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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도 이상 증세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휴가를 앞두고 갑자기 증상이 심해졌다. 날이 더워서 그런건지 아니면 그동안 나름대로 고생을 했기 때문인지 어쩐 것인지 분명한 사유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휴가를 떠나야 하는 입장에서 네비가 이상 증상을 보이니 난감하기 그지없는 일이었다.
비교적 알려진 업체의 제품이니 A/S는 받을 수 있겠지만 단시간에 수리가 가능할런지 아니면 최소한 몇일은 걸릴만한 사안인지도 알 수 없고 무엇보다 먼길 떠나는 마당에 시간을 지체할만한 여유가 없었다. 제발 무사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네비를 실행시켜 보았으나 역시나 몇분을 버티지 못하고 바로 뻗어버린다. 기능은 정상인데 화면이 안나오니 길안내는 둘째치고 목적지 검색도 할 수 없다. 하지만 정해진 일정을 위해 길을 나서기는 했다. 네비를 장만하기 1년 전의 신세로 돌아간 것이다.

사실 네비의 역할은 생소한 길을 알려주는 일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보다는 심리적인 안정에 더 크게 작용하는게 사실이다. 네비만 있으면 초행길도 안심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길을 제대로 찾는지, 최적화된 길로 안내하는지는 어쩌면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불안하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운전할 수 있다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네비없이 길을 나설때 나같은 길치들은 그 기능과는 관계없이 두려움이 앞서는게 사실이다. 게다가 동승자(대부분의 경우에는 아내가 되겠지만)의 잔소리와 눈치도 그 두려움에 한몫하겠다.
물론 네비의 부작용도 있기는 하다. 지나치게 네비에만 의존하는 탓에 길을 익히기 보다는 수동적으로 운전하게 된다. 길치들은 네비로 길치에서 탈피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네비때문에 오히려 더욱 길치가 되어간다. 도로나 건물은 보지못하고 네비만 보고 찾아 가는 까닭이다. 그럴수록 네비에 의존하게 되는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점은 분명 문제라고 할 수는 있지만 문명의 이기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도 그다지 나쁜 방법이라고는 할 수 없기에 나름대로 네비의 효용성에 대해서는 인정해줘야 할 것이다.
아무튼 네비없이 길을 떠나니 마음은 다소 불안하고 초조했지만 네비없이 지냈던 시절처럼 지도도 보고 물어도 보면서 다녔다. 그토록 네비의 기능에 대해 못마땅해하던 아내도 정작 네비가 제 역할을 못하게 되자 스스로도 불안한 마음이 없지 않았나보다. 오히려 운전자를 배려하는 자세로 여행에 임했다. 네비가 없어서 힘들고 어려운 일도 있기는 하지만 한번쯤은 없어도 좋을듯 싶다.
하지만 있는데 안쓰는 것과 없어서 못쓰는 것과는 차이가 크다. 심리저인 안정과 자신있는 드라이브를 위해서라면 네비는 반드시 갖추는 것이 좋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그런 의미에서 멀리 여행을 떠나기 전에 일단 네비도 한번 체크해 주는 것이 좋을 것이다. 무슨 일이든 미리미리 준비하면 나중에 후회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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