혼심의 힘을 다하며 그라운드를 달렸던 이택근 등도 모두 칭찬할 만하다.
그리고 눈에 띄는 선수가 또 있다. 올림픽 첫승의 영예를 안은 윤석민이다. 9회초 5:6의 아슬아슬한 상황에서 무사 2-3루의 위기 속에 마운드에 올랐던 그는 첫타자를 삼진으로 잡아 한숨을 돌렸고 두번째 타자도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내야 플라이로 잡아냈다. 비록 2타점 적시타를 맞아 역전을 허용하기는 했지만 위기 상황에서도 초구를 스트라이크로 잡아내는 공격적인 투구로 결국 추가 실점만은 막아낼 수 있었다.
윤석민의 호투와 올림픽에서의 그의 첫승이 감격스러운 것은 우여곡절끝에 올림픽호에 막차를 탔던데 있다. 지난 7월 15일 발표되었던 국가대표 명단에서 윤석민은 제외되어 있었다. 팬들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선수교체는 없다고 여러번 강조하던 김경문 감독이었지만 결국 임태훈 대신 윤석민을 선택했고 그 선택이 옳았음을 보여준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첫경기를 마쳤을 뿐이지만 축구는 절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던데 반해 야구는 희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들의 질주가 계속되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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