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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야.
몹시 덥네요.
서울에 첫 폭염경보가 내렸던 어제(1일)는
야근하고 퇴근하느라 회사를 나서는데,
밤인데도 한증탕에 들어간 듯 해서
다시 회사로 돌아갈까 잠시 고민했습니다.
집이 시원한 편이긴 한데 에어컨이 없으니
요즘같은 때는 에어컨 있는 곳이 천국같더군요.
작년 여름은 비가 많이 와서 시원하게 보냈는데
올 여름은 왜 이렇게 더운지요.
학교 후배가 홈페이지에 이런 구절을 올려놓았더군요.
세시의 거리는 뜨거웠고 네시엔 더 뜨거워졌다. 4월의 먼지는 태양을 그물로 잡아두었다가 영겁과도 같은 오후마다 되풀이되는 낡은 농담거리 삼아 다시 세상에 퍼트릴 기세였다. 하지만 네시 반이 되면 고요의 첫번째 층이 드리워지고, 차양과 잎사귀 무성한 나무들 아래로는 그림자가 길어졌다. 이런 열기 속에서는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았다. 인생은 모두 날씨였다. 세상 어떤 일도 아무런 의미없는 뜨거움을 거쳐, 지친 이마에 손을 갖다대는 여인의 손처럼 부드럽고 위안이 되는 서늘함이 도래하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 [젤리빈, 스콧 피츠제럴드]
저는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를 좋아하지만,
그의 작품은 '위대한 개츠비'와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외에는 읽어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 구절을 보자 '젤리빈'이 읽고 싶어지더군요.
인터넷을 뒤져보니 '젊은이들의 방황과 무절제함'에 대한 이야기라는군요.

스콧 피츠제럴드와 그 부인 젤다 피츠제럴드.
최근에 국내 개봉한 우디 알렌의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에도 이 커플이 나옵니다.

톰 히들스턴과 알리슨 필이 스콧과 젤다 역을 맡았는데,
닮지 않았나요?
무척이나 지적인 영화입니다만,
그다지 지적이지 않은 저는 중간에 잠깐 졸았습니다.
파리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인 것만은 분명하더군요.
어쨌든.
폭염에 시달리며 '젤리빈'의 저 구절을 몇 번이나 반복해 읽었습니다.
아름다운 문장이었어요.
'인생은 모두 날씨였다'는 문장, 그리고
'지친 이마에 손을 갖다대는 여인의 손처럼 부드럽고 위안이 되는 서늘함'이라는 구절.
정말이지 누군가 이마에 서늘한 손을 대주길 바라게 되는 날씨 아닙니까.
원문이 궁금해 찾아보았더니 다음과 같더군요.
The street was hot at three and hotter still at four, the April dust seeming to enmesh the sun and give it forth again as a world-old joke forever played on an eternity of afternoons. But at half past four a first layer of quiet fell and the shades lengthened under the awnings and heavy foliaged trees. In this heat nothing mattered. All life was weather, a waiting through the hot where events had no significance for the cool that was soft and caressing like a woman's hand on a tired forehead. -"The Jelly-Bean", F. Scott Fitzgerald
네, 'All life was weather'.
후배가 어느 출판사 책을 읽었는지 모르겠지만,
원문 못지 않게 번역도 훌륭한 것 같아요.
낮 기온 35도, 기록적인 폭염이 서울을 덮친 어제(1일)는 아시아프 개막식이 있었습니다.
회사의 행사에 충실해야하는 건 회사원의 의무입니다만,
기자 입장에서는 회사 행사 기사를 쓴다는 건 어쩐지 낯뜨겁습니다.
여러 번 반복되는 행사 기사에는 '틀'이 생기는데,
그 '틀'이라는 것이 오랜 시간을 거쳐 담당자들이 찾아낸 최선의 합의점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난 새로움을 찾아내기도 쉽지 않아요.
최대한 다르게 쓰려고 노력하지만,
가 보면 현장은 비슷하고....
기록적인 물폭탄이 서울을 강타했던 작년엔,
'물폭탄도 아시아프의 열기를 꺾지 못했다'라고 첫날 스케치를 했는데,
기록적인 폭염이 서울을 휩쌌던 어젠,
'폭염도 아시아프를 가로막지 못했다'라고 쓰고 있는 저 자신을 보니 웃음이 나더군요.
그리고 다시 피츠제럴드의 문장을 떠올렸습니다.
'All life was weather'
인생은 모두 날씨, 맞는 것 같아요.
어쨌든 현장 스케치는 해야겠고,
이 폭염에도 불구,
일찍 와서 줄 선 분들 사연을 들어보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찌는 날씨에 잔뜩 곤두선 관람객들 붙들고
"왜 이렇게 더운데 세워놓냐" "물이라도 줘야하는 거 아니냐" 등등등
갖가지 항의를 들어가며 물어본 이야기들이
작년과 별다른 게 없으니 맥이 탁 빠지더군요.
그나마 일착으로 와주신 분들이 외교통상부 직원들이라
작년과는 그나마 다른 이야기를 쓸 수 있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작년엔 초보 컬렉터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아시아프 행사장에 초보 컬렉터는 매년 있으니까요.
그래도 제가 운이 없진 않은 모양이라고 생각하면서
쓴 기사입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8/01/2012080103108.html
네, 결국
'인생은 모두 날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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