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홈 |  기자 블로그 |  새로운 글 |  Blog뉴스 |  카페  |  사진마을 블로그 개설 |  랜덤 블로그
마셀의 노랑잠수함
blog.chosun.com/marcelco
 
마셀 (marcelco)
시나리오 소설 블로그입니다. 추리,사이코,코믹,드라마 그리고 옴니버스를 계속 올리고 있습니다.
전체게시물 (960)
마셀이야기  
SF 제니레보  
SF제니레보 비평?  
세월 한잔(드라마)  
세월 한잔 2부  
세월 한잔 3부  
옴니버스 하루살이  
하루살이 2  
하루살이(불륜)  
하루살이(이복)  
고양이무덤   
나이페로소스(추리)  
나이페로소스2  
슈퍼우먼(코믹)  
고깔모자(사이코)  
잃어버린 일기장♡  
짬밥일기~♬  
꽁치의 漫評萬評  
자유로운 글  
뉴스 엮인글  
뉴스 스크랩  
 
Today  333    / Total  427523
  
고깔모자(사이코)    블로그형  게시판형  리스트형
고깔모자 50. 불 (종결)    2008/06/17 10:05 추천 0    스크랩 0
http://blog.chosun.com/marcelco/3086657

50_김상중_고은미_최정원.jpg

 <가상 캐스팅: 김상중, 최정원, 고은미>

 

50. 불

 

묵묵히 길을 걷는 송형사의 모습을 허반장이 쳐다본다.
'송형사.'
'예.'
'아까 한박사지?'
송형사는 허반장을 쳐다보지 않는다. 시무룩하기만 하다.
'너 잤지? 한박사하고.'
'아......'
'릴리코스, 그 향수 냄새가 너한테 날 일이 없잖아.'
'릴리코스요?'
'우리 집사람이 신혼 때부터 오래 쓰던 거라 내가 알지. 한박사는 그 향수를 쓰거든. 그래, 그래서 나도 우리 애 엄마 생각이 났었다. 그 냄새 맡으면.'
'참! 좀 어떠세요? 병원에?'
'잘 모르겠다. 나도.'
허반장도 역시 침울한 표정으로 길을 걷는다.

 

낚시터 홍사장은 그의 처가 만든 음식을 열심히 식탁으로 옮기고 있다. 오래간만에 찾아온 단골손님 낚시꾼들.
'빨리해! 손님들 오겠어.'
'어휴! 다 했어요. 매운탕만 조금 더 끓이면 돼요. 웬 난리야?'
'아! 지금 우리가 밥 굶게 생겼는데 단골손님들마저 놓치면 어쩌라는 거야!'
'저녁밥상 몇 분 늦는다고 뭐가 어떻게 되요?'
그리고 그의 아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들어온다.
'좌대 청소 다 했냐?'
'다 했어요.'
아들은 퉁명스럽게 대답하며 의자에 털썩 주저앉는다.
'아버지.'
'왜?'
'손님들 자꾸 귀신 본다는데 그거 정말 아니에요?'
'시끄러! 귀신은 무슨 얼어 죽을!'
'아니, 이젠 애 귀신도 아니고 여자귀신이라잖아요. 여자!'
'야! 입 다물어. 그나마 있는 손님도 끊으려고 그러냐?'

초저녁 홍사장의 낚시터 외진 자리에 낚시꾼 세 사람.
'슬슬 밥이나 먹으로 가지. 시간 다 됐어.'
'그래. 가자구. 어이! 가자니까!'
'잠깐만!'
한 낚시꾼은 이상하게 움직이는 찌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다.
'해가 져야지! 여긴 날 밝으면 안 된다니까.'
'가만......'
그리고 그는 힘껏 낚싯대를 잡아당긴다.
'어! 어!'
'뭐야!'
낚싯대는 부러질 것 같이 휘어지고 있다. 있는 힘을 다해 끌어당기고 있는 낚시꾼.
서서히 끌려나오는 그 무엇이 수면위에 물결을 만들고 있다.
'뭐야?'
그리고 한 사람이 낚싯줄을 당기며 가까이 다가가 가본다.
'이거 뭐야?'
그리고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을 보았다.
'으악!'
세 낚시꾼은 모두 뒤로 자빠지듯 몸을 피한다.
하얗게 부풀어 오른 여인의 시체. 퉁퉁 불어터진 그 얼굴에는 물고기에 헝겊처럼 뜯긴 자국들이 처절하게 드러나 보이고 있다.

