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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무덤 27. 자살 (허준호,김명민,김영호,고은미)    2009/11/23 08:27 추천 2    스크랩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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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_허준호_김명민_고은미.jpg

(가상 캐스티: 허준호,김명민,김영호,고은미)

27_허준호_김명민_자살.jpg

 

27. 자살

 

김형우의 또 하나의 기억, 양소연이 죽기 얼마 전. 김형우는 얼굴 가득 술기운이 오른 모습으로 집으로 들어온다. 소파에 가로누워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 양소연. 그리고 대훈이는 그를 보고 벌떡 일어났다가 꼼짝도 하지 않는 엄마 양소연의 눈치를 본다.
‘아빠......’
김형우는 아무 말 없이 슬쩍 웃어주기만 한다. 그리고 양소연은 비아냥거리는 듯한 목소리로 말한다.
‘누구랑 술은 또 드셨어?’
‘영화사 사람.’
‘만나면 뭐해? 돈이라도 준데? 어이구.’
‘그분이 나 많이 도와줘.’
‘참 많이도 도와준다? 도와주는데 그 모양이냐?’
김형우는 입을 꼭 다물고 방으로 들어가려한다.
‘곧 계약한다더니? 뻥이지? 그러면 그렇지.’
‘곧 될 거야.’
‘곧이 삼년이 다 된다.’
‘돼.’
‘그러고 살고 싶냐?’
‘그래. 나도 죽고 싶다.’
양소연이 벌떡 일어난다.
‘그래! 죽어!’
‘뭐?’
‘죽으라고! 나가 죽어!’
‘너......’
김형우는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대훈이는 울상이 되어버린다.
‘죽고 싶다며? 그럼 죽어. 왜 살아?’
‘너... 그게... 아무리 그래도 남편한테 할 소리냐? 애 앞에서?’
‘뭐가? 뭐?’
김형우는 고개를 숙이고 있는 아들을 한번 쳐다보고는 다시 집을 나오고야 만다.
그리고 등산로 입구 벤치에 앉아있는 김형우. 멍하니 앉아 있다가 문뜩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작은 언덕을 올라간다. 고양이 미키의 무덤, 그는 그 무덤을 내려다보며 혼자 중얼거린다.
‘그래. 전부 죽어야 돼. 인간 같지 않은 것들은 전부 죽어야 돼. 반드시 죽어야 돼. 갈기갈기 찢어 죽여야 돼.’
유치장의 김형우는 숨을 헐떡이며 그렇게 기억하고 있다.

 

아주 이른 아침, 경찰서로 가는 길을 정반장과 이형사가 나란히 걷고 있다.
‘반장님, 사우나에서 두어 시간 잤더니 그래도 개운하네요.’
‘그래? 넌 타고난 건강 체질이야.’
‘하하하하. 그럼요. 그래야 이 짓 하죠.’
‘난 이제 늙나보다 예전 같지가 않아.’
‘에이. 뭐 아직 젊으신데.’
‘젊은 놈이 이렇게 얼굴에 주름이 팍팍 생기냐?’
‘뭐 보기 좋은데요. 경륜과 인품이 묻어나는......’
‘야! 됐어. 들어갔다가 홍형사 데리고 아침이나 먹으러 가자.’
‘예! 아침은 먹어야죠. 그럼요.’
‘난 생각 없는데 너 이형사 때문에 먹는 거다. 밥 안 사주면 또 하루 종일 투덜거릴 거 아냐?’
‘흐흐흐흐.’
강력계로 들어서는 두 형사, 홍형사는 의자에 꼿꼿이 앉은 채 눈을 감고 있다. 이형사가 능청스럽게 그녀를 쳐다본다.
‘어? 자는 건가? 이러고 자나? 아가씨.’
하지만 홍형사는 눈을 뜨지 않은 채 답한다.
‘왜요? 이형사님.’
‘우와. 어쩌면 그러고 밤을 새냐? 대단해. 정말 지독하다.’
‘삼일까진 샐 수 있어요.’
‘어이구. 그러니 그렇게 밥을 많이 먹지. 잠 대신 밥이지?’
홍형사가 눈을 번쩍 뜨며 이형사를 노려본다.
‘아침부터 왜 그러세요?’
‘아냐. 잠 깨라고. 흐흐흐흐.’
이형사는 어깨를 들썩이며 재미있다는 듯 홍형사를 약 올리며 제자리로 간다. 정반장은 빙긋이 웃으며 구경만 하다가 말한다.
‘자! 별일 없으니까 아침이나 먹으러 가자!’
하지만 정반장의 전화가 울린다.
‘예. 강력계 정민철입니다.’
정반장은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다가 놀란 표정을 지으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선다. 이형사와 홍형사도 느낌이 이상한지 일어선다.
잔뜩 굳은 얼굴로 전화를 끊는 정반장. 이형사가 후다닥 뛰어온다.
‘반장님, 무슨 일입니까? 뭔데요?’
‘최호진.’
‘예?’
‘최호진이 죽었어.’
‘예?’

