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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KIM의 문화교육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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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KIM (doc119)
6-7년간 동남아를 떠돌다 돌아왔습니다. 교민사회는 한국사회의 축소판입니다. 컨설팅을 하며 경험했던 일들과 돌아와 다시 국내에서 느끼는 얘기를 미숙한 필력으로나마 소개할까 합니다. 개인홈페이지 : www.syki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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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꿈은 무엇인가요    2009/11/05 10:56 추천 7    스크랩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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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다섯시에 잠에서 깼습니다.
예전 같으면 화장실에 다녀와서 후반전에 들어갈텐데 요즘은 미련없이 후반전을 포기하고 집을 나섭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첫 추위의 매서움은 올해도 변함이 없습니다.
캄캄한 초겨울 새벽의 하늘에는 보름달에서 조금 이그러진 달이 휘영청합니다.
차량도 인적도 뜸한 길을 달려 차를 주차시키고 다시 버스로 갈아타기 위해 정류장으로 향했습니다.
건널목 근처에 있는 새벽 인력시장에는 오늘도 30여명쯤 서성이고 있었습니다.
속칭 노가다라는 일용직 근로자들입니다.
날이 추운 탓에 장작불에 몸을 녹이는 그들중에는 한눈에 봐도 20-30대의 젊은 나이에 지적 용모까지 풍기는 얼굴들이 적지 않습니다.



문득 지난해 친구의 상가에서 만난 중학교 동창 녀석이 떠올랐습니다.
사실 그와 나는 동창이긴 해도 같은 반을 한 적도 없고 같은 동네도 아니라 그저 무늬만 동창인 셈인데 어쩐지 녀석에게는 막연히 호감을 느끼고 있던 친구였지요.
아마 그나 나나 초식인간들의 본능 때문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녀석의 복장을 보니 상가집과도 거리가 먼 작업복 차림이었습니다.
명문고와 대학을 나와 언론사에 근무하고 있다고 알고 있었는데 말입니다.

길게는 30년도 넘어 만난 친구놈들은 상가집을 핑계로 동창회가 열린 듯 소란했습니다.
한동안 추억담에 젖어 모두들 과거의 무용담을 늘어놓는데 녀석은 구석자리에서 앉아 한마디 말없이 예전에 보았던 그 사람 좋은 미소만 짓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추억담이 시들해지고 대화가 현실로 돌아오자 서서히 삼삼오오 편이 갈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대기업 임원을 하고 있는 친구, 교수, 공무원 그리고 장사를 하는 친구들 모두 대화의 주제가 갈라지더란 말입니다.

소란스러움이 불편하여 담배를 피우러 나가자 녀석이 따라 나왔습니다.
담배 불을 붙여주고는 멋쩍게 있기가 어색해 요즘 뭐하고 지내느냐고 묻자 녀석은 착하고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습니다.
“노가다 하고 있어”
너무 의외의 말에 나는 잠시 할 말을 잊었습니다.
그렇다고 ‘임마 장난치지 말아’라고 하기에는 너무 진지해 보였고 그간의 사정을 묻기도 조심스러웠습니다.
잠시 침묵이 흐르자 녀석은 스스로 간단히 그간의 일을 남 얘기하듯 들려 주었습니다.
신문사를 다니다 나와 선배와 같이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숟가락 하나 남김없이 말아먹고 결국 노가다로 나서게 된 사연을.
그의 얘기를 듣는 동안 어떻게 장단을 맞춰야 할까를 고민했지만 아무리 생각을 해도 마땅한 말이 떠오르질 않았습니다.

사실 노가다라고 해서 비하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결코 권장할만한 일도 아니지 않습니까.
어릴 적 제 주위 대부분의 친척이나 이웃 어른들이 일용직이었습니다. 그래서 '비오는 날은 공치는 날'이라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친구집에 놀러가기 위해 비가 오지 않는 날을 기다리곤 했습니다.
비오는 날이면 아빠들은 대낮부터 술에 취해있거나 짜증을 부리기 십상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우리들은 어른이 되면 노가다가 돼지는 말자고 다짐을 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회사를 그만두고 내 사업을 하면서 손님 한명,한명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나 자신을 발견했을때 나 역시 일용직에 다름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노가다도 비만 오지 않는 다면 하루하루가 행복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며 삶의 무차별성에 겸손해지지 않을수 없었습니다.
즉 노가다가 됐든 월급쟁이가 됐든 아니면 대기업 CEO가 됐든 하루의 무게는 크게 다를 바가 없다는 것.
다만 차이가 있다면 희비(喜悲)의 주기(週期) 다시말해 꿈과 희망의 차이만 있을 뿐이라는 거지요.

'꿈! 희망!'

그렇다고 녀석에게 꿈을 잃지 말라고 하기에는 왠지 간지러워 말없이 담배를 피우며 허공만 바라볼 뿐 이었습니다.
다시 안으로 들어가자는 내게 녀석은 '다음에 보자'며 혼자 컴컴한 도로를 내려갔습니다.

이제 버스는 고속도로를 지나 한남대교를 막힘없이 시원스레 건너갑니다.
차창 왼편으로 보이는 보광동 달동네위로 새벽달이 마지막 숨을 고르고 있습니다.
차차 어둠이 걷히며 오늘 해가 떠오를 모양입니다.
기우는 달이 묻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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