 

사무실로 들어오고 있는 허반장과 송형사.
'반장님!'
이형사가 그에게로 뛰어온다.
'왜?'
'지금 막 신고 들어왔는데요.'
'무슨 신고?'
'윤예미 찾았습니다.'
'뭐? 정말?'
'예. 저수지에서 시체로 발견됐습니다. 방금 전에요.'
'확인했어?'
'낚시터 부부가 확인했답니다.'
허반장은 고개를 젖히며 한숨을 내쉬기만 한다.

 

상하이 푸동 샹그리라 호텔, 장민수는 화장대 위의 작은 거울을 들여다보고 있다. 슬며시 미소 짓는다. 그리고 혼자 아주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이만하면 잘 됐지? 안 그래? 마이클.'
'그래, 그 애니라는 계집애가 허튼 짓만 안했으면 더 좋았을 걸.'
'흐흐흐흐. 할 수 없지. 원래 그런 계집이니까.'
'이제 다 된 거지? 기준아. 그렇지?'
갑자기 장민수의 표정이 어린아이처럼 부드러워 진다.
'아직......'
그리고 그는 옆에 세워져있는 기다란 전신거울을 바라본다.
'아버지.'
'기준아, 아직 한 놈 남았지 않냐.'
'운전기사 아저씨요?'
'그래. 그 놈. 네 엄마 고향 친척. 장민수.'
'그 아저씨가 우릴 배신한 거죠?'
'그래. 그놈이 내 유서를 없앴어. 돈도 보석도 다 훔쳐가고 네 외삼촌한테 유서를 몰래 갖다 주었다. 그리고 넌 고아가 된 거야.'
'난 어떻게 살아난 거죠? 누가 불을 질렀어요? 아버지.'
'기억나지 않냐? 기준아. 누가 불을 질렀냐?'
'그 아저씨가 불을 질렀나요?'
'넌 그때 자고 있었다. 내가 수면제를 먹였거든. 영식이 그놈은 알고 있었어. 영식이가 너를 구했을 거다.'
'기억나지 않아요. 난 기차역에 혼자 서있었어요.'
'기준아! 불쌍한 내 아들......'
그리고 초인종소리가 들린다. 눈을 찡그리며 정신을 차리는 장민수.
천천히 문 쪽으로 향한다. 아주 천천히. 그리고 문을 연다.
한 여인이 서있다. 장민수의 눈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이 반짝인다.
'왔군. 한박사.'
그녀는 대답 없이 안으로 들어오며 그에게 안긴다.
'내가 기억 못 할 줄 알았어요? 다 기억해요. 당신 냄새까지.'
그녀는 장민수에게 입을 맞춘다.
그리고 잠시 혼을 빼앗긴 듯 힘을 잃어버렸던 한수희가 다시 그를 똑바로 바라본다.
'찾았어요.'
'찾았어?'
'여기 상하이 변두리 아파트에 숨어있어요. 장진수.'
장민수는 눈썹을 씰룩이며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다시 입을 맞춘다.

