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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지역균형선발 전형 학생들이 입학 당시 수능성적이 높았던 정시모집 학생들보다 대학 4년간의 성적이 좋다는 기사(본지 2월 24일자 A1면)를 쓴 다음날인 24일 저는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경제학부 교수)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정 전 총장은 지역균형선발제도를 설계한 장본인입니다.

<조선일보DB>
정 전 총장은 “창의성이라는 면에서는 다양성이 교육의 수월성보다 우선한다”며 “(학생 선발의 다양성을 높이는) 지역균형선발전형 모집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또 “이제 3불제(고교등급제·본고사·기여입학제를 금지한 정부원칙) 이런 것도 그만 할 때가 됐다”며 대학에 완전한 학생 선발권을 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실제 지면에는 멘트 한 줄로 들어갔지만 독자 여러분과 생각해 볼 문제인 것 같아 인터뷰 내용을 옮깁니다.
지역균형의 도입 배경은
내가 서울대 경제학과에 입학했을 때 동기 50명 가운데 경기고가 16명, 서울고가 4명, 경복고가 5명 이런 식이었다. 미국에서 막 돌아오신 조순 교수(현 명예교수)님이 “이렇게 다양성이 없어서야 새로운 생각을 하기 힘들다”고 말씀하셨다. 미국 대학은 그때부터 이미 지역 배분을 중요한 학생 선발 요소로 자리잡고 있었다.
수능성적이 높은 학생 대신 내신이 좋은 지방 수재를 뽑는 방식이다. 저항이 만만치 않았다.
일부 교수가 “그런 학생을 뽑아다 어떻게 가르치느냐”고 대놓고 반발했다. 미주동창회 뉴욕지부에서는 “총장이 우수 학생 선발을 포기하고 학교를 망친다”며 총장퇴진운동을 벌였다. “정운찬은 빨갱이” 소리도 들었다.
지역균형선발 5년이 돼 가지만 수월성을 포기한 평등주의라는 비판은 여전히 나온다.
이건 각 지역 학생을 똑같이 뽑자는 식의 형평의 문제가 아니라 다양성의 문제다. 창의적 조직이 되려면 다양성이 우선돼야 한다. 대우그룹은 경기고, 연세대 출신이 많았던 반면 삼성은 구성원이 훨씬 다양했다. 두 기업의 운명을 가른 데는 조직의 다양성 유무도 하나의 원인이었다고 생각한다.
일부 사립대에서 잠시 지역학생을 뽑는 일은 있었지만 서울대 입장에서는 큰 실험이었다.
걱정을 하긴 했다. 2005년 처음 지역균형선발로 학생을 뽑은 뒤 첫 학기 성적을 봤더니 지역균형선발 학생들의 평균 학점이 전체 학생의 평균 학점보다 높더라. 일단 단기적으로 성공했다며 그제서야 발을 뻗을 수 있었다.
지금까지 지역균형선발전형 시행을 평가한다면.
참 잘됐다. 나는 내 총장 재임 기간 최대 업적으로 대학의 자율성를 꼽는데, 다른 분들은 지역균형선발제 시행을 꼽기도 하더라. 만 4년간의 실험에서 제도가 안정적으로 운영된 만큼 지역균형선발 인원을 조금 더 늘려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제도에 반대하며 “정운찬 물러나라”던 미주동창회의 지금 반응은?
안식년이어서 작년에 미국에 다녀왔다. 그 때 (내 의견에)반대했던 사람들을 만났는데 아무 말씀이 없으시더라.
일부 과학고, 외고에서는 특목고가 소외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방학생의 자질을 의심하는 이도 있다.
특목고 학생들은 뛰어난 건 사실이다. 아무래도 부모의 도움을 더 많이 받는다. 그렇다고 서울대 이과는 전부 과학고로 채우고 문과는 외고로 채운다고 생각해 보라. 테러블(terrible·끔찍한)한 상황이다. 같은 학교를 나와 다른 사람이 무슨 이야기할 지 뻔이 보이는 대학에서 어떻게 창의적 이야기가 나오겠나.
지방 학생들의 자질론을 거론하는 분도 있는데, 전남 강진, 충남 보령의 고등학교에서 1등한 학생은 서울 청담고 1등과 큰 차이가 없다고 본다.
대학에서 다양성이 그렇게 중요한가.
얼마 전 미국 주요 대학 총장들의 졸업사를 챙겨서 읽어봤다. 관통하는 화두는 ‘creativity through diversity’(다양성을 통한 창조성)였다. 이는 학생 선발뿐만 아니라 대학조직도 마찬가지다. 총장이 되고 처음 화요회의(서울대 주요 보직교수가 화요일에 여는 정례회의) 멤버를 구성하면서(보직교수를 임명한다는 뜻) 총 34명 가운데 경기(고) 출신은 4명만 뒀다. 총장 취임 때부터 염두해 둔 것이다. 경기고 출신들은 무슨 생각하는 지는 (경기고 출신인 내가) 대강은 알기 때문에 학교가 발전하려면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비 서울대 출신 교수가 늘어야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양성 확대가 우수한 인재를 키워야 하는 교육의 수월성과 충돌한다는 의견도 있는데.
물론 대학에는 우수한 인재를 키워야 하는 기능도 있다. 다만 창의성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다양성이 수월성보다 더 중요하다.
성적순이 아닌 다른 기준을 적용하다 보면 대입의 공정성 시비가 생길 우려가 있다.
이미 한국 대학은 많이 성숙했다. 학생선발을 가지고 대학에 능력이 있니 없니 하는 것은 그만 해야 한다. 3불제(고교등급제·본고사·기여입학제를 금지한 정부원칙) 이런 것도 그만할 때가 됐다. 내가 총장 할 때 우리 딸이 서울대에서 떨어졌고, 그 앞서 교수할 때 우리 아들이 서울대에 원서 냈다 떨어졌다. 이제는 대학에 믿고 맡겨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23일 라디오 연설에서 말한 향후 대학 입시가 나갈 방향(성적 순 아닌 잠재력으로 선발)과 궤를 같이 하는 것 같다. 이명박 정부의 정책에 대한 생각은?
그에 대해서는 아직 코멘트하기 좀 그렇다.
/박수찬 기자 sooch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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