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_8>
‘유리아!’ 그때서야 나는 유리아의 호흡이 멈추어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일이 아닌가. ‘유리아! 눈을 떠!’ 그녀는 고개를 축 늘어뜨리고 죽어가는 가여운 어린사슴처럼 눈가에 눈물이 맺혀 있었다. 그리고 유리아의 몸은 이미 차갑게 식어가고 있었다. ‘생체유지 시스템?’ 난 칸의 시스템을 작동시켰다. ‘쇼크, 심장 박동수 급감, 산소호흡량 저하, 체온유지 불가, 위급상황......’ 칸은 내게 유리아를 감지한 내용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는. ‘생체 보존 장치 가동 준비 완료.’ 칸은 내게 시간을 주지 않았다. ‘그래, 칸! 널 믿어보자.’ 나는 칸에게 승인을 보냈다. 그리고 부조종사석에 앉아 실신한 유리아와 내 사이에는 투명한 차단막이 드리워졌다. 잠시 후 푸른색 가스가 유리아의 전신을 뒤덮으며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유리아의 몸은 자동치료장치로 단단히 고정되기 시작했다. ‘유리아!’ 가스에 싸여 점점 희미해지는 유리아의 모습을 보며 그녀를 불러보았다. ‘비상탈출모드 작동 준비 완료.’ 칸이 다시 나를 부르고 있었다. ‘비상탈출 좌표는?’ 나는 칸과 대화를 하고 있었다. 칸이 나의 운명을 이끌고 있었다. ‘비상착륙 목표지점 38N22M01B' '이건 마켄군단 총사령부잖아! 이런......‘ 칸은 자기의 고향 마켄군단 본부로 귀환하려고 하고 있었다. 이미 가루가 되어버린 군단본부로 돌아가 보았자 머지않아 얼어 죽는 일밖에는 기다리는 것이 없었다. 주인을 잃어버린 마켄원수의 칸도 한계에 부딪혀 단순하게 작동하고 있는 것 같았다. ‘비상탈출 모드 해제.’ 나와 유리아는 다른 곳으로 가야 한다. ‘비행좌표 입력. 카운트다운.’ 칸은 또 서둘렀다. 칸은 입력된 프로그램에 따라 움직이고 싶어 했다. 마켄원수의 말대로 나는 갈 곳이 없었다. 그렇다고 눈앞에 닥친 지구의 재앙을 무조건 감수할 수도 없는 일이다. ‘마켄우주기지 좌표 추적!’ 난 칸에게 명령했다. ‘좌표 추적 불가.’ ‘우주항공사단 좌표 추적!’ ‘좌표 입력 불가’ ‘리앤소행성 좌표 추적!’ ‘좌표 불명!’ 난 생각했다. 우주기지에 닿기도 전에 칸과 함께 사라진다 하더라도 우주기지로 가는 것만이 나와 유리아가 살아날 길이라고. 추코조에게 가야 한다. ‘추코조 사령관 좌표 추적!’ ‘외계좌표 11.11 LSP2006' '됐어!‘ ‘외부 비상착륙 셔틀기지 입력!’ 난 당황했다. 추코조의 우주기지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칸은 카운트다운을 늦추지 않고 있었다. 시간이 초과하면 칸은 인정사정없이 마켄군단사령부로 날아가 버릴 것이다. 그것이 칸의 본능이다. ‘마켄!’ ‘입력 실패!’ ‘브라마!’ ‘입력 실패!’ 이제 27초 남았다. 칸은 귀환을 준비하며 천천히 발진장치를 가동시키고 있었다. 그렇다. 비상착륙지점은 분명히 마켄원수가 지정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알렉산더!’ ‘입력 완료.’ 칸은 천천히 머리를 들어 대기권 밖으로 방향을 틀었다. ‘비행시간 28일 11시간 17분. 생체보호 수면 비행 시스템 가동준비.’ 한 달 가까이 나는 칸의 조종석에서 잠에 빠져있어야 했다. ‘승인!’ ‘U-웨이브 충격 발진장치 가동준비 완료.’ 칸은 U-웨이브의 신비한 에너지를 빌어 우주 공간을 음속의 수십 배의 속도로 비행할 것이다. 그때까지도 칸이 그러한 발진장치를 갖고 있는지는 모르고 있었다. 만약 아니었다면 족히 일 년 동안은 우주공간에서 잠을 자야 했을 것이다. ‘승인!’ ‘좌표 설정 종료. 발진.’ 갑자기 온 천지가 진홍빛 광채로 가득 차며 심장 속까지 쓸려 내려가는 칸의 엄청난 가속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조금씩, 아주 천천히 시야가 흐려지기 시작했다. 수면가스가 나를 파고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나는 얼어붙은 시체처럼 잠에 묶여 있을 것이다. 눈을 감기 전 내가 본 것은 지구를 버리지 못하고 맴도는 둥근 달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내게는 길고 긴 어둠이 시작되었다. 얼어붙을 행성, 지구를 떠나 유리아와 나는 새로운 생명이 있을 곳, 그 우주로 향하고 있었다. ‘유전자혁명은 끝나지 않았다. 병사!’
...............................................................
유전자혁명 SF 제니레보 1편 종결 (1부, 2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