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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무덤  
고양이 무덤 12. 구멍가게 (허준호,김명민,고은미,김영호)    2009/11/04 10:25 추천 2    스크랩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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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_허준호_고은미_김영호.jpg

 (가상 캐스팅: 허준호,김명민,고은미,김영호)

 

12_코냑_고은미.jpg

 

 

12. 구멍가게

 

이형사와 홍형사가 고향식당으로 들어왔다. 한적한 시골동네인데도 손님들이 꽤 많다. 이형사가 휙 둘러보며 말한다.
‘음식이 맛있긴 맛있는 모양이네. 이 구석지에 웬 손님이 이렇게 많아?’
옆 테이블에서 먹고 있는 고추장 제육볶음을 보며 이형사가 입맛을 다시고 식당아줌마가 느릿느릿 다가와 묻는다.
‘뭘 드릴까요?’
‘뭐가 맛있는데요?’
‘뭐......’
그런데 홍형사가 얼른 말한다.
‘순두부 두개 주세요. 아줌마.’
아줌마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돌아선다. 이형사가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홍형사에게 따진다.
‘어? 홍형사, 왜 맘대로 시켜?’
‘이형사님 고기 그만 드세요. 몸에 안 좋아요.’
‘어이구. 몸으로 때우고 사는 놈이 고기를 먹어야지. 무슨!’
이형사가 고개를 돌려 아줌마를 부르려하자.
‘선배님! 그냥 순두부 드세요!’
‘어?’

 

정반장은 어느 빌딩 로비 한가운데에 서있다. 그리고 잠시 후 엘리베이터에서 오십은 훌쩍 넘어 보이는 뚱뚱한 중년남자가 내려 얼떨떨한 얼굴로 정반장을 바라보며 다가온다.
‘장승식 사장님?’
‘예......’
그리고 로비 끝 쪽 휴게실에 정반장과 장사장이 앉아있다.
‘희란이가 정말 죽었습니까?’
정반장은 고개만 끄덕인다.
‘아... 이런......’
장사장은 눈을 감으며 한숨을 내쉰다.
‘언제 마지막으로 보셨습니까? 희란이 양소연씨 말입니다.’
‘그게......’
‘다 말씀하세요.’
‘한 일 년 됐나? 에이!’
‘왜요?’
‘그 자식 이사장 때문에.’
‘이사장요?’
장사장은 작정을 한 듯 숨을 한번 내쉬고는 다시 말한다.
‘이영수라는 놈이 있는데 말입니다.’
‘이영수씨요?’
‘예. 그 자식 원래 제 부하 직원이었죠. 나이는 동갑인데 제가 이사 달았을 때 겨우 부장초짜였어요. 나한테 꼼짝도 못하던 자식이 사업 좀 하다가 돈 좀 버니까 얼마나 시건방을 떠는지.’
‘이영수씨도 양소연씨를 아나요?’
‘그럼요! 제가 담홍에 다닐 때 그 자식 데려가서 술 먹이고 그랬습니다. 아! 그런데.’
‘그런데요?’
‘한 일 년 전에 느닷없이 희란이한테 전화가 왔어요. 정말 놀랐습니다. 한 칠 년만인가 그랬으니까.’
‘카페로 오라고 하던가요?’
‘예. 카페 하나 차렸다고 놀러오라더군요.’
‘그래서 가셨습니까?’
‘예......’
장사장은 잠시 기가 죽는 듯 하더니 다시 발끈한다.
‘아니 그런데 가보니까! 그 자식이 떡하니 앉아있는 거예요.’
‘이영수씨요?’
‘예. 아! 그 자식이 아주 뭐 아랫사람 보듯이 나를 쳐다보더니 아주 사람을 살살 놀리더란 말입니다.’
‘어떻게요?’
‘뭐긴 뭐겠습니까? 돈이지.’
‘돈요?’
‘그 자식 돈 좀 번다고 얼마나 희란이 앞에서 건방을 떨던지. 술도 제일 비싼 코냑으로 턱 시키고, 희란이한테 백화점 상품권까지 주는데 몇 백만 원은 되는 거 같았어요. 아이고! 제 마누라 구명가게해서 간신히 먹고 살던 놈이.’
‘구멍가게요?’
‘예. 그 자식 마누라가 옛날부터 가게 하나 했어요. 집산다고 빚지고 이래 빚지고 저래 빚지고 쩔쩔 맸어요. 그러니까 마누라가 집에서 놀 수 있나요? 하긴 뭐 나도 월급쟁이 사장이라서 마누라가 아직도 일을 하긴 하지만.’
‘이영수씨는 지금 어디 삽니까? 무슨 사업을 하죠?’
‘집은... 희란이 카페에서 가깝다던데 잘 기억이... 그리고 사업은... 중국에서 뭘 수입한다고 했는데. 바람둥이 자식이 뭐.’
‘장사장님도 여자를 꽤 좋아하신다고 하던데요.’
‘난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 자식에 비하면.’
‘이영수씨 연락처 아십니까?’
‘예. 뭐 할 수 없이 명함은 받았죠. 그런데......’
‘그런데 뭐요?’
‘그 자식 희란이하고 계속 연락한 거 같단 말이야.’
‘그래요?’
‘담홍 있을 때도 나 몰래 만난 거 같아. 자식이 내 앞에서는 모르는 척하고 뒤로는......’
장사장은 저 혼자 아주 심각하게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있다가 갑자기 눈을 번쩍 뜬다.
‘아!’
‘예?’
‘맞아! 맞아요!’
‘뭐가요? 장사장님.’
‘저기! 저기! 그 자식 마누라 슈퍼!’
‘슈퍼?’
‘예! 그 자식 몇 년 전에 이혼 했다는데, 그 마누라 슈퍼가 바로 희란이 사는 동네라고 했습니다. 맞아요!’
정반장도 고개를 살며시 갸우뚱거린다.

