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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 위를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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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아람 (aram1214)
방향치, 기계치, 몸치, 음치.... 사치지녀(四痴之女) 아라무의 블로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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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의 기술, 연애의 기술    2009/11/23 00:54 추천 8    스크랩 2
http://blog.chosun.com/aram1214/4334339

지난 월요일,

출근해 이메일을 체크했더니

'아람아, 나 OO인데..'라는 제목의

이메일이 와 있었습니다.

왠지 반가운 내용의 이메일일 것 같아서

열어보았습니다.

 

고3때 같은반이었던,

그러나 그다지 친하지 않아서

고등학교 졸업한 후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던

친구의 이메일이었어요.

 

A여고 아람이 맞지??

너 꼭 맞아야되는뎅,,,

나 OO인데 기억나니? 김OO이라공,,ㅋㅋㅋ

우리가 B선생님 같은반이었나? C 샘님때 같은반이었나???

그래,그때부터,,너가 책을 디게 많이 봤었어,,

좀머씨 이야기 읽고 독후감인가 썼던게 기억난다...^^

너 책쓴거 알게되서,,,

이렇게 혹시나 편지 날려본다....

잘지내쥐????

 

불현듯 잊고 있었던 고3 교실이 떠오르면서

항상 앞에서 둘째줄인가 셋째줄에 앉았던

그 친구의 얼굴이 어렴풋이 떠올랐습니다.

제 기억에

항상 유머러스한 행동으로 주변을 즐겁게 해주던 아이였어요.

그래서 선생님들로부터도 사랑받았었고요.

 

무뚝뚝하고 말재주 없었던 저와는

정말 다른 세계에 있었던 것처럼 보였던 그 친구가

저를 기억하고 있었다니

의외였습니다.

제가 어떤 책을 읽고 독후감을 썼었다는 것까지요.

정작 저 자신은 제가 '좀머씨 이야기'를 읽고

독후감을 썼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요.

 

그 아이의 기억 속에서

저는 책을 많이 읽는 아이였던 모양입니다.

지금의 저는 읽는 것을 좋아할 뿐

결코 많이 읽는 편은 아닙니다.

고등학교 때 오히려 지금의 세 배쯤 더 많이 책을 읽었던 것 같습니다.

 

수업시간에,

자율학습 시간에,

쉬는 시간에,

등하교길에,

방과 후 집에서......

저는 책을 읽었습니다.

 

현실로부터 도피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학교가 참 싫었거든요.

입시 위주로 짜여졌던,

억압적인 시스템이 싫었습니다.

 

그 시절에

김형경, 공지영, 신경숙, 은희경 등을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나 김형경의 소설들은

같은반에 그의 작품들을 좋아하는 친구가 있어서

그 친구로부터 빌려서 열심히 읽었습니다.

처음에 '새들은 제 이름을 부르며 운다'를 읽고,

이후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인 '세월'을 읽었는데,

3권이나 되는 '세월'을 호흡 끊기지 않고 후루룩 다 읽고 싶어서,

수업시간에 교과서 아래에 놓고 

혹시나 선생님 눈에라도 띌까 가슴 졸이며

하루종일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대학생이 되어서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을

정말 인상깊게 읽었습니다.

소설 속 주인공이 정신분석을 받는 부분이

특히나도 와닿아

주변 친구들에게 여러 권 선물하기도 했었지요.

이후 작가는 '성에', '사람 풍경', '천 개의 공감' 등등

정신분석을 소재로 한 소설과 산문집을 잇달아 내놓습니다.

 

지난주에

김형경의 신작 '좋은 이별'을 읽었습니다.

 

좋은

 

'애도 심리 에세이'라는 부제를 보고

처음엔 "또 심리야?"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심리학 내지는 정신분석도 계속하니 지겹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도 옛날부터 좋아했던 작가인지라,

어쩐지 손이 가서 마침내 읽기 시작했습니다.

 

요약하자면

이별과 상실 후 마음껏 슬퍼해야

앙금이 남지 않아서

이후의 관계를 더 잘해나갈 수 있다는 이야기인데...

뻔한 이야기인 것 같으면서도

소설 속 주인공들과 작가 자신의 경험이 어우러져

자신을 달래는 것의 중요성을

다시금 되새기게 하는 맛이 있습니다.

