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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쩜, 지는 빛이 저리도 곱다더냐. ”
“아깝다 아까워. 이제 얼마 지나면 한 해 뒤에나 볼 수 있을 텐데…. ”
산 허릿길에서 삐져나온 어풍대(御風臺)에 앉은 중년의 여인들은 자리를 뜰 줄 모른다. 온통 기암절벽으로 둘러싸인 산은 아직도 가을빛이 곱기만 하다. 파스텔 톤이란 이런 빛깔을 일컫는 것일 게다. 그래서 아낙네들 뒤편의 남정네들도 그 은은한 분위기가 혹 깨질세라 숨죽이고 있는 것일 게다.
그 기암절벽 돌병풍 안에 산사 청량사(淸凉寺)가 있다. 도인들의 거처 같은 그 절집에 바람이 일자 처마끝 풍경이 댕그랑거리고, 뒤이어 맑디맑은 목탁소리가 흘러나온다. 그러곤 스님의 염불소리가 어우러져 산안개 끼 듯 산을 에워싼다.
절 뒤는 온통 바위벼랑. 파고들 틈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바위 사이로, 암봉 사이로 길이 열려 있다. 그런 길 따라 신라 명필이 10년간 머물며 수련을 쌓았다는 김생굴을 거치고 오작교를 건너 자소봉(845m·일명 보살봉)에 올라 산 아래를 내려다본 다음, 산봉을 넘고 넘어 최고봉 장인봉(의상봉)까지 다가서는 사이에, 만추에 젖어든 선계를 훨훨 날아다니는 기분이었다.
‘6·6봉(峰), 12대(臺), 3굴(屈)’로 표현되는 바위산인 봉화 청량산(淸凉山)처럼 산 안팎으로 절승인 산은 정말 희귀하다. 최고봉 장인봉 높이래봤자 해발 870.4m이고, 맞은편의 축융봉(祝融峰·845.2m) 남쪽 안동땅까지 합친 도립공원 총면적이 48.76㎢에 불과하며, 암봉이 밀집해 있는 면적만 따진다면 그 10분의 1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오지 중의 오지라는 봉화에서도 가장 후미진 곳에 있으면서도 신라 명필 김생을 비롯해 최치원, 이황, 주세붕 등 걸출한 인물들이 이 산을 탐했고, 고려 공민왕까지도 홍건적의 난을 핑계 삼아 굳이 이 산 안으로 들어섰던 것이다. 한필석 월간산 기자 (블로그)pshan.chosun.com
◈ 코스 가이드
산행 코스는 단순하고, 짤막하다. 내청량 중심의 자소봉을 목표 삼아 어느 길을 따르든 세 시간 안팎이면 원점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 산행 기점은 청량폭포, 모정, 입석. 그중 맨 위쪽의 입석이 가장 많이 이용된다. 모정~청량사 길은 급경사 콘크리트길이므로 등로보다는 하산로로 적당하다. 단, 어느 코스를 따르든 스님들이 ‘구름으로 산문을 지은 청정도량’이라 자랑하는 청량사를 끼워 넣도록 한다.
11월 1일부터 내년 5월 31일까지는 건조기 산불예방기간이지만, 주 등산로인 입석~응진전~금탑봉~김생굴~자소봉(2.4km), 입석~경일봉~자소봉(3.1km), 자소봉~탁필봉~연적봉~뒤실고개~청량사~모정(2.6km) 코스는 열어놓는다. 따라서 최정상인 장인봉 산행 외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청량산 도립공원 입장료 어른 800원, 청소년 600원, 어린이 300원. bonghwa.go.kr/cheongryang, (054)679-6321~2.
최고 인기를 누리는 입석~자소봉~청량사 코스=청량산만의 독특하고 신비감 넘치는 산세와 더불어 어풍대와 김생굴 같은 산 안의 명소와 연꽃 속에 자리잡은 듯한 절집들을 탐방할 수 있는 코스다. 청량산 최고의 조망대로 꼽히는 어풍대를 지나 청량사로 내려서지 말고, 신라 명필 김생이 10년간 수련했다는 김생굴을 거쳐 내청량 주봉 격인 자소봉에 올라 조망을 즐긴다. 그 후 탁필봉과 연적봉을 지나 뒤실고개에서 청량사로 내려서도록 한다. 약 3시간 소요.
스릴 넘치는 경일봉~자소봉 바윗길=탐승과 더불어 암릉산행을 즐길 수 있는 코스다. 입석~자소봉 코스를 따르다 김생굴 직전 갈림목에서 오른쪽 길을 따르면 금탑봉 북쪽 안부로 올라선다. 여기서 왼쪽(북쪽) 능선길을 따르면 경일봉과 841m봉을 거쳐 자소봉 철계단 아래로 내려선다. 가파르고 중간중간 절벽이 나타나 긴장감을 주지만 위험 구간에는 철계단이나 굵은 밧줄이 설치돼 있다. 김생굴~자소봉 코스에 비해 1시간쯤 더 잡으면 넉넉하다.
응진전~청량사~모정 허릿길 사색 코스=산 허릿 길이지만, 청량산 탐승에 부족함이 없는 코스다. ‘바람이 소리를 만나면’이란 간판이 붙어 있는 안심당(安心堂)에서 차 한 잔 마시며 늦가을 정취를 만끽한 다음 입석으로 돌아와도 2시간이면 넉넉하다.
# 대중교통
청량사 버스종점인 집단시설지구(도립공원 관리소)에서 모정까지는 2km, 모정에서 입석까지는 800m 거리다.
●봉화→청량사:시외버스터미널에서 1일 4회(06:20, 09:20, 13:30, 17:40) 출발. 청량사 출발시각은 07:00, 10:00, 14:30, 18:20. 40분 소요. 요금 2830원. 봉화터미널 (054)673-4400.
●안동→청량사:시외버스터미널 부근 교보생명 버스정류장에서 67번 청량사행 버스가 1일 6회(05:50, 08:50, 10:00, 11:50, 14:50, 17:50) 출발. 청량사 출발 시각은 07:00, 10:20, 11:50, 13:20, 16:20, 18:50. 1시간 소요, 요금 1540원. 경안여객 (054)821-4071~2.
# 드라이브 코스
영주 서쪽 방면은 중앙고속도로 풍기나 영주IC에서 빠져나와 36번 국도를 따라 4km쯤 동진하다 918번 지방도로로 바꿔 타고 봉성면을 거쳐 명호면까지 간다. 이후 35번 국도를 타고 낙동강을 따라 11km쯤 내려가면 강 건너편에 청량사 들머리가 보인다. 안동 남쪽에서는 중앙고속도로 남(서)안동 IC에서 빠져나와 안동시를 관통한 다음 35번 국도를 타고 도산면을 거쳐 진입한다.
# 먹거리
봉화읍에서 청량산 방향으로 약 10km 떨어진 봉성면소재지는 돼지고기 요리로 이름난 마을이다. 양념구이(한판 1만2000원)도 맛있지만, 식당 주인들은 대개 솔잎을 깐 석쇠에 숯불로 구워낸 소금구이(한판 1만원)를 추천한다. 갖은 야채와 구수한 된장찌개가 곁들여 나온다. 청봉숯불구이 (054)672-1116.
<그래픽> 봉화군 청량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