 

양소연이 살해된 바로 그 자리에 경찰과 감식반원들의 모습이 보인다. 정반장과 이형사 그리고 홍형사가 그곳으로 올라오고 있다.
‘정반장!’
감식반 반장이 손짓하며 정반장을 부른다.
‘수고. 사인이 뭐야?’
정반장이 묻는다. 형사들의 앞에는 검은 비닐에 덮인 시신이 보인다. 핏물이 흘러나와 있다.
‘자살인데, 수면제하고 진통제를 엄청 먹었어. 손목동맥도 끊었고.’
약병과 약봉투를 보여준다. 그리고 정반장이 비닐을 들쳐본다. 하얗게 식어버린 최호진의 얼굴 그러나 편안히 잠이 든 것 같다.
‘사망시간은?’
‘뭐 한 새벽 한 두 시경 일 것 같아.’
정반장은 최호진의 손목을 본다. 핏물이 배어 있다. 감식반장이 말한다.
‘아마 약에 취해서 고통은 없었을 거야. 천천히 몽롱하게 잠이 드는 것처럼 죽어간 거지. 얼굴 봐. 꼭 자는 거 같잖아.’
이형사가 주변을 둘러보며 말한다.
‘꼭 양소연 옆에 누운 것처럼 죽었는데요. 반장님.’
‘그래.’
그리고 감식반장이 묻는다.
‘이 친구가 지난번 피살자 살해한 범인 맞는 거 같은데.’
‘뭐 찾았어?’
감식반장이 그의 부하에게 손짓하자 낡은 배낭 하나를 가져온다.
‘이거. 열어 봐. 이 배낭을 옆에다가 고이 모시고 죽었더군.’
정반장이 배낭을 열어본다.
‘칼에다가 흉기 될 만한 공구가 잔뜩 들어있어. 우비도 있고. 아마 어디 건설현장 노동일 하는 사람 거 같은데. 혈흔도 있어. 지난번 그 여자를 죽인 게 분명해. 가서 대조해봐야겠지만 눈으로 봐도 거의 맞아.’
정반장이 천천히 일어선다.
‘정반장, 이 친구 용의자였어? 그래?’
‘응.’
‘그러면 뭐 제가 못 견디고 자살했구만.’
‘유서 같은 건 없어?’
‘없어. 정반장 그런데 희한한 게 하나 있어.’
‘희한하다니?’
‘고양이.’
‘뭐? 고양이?’
‘응. 저쪽에 고양이 무덤 있잖아? 지난번 피살자가 키우던 고양이 무덤이라며?’
‘그래. 그런데?’
‘거기 위에 고양이 한 마리가 죽어있어. 일부러 죽였어. 목을 칼로 찔렀더군. 이 사람이 자살하기 전에 그런 거 같아. 자살을 해도 별 희한하게 하네. 참 내.’
정반장은 숨만 푹푹 내쉬고 있다. 이형사는 이리저리 살피며 돌아다니고 있지만 홍형사는 그 자리에 꼼짝도 하지 않고 서서 최호진의 시신만 쳐다보고 있다. 정반장이 말한다.
‘홍형사.’
‘예?’
‘이반장이라는 사람이 최호진한테 말한 모양인데. 아니면 인부 중의 한명이 말했던지. 그새에 말이야.’
‘예. 아마 이반장이 사무실 여직원한테 말했을 겁니다. 그리고 또 여직원이 최호진씨한테 말해줬겠죠.’
‘그새를 못 참고... 우리가 너무 방심했어.’
이형사가 다가오며 말한다.
‘에이. 어쩔 수 없었죠. 확실한 단서도 없었는데. 족적이나 확인됐으면 몰라도.’
‘아니야. 최호진 이 사람부터 연행할걸 그랬어. 내 실수야.’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어쩝니까? 반장님.’
‘일단 가자. 감식결과 나오는 걸 봐야지.’
‘예. 반장님. 가시죠.’
정반장과 이형사는 언덕을 내려가지만 홍형사는 아직도 거기에 서있다. 이형사가 그녀를 부른다.
‘홍형사! 홍형사! 안 가?’
홍형사는 대답하지 않는다.
‘반장님, 홍형사 왜 저러죠?’
‘놔둬. 자살할 줄은 몰랐지. 홍형사 마음이 편치 않을 거야. 놔둬.’
‘뭐 우리가 사람 죽는 거 한두 번 보나요? 팔자가 그렇지.’
‘우리가 법대로 벌을 받으라고 수사하는 거지 자살하라고 하는 건 아니잖아.’
‘그건 그렇죠. 그나저나 이젠 양소연 사건 다 끝인가요?’
‘글쎄......’
‘김형우하고 임경만은요?’
‘검찰에 넘겨야지. 기소해야지.’
‘참 이해가 안 되네요. 양소연은 뭐 꼭 고양이 전도사라도 됐던 모양이에요. 주변 남자들 고양이 키우게 하는 게 취미였나? 나 참!’
정반장은 차에 타자마자 눈을 감아버린다.


