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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희 주연의 '결혼 못하는 남자'(2009)에서 박현규 역을 맡았고 성스앓이로 못 여성들을 잠 못 들게 만들었던 '성균관 스캔들'(2010)에서 문재식 역을 맡았던 유아인을 볼 때면 먼저 떠오르는 이름은 완득이다. 얌마 도완득. 그렇다, 지난해 저 예산으로 의외의 대박을 터트렸던 영화 '완득이'의 그 완득이다.
2011년 10월 20일에 개봉했던 '완득이'는 530만여 명의 관객들을 불러모으며 일약 신데렐라 대접을 받았었다. '트랜스포머3'(7,784,944)나 '미션 임파서블'(7,552,324)', 최종병기 활'(7,470,633), '써니'(7,362,657)에 이어 5,310,510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지난해 개봉한 영화 중에서 당당히 5위에 오른 화제작이었다.

이러한 '완득이'의 흥행성적은 300억 대작이라며 천만 관객을 장담했던 '마이웨이'(2,139,802)나 '해운대'의 영광을 외쳤던 '7광구'(2,245,510)와 '퀵'(3,125,069)을 훨씬 뛰어넘는 성적이었다. 심지어는 헐리우드의 '쿵푸팬더2'(5,062,722)나 '해리포터 죽음의 성물2'(4,400,298) 보다도 높았다.
완득이의 예기치 못했던 흥행은 어두운 소재를 밝게 풀어간 원작의 힘도 있겠으나 망가지는 연기를 서슴지 않았던 유아인의 호연 덕분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유아인'이 완득이를 통해서 성격파 배우로 재평가받을 수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유아인이 있었기에 '완득이'가 있을 수 있었고 '완득이'가 있었기에 유아인도 있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 유아인이 '지붕뚫고 하이킥'의 히로인 신세경과 함께 브라운관에 나타났다. '샐러리맨 초한지'의 후속 SBS '패션왕'을 통해서다. 이 드라마에서 유아인은 짝퉁 의류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제봉공장 사장 역을 맡았다. 성실하기보다는 능글맞고 여자라면 사족을 못 쓰는 그야말로 나쁜 남자 캐릭터다.
그런데 '패션왕'에서의 유아인의 모습은 전혀 새로워 보이지 않았고 익히 보아왔던 모습으로 느껴졌다. 극 중 이미지가 '완득이'의 모습 그대로였던 탓이다. 허세 부리며 거들먹거리는 모습이 딱 완득이였다. 물론 엄홍식이라는 인물을 표현하는 데 있어 부족함이 없는 캐릭터였지만 왠지 고등학생이던 완득이가 졸업하고 생활전선에 뛰어들게 된 완득이의 성인 버전으로 보이기까지 했다.

배우에게 있어 특정한 캐릭터로 자리 잡는 다는 건 때로는 행운이고 때로는 불행이다. 악역을 전문으로 맡았던 독고영재는 '엄마의 바다'를 통해서 로맨스 가이로 다시 태어났고 정력 좋은 마당쇠 조형기는 푸근한 '이모부'로 변신할 수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반면 리복CF로 스타덤에 올랐던 이종원은 '청춘의 덫' 이후로 불륜 전문배우로 자리 잡았고 별다른 이미지조차 없었던 배용준은 '겨울연가'로 고귀하신 '욘사마'가 될 수 있었다. '완득이'를 통해서 성격파 배우로 인정받았던 유아인으로서도 완득이의 굴레에서 벗어날 것인지 아니면 계속해서 완득이로 살아갈 것인지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는 것도 그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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