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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네=김성현기자 danpa@chosun.com
세계 202개국의 선수단 1만6000여명이 더불어 살고 있는 124만㎡ 규모의 아테네올림픽 선수촌은 말 그대로 ‘만국 박람회장’이다. 올림픽 개막을 3일 앞두고 10일(한국시각) 아테네올림픽 조직위(ATHOC)가 세계 취재진 300명에게 처음으로 선수촌 내부 전체를 공개하는 ‘미디어의 날’ 행사를 가졌다
▲ 선수촌 입구에서 보안 검색을 기다리며 줄 서있는 각국 취재진들
하지만 선수촌에 들어가는 것부터 고역이었다. 무더위 속에 대형버스 6대에서 취재진이 쏟아져 나왔지만 보안 요원들이 카메라와 가방을 일일이 확인하느라 검색대를 통과하는 데만 30여분이 걸렸다.
▲ 선수촌 광장.
고대 그리스 당시 민회가 열렸던 ‘아고라’ 국제 광장을 지나자 1만5000㎡ 규모의 메인 식당 ‘필로세노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 선수들이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를 하고 있다.
‘이방인을 환영한다’는 뜻의 무료 뷔페 식당인 이곳은 하루 6만 끼니의 식사를 제공하며 우유 15만ℓ, 달걀 30만개, 육류 120t, 식수 200만ℓ 등을 하루에 소비하는 초대형 식당. 이곳에서 선수들은 2500여 종류에 이르는 세계 각국의 요리들을 즐기고 있었다. 아시아 음식 코너에 비치된 농협 김치도 선수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다.
2292개의 아파트에 8800여개의 방을 갖춘 선수단 숙소에 들어섰지만 뜨거운 햇살 탓인지 거리에선 선수들을 만나기 힘들었다. 세계 각국의 국기가 숙소 테라스에 내걸려 있었지만 미국은 ‘미국 스포츠 선수단’이라는 작은 안내판만 걸어놓았을 뿐 일절 국기를 내걸지 않았다. 쿠바 선수단은 2층 전체에 피델 카스트로의 대형 사진을 내걸고 있어 자연스럽게 대조가 됐다. 2인 1실을 기본으로 하는 숙소 내부는 흰색·파란색을 기본 색상으로 사용, 시원한 느낌을 안겼다.
▲영국팀이 선수촌 내부를 이동할 때 쓰는 미니카는 단연 인기.
선수촌 곳곳에서 삼엄한 경계를 펴는 경찰과 군인 수백명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미 선수단은 입촌식을 준비하기 위해 광장에 모여 마빈 게이의 레게 음악에 맞춰 흥겹게 걸어다니는 등 평화로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영국선수들이 선수촌 내부를 이동할 때 사용하는 푸른색 미니카는 각국 선수단들 사이에서 명물로 떠올랐다.
한국 대표팀 숙소는 북한 선수단 숙소와 300여m 떨어져 있었으며, 북한 숙소는 이라크 선수단 숙소와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있었다. 이라크 대표팀 알라 모타르(400m 허들)는 “아직 미국 선수들과 마주치진 않았지만 만나면 ‘함께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자’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선수촌 내 수영장에서 선탠과 수영을 즐기는 선수들.
선수촌은 2만5200㎡ 규모의 자체 훈련장을 갖추고 있지만 무더위 탓인지 야외 트랙에서 훈련 중인 선수들은 2~3명에 불과했다. 대부분 선수들은 실내 체육관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거나 수영장인 ‘포세이돈 클럽’에서 수영과 선탠을 즐기고 있었다.
▲ 당구를 치며 긴장을 푸는 선수들.
각국 선수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공간은 인터넷 카페·당구장·오락실 등을 갖춘 ‘아테나 센터’와 ‘페보스 센터’. 인터넷 카페는 자리를 잡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였다. 선수들은 멀리 떨어져있는 가족들에게 이메일로 안부를 전하거나 스포츠 뉴스를 읽고 있었다. 오락실에선 육상·축구·수영·양궁 등 스포츠 게임이 단연 인기가 높았다. 육상 게임을 하느라 여념이 없는 쿠바 대표팀 루이스 프랑코 바스케스(복싱)는 “시합을 앞두고 긴장을 푸는 데는 오락이 최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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