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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美) 경제거품, 아시아 수출 탓 아니다    2009/11/03 13:28 추천 3    스크랩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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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美) 경제거품, 아시아 수출 탓 아니다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지난달 아시아를 향해 작심한 듯 포문을 열었다. "아시아의 수출 주도 성장정책과 그로 인한 글로벌 불균형이 미국 경제에 거품을 일으켰다. 지난 1년간 국제무역이 위축돼 불균형이 다소 완화됐지만 최근 아시아 경제가 살아나면서 불균형이 다시 심화되고 이게 세계 경제를 위기로 몰아갈 수 있다." 그는 "인위적인 수출 인센티브 정책이 국내산업과 자원배분을 왜곡시켜 장기적으로 자국민의 수요를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하게 될 것"이라면서 아시아 국가들이 내수 진작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미국은 9월 피츠버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도 앞장서 '글로벌 불균형 시정'을 합의문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한 달도 안 돼 버냉키 의장이 아시아를 향해 "그 약속을 지키라"고 또 한 번 다그쳤다.

 

물론 그의 지적엔 귀담아들을 부분이 있다. 수출 위주 정책이 재화와 자원의 흐름을 왜곡시키고 서비스 산업 등 내수 부문의 발전을 위축시킨다는 점, 아시아 국가들이 높은 수출의존도 탓에 세계 경제가 조금만 휘청거려도 심한 몸살을 앓는다는 점은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아시아 스스로도 문제의식을 느껴온 터다.

 

그러나 '아시아가 수출을 통해 벌어들인 대미 무역흑자로 미 국채를 사들였고, 그렇게 쏟아져 들어온 돈이 미국 거품을 만들었다'는 주장엔 동의하기 어렵다. 우리 모두가 알듯 미 경제의 거품은 기본적으로 사상 최저 금리정책 탓이다. 그린스펀 전 FRB 의장은 2000년 닷컴 거품이 붕괴된 뒤 경기부양을 이유로 연방기준 금리를 13차례에 걸쳐 6%에서 1.25%까지 떨어뜨렸다. 1%대 저금리는 2004년까지 갔다. 그 바람에 값싼 은행 돈으로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고 주택 수요가 늘자 집값도 뛰었다. 사두면 돈 번다는 생각에 신용과 소득이 부족한 중하위 계층까지 너도나도 집을 사들였다.

 

월가(街)는 또 어떠했나? 서브프라임 모기지 등 부실채권들을 이리저리 섞고 쪼개서 만든 정체불명의 파생상품을 첨단금융상품으로 포장해 사고팔면서 금융시장을 투기판으로 몰아가지 않았는가. 한마디로 미국 경제의 거품을 만든 건 미국인의 '도덕적 해이'와 월가의 '탐욕'이었지 아시아의 수출이 아니었다는 얘기다.


미국은 금융위기 전까지만 해도 글로벌 불균형을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질 않았다. 무역적자가 한 해 8000억달러를 넘어도 아시아와 유럽에서 흘러들어온 막대한 자본수지 흑자가 이를 메우고도 남았기 때문이다. 대표적 달러 건재론자인 리처드 쿠퍼 하버드대학 교수 같은 이는 "미국이 해외의 달러 자금을 끌어들일 수 있는 매력적인 금융시장을 갖고 있는 한, 무역수지 적자는 큰 문제가 안 된다"고 주장했다. 무역 역조를 해소하기 위해 아시아 국가의 통화가치를 급격히 절상하는 것에도 반대했다. 그렇게 해봐야 불균형을 바로잡는 효과가 미미하고 투기성 핫머니가 아시아 국가를 공격할 기회만 줘 세계 경제가 동반 불황에 빠질 수 있다는 논리였다.

 

그랬던 미국이 태도를 바꾼 건 금융위기 후 미국 금융시장이 더 이상 무역적자를 메우는 돈줄 역할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력'을 잃어버린 것이다. 각국이 미국에 투자했던 자금을 회수하면서 1조달러 흑자를 자랑하던 자본수지는 적자로 돌아서는 걸 걱정해야 할 판이다.

 

과도한 글로벌 불균형은 바로잡아야 한다. 그러나 미국이 교역상대국에 일방적으로 책임과 희생을 떠넘기는 식이어선 안 된다. 거품과 위기의 진원지인 미국부터 쌍둥이 적자를 줄이고 금융시장을 매력적으로 개혁하는 노력과 책임 분담의 자세를 보이면서 국제사회에 공조를 요청해야 한다. 그게 미국 경제도 살고 세계 경제도 사는 길이다.                   

 

 

  •  - 이 준·논설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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