강력계, 김형우가 정반장 앞에 앉아있다.
‘김형우씨.’
‘예.’
‘범인을 찾은 거 같습니다.’
‘예?’
‘감식결과가 확인돼야 하지만 거의 확실해요.’
‘누... 누굽니까?’
‘최호진이라는 사람입니다.’
‘최호진......’
‘압니까?’
‘내가 모르는 남자가 또 있었나요?’
김형우는 체념한 듯 힘없이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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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무덤 26. 예감 (허준호,김명민,고은미)    2009/11/21 08:59 추천 0    스크랩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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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_허준호_김명민_고은미.jpg

 (가상 캐스팅: 허준호,김명민,김영호,고은미)

 

25_허준호_김명민_고양이.jpg

 

26. 예감

 

홍형사가 이양시 반장의 신발을 들고 새침하게 보이는 표정으로 강력계로 들어오고 있는 것을 이형사가 봤다.
‘어?’
이형사가 놀라 일어서자 정반장도 돌아본다.
‘반장님.’
홍형사는 정반장의 책상 위에 신발을 올려놓는다.
‘홍형사, 이게 맞아?’
‘거의 확실합니다.’
하지만 이형사는 미심쩍은 표정이다.
‘확실하면 확실한 거지 거의는 또 뭐야?’
‘이형사님, 우선 사진 상으로는 일치해요.’
홍형사가 책상 위에 사진을 펴놓는다. 정반장과 이형사는 신발 한 짝씩 들고 사진과 대조해 본다.
‘어휴! 냄새!’
이형사가 코를 막는다.
‘야! 이거 수십 년은 묵은 냄새이네. 아이구! 썩는다. 썩어! 홍형사, 이사람 홀아비야?’
하지만 정반장은 심각하기만 하다.
‘발이 크긴 크구만.’
‘이반장이라는 사람은 발이 유난히 큽니다. 그래서 항상 이 신발을 신고 다닌답니다. 아마 습관이 돼서 그런가 봐요.’
‘그럼 그날 최호진이 이걸 신었다는 거야?’
‘범인이라면 분명 그날 이 신발로 갈아 신었을 겁니다. 반장님.’
‘사진으로 봐서는 분명히 맞는 거 같은데......’
그리고 정반장은 급히 어딘가로 전화를 건다.
‘응. 나 정반장인데. 여기 족적 확인할 증거물 하나 있으니까. 빨리 좀 해줘. 그래. 빨리.’
전화를 끊은 정반장이 신발을 들여다보며 생각에 잠겼다가 홍형사에게 말한다.
‘그 이반장한테 입 다물라고 했어? 홍형사.’
‘예.’
‘그래도 알 수 없어.’
정반장은 또 잠시 생각하다가 말한다.
‘이형사.’
‘예. 반장님.’
‘최호진 소재 파악해.’
‘예.’
‘낌새 이상하면 연행해와.’
‘예? 바로요?’
‘그래. 도주할 수 있어. 그 친구 해외여행기록이 많아. 특히 중국.’
‘예. 알겠습니다.’
이형사는 쏜살같이 뛰어나간다. 정반장이 혼자 중얼거린다.
‘최호진......’
‘반장님, 저희가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아니지. 너무 어렵게 생각했지. 최호진... 그래. 그럴 수 있어.’
‘처음 제가 최호진씨를 카페 앞에서 봤던 날......’
‘그래. 고의로 왔었던 거야. 우리가 잠복하고 있다는 걸 예상하고 미리, 일부러 자기를 노출한 거야. 우리가 속았어.’
‘그런데 왜 살인을 했을까요?’
‘양소연 사건은 정말 알 수가 없어. 여자 하나에 전부들 그러다니. 정말 알 수 없는 사람들이야. 아무리 그래도 그게 그렇게 될까?’
‘모르죠. 살아있는 양소연씨를 보지 못했으니까요.’
‘응?’
‘남자의 본능이잖아요? 욕정, 소유욕 그리고 경쟁, 살생. 그런 거 전부 다요.’
‘흐흐흐흐. 그래. 그래서 우리 같은 사람이 있는 거겠지. 경찰, 형사 특히 우리 강력계.’
홍형사도 잔잔히 미소만 머금고 있다.

 

