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6년 7월 23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서래마을에 사는 프랑스인 장-루이 쿠르조씨가 자신의 집안 냉동고에서 두 갓난아기의 주검을 발견했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이른바 '서래마을 영아 시신 유기 사건'이었다. 외국인 집단 거주지에서 일어났고,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갓난아이 주검이 2구나 발견됐다는 점에서 세간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자국인이 관련된 프랑스에서도 사건의 추이에 큰 관심을 보였다.
한국 경찰은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6일 만인 7월 29일 DNA 분석 결과를 토대로 아이들 아버지가 쿠르조씨임을 밝혀낸 데 이어 8월 7일에는 아이의 엄마가 쿠르조씨의 부인 베로니크 쿠르조씨임을 밝혀냈다.
하지만 프랑스 수사 당국과 언론은 우리 경찰의 '실력'을 믿지 않았다. 쿠르조씨 부부가 범행을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자국민을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이 심정적으로 깔려 있었던 데다 은연중 한국 국과수팀의 실력을 깔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프랑스 경찰이 우리 경찰과 같은 결론에 도달한 것은 그로부터 두 달 뒤였다. 10월 10일 프랑스 언론들은 영아 유기 사건의 프랑스인 용의자들이 숨진 영아들의 부모가 맞는 것으로 프랑스측 DNA 시료 분석 결과에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베로니크 쿠르조씨는 재판에 회부됐고, 올 6월 징역 8년형을 선고받았다.
3년이 더 지난 사건을 되돌아본 것은 지난 주말 발생한 부산 사격장 화재사건 때문이었다. 서래마을 사건에 프랑스인이 연루돼 있듯이 이번엔 일본인이 다수 연루돼 있다. 사상자 16명 가운데 무려 11명이 일본인인 '국제적' 사건인 셈이다. 우리 정부는 발 빠르게 움직였다. 한국 대통령이 일본 총리에게 유감을 표시했고, 한국 총리는 일본인 사상자 가족 앞에 무릎을 꿇고 사과했다.
하지만 일본 쪽에서는 뭔가 미진하다는 반응이다. 한국의 사후처리에 대한 불신을 떨치지 못하겠다는 인상도 풍기고 있다. 특히 이번과 같이 폭발이 동반된 화재 사건의 경우에는 발화 원인을 찾아내는 감식 과정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 자국인들이 다수 사망한 사건 수사를 한국 경찰의 손에 맡겨놓고 지켜보기만 하자니 답답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서래마을 사건 때 프랑스측이 보인 반응도 이와 비슷했다.
한 국가의 영토를 뛰어넘어 일어나는 범죄 수사에 대해서는 국제 공조가 관행이다. 인터폴이라는 국제기구도 있고, 국가별로 범인인도조약도 맺고 있다.
국제적 사건·사고 조사에도 이와 유사한 제도와 관행을 도입하면 어떨까. 이를테면 사고공동조사조약 같을 것을 맺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사건·사고가 발생한 나라의 사법경찰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관련국 전문가들이 참여해 중지를 모으면 조사 시간도 줄이고 관련국들이 나중에 조사 결과에 승복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전문가를 처음부터 수사에 참여시킬지 아니면 옵서버로 의견만 제시하는 수준으로 참여시킬지는 상호호혜를 원칙으로 관련국들이 결정하면 된다.
서래마을 사건 수사는 한국 과학수사가 이룬 쾌거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이 사건 수사로 서울 방배경찰서 수사팀과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법의학부팀은 그해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이 정도 실력이면 공동조사 과정에서 수사권을 다른 나라에 내줘 '수사 주권'을 침해당할 것이라는 '우려'가 기우로 보인다.
총기 사고, 항공기 추락사고 등 요즘 일어나는 사고들은 대부분 국제적이라고 할 수 있다. 국가 간 공동조사가 제도화되면 프랑스나 일본에서 한국인이 연관된 사건 사고가 터질 때 그 나라 경찰의 입만 바라보며 손 놓고 있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 이동한·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