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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의 마지막 날에 비가 내린다. 많이
소리까지 내며 아주 세차게.
붉은잎, 누런잎들이 빗방울과 함께 땅으로 뚝뚝, 또는 바람에 휘날리며 춤추듯 팔랑거리며.
72년을 살고 어제 땅숙에 묻힌 여인의 무덤위에 덮인 풀이 쓸려 내려가지 않을까 사랑하는 사람들은
걱정이 많겠지.
한세상을 갖가지 인연으로 만났다가 헤어져야 하는 생명들.



바람처럼 왓다가 먼지처럼 사라질 존재로서, 단지 우리는 인식하고 의사표현 으로서 세상의 큰몫을
차지 한다며 매순간을 숨쉬고 있다.
길지 않은 인생을 휩쓸려 살다 이렇게 낙엽처럼 뚝 떨어져 우리도 모르는새 영원의 고향으로 가고마는 생.
기온도 내려가고 바람도 몹시 분다.
가슴속에 응어리진 삶의 빚은 언제나 벗어나 보지 못하며 각가지 인연으로 , 사랑으로 맺어진 관계가
인생의 길이라면 이 모두를 놓아 버리는날 우리의 생은 끝나겠지. 하지만 끝나더라도 저 세상 까지라도
관계를 끊지 않으려 우린 언제나 가슴속을 비우기를 거부하며 매달린다.



자신에게 스스로 내려준 사형선고 에서 다시 회생하게 해준 인연.
놀랄만한 위력으로 생명을 다시 찾은듯 한해를 살아왔다.
이것을 버티기에도 끈질긴 칡넝쿨 같은 생명력이 필요했건만.
그러기 위해선 뻔뻔함 마저 요구 됐는데.........
산다는것은 아름다움만이 아니다.



빗속에 떨어진 낙엽의 모습 같은게 어쩌면 우리 인간의 참 모습 이리라.
그렇게 추레 해진후........
이제 꺼풀을 벗어 버리고 본래의 모습으로 비바람속에 서자.
그리고 무덤속에서라도 그렇게 추레해진 몰골로 다시 영원한 그 무엇을 위해
나는 없어지고 그 무엇만 남는거다.



어제 오후 비오던 날 왔다가 다시 와본 새벽의 숲.
동네에 이런곳이 있다면 사진만 보고는 믿기 어려울것 같다.
깊은 숲의 한가운데서 정적의 소리를 듣는다
낙엽 밟는 바스락 소리 말고도 후두둑하는 작은 동물들의 움직임소리.



째~~~액 하는 울음소리. 이곳저곳 몸을 옮기는소리
아, 그러고보니 지금이 얘들 아침 식사 시간인가 보다.
미안하다, 식사시간에 내가 너희들 경계심을 갖게 했구나.
무심한 나의 낙엽 밟는소리가 네들에게는 천둥소리 같았나 보구나.
그러고보니 이 숲에 보이지 않는 많은 생명들이 살고 있는듯.
갑자기 외로움을 덜어준다.


사진을 찍기 시작하고 처음 찾았던 이곳의 어느 봄날 새벽
그때는 영산홍이 만발했을때.
어느덧 세월은 전혀 다른색갈의 자연으로 그림을 그려 또다른 삼라 만상의
모습을 조물주는 감상 하는것 같다.
모든 생명 갖은이의 공유하는 자연.
이 깊은 가을날 , 아니 벌써 겨울의 길목에 들어선 11월.
숲이 벌거벗는날까지 우리는 사랑하는 무엇인가를 찾는 영혼의 방랑길에
나설 채비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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