 

며칠 후 오전 무렵, 송형사는 입을 꼭 다문 채 허반장의 승용차를 몰고 있다. 허반장 역시 아무 말 없이 조수석에 앉아있다.
한참동안의 침묵이 어색했는지 송형사가 허반장을 힐끔 쳐다본다.
'반장님, 한박사 지금 뭐 할까요? 어디 있을까요?'
'왜 궁금하냐?'
'아뇨 그냥......'
'가고 싶은 데로 갔겠지. 그리고 하고 싶은 거 하겠지.'
'하긴 그렇겠네요.'
'빨리 가자! 부검 했다잖아.'
'예! 반장님.'
그리고 차는 다시 속도를 높인다.
갑자기 허반장이 얼굴을 찌푸리며 작게 신음소리를 낸다.
'왜 그러세요? 어디 아프세요?'
'아...... 아랫배가 또 아프네. 신경성이라던데.'
'많이 아프세요?'
'야! 안되겠다. 저기 주유소에 좀 세워라.'
국도변 주유소 앞에 차는 멈춘다.
그리고 서둘러 차에서 내린 허반장이 다시 돌아선다.
'거기 휴지 좀 꺼내줘라. 화장실에 없으면 골치 아프다.'
'예.'
송형사는 조수석 앞 글러브 박스를 열어 그에게 휴지를 건네준다.
그리고 종종걸음으로 걸어가는 허반장의 뒷모습을 보며 피식 웃는다. 그런데 박스 안에 있는 검은 비닐봉지가 그의 눈에 잡힌다.
'뭐지?'
검은 비닐봉지에 돌돌 말려있는 알 수 없는 기다란 물건.
송형사는 그것을 풀어본다.
'어!'
피 묻은 칼, 그 핏덩어리는 이미 손잡이까지 다 말라붙어 있다.
송형사는 휘둥그레진 눈으로 멀리 걸어가는 허반장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주유소 옆 공터, 허반장은 갑자기 현기증을 느낀다. 눈을 감고 머리를 마구 흔든다.
그리고 눈을 뜬 허반장, 주위를 둘러본다.
'여기가 어디지? 내가 지금 어디 있는 거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당황한 그의 숨이 가빠지고 있다.

 

상하이 외곽, 작고 낡은 어느 아파트 일층, 금이 간 유리창으로 불길이 번져가고 있는 것이 보인다. 그리고 현관문이 열린다.
여인의 검은 구두 그리고 검은 핸드백, 검은색 장갑.
여인은 핸드백을 연다.
그리고 현관 앞에 슬며시 내려놓는다.
신문지로 접은 고깔모자.
여인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건너편 도로 멀찍이 검은색 승용차를 세우고 기다리고 서있는 남자, 장민수. 검은색 선글라스를 끼고 있다.
한수희도 역시 검은색 선글라스를 끼고 있다. 그녀는 그를 보며 미소 짓는다.
그리고 둘은 그 차에 탄다. 그리고 그곳에서 사라져간다.
그 불길은 점점 더 거세지고......


고깔모자 끝.

50_해골.jpg

 

50_허준호.jpg

 <허준호>

 



  댓글 (0)  |  엮인글 (0)
고깔모자 49. 유서    2008/06/16 10:52 추천 0    스크랩 0
http://blog.chosun.com/marcelco/3084369

49_김상중.jpg

 <가상 캐스팅: 김상중>

 

49. 유서

 

허반장과 송형사가 함께 길을 걷는다. 시장 앞 붐비는 사람들.
'반장님, 그럼 조한복씨하고 오연수씨 살해사건은 윤예미 단독범행인가요? 그 애니란 여자 말이에요.'
'그런 거 같아. 김소식은 그냥 잘 죽었다고만 하더란 말이야.'
송형사는 허반장의 빠른 걸음걸이를 쫓아가느라 바쁘다.
'오연수씨 살해는 윤예미 단독이 확실하고...... 그런데 왜 애니는 그 사람들을 죽인 거죠?'
'김소식 말로는 애니가 자기의 영혼까지 들여다보기 때문이라지만.'
'영혼까지 들여다봐요?'
'자기 가슴 속에 평생 품어온 원한, 복수심을 불러일으킨 거지.'
송형사는 허반장을 앞서가며 큰소리로 말한다.
'그럼 조진홍 피살은 애니에 대한 김소식의 보답이군요. 맞죠?'
'그래, 뭐 그런 셈이지.'
다시 걸음이 뒤처지던 송형사가 다시 앞선다.
'모정리 서울집은 어떻게 된 거죠? 누가 불을 질렀을까요?'
'그건 김소식도 모르지. 이영식 그리고 불을 지른 범인이 알겠지. 그것도 아니면 정기준이 알겠지. 살아있다면.'
'그런데 이영식씨는 괜찮은가?'
'지난주 입원했어.'
'예? 입원했어요?'
'그래,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하더라.'
둘은 계속 그 길을 걸어가고 있다.