밤이 되었지만 유치장의 김형우는 잠이 들지 않는다. 스스로의 고통에 지친 얼굴, 그렇게 그는 웅그린 채 누워만 있다. 그리고 또 생각한다.
어느 일요일 낮, 그는 아들 대훈이와 집을 나선다. 대훈이는 고양이 미키를 제 품에 꼭 안고 있다. 고양이는 겁에 질린 듯 잔뜩 몸을 움츠리고 아이에게 바싹 달라붙는다.
‘아빠, 우리 미키도 고기 주자.’
‘그래. 식당에서 뭐라고 안할지 모르겠네.’
‘뭐가 어때? 우리 미키 착해. 강아지하고 달라.’
‘그래도 그런 게 아니야. 대훈아.’
‘아빠, 나 고기 많이 사줘. 알았지?’
‘그래. 많이 사줄게.’
한 남자가 둘의 앞으로 걸어오며 유심히 쳐다보고 있다. 바로 양소연의 단골 이영수이다. 그가 미키를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어? 얘 미키 아니냐? 꼬마야.’
‘예. 맞아요. 아저씨 어떻게 아세요?’
‘허허허허. 미키 내가 준거다. 많이 컸네.’
‘예? 정말요?’
이영수는 미키의 머리를 쓰다듬으려 하지만 미키는 겁에 질려 몸을 움츠린다.
‘자식이! 주인도 몰라봐. 한 달이나 키워줬더니.’
김형우가 조금은 불편한 표정으로 묻는다.
‘저... 누구십니까?’
‘아, 나요? 허허허허. 내가 이 미키 준 사람이오. 내가.’
‘예. 누구신지?’
‘아이구. 내가 단골이지 누구요? 양사장 카페 단골.’
‘아......’
‘허허허허. 걱정하지 말아요. 그냥 단골이니까.’
‘예?’
‘그냥 가끔 가서 술이나 마시고 얘기하고, 뭐 솔직히 가끔 선물도 줘요. 상품권. 내가 독신이거든. 허허허허.’
김형우는 그냥 묵묵히 서있다. 그리고 이영수는 속삭인다.
‘나 사실은 옛날부터 양사장 잘 알아요.’
‘그러십니까?’
‘그럼, 옛날 담홍 때부터 잘 알지. 내가.’
‘예? 뭐요?’
‘담홍. 담홍 몰라요?’
그때 미키가 대훈이의 품에서 뛰어내려 도망치고 대훈이는 놀라 쫓아간다.
‘미키야!’
김형우는 잔뜩 굳은 얼굴로 묻는다.
‘담홍이라뇨?’
‘에이... 정말 몰라요?’
‘무슨 말씀이신지......’
‘어? 정말 모르는 모양이네? 그럼 그만둡시다. 묻어둡시다. 거 뭐! 남자가 여자 과거쯤은 묻어줄 줄 알아야지. 그럼. 허허허허.’
미키가 길가 집 담장으로 뛰어올라가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아빠! 아빠!’
대훈이가 애타게 김형우를 부른다.
‘가 봐요. 애가 부르는데.’
김형우는 슬쩍 고개만 숙여 인사를 하고는 대훈이에게 가려한다.
‘거! 절세미인이랑 사는 게 쉬운 게 아니오. 허허허허.’
