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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순씨. 그녀의 손톱은 작고 깨끗하다. 그녀는 자기 손톱까지 할 필요가 뭐 있냐며 자기는 화장도 안하고, 손톱도 그냥 깨끗하게 놔둔다고 했다. 부모님 덕에 손이 작고 보드랍다며 부모님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62년생. 인생을 바꾸고 싶었다. 젊었을 때 고민 많이 했는데, 언니가 마침 이민을 먼저 와 있었서 미국행을 생각하게 됐다. 남대문 동대문을 돌며 디자인도 하고 옷도 팔고 하다가 이런 쳇바퀴 생활은 지긋지긋했다. 미래가 없어 보였다.
언니가 워싱턴에서 식료품점을 했다. 미국 와보니 한국과 별다른 게 없었다. 역시 쳇바퀴 생활이었다. 일 하기 싫었다. 3개월 만에 보따리 싸서 나왔다. LA는 한국 사람들이 많으니까 뉴욕으로 왔다. 뉴욕은 그냥 꿈이었다. 아트 도시로 유명하기도 했고. 그게 21년 전이다.
뉴욕 가겠다고 하니 언니가 딱 400불을 쥐어줬다. 돈 없으면 돌아올 꺼라 생각해서 그랬다고 한다. 룸메이트 구해 방세 보증금 주고 한달 선급금 내니까 돈이 끊기더라. 어떻게하긴. 돈을 구할 수 밖에
근처 네일 살롱이 있어서 허드렛일을 해주며 파트 타임으로 아르바이트로 네일을 했다. 당시 한국 사람들이 네일에 많이 뛰어들고 있던 터라 나도 새로운 분야에서 일을 해보고 싶었다. 2년쯤 하다보니 영어를 본격적으로 배워야 겠다고 생각했다. 2년 정도 학교를 다녔다.
사람들과 이야기 하는게 좋았다. 손님들이랑 친구가 금방 됐다. 그러다 친해진 손님이 "내 친구가 새롭게 미용실을 연다고 하는데, 그곳에서 본격적으로 손톱 손질을 하면 어떻겠냐?"고 말했다. 본격적인 네일 아티스트 실장이 된 것이다.
근데 신기한 것이, 그때 그 손님이 소개시켜줬던 미용실이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어퍼 웨스트 사이드 빌리지에 있는 숍 바로 옆 가게 였다. 그것도 같은 건물에. 과거 미용실은 이제 문을 닫았지만 감회가 아주 새롭다. 내가 일하던 곳 바로 옆에 10년 만에 돌아왔다. 기분이 묘했다. 과거에 고용돼 있던 곳이었는데, 10년만에 돌고 돌아 그 옆의 가게 주인이 되다니.. 인생은 돌고 도나보다. . 인생이란게.
1호는 이스트 빌리지에 있는 가게고 웨스트 빌리지는 2호다. 신기한 건 그 가게를 꿈에서 봤다는 거. 꿈에 내가 어떤 가게를 얻었는데, 그 가게가 너무 생생했다. 얼마 뒤 웨스트빌리지 가게를 구하는 데 꿈에서 본 바로 그 가게가 나오는 거 아닌가.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웨스트 빌리지 가게 이야기도 재밌다. 지금의 남편과 10년전부터 아는 사이었고 5년전에 결혼을 했는데, 그와의 만남도 운명적이었다. 이스트 빌리지 빌딩 리노베이션 하려고 설계도 받으러 가는데 거기 건축가로 앉아있었다. 그러고 보면 난 운도 많았던 거 같다. 그 뒤 바로 여자친구 남자친구 사이가 돼서 지금의 남편이 내부 인테리어와 건축을 다 해줬다.
사람들이랑 어울리는 거 좋아하고, 사람들 고민들어주는 거 잘 해주다 보니 어느새 단골도 많이 생기고 나와 인생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어느날 손님이 "네 솜씨가 좋은데, 여기 잘 사는 언니들은 집에서 편하게 받는 걸 좋아하는 거 같던데 손님 집에 가는 건 어떠냐, 한 번 해봐라"고 말했다.
"안될 건 뭐람." 하고 생각했다.
친구가 쓰다 버린 자전거에 바구니 담고 앞에는 매니큐어 뒤에는 패디큐어 재로 실어서 배낭 하나 딱 메고 손님 집을 돌았다. 그렇게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그러다 또 친해진 손님이 "네 솜씨가 너무 좋다. 그냥 보고만 있기에 아깝다. 내 손톱을 보니 잡지 화보 촬영에서나 보던 것 같다. 기왕 잡지사와 연결해 보는게 어떻냐?"고 말했다.
