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사번호판' 단속 속수무책… '구멍' 뚫린 법
무인 단속 카메라에 적발되지 않게 하는 '반사 번호판'을 판매한 혐의로 10일 경찰에 불구속 입건된 박모(48)씨. 그는 3년 전에도 같은 혐의로 입건됐다. 이번에 그가 판매한 반사 번호판은 경찰이 확인한 것만 800개가 넘는다. 원가 4000원짜리를 1만5000원에 팔아 1200만원을 챙겼다. 2006년 11월에는 1만5000개를 팔아 1억9000여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불구속 입건돼 벌금형을 받았다. 그는 주변에서 '반사 번호판의 달인(達人)'으로 통했다.
경찰은 현재의 솜방망이 처벌로는 박씨 같은 이들의 재범(再犯)을 막을 수 없다고 단언했다. 경찰의 단속을 무력하게 만드는 '신종 장비'를 판매해 수천만~수억원을 챙기다가 적발돼도 현행 자동차관리법에 따르면 기껏해야 1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그치기 때문이다. 제조꾼들이 알아서 '손 씻기'를 바라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는 것이다.
"진짜 답답한 게 뭔지 아십니까." 한 경찰이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현행 자동차관리법상 불법 장치를 제작하고 판매하는 행위 자체만으로는 처벌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법은 '누구든지 등록 번호판을 가리거나 알아보기 곤란하게 해서는 안 되고 그런 자동차를 운행해서도 안 된다'(제10조 5항)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신종 장비를 제조하거나 버젓이 판매하는 현장을 발견해도 구매자를 확보하지 못하면 제대로 처벌 못 합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이번 사건에서는 판매자와 구매자가 '한 세트'로 확인됐기 때문에 판매자에 대한 형사 입건이 가능했다. 번호판을 가리거나 알아보기 곤란하게 만든 구매자의 행위에 판매자가 '협조'한 것으로 보고 형법상 공범(共犯) 개념을 끌어왔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 장치의 판매·제작 행위만으로도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을 마련해 달라고 국토해양부에 요청할 계획이다. 하지만 국토부 관계자는 11일 "자동차관리법에 판매·제조자를 단속하는 규정까지 둬야 한다는 점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법의 '구멍'을 훤히 알고 있는 제조꾼들이 경찰 단속에 대해 코웃음을 쳐도 할 말이 없게 됐다.
- 채성진·사회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