 

각각의 챕터 뒤에 팁이 있는데..

저는 다음의 팁이 가장 기억에 남았습니다.

 

'괜찮아'라고 말하지 않기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지내느냐고 인사할 때 '괜찮다'는 의례적인 답을 건네지 말고

솔직하게 감정을 표현한다. 여전히 좀 슬프다, 무거운 마음이 걷히지 않는다 등등.

감정을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내면의 문제가 조금씩 해결된다. 도움을 주고 싶어

질문한 사람들에게는 정직한 마음으로 그들의 보살핌과 연민을 수용한다.

형식적으로 질문한 후 솔직한 답변 앞에서 불편해하는 사람이 있다면 질문해줘서

고맙다고 말한 후 화제를 바꾸면 된다.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듯

저 역시나 슬픈 일을 겪은 후

주변 사람들의 "좀 어때?"라는 질문에 습관적으로 "괜찮아"라고 답해 왔습니다.

말을 건네는 사람은

저로부터 "괜찮다"는 답을 듣고

위로해주어야한다는 부담을 덜어버리고 싶었을 테니까요.

그러나 그렇게 "괜찮아"라고 답하는 동안

마음 속 깊은 곳의 또 다른 저는 강하게 도리질을 치며

"아니, 괜찮지 않아"라고 말해 왔다는 것을

저 자신만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팁은 어디까지나 팁일 뿐,

피붙이에게조차 감정을 표현한다는 것은 참 힘들지요.

저 팁에서처럼

'솔직한 답변 앞에서 불편해하는 사람'때문인 것 같습니다.

저 자신도 역시나

타인의 솔직한 답변 앞에서 불편해하는 사람이고요 -_-;

 

너무 무거웠나요?

 

항상 그렇듯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와서

영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와버렸네요.

 

내친 김에

좀더 가볍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을

한 권 더 소개하겠습니다.

근데,

남자분들은

싫어하실지도 몰라요. ^^;

 

신데렐라의

 

지지난주쯤인가

유부녀인 입사 동기가

친히 제 자리로까지 찾아와

손에 쥐어주고 간 책입니다.

 

그녀 왈,

"널 위한 책인 것 같다. '갖고 싶은 남자를 갖는 법'이래잖니."

헉, 날 두 번 죽이는구나...

.....갖고 싶은 남자조차 없는걸.. ㅠㅠ

 

저는 원래 소위 '자기계발서'로 분류되는

이런 류의 책을 잘 안 읽습니다.

왜냐면,

제가 남의 말을 듣고 실천에 옮기는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

그래도 책을 가져다준 친구의 정성이 갸륵하여,

앉아서 몇 장을 넘겨보다가...

덮었습니다...

도무지 제가 실천하기엔 어려운 팁들만 가득...

적극적인 성격의 사람들을 위한 책이지

제겐 안 맞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며칠후,

광화문 교보문고에 갔더니

서점 입구의 가장 눈에 잘 띄는 자리에

융단인지 모피인지 카펫인지를 깔고,

각종 반짝이 장식을 해 놓은 진열대에

저 책이 마치 제단 위의 성배처럼 놓여있더군요.

.....잘 팔리는 책, 혹은 잘 팔릴 책이라는 징조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며칠 전 친구들을 만나서

"이러이러한 책이 있는데 나랑은 도무지 안 맞더라"는 이야기를 했더니

한 친구 왈,

"너도 그 책 이야기하니? 나 어제 친구들 만났는데

 걔들도 다 그 책 이야기하더라.

 너무 잘 읽었다고 하더라고.

 이틀새 그 책 이야길 두 번이나 듣네.

 완전 인기인가봐"라고 하더군요.

 

사람 마음이란 게..

남들이 많이 읽는 책이라면

관심이 가게 되어있어서...

그날 집에 돌아와서 다시 책을 펼쳐서 끝까지 읽었습니다.

 

정독을 하고 나니

저 책이 인기를 끌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겠더군요.

바로 제겐 도무지 맞지 않았던

그 '적극성' 때문인 것 같습니다.

