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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월요일,
출근해 이메일을 체크했더니
'아람아, 나 OO인데..'라는 제목의
이메일이 와 있었습니다.
왠지 반가운 내용의 이메일일 것 같아서
열어보았습니다.
고3때 같은반이었던,
그러나 그다지 친하지 않아서
고등학교 졸업한 후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던
친구의 이메일이었어요.
A여고 아람이 맞지??
너 꼭 맞아야되는뎅,,,
나 OO인데 기억나니? 김OO이라공,,ㅋㅋㅋ
우리가 B선생님 같은반이었나? C 샘님때 같은반이었나???
그래,그때부터,,너가 책을 디게 많이 봤었어,,
좀머씨 이야기 읽고 독후감인가 썼던게 기억난다...^^
너 책쓴거 알게되서,,,
이렇게 혹시나 편지 날려본다....
잘지내쥐????
불현듯 잊고 있었던 고3 교실이 떠오르면서
항상 앞에서 둘째줄인가 셋째줄에 앉았던
그 친구의 얼굴이 어렴풋이 떠올랐습니다.
제 기억에
항상 유머러스한 행동으로 주변을 즐겁게 해주던 아이였어요.
그래서 선생님들로부터도 사랑받았었고요.
무뚝뚝하고 말재주 없었던 저와는
정말 다른 세계에 있었던 것처럼 보였던 그 친구가
저를 기억하고 있었다니
의외였습니다.
제가 어떤 책을 읽고 독후감을 썼었다는 것까지요.
정작 저 자신은 제가 '좀머씨 이야기'를 읽고
독후감을 썼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요.
그 아이의 기억 속에서
저는 책을 많이 읽는 아이였던 모양입니다.
지금의 저는 읽는 것을 좋아할 뿐
결코 많이 읽는 편은 아닙니다.
고등학교 때 오히려 지금의 세 배쯤 더 많이 책을 읽었던 것 같습니다.
수업시간에,
자율학습 시간에,
쉬는 시간에,
등하교길에,
방과 후 집에서......
저는 책을 읽었습니다.
현실로부터 도피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학교가 참 싫었거든요.
입시 위주로 짜여졌던,
억압적인 시스템이 싫었습니다.
그 시절에
김형경, 공지영, 신경숙, 은희경 등을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나 김형경의 소설들은
같은반에 그의 작품들을 좋아하는 친구가 있어서
그 친구로부터 빌려서 열심히 읽었습니다.
처음에 '새들은 제 이름을 부르며 운다'를 읽고,
이후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인 '세월'을 읽었는데,
3권이나 되는 '세월'을 호흡 끊기지 않고 후루룩 다 읽고 싶어서,
수업시간에 교과서 아래에 놓고
혹시나 선생님 눈에라도 띌까 가슴 졸이며
하루종일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대학생이 되어서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을
정말 인상깊게 읽었습니다.
소설 속 주인공이 정신분석을 받는 부분이
특히나도 와닿아
주변 친구들에게 여러 권 선물하기도 했었지요.
이후 작가는 '성에', '사람 풍경', '천 개의 공감' 등등
정신분석을 소재로 한 소설과 산문집을 잇달아 내놓습니다.
지난주에
김형경의 신작 '좋은 이별'을 읽었습니다.

'애도 심리 에세이'라는 부제를 보고
처음엔 "또 심리야?"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심리학 내지는 정신분석도 계속하니 지겹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도 옛날부터 좋아했던 작가인지라,
어쩐지 손이 가서 마침내 읽기 시작했습니다.
요약하자면
이별과 상실 후 마음껏 슬퍼해야
앙금이 남지 않아서
이후의 관계를 더 잘해나갈 수 있다는 이야기인데...
뻔한 이야기인 것 같으면서도
소설 속 주인공들과 작가 자신의 경험이 어우러져
자신을 달래는 것의 중요성을
다시금 되새기게 하는 맛이 있습니다.
각각의 챕터 뒤에 팁이 있는데..
저는 다음의 팁이 가장 기억에 남았습니다.
'괜찮아'라고 말하지 않기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지내느냐고 인사할 때 '괜찮다'는 의례적인 답을 건네지 말고
솔직하게 감정을 표현한다. 여전히 좀 슬프다, 무거운 마음이 걷히지 않는다 등등.
감정을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내면의 문제가 조금씩 해결된다. 도움을 주고 싶어
질문한 사람들에게는 정직한 마음으로 그들의 보살핌과 연민을 수용한다.
형식적으로 질문한 후 솔직한 답변 앞에서 불편해하는 사람이 있다면 질문해줘서
고맙다고 말한 후 화제를 바꾸면 된다.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듯
저 역시나 슬픈 일을 겪은 후
주변 사람들의 "좀 어때?"라는 질문에 습관적으로 "괜찮아"라고 답해 왔습니다.
말을 건네는 사람은
저로부터 "괜찮다"는 답을 듣고
위로해주어야한다는 부담을 덜어버리고 싶었을 테니까요.
그러나 그렇게 "괜찮아"라고 답하는 동안
마음 속 깊은 곳의 또 다른 저는 강하게 도리질을 치며
"아니, 괜찮지 않아"라고 말해 왔다는 것을
저 자신만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팁은 어디까지나 팁일 뿐,
피붙이에게조차 감정을 표현한다는 것은 참 힘들지요.