 

이형사가 순두부찌개 바닥까지 싹싹 긁어먹고는 흐뭇한 표정으로 말한다.
‘히야! 정말 맛있네. 맛있다.’
‘거봐요. 맛있잖아요.’
이형사가 누군가를 쳐다본다. 식당 안으로 들어오고 있는 거구의 남자, 영광설비에서 본 임경만의 친구이다. 그도 이형사를 보고는 의아해하는 표정이다. 남자가 이형사 옆으로 오며 손가락질까지 하며 말한다.
‘아까 경만이네......’
‘하하하하. 맞습니다.’
‘여긴 어떻게?’
‘예. 음식이 맛있다고 해서 먹으로 왔습니다. 여쭤볼 것도 있고.’
‘뭐? 나한테요?’
‘예. 여기 좀 앉으시죠.’
이형사가 그를 끌어당겨 옆에 앉힌다.
‘어?’
남자는 심통이 난 얼굴로 두 형사를 번갈아 본다.
‘저희는 경찰입니다.’
‘경찰?’
‘예. 수사 중입니다.’
‘뭘?’
‘성함이 박수태씨이시죠?’
‘그런데요? 내가 뭘?’
‘하하하하. 아뇨. 뭘 잘 못하셨다는 게 아니고.’
‘나 원 참! 경찰이 뭐 이래?’
이형사는 목에 한번 힘을 주고는 목소리를 조금 내리깔고 다시 말한다.
‘김형우씨 아시죠?’
‘누구?’
‘김형우씨. 송팔수씨댁 이층에 사는 사람 말입니다.’
‘아! 그 음악 한다는 놈.’
‘예.’
‘그걸 왜 나한테 물어봐요? 경만이 자식이 친한데?’
‘예. 알고 있습니다.’
‘어이구. 별 희한한 일이네? 다 안다면서 나한테 뭘 물어봐?’
홍형사가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묻는다.
‘임경만씨 특별히 하시는 거 있나요?’
‘특별히? 그게 무슨 소리요?’
‘아까 임경만씨가 어디 갈 때는 박수태씨 차를 빌린다고 하신 거 같은데요.’
‘아.... 그거?’
‘뭐 아시나요?’
‘말해도 돼나?’
이형사가 또 능글맞게 웃는다.
‘흐흐흐흐. 말씀하셔도 됩니다. 수사에 도움주시는 것도 애국입니다.’
‘애국은 무슨 얼어 죽을! 나 먹고살게 해준 게 이 놈의 나라인가?’
다시 홍형사가 차갑게 묻는다.
‘임경만씨 어딜 가시는 거죠?’
‘그 자식 꾼이에요.’
‘예? 꾼요?’
‘도박!’
‘아......’
‘그런데 뭘 수사하는 거요?’
이형사가 슬쩍 웃어 보이더니.
‘살인요.’
‘살인?’
박수태는 덩치답지 않게 소스라치게 놀란다.
‘누... 누가 죽었는데?’
‘음... 김형우씨 부인이 살해됐습니다.’
‘아이구......’
‘처음 들으셨습니까?’
‘그럼! 내가 처음 듣지 그걸 어떻게 알아요?’
‘아... 예. 흐흐흐흐.’
‘거 참! 두 놈 다 마누라복도 지질이도 없는 놈들이네. 한 놈은 도망가고 한 놈은 죽고. 그러게 자식들이 똑바로 살아야지!’
이형사와 홍형사는 서로 마주보며 소리 없이 웃는다. 그런데 박수태가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어?’
이형사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슬쩍 물어본다.
‘왜요? 뭐 생각나시는 거 있습니까?’
‘그러고 보니까 경만이 그 자식 얼굴이 좀 폈네.’
‘예? 펴다니요?’
‘아닌가? 그 자식 한동안 죽상을 하고 있더니 요즈음 좀 나아진 거 같네. 병신 같은 자식. 제 마누라 하나 어떻게 못하고.’
그런데 또 박수태는 자꾸만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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