남자의 마음을 뺏는 법보다는

남자의 마음에 드는 법에 방점을 찍어왔던

기존의 연애지침서와는 달리,

적극적으로,

그러나 적나라하지는 않게,

교묘하게..

갖고싶은 남자를 갖는 법에 대한 책.

 

한번쯤 읽어볼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오늘 적극적인 성격의 친구에게 선물로 주었더니

친구 왈,

"이 책 보니까 연애할 때 미혼인 동성 친구들 충고 듣지 말래.

 앞으로 니네들 말 안 들을거야. 책이 시키는대로만 할거야.

 밤새 밑줄 그어가며 공부해야겠당~" ㅎㅎ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보디랭귀지와 눈빛, 관리가 필요하다'는 챕터였습니다. 

코스모폴리탄 피처 에디터로,

7년간 연애 칼럼을 써왔다는 저자는

본인은 뛰어난 미인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데까당한 매력이 있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고 하면서

그 비결을 다음과 같이 소개합니다.

 

일단 눈빛으로 말할 줄 알아야 한다. 여기에는 약간의 상상력이 필요하다.

그에게 말을 할 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떠올리며

그 남자가 곧 그 음식인 양 바라보는 것이다.

나는 관심 있는 남자와 이야기할 때마다 살짝 데운 브라우니 케이크를 떠올리곤 했다.

음식에 별 흥미가 없는 사람이라면

좋아하는 스타가 됐건, 명품 가방이 됐건

아무튼 본인을 들뜨게 하는 뭔가를 떠올리면 된다.

그렇게 하면 아무리 연기력이 없는 사람이라도 눈에 생기가 돌고 입꼬리가 올라간다.

침만 흘리지 않았다 뿐이지 당신의 빛나는 눈동자를 통해

'나는 당신을 갖고 싶어요'라는 메시지가 은밀하게 상대에게 전달되는 것이다.

하지만 계속해서 이 눈빛만 쏘아대면

그는 부담감에 뒷걸음질칠지도 모르니 다른 눈빛도 가끔씩 사용해줘야 한다.

그를 지그시 바라보다가 그와 눈이 마주치면 수줍은 듯 약간 눈을 내리까는 것이다.

 

책을 선물받은 친구 왈,

"정말 실전에 도움이 되는 팁"이라는군요.

근데...

살짝 데운 브라우니처럼 달콤한 먹거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저런 팁을 사용할 수 있겠지만서도,

저처럼 꽃등심을 제일 좋아하는 사람에겐...

좀 무리이지 않을까요?

눈빛이 은밀해지기는커녕 게걸스러워질 듯 -_-;

꽃등심 말고 또 좋아하는 음식이 뭐가 있지? 하고 생각해 보았더니,

가쯔동과 간장게장이 떠오릅니다...

음..........

브라우니와는 너무 격차가 크군요...

역시나 제가 써먹기엔

너무 내공이 높은 책이었나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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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를 낳다    2009/11/15 21:13 추천 15    스크랩 0
http://blog.chosun.com/aram1214/4319002

지난주 토요일 아침에,

집배원이 다녀갔습니다.

 

마치 아기를 물어준다는 황새같았지요.

 

집배원이 놓고간 상자를 열어보니,

둘째가 들어 있었거든요.

 

모든기다림표1.jpg

 

지난 1월부터 작업을 시작해

열한 달만에 세상에 나온

둘째입니다.

 

'그림이 있는 독서 에세이'랄까.
책을 읽은 경험과
그 책을 읽을 때 떠올랐던 그림에 대한 이야기랍니다.

'책과 그림의 마리아주'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서른 개의 에피소드.
서른 권의 책,
서른 점의 그림으로 이루어져 있답니다.

첫째인 '그림이 그녀에게'보다

100페이지 가량 더 두껍고,

판형도 커서 무게도 더 많이 나갑니다.

아무래도 이 아이는 아들인가봐요.

 

둘째를 낳고 나니,

왜 둘째가 첫째보다 더 예쁘게 구는지 알겠습니다.

 

첫째 때는

저도 처음이라 너무 신기해 신경도 많이 쓰고,

주변에서도 너무 관심들을 많이 가져주시고..

친척들이랑 친구들도 막 구입해주시고..