김형우는 돌아보지 않고 숨을 들이쉰다.
과거를 떠올리던 김형우의 눈빛에 또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밤이 깊어도 정반장과 홍형사는 강력계를 지키고 있다. 젊은 경찰 한명이 정반장에게로 와 경례를 하고 파일 하나를 내민다.
‘응. 그래. 수고했어.’
정반장이 서류를 읽어본다.
‘홍형사!’
‘예.’
‘일치해. 족적 정확히 일치해.’
‘예.’
‘그런데 이형사 이 친구는 왜 연락이 없어? 핸드폰 좀 해봐.’
‘예. 반장님.’
홍형사가 전화를 걸고 한참이 지나서야 이형사가 받는다.
‘이형사님.’
‘응. 홍형사.’
‘왜 그렇게 전화를 안 받으세요? 어떻게 됐어요?’
‘응. 나 지금 사우나거든. 최호진 온다는 사우나인데 여기도 없네.’
‘없다뇨?’
‘다 뒤졌는데 없어. 집에서도 몰라. 무슨 놈의 집이 지네 가장이 연락이 안 되는데 걱정도 안 해. 마누라도 애들도. 완전 콩가루야. 골 때려.’
홍형사는 정반장에게 말한다.
‘반장님, 최호진씨 소재파악이 안 된다는데요.’
‘그래?’
‘예. 지금 이형사님이 사우나까지 가봤답니다.’
‘아... 이거... 일단 들어오라고 그래.’
‘예.’
홍형사는 다시 이형사와 통화한다.
‘이형사님, 반장님이 들어오시래요.’
‘알았어. 지금 들어갈 테니까 홍형사가 출입국관리소에 연락해 봐.’
‘예. 알았어요. 제가 할게요.’
홍형사가 전화를 끊자마자 정반장이 말한다.
‘홍형사, 출입국관리소!’
‘예. 지금 그렇지 않아도 연락하려고요.’
‘그래. 빨리해. 어쩌면 벌써 떴을지도 몰라.’
홍형사는 급히 전화를 걸고 정반장은 제 턱을 만지며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최호진... 예감이 안 좋아. 이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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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무덤 25. 뒷문 (허준호,김명민,김영호,고은미)    2009/11/20 09:05 추천 0    스크랩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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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_허준호_김명민_고은미.jpg

