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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무덤  
고양이 무덤 14. 고양이 (허준호,김명민,김영호,고은미)    2009/11/06 09:45 추천 0    스크랩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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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_허준호_김명민_고은미.jpg

(가상 캐스팅: 허준호,김명민,고은미,김영호)

14_김명민_고은미_고양이.jpg

 

14. 고양이

 

김형우의 집 거실 한가운데에는 두 꼬마가 작은 상위에 놓인 아이스크림을 떠먹고 있고 김형우와 동생 영미는 소파에 앉아있다. 오빠에게서 조금 떨어져 앉아 고개도 들지 못하고 있는 영미는 잔뜩 주눅이 들어있다.
‘너!’
‘응?’
‘그 방 언제부터 들어간 거야? 열쇠 언제 찾았어?’
‘오늘... 방금 전에. 오빠.’
‘너 또 언니 옷 입고 다니려는 거야? 또?’
‘아니야. 그냥 궁금해서 열어본 거야.’
기가 죽어 있던 영미가 눈을 크게 뜨며 오빠에게 다가앉는다.
‘오빠!’
‘왜?’
‘언니 그렇게 돈 많이 벌었어? 저거 다 명품이야. 정말 일억은 된 다니까. 정말이야. 계산해봐. 전부 최고명품이야. 세상에!’
‘명품이던 아니던 난 상관없어.’
‘어머나 세상에! 저거 중고로 팔아도 몇 천은 되겠다.’
‘시끄럽다.’
영미는 오빠 형우에게 더 가까이 다가앉는다.
‘오빠. 아니 저렇게 돈을 쓸 바에야 집이라도 사지?’
‘그렇다고 집 살돈이 되냐? 집값이 얼마인데?’
‘아니, 언니는 그렇게 돈이 많으면 집을 좀 옮기던가......’
‘그런 거 신경 쓸 여자였냐?’
그리고 또 영미는 오빠의 눈치를 보며 조용히 말한다.
‘오빠, 우리 저거 팔자. 응? 나 몇 개만 갖고. 안 돼?’
‘넌......’
김형우는 너무 어이가 없어 눈을 질끈 감아버리고 만다.

 

해장국집, 이형사는 꾸역꾸역 뼈해장국을 먹고 있고 홍형사와 정반장이 머리를 맞대듯 다가앉아 조용히 이야기를 한다.
‘홍형사 그게 무슨 소리야? 미디어플레이어?’
‘예. 반장님.’
‘미디어플레이어로 알리바이를 만들었다고?’
‘예.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있어요. 김형우씨는 전문가잖아요. 컴퓨터를 잘 다루는 보통 학생들도 충분히 할 수 있어요.’
‘그래?’
‘반장님, 임경만씨요.’
‘응? 그 친구가 왜?’
‘임경만씨는 보기에도 사람이 어수룩했어요.’
‘그런데?’
‘컴퓨터를 꽤 다룰 줄 알더라고요. 그런데 저한테 분명히 이메일도 쓸 줄 모른다고 했어요.’
‘그래서?’
‘그런데 미디어플레이어는 능숙하게 다뤘어요. 그리고 김형우씨한테 배웠다고 했어요. 컴퓨터도 김형우씨가 준 거라고 했고요. 그렇죠? 이형사님.’
이형사는 입안에 잔뜩 음식을 문채 고개만 끄덕이고는 어렵사리 음식을 삼키고는 말한다.
‘홍형사, 그런데 임경만이 그렇게 쉽게 그런 얘기를 해? 제 발 도끼로 찍는 건데? 팍팍 찍는 건데?’
‘아녜요. 순진하고 조금 모자란 사람들은 어느 순간 자기를 내세울 게 있으면 아무 생각 없이 자랑하잖아요. 열등감 때문이죠.’
이형사가 밥을 먹다 말고 껄껄 웃는다.
‘하하하하! 맞아! 멍청한 놈들은 말이야. 상대방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데 뭐 좀 잘난 거 있으면 그냥 떠들어 댄단 말이야.’
정반장의 표정이 심각하다.
‘음... 그러니까 임경만 혼자 술을 마시고 김형우의 목소리는 컴퓨터였다. 이거지?’
‘예. 반장님. 김형우씨는 분명히 여러 개 음성파일을 준비했을 거예요. 자연스럽게 들리게 하기 위해서요. 혼자 그냥 녹음해 놓으면 되잖아요?’
‘그런데 임경만이 취해버렸다.’
‘예. 그래서 파일이 계속 반복해서 돌아간 거죠. 그러니까 아래층 노부부가 듣기에는 김형우씨가 한 얘기 또 하고, 그렇게 반복하는 것처럼 들렸던 거죠.’
‘그 대신 김형우가 임경만의 도박 빚을 갚아준다.’
‘임경만씨는 빚 때문에 협박을 받고 있었을 거예요.’
‘증거가 없잖아?’
해장국을 먹던 이형사도 정반장의 말에 동의한다.
‘홍형사, 증거는 어쩔 거야? 살해 동기는? 그래도 마누라인데? 게다가 돈도 잘 벌고 무지하게 예쁜데?’
홍형사의 눈빛이 더 날카로워지며 중얼거린다.
‘하드디스크......’
그리고 식당 안에 다시 음악소리가 퍼져 흐른다. 주인아줌마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그거 안 꺼! 끄란 말이야! 이년아!’