저 팁에서처럼
'솔직한 답변 앞에서 불편해하는 사람'때문인 것 같습니다.
저 자신도 역시나
타인의 솔직한 답변 앞에서 불편해하는 사람이고요 -_-;
너무 무거웠나요?
항상 그렇듯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와서
영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와버렸네요.
내친 김에
좀더 가볍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을
한 권 더 소개하겠습니다.
근데,
남자분들은
싫어하실지도 몰라요. ^^;

지지난주쯤인가
유부녀인 입사 동기가
친히 제 자리로까지 찾아와
손에 쥐어주고 간 책입니다.
그녀 왈,
"널 위한 책인 것 같다. '갖고 싶은 남자를 갖는 법'이래잖니."
헉, 날 두 번 죽이는구나...
.....갖고 싶은 남자조차 없는걸.. ㅠㅠ
저는 원래 소위 '자기계발서'로 분류되는
이런 류의 책을 잘 안 읽습니다.
왜냐면,
제가 남의 말을 듣고 실천에 옮기는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
그래도 책을 가져다준 친구의 정성이 갸륵하여,
앉아서 몇 장을 넘겨보다가...
덮었습니다...
도무지 제가 실천하기엔 어려운 팁들만 가득...
적극적인 성격의 사람들을 위한 책이지
제겐 안 맞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며칠후,
광화문 교보문고에 갔더니
서점 입구의 가장 눈에 잘 띄는 자리에
융단인지 모피인지 카펫인지를 깔고,
각종 반짝이 장식을 해 놓은 진열대에
저 책이 마치 제단 위의 성배처럼 놓여있더군요.
.....잘 팔리는 책, 혹은 잘 팔릴 책이라는 징조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며칠 전 친구들을 만나서
"이러이러한 책이 있는데 나랑은 도무지 안 맞더라"는 이야기를 했더니
한 친구 왈,
"너도 그 책 이야기하니? 나 어제 친구들 만났는데
걔들도 다 그 책 이야기하더라.
너무 잘 읽었다고 하더라고.
이틀새 그 책 이야길 두 번이나 듣네.
완전 인기인가봐"라고 하더군요.
사람 마음이란 게..
남들이 많이 읽는 책이라면
관심이 가게 되어있어서...
그날 집에 돌아와서 다시 책을 펼쳐서 끝까지 읽었습니다.
정독을 하고 나니
저 책이 인기를 끌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겠더군요.
바로 제겐 도무지 맞지 않았던
그 '적극성' 때문인 것 같습니다.
남자의 마음을 뺏는 법보다는
남자의 마음에 드는 법에 방점을 찍어왔던
기존의 연애지침서와는 달리,
적극적으로,
그러나 적나라하지는 않게,
교묘하게..
갖고싶은 남자를 갖는 법에 대한 책.
한번쯤 읽어볼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오늘 적극적인 성격의 친구에게 선물로 주었더니
친구 왈,
"이 책 보니까 연애할 때 미혼인 동성 친구들 충고 듣지 말래.
앞으로 니네들 말 안 들을거야. 책이 시키는대로만 할거야.
밤새 밑줄 그어가며 공부해야겠당~" ㅎㅎ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보디랭귀지와 눈빛, 관리가 필요하다'는 챕터였습니다.
코스모폴리탄 피처 에디터로,
7년간 연애 칼럼을 써왔다는 저자는
본인은 뛰어난 미인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데까당한 매력이 있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고 하면서
그 비결을 다음과 같이 소개합니다.
일단 눈빛으로 말할 줄 알아야 한다. 여기에는 약간의 상상력이 필요하다.
그에게 말을 할 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떠올리며
그 남자가 곧 그 음식인 양 바라보는 것이다.
나는 관심 있는 남자와 이야기할 때마다 살짝 데운 브라우니 케이크를 떠올리곤 했다.
음식에 별 흥미가 없는 사람이라면
좋아하는 스타가 됐건, 명품 가방이 됐건
아무튼 본인을 들뜨게 하는 뭔가를 떠올리면 된다.
그렇게 하면 아무리 연기력이 없는 사람이라도 눈에 생기가 돌고 입꼬리가 올라간다.
침만 흘리지 않았다 뿐이지 당신의 빛나는 눈동자를 통해
'나는 당신을 갖고 싶어요'라는 메시지가 은밀하게 상대에게 전달되는 것이다.
하지만 계속해서 이 눈빛만 쏘아대면
그는 부담감에 뒷걸음질칠지도 모르니 다른 눈빛도 가끔씩 사용해줘야 한다.
그를 지그시 바라보다가 그와 눈이 마주치면 수줍은 듯 약간 눈을 내리까는 것이다.
책을 선물받은 친구 왈,
"정말 실전에 도움이 되는 팁"이라는군요.
근데...
살짝 데운 브라우니처럼 달콤한 먹거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저런 팁을 사용할 수 있겠지만서도,
저처럼 꽃등심을 제일 좋아하는 사람에겐...
좀 무리이지 않을까요?
눈빛이 은밀해지기는커녕 게걸스러워질 듯 -_-;
꽃등심 말고 또 좋아하는 음식이 뭐가 있지? 하고 생각해 보았더니,
가쯔동과 간장게장이 떠오릅니다...
음..........
브라우니와는 너무 격차가 크군요...
역시나 제가 써먹기엔
너무 내공이 높은 책이었나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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