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약해져도 美경제의 종말은 아니다…지금 한국은 외채 심했던 97년과 달라수출의존 경제는 어느 나라든 큰 고통…한국이 더 큰 어려움 겪는다고 생각안해―당신은 칼럼(뉴욕타임스 12월19일자)에서 월가에 지급하는 높은 보수가 부자와 보통 사람 간의 극단적 빈부 격차를 야기하는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양극화는 신(新)자유주의(neo-liberalism)의 부작용으로 간주된다. 결국 월가가 신자유주의의 상징이자 주(主)동력이라는 의미인가."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 신자유주의는 자본시장 자유화를 대단히 강조하는데 이를 뒷받침하는 경제적 증거는 빈약하다. 월가의 저명인사들이 정책형성에 미치는 영향과 역할을 생각해봐야 한다. 그 결과 사람들은 씨티은행에 좋은 것은 미국에 좋다고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분명 중요한 이슈 가운데 하나다."―미국의 금융산업이 미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다. 월가의 몰락을 미국 파워의 쇠퇴로 보는 견해도 있다. 월가와 미국경제의 앞날은 어떨 것인가."월가는 앞으로 오랫동안 위축될 것이다. 하지만 월가의 쇠퇴가 미국경제와 세계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그렇게 크지는 않을 것이다. 금융서비스 수출이 상당하기는 하지만 미국경제 전체에서 매우 크지는 않다. 이는 월가의 종말이지, 미국경제의 종말은 아니다."◆"시장과 규제가 혼합된 40년 전 미국식 자본주의 모델로 돌아갈 것"―경제위기로 시장이 무조건 옳다는 시장근본주의는 쇠퇴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개입이 정당화된다고 하더라도 정부가 제때에 시장에 개입할 능력이 있는가 하는 점은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개입의 타이밍을 잡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이것이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는 게 분명해 보이기 때문에 정부의 조치가 실제로 집행되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하더라도 그때도 여전히 유효할 것이기 때문이다. 시장주의자인 밀턴 프리드먼(Friedman)이 정부정책이 경제를 안정화시킬 수 있을지 의문을 표시한 것은 매우 옳은 얘기다. 다만 때에 따라서는 불완전한 정책이라도 집행하는 게 아무 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 만약 우리가 이처럼 강한 반응을 하지 않았을 경우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생각하면 으스스해진다."―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자본주의인 미국은 부분적으로 은행을 국유화하고, 사회주의인 중국은 부분적으로 은행을 민영화하는 현상을 놓고 '2국 1체제'라고 극단적으로 표현한 바 있다. 미래 자본주의는 어떤 모습이 될 것인가."좀 재미없을 것 같다(boring). 내 생각으로는 40여 년 전 자본주의 모습으로 돌아갈 것 같다. 당시는 시장경제였지만 보다 규제가 많았다. 시장을 중시했지만 금융시장은 규제됐고, 보다 누진적인 세제(稅制)를 갖고 있었다. 그 체제는 상당히 고상하게 작동했다."―스웨덴 같은 유럽식 모델을 생각하는가."어느 정도는 그렇다. 하지만 그들의 모델도 완전하지 않다. 다만 우리가 경제위기를 통해서 배운 것은 보다 혼합된 모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너무 시장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대규모 경기부양책이 최선―미국의 정책금리가 제로로 떨어졌다. 미국 중앙은행은 아예 시장에 돈을 직접 공급하는 '양적 완화정책'을 공식화했다. 미국 중앙은행의 양적 완화정책이 효과를 내겠는가."도움이 될 것이다. 이미 부분적으로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모기지 금리가 떨어지고 있고, 국채금리와 회사채 등의 금리 격차도 축소되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경제를 침체에서 끌어낼 수는 없다."―곧 들어설 오바마 행정부는 7500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준비 중이다. 이 정도 규모면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는가."도움을 줄 것이다. 경기부양책은 실업률이 높아지는 것을 막는다. 물론 이 모든 정책들이 현재의 문제를 완벽하게 풀지는 못한다."―이런 엄청난 규모의 경기부양책이 현 경제위기를 푸는 유일한 해법인가."대규모 경기부양책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현재로선 대규모 경기부양책만이 분명한 최선의 정책이다. 대규모 경기부양책만이 끔찍한 경제적 고통 없이 이 경기침체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가장 가능성 높은 정책이다."―미국은 지금 위기해결을 위해 달러와 국채를 찍어내고 있다. 가까운 시일 내에 달러화 가치가 폭락할 것으로 보는가. 장기적으로 달러화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결국 미국은 다시 지속가능한 경제로 되돌아 갈 것으로 본다. 이를 위해서는 무역수지적자가 축소되어야 하는데, 이는 달러가치가 지금보다 떨어질 것이라는 의미다. 장기적으로 미국달러화 가치는 약화될 것이다. 미래 어느 시점에 달러화는 더 이상 세계의 지배적인 기축통화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 전에 많은 등락이 일어날 것으로 본다."◆민간수요 못 살리면 일본식 장기침체 빠질 것―현재의 상황이 잃어버린 10년을 경험한 일본의 상황과 흡사하거나 더 심각하다고 얘기했다. 미국과 세계경제가 일본과 같은 장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있는가."