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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시즌 FA시장이 급속도로 냉각되기 시작했다. 쓸만한 물건이 없어 거래가 완전히 끊긴 탓이다. 원 소속구단이었던 한화뿐만 아니라 거포가 필요한 삼성과 롯데, LG 등에서도 관심을 보였던 FA 최대어 김태균이 일본 프로야구 지바롯데와 계약한데 이어 김태균과 함께 FA 쌍두마차였던 이범호 마저 일본으로 떠나면서 올시즌 FA시장은 사실상 폐장 상태에 들어갔다고 할 수 있다.
올해 FA를 신청한 선수는 5개 구단에서 모두 8명이었다. 최하위로 추락했던 한화가 3명(강동우, 김태균, 이범호)으로 가장 많았고 패넌트레이스 우승과 한국시리즈마저 제패한 KIA(김상훈, 장성호)가 2명으로 그 다음으로 많았다. 2위 SK(박재홍)와 4위 롯데(최기문), 5위 삼성(박한이)이 1명씩이었다. 이 중에서 일본으로 떠날 예정인 김태균과 이범호를 제외한 6명 중에서 3명이 원소속 구단과 계약을 마쳤다. 외야수 박재홍은 SK와 연봉 4억원에 재계약했고 KIA 김상훈과 한화 강동우도 각각 2억2천5백과 1억5천에 도장을 찍었다.

(인천=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20일 오후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2009 CJ마구마구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4차전 SK와이번스 대 KIA타이거즈의 경기 3회초 1사 주자 1,3루 상황에서 병살당한 KIA 장성호가 공수교대를 하며 안타까운 표정을 짓고 있다. 2009.10.20
이제 남은 선수들은 삼성 박한이(외야수)와 롯데 최기문(포수), KIA 장성호(내야수) 뿐이다. 이 중에서 박한이는 삼성과 재계약할 가능성이 커 보이고 최기문도 최근들어 각 팀이 보직난에 시달리고 있는 포수라는 포지션을 고려할때 조만간 어느팀에서든지 러브콜을 받게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되면 남는 것은 오직 KIA의 장성호 뿐이다. 장성호는 이미 2006년에도 4년 계약에 42억이라는 대박을 터트린바 있다. 남들은 일생에 한번도 힘든 FA대박 기회를 두번씩이나 얻게된 것이다.
장성호는 96년 해태에서 데뷔해서 14시즌간 타이거즈의 간판타자로 활약해왔다. 통산타율이 3할6리(0.306)에 이르고 98년부터 2006년까지 9년연속으로 3할 타율을 기록했다. 통산홈런은 195개이며 98년부터 2007년까지는 10년연속으로 두자릿수 홈런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동안 타이거즈가 이빨빠진 호랑이라 놀림을 받기도 했지만 장성호는 여전히 호랑이굴을 지키는 사나운 맹수였던 것이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최근들어 장성호의 노쇄현상이 뚜렷하다는 점이다. 게다가 엎친데 덮친격으로 메이저리거 최희섭의 입단 후에는 주 포지션인 1루수를 내주고 외야수로 포지션을 이동하는 등 주전경쟁에서도 밀려났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출전기회도 줄어들었고 성적도 신통치가 않다. 올시즌에는 88경기에 나서 2할8푼4리의 타율과 홈런 7개만을 기록했을 뿐이다. 심하게 말해서 올시즌 KIA는 장성호 없이도 우승까지 했다고 할 수도 있는 상황인 것이다. 5억5천만원이라는 연봉이 많아보일만도 하다.

(광주=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17일 오후 광주 무등경기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2차전 기아 대 SK 경기. 5회말 KIA 공격 1사 2루때 장성호가 삼진아웃을 당하고 있다. 2009.10.17
장성호는 일반의 예상을 깨고 FA시장에 다시 나섰다. 장성호로서는 벤치워머로 전락한 자신의 시장가치를 재보고 싶었을 것이다. 더불어 연봉삭감을 요구할게 뻔해보이는 KIA 구단에 무력시비용으로 활용할 수도 있어보였다. 그렇지만 장성호가 계산하지 못한게 있다. 자신이 기록한 최근의 성적과 자신을 데려가기 위해서 다른팀이 흘려야 하는 출혈을 미쳐 몰랐던 것이다. 과거 장성호가 보여준 실력이라면 김태균과 이범호를 모두 잃은 한화가 입질을 해올게 분명하고 페타지니와의 재계약을 포기할 것으로 예상되는 LG가 넘볼게 분명해 보이지만 지금의 장성호는 옛날의 그가 아니라는 사실은 본인만 모르고 남들은 다 알고 있다.
또한 장성호를 영입하기 위해서는 FA보상금으로 그의 연봉의 300%에 해당하는 16억5천만원과 보상선수 1명을 내주거나 보상선수 없이 연봉의 450%인 24억7천5백만원을 지급해야만 한다. 장성호의 연봉 5억5천만원도 고민되는판에 최소 16억5천만원과 최고 24억7천5백만원을 선뜻 내줄 구단은 없는게 현실이다. 즉 활용가치가 없다는 말이다. 만일 장성호가 몸값을 낮춘다고 해도 문제는 풀리지 않는다. 보상의 댓가가 너무 큰 탓이다.
얼마전 장성호는 SK와 재계약에 성공한 박재홍에 대해 부러운 시선을 보낸바 있다. SK측에서 "박재홍의 자존심을 망가뜨리고 싶지 않았다. 박재홍은 위대한 선수다. 300홈런-300도루를 달성하는 순간을 우리와 함께 할 것"이라며 선수를 존중해 주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장성호는 스포츠칸과의 인터뷰에서 "그걸 보니 부럽고 더 서운했습니다. 내가 몇 년을 뛰었는데…"라며 말끝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서울=연합뉴스) 김현태 기자 = 30일 오후 서울 잠실경기장에서 열린 2009 프로야구 두산과 KIA의 경기 8회초 1사 주자만루 상황에서 KIA 장성호가 역전 만루홈런을 친 후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2009.8.30
하지만 장성호가 잊고 있는게 있다. 이번 FA를 신청할만큼 올시즌의 성적이 좋지 못하다는 점이다. 이는 누구의 탓도 아니다. 오직 본인만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모든 사람들이 왜 장성호의 FA신청을 무리라고 생각하는지 조용히 생각해볼 일이다. 장성호에게 필요한 것은 왕년의 4번타자에 대한 구단의 예의가 아니라 자신의 잃어버린 자존심을 되찾기 위한 절치부심 뿐이다. 지난해 이종범은 자존심을 버리고 구단에게 백지위임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는 화려하게 부활해서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장성호는 그럴만한 자신이 있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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