어디서 아기의 수호요정이라도 나타나 마법가루를 뿌려준 것처럼

생각지도 않았는데 막 라디오에서 소개해 주고,

유명 작가들이 추천도 해주시고,

그랬는데...

 

둘째는..

일단 저도 시들...

부모님도 시들...

친구들도 시들...

친척들껜 지난번에 너무 신세를 많이 져서 비밀...

 

온전히 제 힘으로만 이 세상을 살아나가야하니,

당연히 사랑받기 위해 애써 재롱을 떨고

이쁜짓을 해야하지 않겠어요?

 

첫째때는 처음이라 멋 모르고

겁없이 덜컥 낳았는데..

둘째는 아무래도 조심스럽고 두렵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아...

이 험한 세상을...

혼자 힘으로 잘 헤쳐나가줄지... ㅠㅠ

 

이번 책을 쓰면서

블로그 이웃 두 분에게서 도움을 받았답니다.

'연'님은 제게 깜빡하고 있었던 '소공녀'를 떠올리게 해 주셔서

서문 아이디어를 주셨고요,

'원희'님은

사전트의 바이올렛 연작과 조동진의 '제비꽃'과 관련된 글에

황순원의 '소나기'가 떠오른다는 댓글을 달아주셔서

'소나기'에 대한 아이디어를 주셨지요.

이 두분을 비롯해

그동안 저를 격려해주신

블로그 이웃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책 목록은 이렇답니다.

 

박경리, '토지'
오정희, '중국인 거리'
박완서, '나목'
김승옥, '무진기행'
황순원, '소나기'
최인훈, '가면고'
피츠제럴드, '위대한 개츠비'
제임스 조이스, '죽은 자들'
마거릿 미첼,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호손, '주홍글자'
포크너,  '에밀리를 위한 장미'
제인 오스틴, '오만과 편견'
앙드레 지드, '좁은 문'
샬럿 브론테, '제인 에어'
헤르만 헤세, '데미안'
프란츠 카프카, '변신'
솔제니친, '이반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
멜빌, '바틀비',
토마스 만, '토니오 크뢰거'
루쉰, '고향'
미시마 유키오, '금각사'
다자이 오사무, '사양'
나쓰메 소세키, '산시로'
루시 모드 몽고메리, '빨강머리 앤'
생떽쥐뻬리, '어린 왕자'
알퐁스 도데, '교황의 노새'
애거사 크리스티, '열세가지 수수께끼'
안데르센, '그림 없는 그림책'
루머 고든, '부엌의 마리아님'
윤동주,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너무 '올드'한가요?

처음엔 완전히 최근 작가들 책까지 아울러서

목록을 만들었는데,

목록을 본 출판사 편집자가

아예 고전으로 가는 게 낫겠다고 해서...

고전 위주로 쓰기로 했어요.

제가 동화를 좋아하고,

어릴 때 읽은 동화가 지금의 저를 만드는데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동화의 '고전'도 세 편 넣었지요.

 

그림 목록은...

음...

'비밀'에 붙이겠습니다.

 

사실 책을 읽고 그에 대해 글을 쓰는 건

대학교 때 고전 읽기 강의를 많이 들었던 덕분에

익숙한 일인지라...

이번엔 지난번보다 쉬울 줄 알았는데...

.......그건 제 착각이더군요.

책 내용을 다 알고 있는 교수님과

같은 강의 수강생들을 독자로 한 레포트를 쓰는 것과,

책 내용을 아예 모를 수도 있는 대중을 상대로 한 독서 에세이를 쓰는 것은

커다란 차이가 있더라고요...

처음엔 정말

방향을 못 잡아서

고전에, 고전을 거듭했답니다....... ㅠㅠ

 

그래도 시간이 흘러서...

마침내 무사히 서점에 깔리게 된 둘째를 보니..

감회가 새롭군요...

 

 

P091111002.jpg

 

광화문 교보문고에 누워있는 둘째랍니다.

이거 찍다가 서점 직원한테 걸려서 혼났다는,,, -_-;

 

제목은 이 제목과

'그림이 있는 서재' 두 가지를 놓고

경합을 벌이다가...

마침내 '모든 기다림의 순간, 나는 책을 읽는다'로 결정이 났는데...