 

한수희는 오전 늦게야 잠에서 깨어 기지개를 편다.
빈자리, 그녀의 침대 위 남자의 흔적을 바라본다. 아무렇게나 널러져 있는 그녀의 속옷들.
잠시 지난밤을 생각하며 혼자 쓸쓸히 미소를 짓고 있다.
그리고 작은 서랍장을 연다. 보지 못하던 그 무엇을 보았다.
남자의 손수건, 한수희는 그 손수건을 코에 대고 냄새를 맡아본다.
그리고 그녀는 눈을 감는다. 그 냄새, 바로 장민수의 냄새.
그녀는 손수건을 코에 댄 채 다시 침대에 눕는다.

 

그리고 오후, 어느 작은 식당에서 허반장과 송형사는 늦은 점심을 먹는다.
언제나 식성 좋은 송형사 그러나 허반장은 여전히 입맛을 찾지 못하고 있다.
'반장님 왜 안 드세요? 입에 안 맞으세요? 찌개 무지 맛있는데.'
'너라도 실컷 먹어라. 난 혀가 굳은 것 같다.'
허반장은 수저를 놓아버리고 물을 마신다.
'형사는 잘 먹어야 되요. 그래야 범인을 잡죠.'
'어쭈! 지가 꼭 반장 같네?'
그리고 송형사의 핸드폰이 울린다.
'에이! 하여간 밥만 먹으면 꼭 전화를 해요. 일찍 먹어도 오고, 늦게 먹어도 오고, 제때 먹어도 오고.'
'빨리 받아.'
송형사는 우물우물 밥을 씹으며 전화를 받는다.
'어디 전화번호야? 여보세요?'
그리고 그는 깜짝 놀라며 밥을 꿀꺽 삼켜버리고 만다.
자리에서 슬쩍 일어나 식당 밖으로 나가는 송형사.
'한박사?'
'그래요. 나에요.'
'저기 어제는......'
'나 떠나요.'
'응?'
'지금 공항이에요.'
'그... 그래? 어디로? 미국으로?'
'난 다 잊어버릴 거예요. 송형사도 그렇게 해요.'
'아니 그래도......'
'잘 있어요. 안녕.'
송형사는 식탁 앞에 다시 앉았지만 밥맛이 다 떨어져버린 그런 표정이다. 허반장이 그를 유심히 쳐다보고 있다.
'누구냐?'
얼이 빠진 듯 힘없이 반찬만 끼적거리는 송형사.
'송형사! 누구야? 누군데 그래?'
'아... 아녜요.'
그는 다시 입 한가득 밥을 넣는다.

 

