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이하원 특파원 May2@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이제 우리는 스스로를 추스르고 먼지를 털어내고, 미국을 다시 만드는 작업을 시작해야 합니다." 버락 오바마(Obama) 미국 대통령은 20일 18분간의 취임사에서 미국의 위상 회복과 경제위기 극복이라는 두 주제를 중심으로 미국의 재건(再建)을 호소했다. 그는 현재 미국 내에 뿌리깊은 '미국의 쇠락에 대한 두려움' '자신감의 부족' 현상을 인정하면서도 두려움보다 희망을, 갈등과 불화보다 '목적의 일치'를 강조했다. 그의 취임사에서 주목할 만한 키워드는 크게 네 가지다. ◆부시시대와의 단절 "유치한 짓 버려야"… 부시 시대와의 결별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은 평화와 존엄을 추구하는 모든 사람과 어린이, 나라의 친구"이며 "우리는 다시 한번 선도(先導)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파시즘과 공산주의를 극복했던 앞선 세대처럼 힘을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연단에서 불과 몇 미터 떨어져 앉아 있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일방주의'와 분명한 단절을 선언했다.
그는 또 미국은 "젊지만 유치한 행동(childish things)은 그만둘 때가 됐다"는 말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당선 후 밝힌 '오바마·바이든 플랜'을 통해서 세계의 문제를 해결할 때 다른 국가와의 협의를 중시할 것임을 밝힌바 있다.
◆테러엔 단호하게 "미국·세계 위협하는 무리 물리칠 것"
미국과 미국민의 보호를 최우선 목표로 내건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특정 국가를 명시하지 않은 채 테러와 양민 학살을 하는 무리를 향해 "미국은 그들을 패배시킬(defeat)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또 이라크에서는 책임감 있게 철수하고 아프가니스탄에서는 힘들여 얻은 평화를 계속 유지하겠다고 해 두 나라가 앞으로 오바마 행정부의 최우선 외교안보 과제가 될 것임을 예고했다.
또 무슬림의 폭압적인 정권을 향해 "역사의 잘못된 편에 서 있다는 것을 알라"면서도 "기꺼이 주먹(fist)을 펴겠다면 우리는 손을 내밀 것"이라고 해 '적과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책임감 있는 참여 "미국인으로서 치러야 할 값이자 약속"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이 처한 위기를 그대로 인정했다. 대신 미국인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이에 정면으로 대처하자고 호소했다. "우리가 직면한 도전 과제들은 실제 상황이며, 쉽거나 짧은 시간에 극복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이 모든 것을 극복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새로운 책임의 시대"라며 책임감 있는 행동을 촉구했다. "이것이 미국 시민으로서 치러야 할 값이며 약속"이라고도 했다. 경제위기에 대해선 "과감하고도 신속한 행동을 요구하고 있다"며 "우리는 새로운 일자리 창출은 물론 성장을 위한 새로운 기초를 닦는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자원 봉사 "어려울 땐 여유 있는 사람이 앞장서야"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전날 10대 청소년들을 위한 수용시설에서 페인트를 칠하며 봉사정신을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의 경제가 어려울 때 여유 있는 사람들이 앞장서서 이 위기를 함께 극복해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는 취임사에서 "강의 둑이 무너졌을 때 집 잃은 이를 받아들이는 친절, 동료의 실직(失職)을 막기 위해 자신의 근로시간을 기꺼이 줄이려는 이타심(利他心)이 이 어두운 시대 우리를 보게 한다"고 역설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연기가 가득 찬 계단에 뛰어드는 소방대원의 용기, 자식을 기꺼이 키우려는 부모의 마음이 우리의 운명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말하기도 했다.
- ▲ 20일 미국 워싱턴 DC의 의회 의사당에서 거행된 대통령 취임식에서 버락 오바마가 존 로버츠 대법원장 앞에서 취임선서를 하고 있다. 그는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이 취임식(1861년)에서 사용했던 성경 위에 왼손을 얹고 선서를 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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