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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의 영웅들이 늘어선 영웅광장 모습입니다.>
얼마 전 제가 살고 있는 부다페스트의 교민들 사이에서 최고로 이슈가 됐던 것은
한국에서 최근 시작한 드라마 '아이리스'입니다.
지난 여름 한국 드라마 팀이 부다페스트에 와서 열심히 촬영을 했기 때문에
이곳 교민들 상당수가 드라마 주연급 배우들을 봤고(누가 실물이 제일 멋지고 예쁜지에 대해 격론이 벌어졌고),
다들 자기가 살고 있는 곳이 텔레비전에 어떻게 비쳐질까도 궁금했겠지요.
그리고 프라하처럼 텔레비전 드라마가 인기를 끈 이후 관광객들이 많아지면 '행여나 직항 노선이라도
생기지 않을까'하는 기대 심리도 어느 정도는 작용한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드라마를 보진 못했는데 본 사람들 말로는 꽤 재미있었다더군요.
'파리의 연인'이나 '프라하의 연인(제목이 맞지요? 늘 헷갈려서)'처럼 드라마 촬영지가
근사하게 나오더냐고 했더니 돌아온 대답은 대개 이렇습니다.
"멋지게 비쳐지긴 해요. 그런데 1회를 보니 부다페스트 서부역이 나온 후 바로 다음 장면이 발라톤 호수가
나오고 그런 식이더라고요. 우리로 치면 서울 명동 한복판을 보여주다가 갑자기 다음 순간 해운대가 나오는거지.
뭐, 가장 예쁜 장면만 골라서 보여주려다 보니 어쩔 수 없는 거긴 하지만..."
어쨌든 드라마가 잘 방영되고 있다고 하니
행여나 드라마를 본 후 부다페스트에 강한 매력을 느껴 여행을 결심하신 독자들이 있을까 하여
부다페스트 명소에 대해 간단한 소개를 할까 합니다. 그러고 보니 출장이나 여행으로 간 지역에 대해선
대개 블로그에 글을 올렸는데 정작 살고 있는 도시에 대해선 이제껏 사진도 제대로 올린 일이 없었던 것 같네요.
사람 심리란 묘해서 멀리 있어 잘 볼 수 없는 대상은 한없이 매력적으로 보이고
가까이서 늘 보는 대상은 실제로 아무리 매력적이라 해도 그 매력이 시들하게 보이나 봅니다.

기사를 보니 드라마 1회 때 헝가리에선 '뉘거띠 빠이어우드바'라고 불리는 서부역을 배경으로
폭발씬이 있었다고 하더군요.
서부역은 부다페스트의 4개 기차역 가운데 하나로, 시내 중심가 근처에 있는데다
바로 옆에 도시 최고의 쇼핑몰이자 영화관이 있는 '웨스트엔드'가 있어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입니다.
기차역이지만 건물 구조가 근사하지요.
저 역시 사는 곳이 이 근처라 하루에 1~2회씩은 이곳을 지나치는데 정작 여기서 기차를 탄 적은
없습니다. 해외로 가는 기차나 국내 주요 지역은 주로 '껠레띠'라는 동부역에서 기차를 타는데
혹시나 부다페스트를 경유해서 헝가리 다른 지역으로 여행을 계획하고 계신 분들은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부다페스트 관광의 핵심인 도나우 강변에 위치한 국회의사당 모습입니다.
여러 개의 첨탑이 하늘을 찌르는 네오 고딕 양식 건물 자체가 아름답습니다.
이곳에서 반드시 봐야 할 것은 헝가리 왕조의 역사를 지켜본 왕관인데요...
이 왕관은 예전에 국립박물관에 있었지만, 2000년부터 국회 의사당으로 이전해 전시하고 있다고 합니다.
초대 국왕인 이슈트반이 대관한 1000년부터 마지막 왕 카로이 4세가 1948년 퇴위할 때까지 약 950년간
계승됐다고 하니 그야말로 역사의 산 증인 같은 존재인 거죠.