나는 잃을 것 없으니까 돈 있는 거 다 털어서 반즈&노블 서점에 가서 뷰티 매거진 다 샀다. 거기 나와있는 에디터들 주소 다 적어서 편지썼다. 친구 중 하나가 글 잘 쓰는 친구라, 제대로 양식에 맞춰 50장 정도 보냈다. 나는 이런 사람이고, 홈 서비스 하고 있고 등. 그 당시 유행어가 "난 성공하면 포르쉐 타겠다"는 말이라, 그 말도 썼다.
그랬더니 몇 주 뒤 한 사람한테 연락이 왔다. “진순 너 정말 포르쉐 탈거니? 정말 미친듯이 일해야 한다”며. 그 사람이 에이전시 연결해줬다. 그게 13년 전이다.
그동안 모은 돈으로 가게부터 얻었다. 이름이 진순이니 아시안 느낌을 살려서 작품을 그렇게 만들었다. 처음엔 돈이 없어서 특색 있게 하려고 벼룩 시장가서 주말에 뒤지고 다녔다. 손에잘 어울리는 피스를 찾으려고. 한 8개월 정도 매주 찾았다.
시 쓰는 걸 좋아해 당시 매니큐어 메뉴에 '에센스 오브 소울' 뭐 이런 식으로 썼다. 그랬더니 고객들이 새롭다는 반응이더라. 그 뒤 잘 돼서 2년 뒤 웨스트 빌리지에 가게를 또 열었다.
에이전시 사람이 포트폴리오를 만든다며 작품 사진을 몇 장 띄웠다. 테스트 슈팅 하자고 해서 몇 개 찍었는데, 그 작품을 어떻게 연이 됐는지 뉴욕 타임스 매거진 쪽에 들어가게 됐다. 그래서 예상치도 못하게 7페이지나 내 작품이 실리게 됐다. 여기서는 뉴욕 타임스의 권위가 얼마나 강한지, 거기 한페이지만 실려도 대단하다고 칭찬받았는데 다들 '정말 파격적인' '있기 힘든' 일이라고 했다. 그게 2002년도쯤?
그 뒤 패트릭 드마쉴리에(라는 패션 사진 작가와 사진도 찍고, 샤넬 나르스 쇼 이런데서 네일을 해주고. (그녀의 프로필을 보면 그동안 로레알, RMK, 메이블린, 맥 등 유명 브랜드 광고를 담당했다. 이번 가을엔 맥과 협업해 최진순 라인 제품도 발표했다.) 스티븐 마이젤(패트릭 뒤마쉴리에와 마찬가지로 진짜 유명한 패션 사진 작가)과 주로 작품을 찍는다. 광고도 많이 찍었고, 프라다, 돌체&가바나 등 광고 작업에 참여했다.
그녀 에이전시 사이트에 따르면 그녀는 이런 활동을 했다.
최근 패션쇼=Oscar De La Renta, Derek Lam, Cynthia Steffe, and VPL by Victoria Bartlett; While past shows include J. Mendel, Matthew Williamson, Rebecca Taylor, Vera Wang, Vivienne Tam and BCBG.
광고 촬영=Prada, Missoni, Mulberry, Dolce & Gabbana, DSquared2, Alberta Ferretti, Belstaff, PHI and Pringle of Scotland - all shot by prominent fashion photographer Steven Meisel. Additional fashion campaigns include Vera Wang, Calvin Klein Jeans, Elie Tahari, Neiman Marcus, Bloomingdale’s, Banana Republic, J. Crew and Jones New York.
네일 아트 트레이닝 전혀 안받아 집에서 연습했다. 여기서 성공하려면 자기 아이디어 있어야 한다. 첨엔 힘들기도 하고, 네일이라 큰 비중 아니라 무시되는 경우도 있었는데, 일하는 데 프로답게 하니까 인정하더라.
일본 친구들이 에이전시 통해 배우겠다고 뉴욕으로 올 경우가 있는데 가르치다보니 기본이 안돼 있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 연예인도 그런 경우 있었는데 싸보이는 손톱을 하는 연예인들이 눈에 띄었다. 얼굴 이미지와 안맞았다.
너무 심한 반짝이는 지저분해 보인다.
한가지 바람이 있다면 실패하더라도 어려워 하지말고 자신감 갖고 뛰어들라는 말을 하고 싶다. 요즘 아이들은 스포일 된 친구가 많다. 그러니까 버릇도 없고 아주 몹쓸 아이들이 많다. 영어 못하더라도 겁없이 뛰어들어야 한다. 아이디어 있고 성실하기만 하면 결국은 다 알아준다. 자신의 숨겨진 능력을 발견하는 기쁨이 대단하다. 당신도 할 수 있다.


최진순 에이전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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