 

초저녁 정반장이 꽤 고급스런 오피스텔 로비에 서있다. 출입문을 유심히 보며 흐트러짐 없이 그렇게 서있다.
그리고 한 중년남자가 여행용 카트를 끌고 들어온다. 한 손에는 커다란 가방 하나를 들고 있다. 남자가 그를 쳐다보고 있는 정반장과 눈이 마주치자 발을 멈춘다. 천천히 다가가는 정반장.
‘이영수씨 맞으시죠?’
‘누구신데?’
‘강력계 정반장입니다. 소식은 들으셨죠?’
‘아......’
이영수는 눈을 깜빡거리며 더는 말을 하지 못한다. 정반장이 그의 손에 들려있는 가방을 내려다본다. 무엇인가 안에서 꿈틀거린다.
‘뭐죠?’
‘예?’
‘가방에서 뭐가 움직이는데요? 강아지인가요?’
‘아!’
그는 씩 웃으며 가방을 열어 고양이 한 마리를 꺼내어 품에 안는다. 진회색 줄무늬 고양이 한 마리.
‘제 고양이입니다. 중국 출장 갈 때는 동물병원에 맡기거든요. 하하하하!’

정반장이 꽤 넓은 오피스텔 거실 소파에 앉아있고 이영수는 쪼그리고 앉아 고양이에게 사료를 주며 즐거워한다.
‘란이야, 맛있니? 그 녀석 참.’
이영수가 실실 웃으며 정반장 맞은편에 작은 의자에 앉는다.
‘고양이를 참 좋아하시는군요? 고양이 이름이 란이입니까?’
‘예. 사람보다 낫습니다. 하하하하.’
정반장이 묵묵한 표정으로 바라보자 그는 어색하게 웃음을 멈춘다.
‘양소연씨하고는 어떤 관계이셨습니까? 이영수 사장님.’
‘아... 뭐......’
제 머리만 긁적이며 말을 하지 못하는 이영수.
‘깊은 관계이셨나요?’
‘아뇨! 아닙니다.’
‘돈도 많이 쓰신 거 같던데요? 그렇죠?’
‘그거야 뭐... 돈이야 뭐 많이 버니까. 쓸 때는 써야죠.’
‘돈 거래도 있으셨죠? 양소연씨하고.’
‘그건......’
‘솔직하게 다 털어놓으시죠? 그게 좋습니다. 어차피 이혼하고 독신이신데 그냥 다 털어놓으시죠.’
이영수는 잠시 망설이다가 작정을 했는지 제 무릎을 치고는 정반장을 바라본다.
‘뭐 솔직히 어떻게 좀 해보려고 돈도 꿔주고 선물도 많이 사 줬습니다. 들어간 돈이 한두 푼이 아닙니다.’
‘그러시군요.’
‘뭐 나름대로 재미는 있었습니다.’
‘재미요?’
‘에이. 아시면서? 그 뭐야, 될 듯 말 듯 보일 듯 말 듯. 그게 사람 죽이는 거죠. 안 그렇습니까? 하하하하.’
정반장의 무표정한 얼굴에 이영수는 다시 입을 다문다.
'양소연씨와는 언제부터 만나셨습니까?‘
‘그거야 처음 본건 담홍 때부터였죠.’
‘그후로는요? 양소연씨는 담홍에서 금방 떠났죠?’
이영수는 무언가 재미있는 일이 떠올랐는지 혼자 씩 웃는다.
‘칠 년 전인가? 낮에 회사로 전화가 왔어요.’
‘누구한테요? 양소연씨요?’
‘예. 그래서 부랴부랴 내려가 봤죠. 회사 뒤편 카페에 있다고 했거든요.’
‘그전에는 따로 만나신 적이 없었나요?’
‘예. 그냥 그 장승식이하고 담홍에 갔을 때나 봤습니다. 따로 만나는 건 처음이었어요. 거! 엄청 가슴 설레데요. 하하하하.’
정반장도 하는 수 없이 슬쩍 따라 웃어주고 만다.
‘카페에 들어갔더니 담홍에서 보던 거 하고는 또 다르데요. 아주 지적인 면이 있더라고요. 정말 매력적이에요. 아휴! 그 다리를 꼬고 앉아있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래서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뭐! 졸지에 뭐 고양이 애비가 됐죠.’
‘예?’
‘희란이 옆을 보니까 조그만 가방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까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안에 있더라고요.’
‘고양이요?’
‘예.’
‘담홍에서 키우던 고양이였군요.’
‘그렇죠!’
‘그래서요?’
‘아니, 그 고양이를 나보러 돌봐달라는 겁니다. 기가 막히데요.’
‘그래서 그렇게 하셨습니까?’
‘그럼 어쩝니까? 사람을 아주 녹이는데? 일 년만 키워달라니 어쩝니까? 기회는 찬스라는데.’
슬며시 미소 짓고 있는 정반장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벌떡 일어선다.
‘아이고! 내 정신 좀 봐. 차 한 잔 드려야지.’
‘아뇨. 괜찮습니다. 그냥 앉으세요.’
‘아니 그래도......’
이영수가 자리에 앉아 그의 고양이가 그의 무르팍 위로 뛰어올라 앉는다.
‘그때부터 고양이를 키우셨나 봅니다. 그렇죠?’
‘예. 아이고. 이거 한번 키워보니까 아주 이거 괜찮아요. 살살 비며가면서 얼마나 애교를 떠는지. 하하하하.’
이영수는 고양이와 얼굴을 비비며 좋아하고 있다.
‘저한테는 고양이가 복덩어리입니다. 인생 완전히 바뀌었어요.’
‘어떻게요?’
‘희란이 고양이 키우고부터 뭐가 풀리기 시작하더란 말입니다. 그때부터 돈을 긁어모았어요. 오죽하면 내가 이 녀석 이름을 란이라고 하겠습니까? 란이! 희란이! 하하하하!’
정반장이 보든 말든 이영수는 고양이와 장난을 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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