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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형_송윤아[1].jpg](http://blog.chosun.com/web_file/blog/273/34273/1/%B9%DA%B1%D9%C7%FC_%BC%DB%C0%B1%BE%C6%5B1%5D.jpg)
<가상 캐스팅: 박근형, 송윤아 - 임원장, 김정순 역>
71. 달빛
'형!' 성두의 손이 천두에 얼굴에 와 닿는다. 성두의 눈꺼풀이 떨려오고 있다. 그리고 떨리는 작은 목소리로 말한다. '땡꼬마......' 성두의 입가에 힘겹게 미소가 번지며 두 눈에 눈물이 맺힌다. '형......' 천두의 눈에서도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 '형. 여기 형수......' 성두는 잠시 숨을 몰아쉬며 가까스로 고개를 돌려본다. 그저 눈물을 펑펑 쏟으며 그를 바라보고 있는 예린의 모습이 보인다. '나야......' 예린은 성두의 손을 꼭 잡고 입을 맞추며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주강이 눈물을 훔치며 성두 더 가까이 얼굴을 내민다. '성두 이 녀석아. 나다. 삼촌.' 성두는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입을 떼어보지만 힘에 겹기만 하다. '그래. 그래. 이제 됐다. 이제 살았어. 이놈아.' 성두는 그를 바라보고 있는 정순은 쳐다본다. 성두의 눈빛이 미소를 보내고 있다. '성두야......' 정순은 더는 말을 하지 못한다. 주강이 멀끔히 서있던 팔남을 성두의 앞으로 슬며시 끌어당긴다. '성두야. 이 친구 기억나지? 니 동기.' '야! 임마! 나다! 임팔남이.' 성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소리 없이 웃어 보이고 있다. '너! 월남에서 니가 나보다 군번 빠르다고 거짓말 했어. 이놈아! 내가 너보다 고참이여! 알았어?' 성두는 다시 고개를 끄덕인다. 지켜보고 있던 의사가 성두의 옆으로 다가간다. '임성두씨. 이제 기억이 돌아왔나요? 여기 어떻게 오게 되셨는지 기억나십니까? 월남에서 탈출한 일 기억하십니까?' 성두는 고개를 흔든다. 성두는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가족을 알아볼 뿐이다.
어느새 그들의 뒤에 남자가 서있었다. '저......' '예?' 그리고 주강이 그와 이야기를 나눈다. '지금 임성두씨 귀환은 공개되면 안 됩니다. 정부정책상 곤란합니다.' '아, 예......' '어떻게 처리해야할지 저희로서도 지금 막막합니다.' '아니 왜요? 참전용사가 살아서 왔는데 반가운 일 아닌 것입니까?' '사실 정부에서는 베트남난민 문제도 그렇고 여러 가지로 아직은 좀......' '아니, 우리 국군이 구사일생으로 살아 돌아왔는데 무슨......' 그때 병신 문이 활짝 열린다. '어머! 성두야!' 옥남이 크게 소리치며 뛰어 들어온다. 그리고 아이들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거기에 서있다. '나야! 나! 이간호사! 나 알지?' 숨을 쉬기도 힘든 성두이지만 반가움이 얼굴 가득 묻어나온다. '형! 우리 외숙모님이야. 삼촌부인!' 성두가 활짝 웃어 보이며 살며시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내가 이제 성두 외숙모다. 내가 외숙모야.' 그리고 정순이 소희의 어깨를 두 손으로 감싸고 성두 앞에 선다. '성두야. 얘가 누군지 아니?' 소희는 커다란 눈망울을 적시며 아빠를 바라보고 있다. '설......' 성두는 말을 하려 하지만 너무나 힘에 겹기만 하다. '아니. 아니야. 얘는 소희. 성두 딸! 예린이, 성두의 딸, 소희!' '아... 아빠!' 소희는 성두의 가슴으로 파고들어간다. 성두의 눈에 다시 눈물이 맺혀오고 있다. 그리고 그 바로 앞에 물끄러미 서있는 설희를 성두가 보았다. '설......' 성두가 간신히 설희를 불러본다. '응. 오빠. 나 설희. 오빠가 내 이름 지어줬지? 그렇지?' 성두는 손을 내민다. '오빠!' 설희도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천두는 병실을 살짝 나온다. 복도에 김세영이 혼자 서있다. '어? 원장님, 왜 여기 계세요? 들어가 보세요.' '응? 그... 그럴까?' '빨리 들어가 보세요.' '그... 그래.' 천두는 세영의 등을 밀며 병실 안으로 들여보낸다.
건물 밖으로 나온 천두는 하늘을 올려다본다. 하얀 구름들이 몰려오고 있다. 가슴을 펼치며 숨을 크게 쉬어본다. 눈을 감는다. 그리고 그 옛날을 회상해본다.
'아버지......' 천두는 아버지를 불러본다.
'아, 이 녀석아. 빨리 타. 소나기 온다니까.' '예. 아버지.' 천두는 아버지 임원장의 자전거 뒤로 까치발을 해가며 올라탄다. '자! 이제 가자.' 천두는 임원장의 등에 기대어 허리를 꼭 붙잡아 껴안는다. 자전거는 천천히 시골길을 내려가기 시작한다. '아버지!' '응?' '우린 달나라 갈 수 없죠?' '응? 달나라?' '예. 미국사람들은 우주선타고 달나라 가잖아요. 그런데 우린 우주선 없잖아요. 그러니까 달나라 못 가잖아요?' '왜 못가냐? 갈 수 있지.' '예? 정말요?' '그럼!' '어떻게요?' '이 녀석아, 지금 달처럼 예쁜 사람한테 가고 있지 않냐?' '에이! 아버지, 엄마요?' '그래. 니 엄마가 달처럼 아주 예쁘지. 달빛보다 더 예쁘지. 허허허허.' '에이! 엄마한테 말할 거예요. 아버지.' '이 녀석아, 사내끼리 한 얘기는 말하는 게 아니야.' '아버지. 소나기 와요!' '어이구! 빨리 가자!' 임원장은 입을 꼭 다물고 한껏 미소 지으며 힘껏 페달을 밟는다. '새야 새야 파랑새야. 녹두밭에 앉지 마라. 녹두꽃이 떨어지면......' 천두의 노랫소리가 빗물에 퍼진다. 바람을 타는 소나기구름들이 하늘을 뒤덮고, 늙은 아버지와 아이가 탄 자전거는 멀리 소나기 사이로 사라져간다. 달빛처럼 예쁜 사랑을 찾아서......
세월 한잔 3부. 끝. (세월 한잔은 3부로 마칩니다. '미완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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