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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중계 위에 서는 여자    2009/11/07 11:37 추천 4    스크랩  0
http://blog.chosun.com/laviesarang/4301558

klimt55.jpg

 

 

체중계 위에 서는 여자

 

 

바다가 보이는 산과병동 흰 시트 위에 누워있는 여자는

아직도 굴참나무 숲에 서 있다.

 

반질반질한 갈색 껍질이 터진 틈새로 비치던 도토리의 연초록빛 살을

들여다보던 손바닥.

 

두 손바닥으로 아랫배를 쓰다듬고 있는 여자의 아름다움은

이른 봄 숲처럼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기 시작한다.

 

이때 여자의 손길은 신이 최초로 진흙을 주무르던 때같이 눈부시다.

 

어릴 때 만지고 놀던 진흙의 찰기와 미끄러움이 되살아난다.

 

여인의 입가에 미소의 여울이 흐르기 시작하는 것도 이때다.

 

 

Klimt_MOMA_Hope_II-a.jpg

 

 

어미의 적혈구가 물길을 따라 흐르는 것이 보이는 반투명 덩굴을 몸에 두르고

양수의 바다에서 물고기처럼 지느러미를 놀리는

어린 목숨이 움켜잡을 주어는 어미와 다른 '나'다

 

내 몸의 일부이면서 내가 다스릴 수 없는 타자의 몸.

 

목숨은 아름다운 모순에서 시작한다.

 

원생동물에서 사람에 이르는 아득한 모순의 나무 잔가지 끝.

 

한 그루 나무가 꽃과 잎을 무너지고 다시 차는 달의 리듬에 맞추어

펴고 지워온 멀고 먼 길 끝 벼랑에 서 있는 여자.

 

 

Klimt-Le-tre-et--della-donna-4084.jpg

 

 

아침 햇살처럼 흘러내리는 임신복을 걸치고 여자는 체중계 위에 올라선다.

 

가볍게 발꿈치를 드는 것은 어제와 같다.

 

체중계 바늘이 한동안 전율하는 것이 어느 날 느닷없이

배 속 캄캄한 항아리 안으로 뛰어들어온 격렬하고도 눈부신

울음소리의 무게 때문이란 사실을 확인하고 싶은 것이다.

 

 

 

 

허만하

(1932 - )

 

' 물은 목마름 쪽으로 흐른다' / 2002 / 솔

 

 

klimt_mother_child.jpg

 

 

 

 

klimt-

 

 PAINTINGS BY GUSTAV KLIMT (1862-1918)

 

1. Farmhouse with birch trees / 1903

2. Hope II /1907-8

3. The Three Ages of Woman (부분)/ 1905

4.Island in the Attersee /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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