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년 전 관객들에게 시각적인 설레임과 충격을 동시에 선사했던 변신 로봇 영화 ‘트랜스포머’. 집에서 마구 굴러다니던 중고 자동차가 알고 보니 외계 전사 로봇이었다는 구조 자체 만으로도 상상력을 자극시켰던 그 영화가 다시 돌아왔다.
1편에 이어 2편의 스토리 구조는 여전히 허약하지만, 정말 아무 생각 없이 2시간을 즐기기엔 이보다 더 시원한 시각적인 즐거움은 찾기 힘들 것 같다.
무엇보다 어깨 튼실하고 허리 잘록한 S라인 로봇의 등장은 마치 헬스클럽에서 막 뛰다 나온 트레이너 같이 섹시하고 섹시했다는 것. 남자 주인공을 왜 그리 연약해 보이고, 말마따나 옆집 소년 같은 이미지로 골랐는지 수긍이 간다. 남자 주인공이 최소한 크리스챤 베일이나 휴 잭맨 같은 말근육의 소유자들이라면 로봇 못지 않게, 남자 주인공의 연기(혹은 몸매?)에 시선이 더 갔을 법 하니까 말이다.
어찌 됐든, ‘쉬~익 쉬~익’ ‘찌리링’ ‘쿵’ ‘지이잉 철컥’ 등 영화 속 자동차의 변신 소리만 들려도 박수를 치고는 크레딧이 내려간 뒤 그 감동에 눈물을 흘렸다는 관객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으니, 2편에 그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 지 다시 궁금해지는 중이다. 그 중에서 가장 심각한 경우는 그야말로 ‘트랜스포머 음모론’에 충실한 반응을 보인 팬들이었다.
말하자면 이런 거다. 주변의 사물을 보면서 ‘이것도 트랜스포머 아닐까?’하는, 그런 반응들이 떠밀려 온다는 것. 영화 속에서 자동차뿐만 아니라 주방 기기까지 변신을 하다보니 집에서 쓰는 전자 레인지와 믹서기 등등도 심심하면 변신해서 집을 어지러뜨리는 게 아닐까 하는 그런 생각들이다.
혼자 몇 년 간 살고 있던 한 친구는, 물론 트랜스포머에 완전히 빠져 있던 그 여인은, 어느 날 아침 일어나보니 전날과는 달리 주방 집기들 위치가 달라지고, 좀 더 지저분해진 것 같은 생각에 ‘우리 집에 혹시 트랜스포머가?’라고 심각하게 고민하기도 했다고 한다. 주변인들은 그 얘기에 “네가 술 취해 들어와 지저분하게 해 놓고 기억 못하는 거 아냐?”고 단번에 일축해 버렸지만 말이다.
트랜스포머에 너무 꽂히다 보면 이런 일도 있다. 때는 2년 전 트랜스포머의 등장으로 극장가가 시끄럽던 여름. 장소는 멀리 멀리 바다 건너 미국 뉴욕. 갓 유학 온 A양은 흔히 남자들만 좋아한다고 여겨지던 피규어 모으기를 취미로 가진 여인이었다. 어릴 적 매일 빠져 지냈던 만화 트랜스포머가 영화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에 며칠 밤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드디어 찾아 간 영화관. ‘쥐이이잉’ 하는 소리와 함께 범블비가 등장하자 그녀는 절로 모르게 ‘와아!’하면서 커다란 박수를 쳤다. 너무 집중한 나머지 박수를 심하게 크게 쳐 다른 관객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까 걱정했건만, 그럴 필요 조차 없었다. 그녀의 반응은 다른 관객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었으니까. 기립 박수를 치는 사람이 상당수였고, 바닥을 발로 쿵쿵 치며 주인공마냥 “범블비~!”를 외치는 사람도 꽤나 됐다.
게다가 어릴 적 향수 때문인지 꼬맹이들에게 그런 반응이 오는 게 아니라 20~30대 알 거 다 알 것 같은 젊은이들처럼 보였다는 거다. 그 즐거움에 극장을 3번이나 방문한 A양. 너무나 푹 빠진 나머지 뉴욕의 택시들이 다 트랜스포머로 보였던 그런 순간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어느 날 지나던 빌딩 근처에서 자욱한 연기가 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경비 아저씨는 “이런 젠장. 뛰어 뛰어요. 피해!”라며 소리쳤고, 우르르 달려나가는 사람들 틈에 끼어 A양 역시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폭발했다. 폭발이요!”이미 9.11 테러를 겪은 적이 있는 뉴요커들 아닌가. 갓 유학 온 그녀였지만 남들 못지 않게 신속함을 보이며 대피한 뒤 근처 전화기를 찾았다.
아는 선배에게 전화를 건 A양. 그녀의 대화는 이랬다. “언니, 지금 뉴욕에 폭발사건 있대. 어디 한 줄 뉴스라도 난 거 없어? 테러라든지. 뭐 있잖아. 뉴욕 타임즈 홈페이지 좀 열어 봐 주세요. 뉴스 뜨지 않았어?” 사람들이 뭐라고 떠드는지 좀 알아보라는 선배의 말에 A양은 이렇게 대답했다. “언니! 사람들이 ‘트랜스포머가 익스플로디드’됐다. 트랜스포머가 폭발했다는 거야. 언니 진짜 그 트랜스포머가 있나 봐! 영화에서 나오는 그 있잖아. 옵티머스랑 범블비. 국방성에서 그런 실험 실제로 한 거 아냐?”
10초 간의 침묵이 흐르고, 그녀는 선배의 말이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야! 그 트랜스포머가 그 트랜스포머가 아니지!!!! 너 지금 무슨 생각 하는 거야. 트랜스포머 몰라? 변압기 잖아. 변압기가 터졌다고 사람들이 도망간 거야. 아하하하하하!” 잠시 ‘트랜스포머 음모론’에 빠졌던 A양. 창피함에 붉어진 얼굴은 뉴욕을 뒤덮는 노을보다 더 붉었으니 누굴 탓하랴. 영어가 짧은 본인을 탓할 수 밖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