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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중에는 용케 숨어있던 피로라는 놈이 주말만 되면 스멀스멀 기어나와 존재감을 알립니다. 지난 토요일 낮 2시 30분 공연을 1시간 앞두고서도 도통 몸을 일으킬 수 없었습니다. 이럴 때 몸은 꿈쩍도 하지 않는데, 머리 속에서는 온갖 경우의 수가 초 단위로 떠오릅니다. 이를테면 낮 공연을 갔을 때 시간적 손실과 심리적 만족도 사이의 복잡한 함수를 일일이 대입해보는 것이지요.
"조금 있다가 공연장에서 뵙겠습니다." 때마침 날아온 문자 메시지 한 통에 뒤죽박죽 엉클어진 생각을 중단하고, 곧장 몸을 일으킵니다. 작품이 울기도 전에 온몸으로 울어예는 번스타인의 말러 3번 마지막 악장을 떠올려보면서, '성령 강림'의 체험을 또다시 해보고 싶다는 바람도 순간 듭니다. 다행히 공연 시작 전에 도착해서 따뜻한 커피 한 잔으로 피로를 잠시 잠재웁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오케스트라의 말러 교향곡 3번은 주말 낮 시간을 통째 투자할 가치가 충분했습니다. 연주의 완성도와는 관계 없이, 우선 국내에서 듣기 쉽지 않은 블록버스터급 편성이라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대전시향과 KBS 교향악단에 이어 세 번째 실연으로 듣는 곡인 것 같았습니다.
말러는 젊은 연주자들에게도 쏠쏠한 경험과 훈련이 되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특히 조급하게 서두르지 않고, 관현악의 전체 라인을 다잡으려고 애썼던 정치용 선생님의 지휘를 보면서, 국내 최고의 오케스트라 조련사 가운데 한 분이 아닐까 개인적으로는 생각해보았습니다.
물론 실망도 적지 않았습니다. 1악장 초반 단단하게 더텨주었던 호른 라인은 100여 분에 이르는 기나긴 '러닝 타임' 동안 어쩔 수 없이 수시로 대열이 흐트러졌고, 트럼펫 역시 해맑은 빛깔에 비해 조금은 가벼운 톤이 아니었나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하지만 든든한 트롬본과 영롱했던 오보에를 비롯해 심리적 만족도가 시간의 손실에 앞섰습니다.
내년과 후년이면 이 학교 오케스트라의 말러 행진도 어느새 종착점에 이릅니다. 그 날 오후에도 분명 저는 피곤하다고 울부짖으며 방 바닥을 뒹굴고 있겠지만, 벌떡 몸을 일으켜 젊은 '말러의 현장'에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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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주(獨奏) 위주로 편식하기 쉬운 음악 교육 여건에서, 오케스트라 활동은 건강한 영양식 역할을 톡톡히 한다. 음대 오케스트라들이 의욕적인 프로그램으로 모처럼 기지개를 활짝 켠다.
한국예술종합학교의 크누아(KNUA)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21일 오후 2시 30분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정기연주회에서 말러의 교향곡 3번을 연주한다. 전체 6악장에 이르는데다, 오케스트라 외에도 여성 독창자와 여성 합창단, 소년 합창단까지 총출동하는 대작이기 때문에 기성 악단도 좀처럼 연주하는 일이 드물다. 크누아 심포니와 의욕적으로 말러 교향곡을 연주해온 정치용이 지휘봉을 잡고, 메조소프라노 김청자와 PBC 소년소녀합창단 등이 출연한다. 크누아 심포니는 작곡가 탄생 150주년인 내년 교향곡 9번, 서거 100주기가 되는 2011년 교향곡 8번으로 말러 시리즈의 막을 내릴 계획이다. (02)746-9270
연세대 음대 오케스트라 역시 30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교향악 연주회를 연다. 최승한의 지휘로 리스트의 교향시 '전주곡', 쇼팽 피아노 협주곡 2번(협연 정현지)과 함께 버르토크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을 연주한다. 버르토크의 곡은 제목처럼 오케스트라의 악기들이 합주자인 동시에 독주자의 역할까지 맡는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적지 않다. (02)720-3933
/김성현 기자 danp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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