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9월 피츠버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도 앞장서 '글로벌 불균형 시정'을 합의문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한 달도 안 돼 버냉키 의장이 아시아를 향해 "그 약속을 지키라"고 또 한 번 다그쳤다.
물론 그의 지적엔 귀담아들을 부분이 있다. 수출 위주 정책이 재화와 자원의 흐름을 왜곡시키고 서비스 산업 등 내수 부문의 발전을 위축시킨다는 점, 아시아 국가들이 높은 수출의존도 탓에 세계 경제가 조금만 휘청거려도 심한 몸살을 앓는다는 점은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아시아 스스로도 문제의식을 느껴온 터다.
그러나 '아시아가 수출을 통해 벌어들인 대미 무역흑자로 미 국채를 사들였고, 그렇게 쏟아져 들어온 돈이 미국 거품을 만들었다'는 주장엔 동의하기 어렵다. 우리 모두가 알듯 미 경제의 거품은 기본적으로 사상 최저 금리정책 탓이다. 그린스펀 전 FRB 의장은 2000년 닷컴 거품이 붕괴된 뒤 경기부양을 이유로 연방기준 금리를 13차례에 걸쳐 6%에서 1.25%까지 떨어뜨렸다. 1%대 저금리는 2004년까지 갔다. 그 바람에 값싼 은행 돈으로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고 주택 수요가 늘자 집값도 뛰었다. 사두면 돈 번다는 생각에 신용과 소득이 부족한 중하위 계층까지 너도나도 집을 사들였다.
월가(街)는 또 어떠했나? 서브프라임 모기지 등 부실채권들을 이리저리 섞고 쪼개서 만든 정체불명의 파생상품을 첨단금융상품으로 포장해 사고팔면서 금융시장을 투기판으로 몰아가지 않았는가. 한마디로 미국 경제의 거품을 만든 건 미국인의 '도덕적 해이'와 월가의 '탐욕'이었지 아시아의 수출이 아니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