(가상 캐스팅: 허준호,김명민,김영호,고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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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뒷문

 

다세대주택가 상가주택을 짓고 있는 건설현장, 여기저기 건축자재가 쌓여있고 찌그러진 빈 담뱃갑들이 너저분하게 널려있다. 덩치 큰 이반장이 손가락질을 하며 인부들에게 소리친다.
‘야! 거기 말고! 더 옆으로!’
그의 뒤편 길가에 하얀색 경차 한 대가 조용히 멈추어 선다. 그리고 홍형사가 차에서 내린다. 이반장은 여전히 소리를 지르고 있다.
‘야! 봉철아! 시간 됐어! 끝내!’
‘반장님 한잔 해야죠!’
‘그래! 내려와!’
이반장이 돌아서자 그의 앞으로 홍형사가 서류파일 하나를 들고 걸어오고 있다. 그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서있다.
‘이양식 반장님?’
‘그런데. 누구요? 아가씨.’
‘경찰에서 나왔습니다.’
‘뭐? 경찰?’
능글맞은 눈빛으로 홍형사를 관찰하듯 계속 바라본다.
‘최호진 사장님 아시죠?’
‘알지. 우리가 거기 하청 받으니까. 뭐 하청이랄 것도 없지. 이깐 막노동판에 뭐.’
‘사무실에 자주 가시죠?’
‘자주는 아니고. 그런데 여긴 어떻게 알고 왔수?’
‘예. 미스박이 알려줬습니다.’
‘아... 미스박... 고거 참. 히히히히.’
‘왜요?’
‘아니, 아니유.’
‘지난 17일 기억나시나요?’
‘언제? 17일?’
‘예.’
‘아니 그걸 어떻게 기억해? 내가 뭐 편안하게 사무실에 앉아서 펜대나 굴리는 사람인가? 나 원 참. 별 희한한.’
‘그날 비가 굉장히 많이 왔는데요. 오후에 폭우가 쏟아졌었죠. 그 후론 비가 전혀 오지 않았으니까요.’
‘비?’
이반장은 기억이 나지 않는지 고개만 갸우뚱거리는데 멀찍이서 한 인부가 다가오며 말한다.
‘반장님! 그날 잔치 가셨잖아요.’
‘응? 잔치?’
‘에이! 사촌형님인가 뭔가 환갑잔치라면서?’
‘아! 그날!’
‘반장님 그날 비와서 우리랑 고스톱 한판 치자고 했다가 그냥 갔잖아요. 반장님 또 까마귀 고기 삶아 드셨구만. 하하하하.’
‘그래! 그래! 맞아!’
똑바로 그를 쳐다보고 있는 홍형사를 보고 그가 묻는다.
‘그런데 그게 왜? 내가 뭘?’
‘그날 혹시 신풍건설 사무실에 들르셨나요?’
‘가만... 아! 그래. 갔었지. 비 쫄딱 맞고 갔었지.’
홍형사가 그의 발을 쳐다본다. 이반장은 영문을 몰라 제 발을 꼼지락거리며 서있다.
‘신발 좀 벗어보시겠어요?’
‘응? 신발? 내 신발?’
그리고 이반장은 얼떨떨한 표정을 지으며 널빤지에 걸터앉아 신발을 벗고 있다. 유난히도 큰 그의 발. 인부들이 둘러서서 놀리며 말한다.
‘하여간 반장님 발 항공모함이야. 어떻게 이렇게 발이 커? 신발 맞는 거 있는 게 정말 다행이지.’
‘야! 그러니까 내가 이거만 신는 거야. 다른 건 조여서 못 신겠어. 이 장화가 편해. 그저 막노동판엔 이런 신발이 최고야.’
신발 한쪽을 벗자마자 홍형사가 집어 들고 바닥을 들여다본다. 그리고 파일 안에서 사진을 꺼낸다. 사건현장의 족적 사진.
홍형사의 눈빛이 빛난다. 족적사진이 일치하기 때문이다. 이반장과 인부들은 어리둥절하여 그녀만 바라보고 있다.
‘이반장님.’
‘예?’
이반장은 괜히 제가 놀란다.
‘그날 혹시 사무실에서 이 장화 갈아 신으셨나요?’
‘그... 그랬지.’
‘늘 거기서 갈아 신으시나요?’
‘아니지. 그날은 내가 환갑잔치 가느라고. 시간도 없고 최사장한테 받을 돈도 있고 해서 사무실로 갔다가 갈아 신었지.’
‘거기 다른 신발이 있으셨나요?’
‘있지. 가끔 최사장하고 같이 발주자 만나러 가는 데 이런 장화신고 갈 수는 없잖아. 그래서 한 일이년 전에 싸구려 구두 하나 갖다 놓은 게 있지. 윗도리도 하나 있지. 뭐 그래봤자 기껏해야 서너 달에 한번이나 될까? 에이, 그것도 안 되겠다. 일 년에 한두 번?’
홍형사는 이반장에게 계속해서 질문을 쏟아 붓는다.
그리고 또 한참 후, 홍형사가 이반장의 장화를 들고 차에 탄다. 이반장은 맨발로 앉아 얼이 다 빠져있고
‘아니, 난 맨발로 어쩌라는 거야?’
그의 옆에 서있는 인부들도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멀뚱거리기만 한다.

