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애 학교에서 몇 명이나 신종플루에 걸렸는지 도통 알 수가 없으니, 참…."
요즘 일선 초·중·고교 교무실에는 학부모와 교사들이 전화로 승강이를 벌이는 일이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다. 학부모들은 학교에서 얼마나 신종플루가 퍼졌는지가 초미의 관심사지만, 학교측은 대부분 "별로 심하지 않으니 걱정 말고 학교를 믿으라"고 대꾸할 뿐이다.
서울시 교육청 관계자는 "서울 시내 584개 초등학교 중 신종플루 환자 수를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는 학교는 한 곳뿐"이라고 전했다. 서울 지역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교무회의에서 '환자 숫자가 알려지면 항의 전화가 빗발칠 테니 당분간 구체적인 수치는 얘기하지 말라'고 지시받았다"고 실토했다. 정보를 숨기는 것은 교육청 등 상급기관도 마찬가지다. 서울시교육청과 교과부도 "일선 학교에서 매일 확진환자 수를 보고받지만 결과를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보를 감추면 학부모들이 안심할 것이라는 생각과 달리, 학부모들은 "숨기니까 더 불안하다"고 말한다.서울 강남지역 학부모 강모(38)씨는 "아이가 아직은 건강하지만 학교 상황이 어떤지 깜깜하니 당분간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겠다"고 했다. 실제로 신종플루 증세가 없는데도 무단결석하는 학생들이 학교마다 수십 명씩 나오고 있다.
이명박 정부 교육정책의 핵심축은 정보공개다. 그동안 교원성과급 차등지급 비율이나 전교조 조합원 숫자 등 민감한 학교 정보까지 인터넷에 공개해오면서 "학부모가 보고 판단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혀왔다. 그러면서도 정작 학부모들이 궁금해하는 신종플루 정보는 꼭꼭 숨기며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 오현석·사회정책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