<헝가리 시립도서관>
잘 알려지지 않은 부다페스트의 명소(라고 하기엔 좀 부족한 감이 있을지 모르나)로
시립도서관이 있습니다.
'시립도서관이 무슨 명소냐!'고 버럭하실 분들에게 변명을 좀 하자면
내부가 참 아름답습니다. 반짝이는 대리석 같은 바닥과 금박으로 장식된 천정에 샹들리에,
그리고 열람실 책상 의자 외에도 푹신한 쇼파까지 있어서(안쪽에 보이죠?)
사람들이 이곳에서 아무렇게나 널부러져 책을 읽다가
졸리우면 졸기도 하고 하는 장소입니다.
게다가 무선 인터넷이 되고 바닥엔 노트북 전원을 연결하는 콘센트도 있어서
숙제를 하거나 레포트를 쓰는 학생들도 이곳에 와서 과제물을 작성하곤 합니다.
대출을 하지 않고 열람만 하는 것은 무료인데다 저같은 외국인도 회원 카드를 작성해서 이용할 수 있습니다.
근처엔 싸고 맛있는 카페도 있어서 책을 보다가 지겨우면 커피를 마신 후 잠을 깨고 다시 와도 됩니다.
저 개인적으로 부다페스트에서 찾은 보석 같은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방을 렌트할 때도 그랬고 시립도서관 회원 카드를 만들 때도 그랬지만
서류 작성에 필요한 신상 항목에 어머니의 성, 이름을 기입해야 하는 것입니다.
"왜 이렇게 엄마의 성, 이름에 집착할까요?"라고 누군가에게 물었더니
"누가 낳았는지 확실하게 알 수 있는 어머니 쪽이 신원 보증에 신뢰감이 더 있어서 그런게 아닐까?"하고
해석하던데 글쎄요...어쨌거나 독특하다고 느낀 문화의 한 단면이었습니다.

<부다페스트 시립도서관. 개인 좌석마다 저렇게 크고 묵직한 스탠드도 있습니다. 공부가 절로 될 것 같지 않나요?>
다른 유럽 도시도 마찬가지겠지만 헝가리 역시 예쁘고 유서 깊은 카페가 많습니다.
그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이 '제르보'라는 곳입니다.
제르보는 부다페스트 명물인 지하철 1호선(왜 명물인지는 이따가 얘기하고) 종점에서 나오면 바로 보이는 곳인데
새하얀 벽이 아름다운 곳입니다.
'씨씨'라는 애칭으로 불리던 합스부르크 왕가의 미모의 황비
에르제베트가 단골로 찾았던 곳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잠깐 에르제베트 황비에 대해 소개하자면
그녀는 바이에른의 공녀로 태어나 언니 헬레나의 맞선 상대로 찾아온 합스부르크의 황제 요제프와 16세에
결혼합니다. 왜 언니의 맞선 상대와 결혼했냐 하면 요제프 황제가 본래 맞선 상대가 아닌 그 동생 씨씨를 보고
한눈에 반해서라네요. 사실 씨씨는 키 173cm, 몸무게 48킬로 몸매에다 '절세가인'이라는 칭송을 유럽 전체에서
받고 있었던 미모의 여인이었습니다.
하지만 미인은 불행하기 마련인지 엄격한 빈의 궁정 생활은 체질에 맞지 않았고
시어머니와 불화도 심했다고 하네요.
게다가 씨씨의 아들은 자살하고 본인 역시 아나키스트의 손에 암살 당합니다.
이런 갑갑한 삶 속에서 그녀에게 한 줄기 위안이 됐던 것이
바로 부다페스트였답니다. 씨씨는 부다페스트를 너무나 사랑해서 이곳에서 자주 승마를 하고
(국제대회에 출전할 정도로 출중한 승마 실력이었다고 합니다), 어렵기로 소문난 헝가리어도 완전히
마스터합니다. 측근도 헝가리인으로만 뒀다고 하고요. 그래서인지 헝가리인들은 도시 중심에 있는 다리에
'에르제베트'라는 이름을 붙일 정도로 그녀에게 애정을 품고 있습니다.
어찌 됐거나 그런 씨씨가 자주 갔던 카페 제르보는 케이크가 맛있기로 유명한데
부다페스트에선 반드시 들러야 할 곳 중 하나입니다.