유치장 안, 김형우는 잔뜩 웅크리고 새우잠을 자듯 누워있다. 하지만 그의 눈은 어딘가에 마음을 빼앗긴 사람처럼 휑하니 떠있다.
그는 또 지난 일을 기억한다.
어느 사무실 안, 김형우와 나이 지긋한 남자가 테이블에 마주앉아있다. 김형우는 그의 앞에 놓인 서류에 사인을 하고 있다.
‘형우 자네, 이거 너무 떼돈 버는 거 아니야?’
김형우는 그저 빙긋이 웃기만 한다. 서명한 서류를 받아 든 남자가 또 말한다.
‘오늘 받은 곡 3천만 원하고 계약금 천만 원. 4천만원. 맞지?’
‘예.’
‘내일 바로 입금해줄게.’
‘예. 감사합니다.’
‘저기... 지난번에 영우필름하고도 계약했다면서?’
‘예.’
‘얼마?’
‘전부해서 7천만 원......’
‘어휴. 아주 날으는구만? 훨훨 날아?’
‘아녜요. 여러 개 한 번에 다 계약해서 그렇죠.’
‘우리 랑만 하자고. 영우는 자금사정이 좋지 않다는 소문이야.’
‘그래요?’
‘그래. 그렇다니까. 계약금 아직 안 보냈지?’
‘예. 아직 기한이......’
‘거봐! 걔네들 돈 없어. 지난번 영화 말아먹었잖아. 문 닫을 지도 몰라. 하하하하!’
‘예......’
‘우리가 미스터리물하고 수사물 같은 거 많이 찍으니까 우리랑 해. 어쩌면 방송국하고 드라마 하나 계약할지 모르니까 그것도 되면 자네가 해.’
‘예. 알겠습니다.’
‘자네 이삼년 고생하더니 이제 곡이 나오네. 나와. 하하하하.’
‘예. 그런가요? 저는 잘......’
‘아니야. 파고드는 뭔가가 있어. 영화를 살려. 내가 이 바닥 삼십년이야 들어보면 알아. 두고 봐!’
‘예. 감사합니다.’
‘이번 거 끝나고 나랑 전속계약 하자고. 어때?’
‘예. 생각해보고요.’
‘그래. 이번 곡 잘 부탁해. 아주 음산하게 소름이 돋게 해줘. 그 소심한 정신과의사가 바람피우는 마누라 죽이는 거니까. 콘셉트를 잘 잡아. 미스 김한테 스토리보드 받았지?’
‘예. 받았습니다.’
‘어디? 또 시골 가서 작업할 건가?’
‘예. 거기가 좋아요. 당분간은......’
‘그래. 전속계약하면 자네 원하는 데에다가 내가 작업실 하나 내줄 게. 장비도 좀 사줄 게. 잘 생각해봐.’
‘예. 알겠습니다.’
‘이제 자네 와이프 그 카페인지 뭔지 안 해도 되겠네? 하하하하!’