(제 결정이 아니라 출판사의 결정입니다)

전 너무 길다고 생각했고,

제목에도 '그림'이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해서

첨엔 반대했었다는.. -_-; 

 

그런데 책이 나온 걸 보니...

역시 전문가의 의견을 따르는 것이

현명한 일이더라고요. ^^;

 

퇴근길마다 교보에 들러...

제발 쑥쑥 자라달라고

기를 불어넣고 있답니다.

 

엄마는 강해져야한다는데,

왠지 부끄럽고...

쑥쓰러워 큰일입니다.

누가 저 책 표지를 들추고 있는 것만 보아도

가슴이 콩닥콩닥.....

 

책이 나온 직후에

독일에서 다니러 오신 아는 분 부부와 식사를 했는데,

독일인인 남편분께서

제게 책의 컨셉을 물어보더라고요.

 

제가 "책과 그 책을 읽고 떠오르는 그림에 대한 이야기"라고 했더니

그 분이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어요.

 

"다른 사람들은 네 책과, 네가 읽었다는 책을 읽고 또 다른 그림을 떠올릴 거야.

 그러면 언젠가는 그 모든 그림들이 모여서

 또 하나의 그림이 될 수 있겠지."

 

그렇습니다.

 

제 책을 읽은 분들이

책에 언급된 책을 읽고,

제가 떠올린 그림들이 아닌

또 다른 그림들을 찾아내고,

그리하여 그 모든 풍경들이

또 하나의 아름다운 그림을 만들게 된다면... 

 

그 얼마나 멋진 일인가요?

 

둘째에 대한

우리 신문 서평을 아래에 옮겨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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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 풍경은 내가 되고 그림이 되고

입력 : 2009.11.13 22:04

모든 기다림의 순간, 나는 책을 읽는다

모든 기다림의 순간, 나는 책을 읽는다
곽아람 지음|아트북스|368쪽|1만4500원

현대 도시를 살아가는 커리어 우먼의 섬세한 내면 풍경을 그림에 대한 감상과 미술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곁들여 풀어 낸 책 《그림이 그녀에게》로 깊은 첫인상을 심어줬던 필자가 이번에는 책 읽기와 그림을 엮은 에세이집을 선보였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아주 독특한 자신만의 독서법을 제안한다. 소설을 읽을 때 마음에 떠오는 장면을 이미지로 간직하고 있다가 소설 속 이미지와 어울리는 그림을 찾아 함께 보여준다. 저자는 박경리의 《토지》에 등장하는 서희의 양녀 양현에게서 동류의식을 느낀다고 말한다. 서희의 몸종 봉순과 서희가 짝사랑했던 이상현 사이에서 태어난 양현은 의대를 졸업한 엘리트 여성이지만 출신이 천하고, 서희가 짝을 지어주고 싶어했던 그녀의 아들보다 백정의 자손이자 섹소폰 연주자인 영광에 마음을 둔다. '그녀가 사람을 사랑하는 방식이 나와 비슷하다'고 말하는 저자는 양현을 그림으로 그린다면 현초 이유태 화백의 작품 〈탐구〉에 등장하는 여성과 같을 것이라고 했다. '차분하고 조용한 외모 안에 불꽃같은 열정을 지닌 여자, 구시대 여성의 수동적인 태도에서 탈피해 혼자 힘으로 당당히 설 수 있는 총명한 여의사.'(23쪽)라는 서술에 저자가 지향하는 삶의 가치도 읽힌다. 박완서의 《나목》과 박수근의 〈나무와 두 여인〉을 겹쳐 읽는다. 황순원의 〈소나기〉는 사전트의 〈바이올렛 사전트〉의 그림에 대한 상념으로 이어지고, 이어 조동진의 노래 〈제비꽃〉의 가사를 읊조린다. 책에 언급된 작품들은 낯이 익지만 그림과 노래, 저자의 내면에 대한 진솔한 토로를 담아 써서 새로운 느낌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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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가요, 미실    2009/11/11 01:24 추천 19    스크랩 8
http://blog.chosun.com/aram1214/4309036

밤 11시가 가까운 시간에

침대에 앉아 TV를 보면서 엉엉 울었습니다.