가능성이 있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하지만 실현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배제할 수 없다. 물론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아니지만, 만약 우리가 민간의 수요를 되살리지 못하고, 경기부양책을 도입하는 데 실패하면 일본과 같은 장기침체에 빠질 수 있다." ―당신은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외환위기를 겪은 직후 심각한 경기침체를 우려하는 책을 냈었다. 10년 뒤의 상황을 거의 정확하게 예견한 셈인데, 당시 예언의 근거는 무엇이었는가. "1997~1998년에 아시아 외환위기가 발발했을 때, 어떤 사람들은 아시아의 문제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으나, 나는 미국경제에 닥칠 불길한 전조를 보았다. 특히 일본 경제의 문제점은 미국 경제의 문제점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또 1998년에 발생한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 사태는 불안한 자본시장의 상황을 드러냈다. 결국 10년 뒤 미국 경제는 일본과 같은 '유동성 함정'을 겪고 있고, LTCM은 세계금융시장을 흔드는 위기의 예고편이었다. 현재 우크라이나와 헝가리는 10년 전 한국, 태국 등이 겪은 위기를 맞고 있다. 현대 경제가 대부분의 이코노미스트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취약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내년 후반쯤 경기회복 시작―내년도 전망은."고용의 급속한 감소 등 엄청난 고통이 있을 것이다."―중국 혹은 유럽이나 일본 등이 완충작용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불행히도 어느 나라도 강한 위치에 있지 않다. 중국은 수출 약세와 내수 부진으로 심각한 문제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럽은 동유럽과 남유럽의 경제위기와 서유럽국가 간 정책조정의 어려움으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일본은 금리가 거의 제로로 내려온 상태에서 대응할 능력이 매우 부족하다. 어느 나라도 좋은 모습이 아니다."―서브프라임 위기의 세계화를 통해 안전망을 갖추지 못한 위태로운 국제금융시스템을 목격하고 있다. 전염병처럼 번지는 금융위기를 차단하려면 어떤 조치가 필요한가."근본적으로는 비(非)은행 금융기관을 규제하는 국제협약이 필요하다. 이것은 힘들지만 반드시 필요한 일이며 1~2년 내에 이뤄져야 한다."―경제위기를 빠져 나오는 시기는 언제쯤 될 것인가."경제생산이 늘어나고 고용이 회복되는 시기는 2010년이라고 본다. 대규모 경기부양책이 효과를 내면 아마도 내년 후반쯤 경기가 바닥을 찍고 회복되기 시작할 것이다. 하지만 경제가 근본적인 건강성을 회복해 이런 부양책이 필요 없는 상황까지 도달하려면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한국 경제는 1997년 외환위기를 맞은 데 이어 올해 또다시 극심한 어려움을 겪었다. 한국 경제의 문제는 무엇인가."1997년에 한국은 외채가 너무 많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한국 경제에 문제가 있었는지 확신할 수 없다. 올해 한국이 겪었던 어려움이 다른 나라보다 더 심각했다고 보지는 않는다. 세계경제 전체가 소용돌이쳤고, 특히 무역이 이번 경제위기로 가장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수출에 의존하는 경제는 어디든 상당한 고통을 받았다. 한국이 스웨덴이나 브라질보다 더 어려움을 겪었다고 생각되진 않는다."폴 크루그먼 이론보다 실물 중시 'NYT 칼럼' 명성 폴 크루그먼 교수는 고전이론보다 현실 경제에 맞춰 자기 이론을 개발한 학자로 유명하다. 지난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것도 실제 무역패턴과 경제활동이 일어나는 현장을 국제무역이론에 경제지리학을 접목해 설명해 냈기 때문이다. 그는 시장만능주의와 신자유주의를 공격하고, 적절한 정부의 개입과 중산층 부활정책을 옹호한다. 뉴욕타임스(NYT) 고정 칼럼니스트로 일주일에 두 번 칼럼을 쓴다. 1953년 뉴욕에서 태어나 예일대 경제학부를 졸업한 뒤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2003년부터 프린스턴대 경제학부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1982~1983년 레이건 행정부에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으로 일했다. 20여권의 저서와 200여편의 논문을 썼다.
미국에 유학 간 한국인 학생은 10만3000명으로, 인도(8만8000명)·중국(7만2000명)·일본(4만1000명) 보다 월등히 많다. 미국 하버드대학에 재학하는 한국 학생 수는 캐나다·중국에 이어 3위다. 한국인 기술자들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도 파워그룹으로 떠올랐다. 실리콘밸리에 있는 한국인 공동체 가입인원은 750여 명에 달한다, 실리콘밸리 IT분야에 일하는 엔지니어 3~4명 중 한 명은 한국인이란 얘기가 나올 정도다.인재의 성장이 곧 한국의 성장이었다. 1948년 3900여 개였던 초·중·고교 수는 2007년 1만947개로, 34개였던 일반대학은 200개로 급증했다. 사흘에 하나꼴로 학교를 짓고, 석 달에 하나씩 대학을 만들었다. 지금은 고교졸업자의 80%가 대학을 가는 대학진학률 1위 국가다. 교육열이 최고의 인력을 낳았다. 외국 제품을 구해 분해해서 재조립하며 기술을 터득하는 '역행적(逆行的) 엔지니어링'은 뛰어난 문제 해결력을 지닌 한국의 인재만이 가능한 선진국 따라잡기 비결이었다. 경영학의 대가 피터 드러커는 생전 "한국은 '지식이 현대경제의 유일한 자원'이라는 명제를 실현한 최고의 모범국가"라고 극찬했었다.1985년 삼성전자는 토종 개발팀 40여 명과 인텔 등에서 고액 연봉을 주고 데려온 베테랑 연구팀 40명에게 각각 1메가D램 개발을 맡겨 경쟁시켰다. 결과는? 토종팀의 승리였다. 밤새 일하고, 휴가도 없이 문제해결 방법을 찾은 한국식 인재 경쟁력의 승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