제르보에선 케이크를 테이크 아웃해 갈 수도 있지만 별로 권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제가 한번 해 봤는데 조각 케이크도 작은 케이크 상자에 넣어주는 우리 나라와 달리
대충 종이에 쓱쓱 싸서 비닐 봉지에 그냥 넣어주거든요. 집에 가기 전에 다른 곳에 들르거나 할 땐
케이크가 뭉개지지 않을까 꽤 신경이 쓰입니다.
제르보에 올 땐 그냥 분위기를 즐기면서 천천히 카페에서 케이크를 드는 게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전 단 걸 꽤 좋아해서
케이크나 빵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편인데
그래서 이런 예쁜 케이크들을 보면 늘 망설이게 됩니다. 그래도 굳이 고르라면 가게 이름을 딴
'제르보 토르타'나, 스폰지와 초콜릿 크림이 층을 이룬 도보슈 토르타를 고르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가게엔 초콜릿 케이크인'자허 토르타'도 있지만, 그건 비엔나의 명물이기 때문에
기왕이면 본고장에서 먹는 걸 권하고 싶네요.
가게 바로 옆은 부다페스트 최고의 쇼핑 거리인 바치 거리입니다.
이곳에서 아기자기한 소품 같은 걸 사도 좋습니다.

아까 잠깐 언급한 부다페스트의 명물 지하철 1호선 내부입니다.
이 지하철 1호선은 영국보다 앞서 유럽에서 가장 먼저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진위 여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일단 본 사람들은 누구나 그 주장에 토를 달지 않습니다.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면서 내부가 밝게 나왔지만 사실 엄청 좁고 작고 하여튼 오래된 티가 팍팍 나거든요.
게다가 달릴 때면 벽으로 바람이 다 들어오고 '끼이이이이이이이이이'하는 굉음이 귀를 찌릅니다.
그래서 1호선이 운행하는 구간도 좁은데 어쨌거나 '명물'은 명물이지요.

제가 사는 곳에서 걸어서 10분 정도밖에 안 걸리는 영웅광장입니다.
헝가리 건국 100주년을 기념해서 1896년에 조성한 광장이라는데 사진엔 나오지 않지만
이 광장 중앙엔 대천사 가브리엘이 받치고 있는 높이 35미터의 기념탑이 있습니다.
그리고 헝가리인들의 조상인 마자르족 수장과 7명의 부족장들이 말을 타고 죽 둘러서 있는 조각상이
둘러서 있습니다.
광장은 워낙 넓어서 산책 나오는 시민들도 많습니다.
아래 사진은 아이를 데리고 온 아빠(인지 할아버지인지)가 동상에 어린 딸을 올려준 후
바라보고 있는 모습입니다.
널찍한 광장엔 스케이트 보드와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도 많고요.

<사진에 나오는 사람을 보면 아시겠지만, 동상 규모가 꽤 큽니다.>
부다페스트는 또 온천으로 유명한 도시입니다.
그래서 크고 작은 온천들도 많은데 그 가운데 '세체니 온천'이 가장 널리 알려져서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오는 곳입니다. 개방 시간도 (이곳에선) 꽤 늦은 밤 10시까지고요.
세체니 온천은 집에서 걸어서 5분 거리 정도밖에 안 되기 때문에
부다페스트에 온 직후 찾아갔더랬습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조금 실망스러웠습니다. 전 한국식의 뜨끈뜨끈한, 뜨거워서 발끝부터 조심조심
물에 들어가다가 완전히 몸을 물에 담근 후엔 '어, 시원하다'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그런 물을 기대했는데
물 온도가 미적지근하더라고요. 알고보니 유럽에선 38도가 넘는 물은 심장에 무리를 줄 수 있다고 하여
온천수로 쓰지 않는답니다. 세체니는 노천 온천인데 마침 제가 간 날은 기온까지 확 떨어져서
오히려 온천에 몸을 담그고 있다가 으슬으슬 춥다는 느낌까지 받았습니다.
하지만 서양 사람들은 "딱 기분 좋게 몸을 담그고 있을 수 있는 온도"라고 하더군요. 문화적 차이인가 봅니다.
여기 명물은 온천에 몸을 담그고 하는 '온천 체스(서양식 장기)'인데, 욕탕 속에 체스용 받침대가
있다고 하네요. 전 보지 못했지만요.
그리고 만약 이곳을 방문하시려는 여자분들은 되도록 비키니 수영복을 가져 가는 걸 권합니다.
"거기 갔더니 원피스 수영복 입은 사람은 한국 아줌마밖에 없더라"는 한 한국분의 증언입니다.