그리고 이른 초저녁, 김형우는 잔뜩 부풀은 모습으로 차를 몰고 간다. 도착한 곳은 던칸이 있는 번화가 뒷길.
안주머니에서 계약서를 또 꺼내어 보며 혼자 웃는다. 그리고 그는 던칸이 있는 그 길을 걷는다. 카페에 거의 다 다다랐을 때, 그는 한 남자가 카페로 들어가는 것을 본다.
‘뭐야? 벌써 손님 온 거야? 이 시간에?’
혼자 중얼거리던 그는 무슨 생각인지 상가로 들어간다. 그리고 그는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어 조심스럽게 던칸 뒷문을 열고 살금살금 안으로 들어간다. 양소연의 목소리가 들린다.
‘어머! 웬일이세요? 이사장님. 이렇게 일찍?’
‘아! 내가 양사장 보고 싶어 미치겠다니까 그러네? 못 믿어?’
‘글쎄... 호호호호.’
김형우는 주방에 난 작은 홈으로 카페 안을 훔쳐본다. 번질번질 돈 꽤나 있어 보이는 중년남자의 능글맞은 모습에 김형우는 구역질이라도 할 것 같지만 꾹 참고 계속 엿본다. 남자는 양소연이 따라주는 술 한 잔을 받으며 말한다.
‘양사장, 생각해봤어?’
‘뭘?’
‘에이 거 참! 가자니까?’
‘어딜?’
‘어? 시치미 떼네? 같이 한번 뜨자니까?’
‘응. 그거?’
‘뭐가 그거야? 내가 아주 끝내주게 모신다니까? 야자수 밑에서 좀 쉬다 오자니까?’
‘내가 뭐 그런 거 좋아하나?’
‘에이! 그러니까 거기서 두바이로 가서 쇼핑 좀 하고, 명품으로 쫙! 그리고 카이로지사에 잠깐 볼 일 있으니까 같이 가자니까?’
‘거긴 가서 뭐해?’
‘뭐하긴! 이집트 가서 클레오파트라 코 좀 밟아주고 와야지. 양사장 가면 클레오파트라고 뭐고 다 기죽는 거야. 설설 기지. 클레오 걔 별 거 아냐! 하하하하!’
‘호호호호.’
‘적당히 핑계대고 한 일주일 갔다 오자고.’
‘글쎄......’
‘에이. 남편 뭐 있으나 마나라면서 뭘 그래?’
‘나야 뭐... 그래도 우리 애가 아빠를 좋아하니까.’
‘에이... 애도 자꾸 그러면 아빠 닮아요. 일찌감치 정리해야지.’
김형우는 거칠어지는 숨을 참으며 주먹을 꼭 쥐고 있다.
‘아! 참! 양사장 고양이 죽었다면서?’
‘응......’
‘아휴! 어쩌다가? 저런! 쯔쯔쯔쯔......’
‘남편이란 인간이 고양이 하나 제대로......’
‘뭐? 남편이 잘 못해서 그런 거야? 히야! 거 영 안 될 사람이네.’
김형우는 조용히 카페 뒷문으로 다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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