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는 시댁 동기간들 점심 대접하기로 예약해 놓았으니 나가야 했다. 그 식당에서 별로 맛있게 먹은 기억은 없지만 미국 갔다온 시숙내외와 막내 시누이는 우리 동네로 이사했으니 핑계가 이리저리해서 그냥 제일 못사는 우리가 점심 대접하는 꼴이다. 언제나 빈수레는 요란하다.
날씨가 멀쩡하더니 일기예보대로 비가 쏟아 졌다. 차를 타고 가는데 와이퍼 움직이는 소리가 크게 난다. 신경질이 슬슬 나는게 소음을 통 못참겠다. 습관대로 지레짐작 스트레스라니 쯧쯧.. 제일 먼저 도착해보니 투 타임으로 하는 식당답게 사람들이 많다. 뭐 맛있다고 오는지 싶어 진다. 중국 장식품들로 꽉채운 식당 분위기가 여간 조잡하지 않다. 각양각색의 국화에 조화까지. 그래도 이 식당이 시댁식구들과 단골인셈이다. 조금 기다리니 기사대동하고 그들이 비엠베 두대에서 내린다.
기다리는 동안 미국갔다온 맏동서는 아울렛 갔다온 이야기부터 한다. 다이어 두른 엄지 손톱 보다 큰 에메럴드 반지가 늙어 주름진 마디굵은 손가락 위에서 번쩍인다. 아울렛에서 칠천불하는 악어백 사려다 색깔이 맘에 안들어 말았다고 했다. 내가 '형님은 에르메스 벌킨을 사야지 무슨 아울렛이냐'고 해줬다. 그랬더니 시누이와 이구동성으로 비싸서 못산다고 했다. 그럼 콜롬보나 사셔야지 하니까 시누이가 손바닥 만한 자기 백을 콜롬보에서 오백 주었다는 말을 한다. 비싸고 구질맞기 짝이 없는 표티나는 레오날드를 보란듯이 교복처럼 나란히 입고 나온게 웃긴다.
시누이가 밥먹으며 친한척을 한다. 이사오는날 떡 해가고 자기남편 돌봐준걸 금방 나타내는 얄팍한 심사. 뭐 그래도 싫진 않다. 그사이 자기 오빠인 남편 흉좀 나도 보았다. 말귀 잘못알아듣고 동문서답하는 태도를 말이다. 퓨전 입네 하면서 그렇고 그런 메뉴를 많이도 내온다. 술없다는 타박을 시누이 남편이 한다. 주는대로 맛보다 많이도 먹었다. 명색이 우리가 초대한 자리에 궂이 자기네가 밥값 낸다는걸 성질급한 남편이 얼른 계산 했다.
차 벤츠 신형으로 바꾼다는데 오년지나면 수리비가 엄청 나다고? 왜 자기가 걱정이야. 돈 걱정하는 사람들이 벤츠 사겠어 별꼴이다 영감!
미국갔다온 시숙은 며느리 흉보느라고 여념이 없는데 귀어두운 맏동서가 못듣기 망정이지 알아 들었다면 그 성질에 줏어담느라고 땀께나 흘릴뻔 했다. 아마 며늘애가 막가자고 덤비는 모양인데 세상참 그런거 보면 공평한건가. 그리고는 보청기 값이 천만원짜리가 좋다는 얘길 하는데 시숙이란 양반은 한쪽에 오백이라는데 무슨 천만원이냐고 했다. 노인들 하고 돈 쓰며 시간보내는거 한심하긴하다. 11월 첫날부터 시댁 얘기만 나오면 삐딱선을 타게 되는 나. 언제 철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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