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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부동산
‘사모님! 바로 이 건물입니다.' 부동산 이사장은 연신 웃어대며 한숙희 일행에게 비어있는 건물을 보여준다. 큰 건 하나만 해도 한 달은 넉넉하게 넘길 수 있는 장사이니 당연하다. '아니 이건 짓다 말았네.' '예. 사모님. 원주인이 돈 문제가 생겨서 식당하려다가 포기했죠. 지금 강남에서 이만한 식당건물 아직은 찾기 힘드실 겁니다. 일층이지만 별장처럼 아주 잘 지은 겁니다. 완공만 하면요. 내부공사만 좀 하면 됩니다.' '어휴! 그럼 우리가 지어야 하잖아요?' '그러니까. 싸게 나왔죠.' 정순은 얼굴에 걱정이 한가득 보이는 표정으로 한숙희에게 속삭인다. '너무 커요. 작은 걸로 그냥 전세 들어가면 되잖아요?' '정순이 넌 가만있어.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한숙희는 건물을 찬찬히 둘러본다. '그런데 위치가 좀...... 주위가 너무 허전하네. 빌딩도 없고.' '아이고! 사모님. 나중을 생각하셔야죠. 여기 몇 년 안에 빌딩이 다 들어설 겁니다. 저기 저 너머 건너편 쪽으로는 백화점도 생길 거고요. 지금 사 두셔야 투자가치가 있는 거죠. 나중에는 너무 비싸져서......' '연못도 만들고 있었네. 너무 작다.' '아휴! 여기에다가 좋은 나무들 몇 그루 갖다 심고 그러면 아주 고급스러워 지는 거죠. 그럼요. 사모님.' '좋아요. 얼마에 나왔어요? 이거.' '아! 예!'
다시 부동산 사무실로 모두 돌아와 앉아있다. '좀 더 싸게 안 되나? 건물 내부공사도 우리가 다 해야 하는데.' '아이구! 사모님. 나중에 땅값만 해도 엄청나집니다. 대지가 크지 않습니까? 앞에 주차장까지 있고요.' '그렇기는 한데.' '지금 빨리 잡으셔야지. 아니면 금방 다른 임자가 나타날게 뻔합니다. 그럼요.' '좋아요. 계약합시다.' '아이구! 예! 예!' 이사장은 너무 기뻐 자기도 모르게 벌떡 일어났다. '그런데 주인은 어디 계신가?' '아! 제가 대리인입니다. 아까 말씀 드린대로 주인이 돈 문제 때문에 좀......' '좋아요. 어쨌든 계약합시다.' '예. 그럼 계약금은?' '가만. 내가 지금 현금이 없네.' '예? 아니 그럼 계약을 어떻게......' '뭐 내가 도장 찍어줄 테니까 급하시면 우리 비서실가서 받으시던지 아니면 내가 내일 이기사를 보낼게요.' '어휴. 그래도 계약금을 주셔야......' 얼굴색이 변하는 부동산 이사장을 바라보고 있던 이기사가 가까이 다가온다. '우리 사모님 동산그룹 최회장님 부인이십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예? 동산그룹요?' '그래요. 우리 남편이 바로 최태호 회장님이예요. 왜 못 믿겠어요?' '아뇨! 아닙니다. 아이구! 죄송합니다. 제가 몰라 뵙고. 어이구! 이런!' 그리고 부동산을 나서는 한숙희 일행에게 이사장과 직원들은 머리가 땅에 닿도록 절을 한다. 영원한 최고의 고객을 환송이라도 하듯이.
그리고 돌아오는 차안에서 한숙희는 생글생글 웃으며 말한다. '어휴! 돈이 좋기는 좋구나. 그렇지? 정순아.' '예. 사모님.' 이제 아예 정순이라고 부를 참이다. '그런데 저렇게 큰 걸 사시면 제가 어떻게......' '걱정 마. 내가 공짜로 빌려줄 테니까 돈이나 실컷 벌어. 난 나중에 땅값만 있으면 돼. 한 십여 년이면 정순이도 부자 되겠지. 안 그래?' '그래도 너무......' '이기사! 배고프지?' '예. 조금요.' '우리 곰탕이나 먹으러 갈까?' '예! 사모님. 좋습니다.' '이기사가 잘 아는 대로 가봐.' '예. 알아서 모시겠습니다.' 만사 솔직하고 호탕한 한숙희의 모습에 정순은 늘 마음이 편안하다. 셋은 강남 어느 시장골목의 작은 식당에서 맛있게 곰탕을 먹었다.
'어휴! 여보! 여보!' 옥남이 늦게 퇴근하여 돌아오는 주강을 맞으며 또 난리법석이다. '아! 왜 또 그래? 호떡집도 없는데 어디 불이라도 났는가?' '아이구! 세상에! 여보!' '아! 왜?' '저기. 저기......' '이런! 아주 숨이 넘어가는구만.' '아휴! 동생이 음식점 차린대요. 음식점! 그것도 강남에 아주 크게!' '무슨 헛소리야? 그 사람이 돈이 어디 있어서? 그렇지 않아도 내가 나중에 식당 하나 차려주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는데.' '어휴! 최회장댁에서 음식점을 차려준다잖아요.' '뭣이야? 그게 참말인가?' '그래요. 세상에! 우리 사모님 대단하셔!' '아니 이게 어찌된 일이야?' '최회장님께서 동생한테 그동안 수고했다고 퇴직금 삼아 차려주시는 거래요.' '어허! 참! 믿을 수가 없네.' '야! 하늘이 무심하시지 않으시네요. 우리 원장님 하늘에서 얼마나 기쁘실까?' '에헤이! 거! 매형생각은 그만하고 좋은 짝이나 찾아봐!' '예?' '아! 자네 같은 사람도 나 같이 좋은 남자 만나 사는데 천두엄마 그 사람은 그 젊은 나이에 그냥 혼자 살라는 것이야?' '어머머!' 둘은 또 쓸데없이 토닥거리기 시작한다.
며칠 후 어느 날 밤, 한숙희가 조용히 별채로 들어선다. '어머. 사모님.' '응. 아직 안 자지?' '이 밤중에 안 주무시고......' '응. 잠이 안 와서...... 나랑 한잔 할래?' 한숙희의 손에 술병이 쥐어져있다. '왜요? 무슨 일 있으세요?' '아니야. 그냥 헤어지기 전에 한잔 하고 싶어서.' '그러세요. 안주 좀 가져올 게요.' '응. 그냥 간단하게. 이거 코냑이야. 회장님 거 슬쩍 해왔지.' 그리고 두 여인은 그 늦은 밤 이른 이별주를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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