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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리뷰  
난 내어머니를 위해 무엇을 하고있나 ...    2005/04/14 14:46 추천 0    스크랩  0
http://blog.chosun.com/unme/362494

 

향기로운 포토 에세이 '아버지의 바다'에서는 지독한 짠내가 난다. 먼바다로 부터 바람과 함께 실려오는 바닷내음이 그렇고, 걸어서 한 시간 남짓이면 가로지를 수 있는 작은 섬의 풍경이 그렇고  이제는 생명선에 몸을 의지해야 하는 눈먼 늙은 어부의 채취가 그렇다. 그리고 그러한 짠내는 쉬이 사라지지 않고 몸속 깊이 파고 들어 그리움이 되고 아픔이 된다.

 

선녀가 아름다운 경치에 반해 내려와 춤을 추었다는 전설을 간직한 작은 섬 선재도에는 4대째 섬을 지키고 있는 어부가 있다. 그는 그곳에서 눈먼 아버지와 그리고 남편몫과 아들몫까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다 해내는 어머니와 함께 작은 민박집 바다향기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그곳에 있게된 것을 형벌로 여기지 않는다. 도시의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다 아비의 실명을 접하고 다시 돌아오게 된 그는 절망을 딛고 어부로서의 삶을 시작하신 아비의 모습을 사진과 글로 남기면서 젊은 피를 잠재우고 갯벌로 뛰어든다. 달콤한 유혹과 환락으로 가득한 도시생활을 경험한 젊은이에게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그에게는 아비의 삶을 기록하고 오래 보존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믿고 있다. 생명을 나누어주신 부모님에게 자신의 삶을 조금이라도 되돌려드려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바다를 눈으로 볼 수 있던 시절에 그의 아비는 어부가 아니었다. 대장장이였고 목수였고 운전사였고 뻥튀기 아저씨였다. 그러나 그토록 지겹게 바라보던 바다를 눈으로 볼 수 없게 되었을때에야 그의 아비는  비로소 바다로 뛰어들었다. 집으로부터 10리나 떨어져 있는 어장으로 향하는 길을 지켜주는 것은 8㎞에 달하는 생명줄이었다. 눈먼이에게 바다로 향하는 길은 두려움의 대상일테지만 험한 고비를 여러차례 넘기며 이젠 이마에 닿는 햇볕과 두 뺨에 스치는 바람만으로도 집과 어장의 방향을 가늠하며 도중에 생명줄이 끊어져 있어도 갈고리를 휘둘러 끊어진 부분을 찾아 다시 이을 정도로 목숨을 담보로 얻은 지혜는 절실하고도 소중하다. 그의 아들은 그런 아비의 지혜를 이어받은 어부가 되기로 작정한다.

 

 

눈 먼 어부가 바다에서 건져올린 찬란한 희망이라 부를 수 있는 이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아버지의 바다'에서는 8년전 당뇨 합병증으로 눈을 잃은 아버지에 대한 애틋한 글과 사진들이 있고 2부 '바다 이야기'에서는 이제는 가족 그 이상의 존재가 되어버린 '바다'와 '향기', '소리'의 이야기가 있으며, 3부 '꿈꾸는 섬'에서는 서쪽 대부도 곁에 있는 작은 섬 선재도의 평화로운 모습이 있다.

 

그러나 냉철하게 돌아볼때 이책은 그다지 잘 만들어진 책은 아닐 것이다. 평면적으로 구성되어 있는 책의 편집과 다소 거친 호흡의 내용은 불만이 아닐 수 없다. 책의 내용 자체가 눈으로 읽는 책이 아니라 마음으로 보고 가슴으로 느끼는 책인데도 사진과 글은 그저 평범하게 나열되어 있다. 이로인해 애틋하게 다가온 감정은 갑자기 뚝 떨어져 반감되고 만다. 효과적인 편집과 더불어 내용을 좀 더 세련되게 손질한다면 깔끔한 에세이집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책의 내용은 POD(Publish on Demand) 수준이다. 고객의 주문에 맞게 책을 만들어주는 '맞춤 출판'처럼 일반인이 직접 작성한 콘텐츠를 책으로 제작하여 가까운 일가친지들과 나누는 정도의 책이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그간 무심했던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다는 것이다. 책을 덮고 눈을 감으면 내 어머니의 모습이 떠오르게 만들고 이내 늙고 병드신 어머니를 위해 난 무엇을 했는지 돌이켜보게 만드는 것이다. 바쁘다는 핑게로, 먹고살기 힘들다는 이유로 도리를 다하지 못했던 지난날들이 새삼 아픔으로 다가온다.

 

이 책의 지은이처럼 나에게도 내 어머니의 삶을 기록하고 오래 보존해야 할 의무가 있을 것이다. 그러한 의무는 이땅에 존재하는 모든 자식들에게 주어진 의무가 되어야 한다. 비록 모두가 거창한 출판까지는 할 수 없을지라도 말이다.

 

아버지의 바다 : 눈 먼 어부가 바다에서 건져올린 찬란한 희망!
김연용 글,사진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03년 06월
 

 

 

모든 걸 견뎌야지 어른이 될 수 있다고 아버지는 늘 말씀하십니다. 오늘도 어른이 되기 위해, 바다를 향해 첫발을 내딛습니다. (P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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