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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서지, 그 중에서도 해수욕장의 물가는 바가지라고 표현될 정도로 악명이 높다. 한번 다녀온 사람들은 지독한 비용에 설레설레 고개를 젖기 마련이고 다녀오지 못한 사람들도 전해들은 살인적인 물가에 피서지 방문을 망설이기 일쑤다. 물론 그랬던 시절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메뚜기도 한철이라는 식의 비유로 모든 것을 당연한듯 받아들여야만 했던 때도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도 그럴까.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강원도 고성에 있는 삼포 해수욕장을 찾아보았다.

삼포 해수욕장은 속초보다 북쪽에 위치한 고성군에 속해 있다. 해수욕장 바로 앞에 코레스코 콘도가 위치하고 있는 덕에 예전부터 아는 사람들은 잘 아는 곳이었고 모르는 사람도 콘도와 바다의 근접성을 알고나면 다시 찾게되는 그들 사이에서는 예전부터 유명한 곳이었다. 그렇다고 경포대나 화진포 만큼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도 아니어서 적당히 번잡한 해수욕장이었다. 그렇기에 오히려 한철 쉬며 놀다오기에는 더 좋을 수도 있는 곳이었다.
2008년 8월 5일. 속초에서 고성 방향으로 달리다보면 아야진 해수욕장을 지나 삼포리 해수욕장을 알리는 팻말이 나온다. 왼쪽으로 방향을 돌려 주차장 입구에 들어서면 안내원들에게 5천원의 주차비를 내야 한다. 왠만한 관광지에서는 주차비가 일상화되어 있으므로 별다른 저항감없이 1만원짜리 지폐를 내밀었다. 주차비를 받은 주차요원은 주차권과 거스름돈 이외의 다른 종이를 한장 더 주었다. 받아보니 5천원짜리 지역 상품권이었다. 즉 5천원의 주차비를 내면 그만큼의 금액을 상품권으로 돌려받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좀 당황스러웠다. 상품권이라는 것이 정말 사용 가능한 것인지도 의심스러웠고 그 저의가 무엇인지도 궁굼했다. 그리고 이미 해수욕장 물가에 대해 마음의 각오를 단단히 해왔던 터라 미리 예측하지 못했던 친절이 의외로 다가왔던 것도 사실이었다.
서울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인사동 쌈지길에 통행료가 부과되면서 그만큼의 상품권을 발행했던 일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때는 실패사례였었다. 그동안 무료로 개방되던 곳이 유료로 전환되면서 그 거부감과 저항감이 크게 작용한 탓이다. 물론 통행료 만큼의 상품권을 받아도 마찮가지였다. 그것은 보상이 아니라 박탈이었다. 하지만 이곳 고성에서는 달랐다. 피서지에서의 바가지 물가를 근절시키고자 하는 고성군의 의지를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고성군에서는 권장가격이 표지판으로 제시되어 있었는데 주차료는 소형 5천원, 대형 1만원이었고 파라솔도 L자형은 1만5천원, 우산형은 1만원이었다. 우산형의 경우 주차하면서 받은 5천원짜리 상품권도 통용되었기에 현금 5천원으로 이용이 가능했다. 주차요금과 파라솔 대여비가 단돈 1만원으로 해결된 셈이다. 사실 그늘막도 준비했었지만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빌릴 수 있었기에 그늘막은 설치하지 않기로 했다. 물론 파라솔 비용이 더 비쌌다면 그늘막도 고려해봤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 필요까지는 없었다.
얼마전 해수욕장의 물가가 비싼 것은 피서객들이 돈을 쓰지 않기 때문이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틀리지는 않는 말일 수는 있다. 하지만 맞는 말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왜 피서객들이 지갑을 열지 않게 되었을까. 그것은 지난 학습효과 때문이다. 그동안의 경험들이 해수욕장에 가면 바가지를 쓸게 뻔하니 미리미리 준비해서 최소한의 경비로 다녀오자는 다짐을 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인 것이다. 그것은 악순환으로 이어져왔다. 현지의 물가가 비싸니 정해진 예산으로 피서를 나왔던 피서객들은 지출을 줄이기 마련이고 그런 이유로 적게 팔리는 만큼 상인들은 가격을 더 올려받아야 했다.
![SANY1844[1].jpg](http://blog.chosun.com/web_file/blog/29/29/7/SANY1844%5B1%5D.jpg)
누군가가 끊어야할 악순환이었지만 알면서도 손대지 못했던게 사실이었다. 누군가가 해야할 일이었지만 누구도 쉽게 나서지를 못했다. 하지만 이번 고성군을 방문하고 나서는 이대로만 계속 이어진다면 그러한 순환 고리를 끊고 선순환의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리 준비해 오지 않아도 현지에서 수급이 가능하다는 사실만 알려져도 굳게 닫혔던 피서객들의 지갑을 열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삼포리 해수욕장의 경우 코레스코 콘도가 가까이에 있어서인지 해변에서의 각종 유흥시설도 다양했고 코레스코 콘도내에 있는 치킨집에서 생맥주와 양념통닭을 배달도 해주었다. 게다가 바닷가에 위치한 K마트에서는 슈퍼가격으로 물품을 장만할 수도 있었다. 무겁게 바리바리 싸들고 오지 않고 최소한의 짐만으로도 피서가 가능했다는 점은 다소 신선한 충격이었다. 물론 나는 그러한 정보를 사전에 알지 못했던 탓에 많은 짐을 들고 방문해야 했지만 다음번에는 분명 최소한의 짐만으로도 피서가 가능하게 되리라. 그것 또한 경험에 의한 학습효과가 아니겠는가 . 해수욕장의 인심은 분명 달라져있었다. 그것도 아주 기분 좋은 방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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