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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돌아왔다. 2001년 3월에 개봉해서 870만이라는 경이적인 관객들을 불러모으며 당시 '쉬리(1999년 621만)'가 가지고 있었던 역대 최다 관객 기록을 갈아치우는 기염을 토했던 '친구'가 주말밤 안방으로 돌아온 것이다. 그 시절의 장동건은 현빈이 되고 유오성은 김민준으로 바뀌었지만 기본적인 이야기 구조나 내용들은 이전과 그대로였다. 즉 새로운 '친구'가 아니라 예전에 극장에서 만났던 바로 그 '친구'가 드라마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그래도 그냥 '친구'라고 하기에는 미안했던지 '우리들의 전설'이라는 꼬리말을 붙여놓았다. '친구'는 친구이되 '추억으로 살아나 전설로 기억될 이름'이라는 의미에서다. "드라마를 통해 영화에서 미처 다 다루지 못한 진한 감동과 그리움의 추억을 끄집어 낸다'는 것이 드라마 '친구'에 대한 소개였다. 영화에 이어 드라마까지 연출을 맡은 곽경태 감독은 '연출의 변'을 통해서 "나는 영화 친구에서는 못다한 얘기가 너무 많다"며 "나와 친구들의 소중한 우정과 사랑의 메시지로 묘약을 만들어, 함께 즐기고자 하는 이들에게 맘껏 나눠 주며 다시 한번 행복해 질 것"을 다짐하고 있었다.
물론 이미 8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으니 추억이라 할만은 하다. 그리고 그때 그런 영화도 있었노라고 기억해줄 수도 있다. 하지만 8년이 지난 이시점에서 다시 '친구'가 안방에 돌아와야 하는 이유를 도무지 모르겠다. "니가 가라 하와이" 혹은 "마이 묵었다 아이가"로 대표되는 대사들이 감동적인 것도 아니고 장동건과 유오성이 펼치는 친구의 우정이 감격적인 것도 아니다. 교훈적이지도 않고 건전하지도 않다. 욕설이 난무하고 폭력으로 가득하며 보기에도 끔찍한 흉기가 여과없이 등장한다. 물론 모자이크로 가렸으니 여과처리는 했다고 말할지 몰라도 그야말로 눈가리고 아웅하는 수준이다.

그리고 으례 영화 '친구'가 그랬듯이 드라마 '친구'도 화끈했다. 잔인하게 사람을 죽이고도 비정하게 상대에게 전화를 걸어 죽기직전 마지막 호흡을 들려준다. 고등학교에서는 시도 때도 없이 패싸움이 벌어지고 각종 흉기와 둔기는 필수품목들이다. 그저 입에서 입으로 전해올것만 같은 무용담이 주말밤 안방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도대체 이 드라마는 누구를 위한 드라마란 말인가.
곽경택 감독에게는 '친구'를 '전설'이라 불러도 좋을 것이다. '억수탕'과 '닥터K'등 흥행에서 참패만 기록하던 감독이 대한민국 흥행역사를 바꾸어 놓았으니 그에게 있어 '친구'는 전설 그 이상의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는 '연출의 변'에서 "친구는 내 삶을 바꾼 영화다! 나를 무척 행복하게도 만들어 주었지만, 나를 무척 힘들게도 만들었다"며 "세상에 풀어 놓았어야 할 수 많은 얘기들이 기회만 있으면 내 머리 속을 박차고 나오려고 법석을 떨던 것을, 이제야 소리와 영상으로 해방시킬 수 있을 것 같은 안도감에서 출발한다"고 했다. "그래서 기분이 좋다"는 말도 덧붙였다.

하지만 대한민국 국민 중에서 영화 '친구'를 전설로 기억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아니 영화를 본 870만 관객 중에서 이 영화를 드라마로 다시 보고싶어하는 사람은 또 얼마나 될까? 그리고 2009년에 다시 찾아온 드라마 '친구'를 보면서 반가워할 사람은 도대체 얼마나 될까? 더구나 "설마 영화처럼 심하기야 하겠어?"라며 '친구'를 보던 시청자들이 욕설과 폭력이 난무하는데 그치지 않고 살인과 유혈이 낭자하는 장면을 보고 불쾌해 하지는 않았을까?
결론적으로 '친구'는 오지 말았어야 했다. 그토록 다시 오고 싶었다면 케이블 채널을 통해서 돌아와야 했다. 즉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이다. 원작과 전혀 다른 '외인구단'을 보는 불쾌감이 이제는 원작과 너무 똑같은 '친구'를 보는 불쾌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MBC는 주말밤을 포기하려고 작정이라도한 것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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