 

마침내 그녀가 갔습니다.

'선덕여왕'의 미실(美室)이요.

 

독을 마신 여자는

눈을 감고

고요히 옥좌에 기대어 있었지요.

이윽고,

커다란 꽃송이가 지듯,

의자의 팔걸이에 놓여있던

여자의 손이

툭,

하고 떨어져버렸습니다.

 

미실

 

미실

 

미실최후3.jpg

 

 

흘러내리는 눈물을 주체 못 한 채

그 장면을 보면서

이 드라마의 진정한 여왕은

미실이었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미실2.jpg

 

저는 책을 읽든, 드라마를 보든, 영화를 보든

항상 주인공을 좋아하는 편인데

'선덕여왕'에서만은

주인공 덕만이 아니라 미실에게 마음을 앗겼었습니다.

 

고현정의 연기가

너무나 뛰어났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녀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웃을 때,

그녀가 파안대소할 때,

그녀가 울먹일 때,

그녀가 화를 낼 때,

그녀가 놀랄 때....

 

저는 맑고 깨끗하게만 보였던

고현정의 얼굴에

저렇게 수많은 표정들이 숨어있었구나,

화들짝 놀라곤 했습니다.

 

미실표정세트.jpg

 

(인터넷상에서 화제가 되었던 미실 표정 세트)

 

 성골이 아니라는 이유로

평생 허기가 져서 살아갔던 여자,

모든 걸 걸고 황후가 되고자 했으나

그걸 얻지 못했던 여자,

그리고 끝내 왕이 되지 못했던 여자,

그러나 누구보다도 아름답고 굳건했던 여자로

선덕여왕의 '미실'은 기억될 것 같습니다.

 

50회까지 방영된 이 드라마에서

제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바로 다음 장면입니다.

 

미실3.jpg

 

미실4.jpg

 

 

백성을 희망으로 다스리겠다고 말하는

덕만과

백성에게 희망은 독이 될 뿐이라며 격론을 벌이고 돌아온 후

평생의 정인인 설원공에게 "덕만이 부럽다"면서

다음과 같이 말하는 장면입니다.

 

"왜 저는 성골로 태어나지 못했을까요?
제가 쉽게 황후의 꿈을 이루었다면
그 다음의 꿈을 꿀 수 있었을텐데.
이 미실은 다음 꿈을 꿀 기회가 없었습니다."

 

당시 이 말을 하면서 눈시울이 붉어지는 미실을 보면서

저도 모르게 감정이입이 돼 함께 울었습니다.

지나친 확대해석인지 모르겠지만,

이 대사에는 배우 고현정 개인의 경험이 녹아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녀가 이혼 이후 예전보다 훨씬 더 성숙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걸 보면,

한 인간에게 불행이라는 것이 결코 절망만을 안겨주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단지 성골이라는 이유로 미실보다 유리한 위치를 점하는 덕만이 마뜩치 않았고,

비록 간교한 술수를 쓰더라도

우아하고 강인한 미실이 이 싸움에서 이겨주기를

간절히 바랬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결국 덕만에게 고개 숙이지 않고,

그녀다운 최후를 맞이함으로써

이 전장에서 깨끗이 퇴장해 버렸습니다.

 

죽음 직전,

설원공과 주고받았던

화랑 시절의 노래 가사가 계속 귓가에 맴돕니다.

 

설원

 

미실

 

싸울수 있는 날엔 싸우면 되고,

싸울수 없는 날엔 지키면 되고,

지킬수 없는 날엔 후퇴하면 되고,

후퇴할 수 없는 날엔 항복하면 되고,

항복할 수 없는 날엔

그날 죽으면 그만이네.

 

"죽으라면 죽으리라"

동족인 유대인들을 구하기 위해

페르시아 왕 앞으로 나아갔던

구약성서의 왕비 에스더의 맹세를,

연상시키는 장면이었지요.

 

어쩌면 삶의 자세란

저러해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퍼펙트가 안 되면 노히트 노런을,

노히트 노런이 안 되면 완봉승을,

완봉승이 안 되면 완투승을 노리며,

끝까지 최선을 다했던 미실 새주에게

애정어린 작별을 고합니다.

 

잘 가요, 미실. 

 

미실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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