<박물관을 연상시키는 고풍스러운 세체니 온천 입구>
세체니 온천 맞은편엔 동물원과 공원 등 유원지도 있어 길거리에서 풍선이나 음식을 파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 가운데 한국처럼 찐옥수수를 파는 사람이 있어서 찍어 봤습니다.

세체니에서 약 3분만 걸어오다 보면
'군델(Gundel)'이라는 레스토랑이 보입니다. 자타가 공인하는 부다페스트 최고급 레스토랑입니다.
여행 책자에도 반드시 소개되는 곳일텐데 1894년 야노슈 군델이라는 사람이 세웠고
아들 카로이가 운영하면서 이름을 군델이라고 지었다고 하네요.
이곳이 유명한 이유 첫번째. 비싼 가격입니다. 저녁 식사로는 1인당 적게는 5만원은 각오를 하고 가야 할 겁니다.
예전에 부다페스트에 있던 타사 특파원 선배가 항상 '그림의 떡'인 이곳을 지나치다가
귀국 전날 온 가족이 여기서 '최후의 만찬'을 했다는 일화가 전해집니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헝가리를 배경으로 한 유명한 영화 '글루미 선데이'를 찍은 곳이었기 때문이죠.
"그녀를 잃느니 절반이라도 갖겠어"라는 광고 카피와 달콤하고 우울한 영화 음악으로 10여년 전 인기를 끌었던
영화 글루미 선데이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한번 가 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차와 디저트만 가볍게 할 수도 있는데 (차 마시는 곳과 밥 먹는 곳이 분리돼 있습니다)
찻값은 6000~7000원대로 서울 보통 카페와 큰 차이가 없는 수준입니다.

<군델 식당 모습>
여담이지만,
부다페스트에 온 직후에 영화 '글루미 선데이'의 여주인공인 에리카 마로잔이
제가 사는 곳에서 멀지 않은 아파트에서 산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혹시나 어디선가 그 미모의 여배우를 만나지 않을까 싶었지만 그런 행운은 누리지 못했고
최근에 들은 바로는 애리카 마로잔이 이사를 갔다고 하네요.

<혹시 어떤 영화인지 모르시겠다는 분을 위해 영화 포스터 올립니다. '글루미 선데이'>
부다페스트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것은 뭐니뭐니 해도 야경입니다.
도시 전체가 바라 보이는 겔레르뜨 언덕에 가서 봐도 좋고
도나우 강을 경계로 서쪽인 부다, 동쪽인 페스트 지역을(그래서 도시 이름이 부다페스트입니다)
연결하는 사슬 다리 근처에서 봐도 야경은 아름답습니다. 밤이 되면 380m의 케이블로 이어진 수천 개의 전등이
도나우 수면을 비추는 장관을 연출하거든요.
누군가가 "프라하 야경과 부다페스트 야경 중 어느 것을 더 좋아하세요?"라고 묻기에
"야경만큼은 부다페스트!" 하고 자신있게 대답했던 기억이 납니다. 프라하 야경 역시 100만불 짜리 멋진 야경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부다페스트 야경이 더 마음에 들었거든요.
그랬더니 그 질문을 한 사람은 "프라하 야경은 여성이고, 부다페스트 야경은 남성이래요.
그래서 여자들은 부다페스트 야경을 더 좋아하고, 남자들이 프라하 야경을 더 좋아한대요"라고 하더군요,
그러고 보니 아기자기하고 예쁜 프라하 야경은 여성스럽다는 느낌이 들고
규모가 크고 웅장해서 멋스러운 느낌이 더한 부다페스트는 남성적인 이미지인 것 같기도 합니다.
여러분의 선택은 어떠신가요?

<부다페스트 야경을 찍기 위해 언젠가 밤에 겔레르뜨 언덕엘 간 적이 있는데 너무 어둡고 삼각대가 없어
사진이 전부 흔들리더군요. 부득이 뉴시스에 난 사진을 캡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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