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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oBos'를 아시나요? >
'BoBos'는 '부르조아'와 '보헤미안'을 합친 용어다. 넥타이를 매고 비즈니스를 하는 ‘부르조아’와 미적 가치를 추구하면서 자유로운 생활을 하는 ‘보헤미안’이 합쳐졌다. 그래서 ‘BoBos'라는 말이 나왔다. 새로운 상류 계층의 자유로운 엘리트 집단이다.
'BoBos'는 읽을 만한 책이다. 번역된 책은 보통 설익은 언어와 엉성한 문장이 눈에 거슬려서 한 페이지를 끝까지 읽어내기가 어려운데, 이 책은 새로운 개념을 재미있게 제시하면서 풍부한 예와 유머로 독자를 끌어들이는 흡인력이 있다. 모든 베스트셀러에는 강한 흡인력이 있게 마련이다. 베스트셀러가 꼭 좋은 책은 아니라고들 항변하지만, 베스트셀러가 되는 데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 좋은 책은 소재가 문제가 아니다. 지루한 우리 문화재를 소재로 한 유홍준 교수의 ‘우리 문화 유산 답사기’가 100만권 이상 팔릴지 누가 알았을까? 딱딱한 공학 쪽에 더 가깝다고 생각하기 쉬운 ‘건축’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쓴 서현씨의 ‘건축,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다’나 ‘그대가 본 이 거리를 말하라’는 아름다운 책이다. 좋은 소재가 나타나야 명화를 그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떤 소재라도 그것을 아름답게 그릴 수 있는 창의력이 관건인 것이다.
‘BoBos'는 새로운 변화를 잘 짚어준다. 특히 ’지식인‘ 부분이 재미있다. 지식인이 ’지적 거인‘이 되기 위해서는 신문에 칼럼도 쓰고 TV에도 출연한다. 책을 계속 써서 패널리스트로 나가고, 자리가 잡히면 강연 여행도 다닌다. 지적인 부분, 학자로서의 전문성을 갖춘 다음에는 대중성을 통해서 ’지적 거인‘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전문 분야를 정할 때 희소성의 가치와 대중성을 적절히 살릴 수 있는 접점을 찾아야 한다. 전문분야가 ’동서간의 자본 이동‘이라면 외국에 나가서 하루 400달러짜리 호텔에 묵겠지만, 전문분야가 금융을 끌어들이지 못 하는 부분이라면 회의에 나가도 주위에 너저분한 손톱과 헝클어진 머리를 한 사람들로 가득할 것이란다.
회의에서는 사교적으로 소외되어 있다는 것을 남들에게 눈치채여서는 절대 안 된다. 회의는 자신의 가치를 확인하는 주식거래소다. 회의에서는 패널리스트가 아니면 어린 양일 뿐이다. 패널리스트로 나선 사자들끼리만 어울리는 것을 몸으로 체험하게 된다. 회의에서는 자신의 주가를 확인하면서 사람들과 어울리고 껄껄 웃으면서, 자신이 관심 있는 것은 오로지 담화 장소에 서서 새우를 먹을 때 소스를 입가에 묻히지 않는 것이라는 인상을 주어야 한다.
총장이나 장관 등 높은 자리에 오른 고수들은 지루하게 말할 권리가 있다. 이것은 ‘상급 기관’ 스타일이다. 그런데, 막 떠오르는 지식인이 마치 자신에게 지루할 권리가 있다는 듯이 이야기하면 곤란하다...
책을 쓸 때는 반드시 세 가지의 박자를 맞추어야 한다. 출판사, 제목, 그리고 대중들에게 한 문장으로 요약될 수 있는 포인트가 필요하다. 칼럼을 쓸 때는 성당의 건물처럼 육중하면서도 가벼워야 한다. 처음 두 문단에서는 전체의 정경을 보여주면서 보는 이를 압도하고, 중반부에서는 아름다움을 제시하면서도 이곳 저곳을 세심히 보여주고, 마지막으로 정점에 이른다.
그렇게 해서 정상에 오르더라도 지식인에게는 지위와 소득의 불일치 (Status-Income Disequilibrium)가 일어난다. 낮에는 세미나 참석이나 TV 출연 등으로 상류계층에 머물다가도 밤에 집으로 돌아오면 변기를 스스로 고쳐야 하는 현실에 직면한다. 지위에 걸맞는 소득이 없기 때문이다. 한편 금융 등으로 돈을 번 사람들은 소득과 지위의 불일치 (Income-Status Disequilibrium)를 느끼기 때문에, 자신이 모든 경비를 대고서라도 지식인들을 포함한 자리를 만들고 싶어 한다. 상류사회의 밑바닥 계층, 지위와 소득의 불일치 (Status-Income Disequilibrium), 소득과 지위의 불일치 (Income-Status Disequilibrium), 한 문장으로 요약되는 책의 포인트... 언어를 만들어내는 감각이 뛰어나다.
우리나라에서도 저널리스트 중에 이렇게 스타가 나와야 하는데... 책 중에서 “블루 칼라 언론인들은 폭음을 한다”는 구절이 나오는데, 술을 마시면서 조직에 순응하고 기존 시스템에 적응하느라 자기 계발이나 스타탄생은 꿈도 꾸지 못 하는 우리 언론사의 기자들을 떠올리게 했다. 이 책은 저널리스트로서 어깨에 힘을 주고 쓴 사회비판서가 아니다. 논쟁적이지 않고 설명적이다. 많은 사람들이 경험은 하고 있지만, 요점정리가 안 되던 부분들을 일목요연하게 짚어내는 관찰력은 어느 사회학자 못지 않다. 스스로 Comic sociology라고 언급했지만, 그건 겸손일 뿐 어떤 사회학자도 못 해낸 일이다.
좋은 책이란 정보와 재미를 다 줄 수 있어야 한다. 정보 전달에 급급해서 맥을 짚지 못 한다거나, 자신이 공부 많이 했다는 티를 내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인 것처럼 보이거나, 재미는 있는데 얄팍해서 천박하게까지 보인다거나, 책 내용으로 승부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알려진 이름과 얼굴에 기대서 기본 부수라도 팔아볼까 한다거나, 기본적으로 글이 무디다거나 하는 책들은 눈에 뻔히 보이고, 보기에 퍽이나 민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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