노을이 물들어가는 하늘, 그 하늘이 한수희의 얼굴에 비친다. 그녀가 탄 비행기는 이제 구름 위로 고도를 높이고 있다.
창밖을 내다보는 그녀의 손에는 아직도 장민수의 손수건이 꼭 쥐어져 있다.
그리고 다시 그를 생각한다. 그의 낮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기준이 엄마는 봤어.'
'뭘요?'
'기준이가 철두 그 자식을 얼음 속으로 처박아 버리는 걸 아주 우연히 봤어.'
'그래서요?'
'엄마는 정말 충격을 받았지. 착하고 순하기만 했던 외아들 바로 그 외아들 기준이가 친구를 죽이다니.'
그는 한수희의 머리카락을 매만지며 쓰다듬는다.
'그리고 알게 됐지. 아들이 자신의 그 음탕하고 저주 받을 짓을 다 알고 있었다는 걸. 그래서 자신의 욕정을 채워주는 남자의 외아들, 나경사의 아들 철두를 죽여 버렸다는 걸 말이야.'
그리고 그는 천천히 돌아눕는다. 한수희는 그의 허리를 꼭 껴안아준다. 장민수의 얼굴빛이 아주 어두워지고 있다.
'기준이 엄마는 결국 고백했지. 남편에게 말이야.'
한수희는 그의 가슴을 어루만지고 있다.
'기준이 아버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어. 어차피 오래 살지 못할 운명이었으니까. 모든 걸 체념했겠지. 하지만, 하지만......'
'하지만 뭐요?'
'아들! 사랑하는 외아들 기준이 만큼은 행복하게, 아니 어떻게든 포기할 수 없었지.'
그의 몸이 조금씩 떨려오고 있다. 한수희는 그를 더 세게 껴안는다. 숨을 한번 깊게 들이마신 그는 다시 이야기를 시작한다.
'유서를 썼어. 병든 남편과 음탕한 아내, 둘은 유서를 썼지.'
'기준이는요?'
'기준이는 살려야 돼. 사랑하는 아들. 착한 아들.'
'그럼 불은 어떻게 된 거에요? 불이 났잖아요.'
'그날이 무슨 날이었는지 알아? 기준이 아버지 그리고 엄마가 죽은 그날이 바로......'
'무슨 날?'
'두 사람의 결혼기념일. 그래! 남편은 젊은 아내한테 미안했었지. 그래서 몰래 선물을 준비했어. 아주 많이. 그래서 그자가 오고 있었어. 선물을 가지고 말이야.'
'그자? 그게 누구죠?'
'운전기사, 아버지의 운전기사.'
장민수의 눈빛에 다시 섬뜩하게 타오르는 살기가 보인다.

49_공항.jpg

 

 



  댓글 (0)  |  엮인글 (0)
고깔모자 48. 육체    2008/06/15 11:46 추천 0    스크랩 0
http://blog.chosun.com/marcelco/3081932

48_고은미.jpg

 <가상 캐스팅: 고은미>

 

48. 육체

 

허반장이 김소식에게 묻는다.
'친구를 도와준다고 그랬다고요? 윤예미가.'
'그 여자가 아니라 애니라니까. 애니!'
'애니라고 합시다. 그래서 조진홍 차를 고장 냈어요? 그 카페 주차장에서.'
'그 자식 이름은 몰라. 난 애니가 하라는 대로 해야 돼. 반드시.'
'그리고?'
'그 병신 같은 놈 차가 고장 난 줄도 모르고 잘도 달리더군. 죽음으로 가는 거지. 여자를 괴롭히면 그렇게 되는 거야. 더군다나 여자가 애니의 친구라잖아. 아주 친한 친구.'
허반장과 이형사가 잠시 말없이 서로를 바라본다.
'좋습니다. 그럼 나성대씨는 어떻게 살해한 거죠? 나경사 말입니다.'
'죽이지 않았어.'
'아까 죽였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랬지.'
'무슨 소리를 하는 겁니까? 지금!'
'죽이려 했는데 벌써 죽어있었어. 아주 편안하게.'
'그래서요?'
'선물을 주고 왔지.'
'선물?'
'악마의 선물.'
'악마? 그 고깔모자?'
'그래. 애니가 그랬어. 고깔모자는 악마가 주는 거라고. 악마처럼 살다가 악마처럼 죽는 거지. 하하하하!'
허반장은 잠시 몸을 뒤로 젖히고 그를 뚫어지게 쳐다본다.
그리고 다시 묻는다.
'조종철씨는 왜 그렇게까지 잔인하게 죽였습니까? 포클레인에 아예 두개골이 다 으스러졌던데.'
'갚아준 거야.'
'갚다니요?'
'그 놈 어릴 때부터 나를 우습게 봤지. 어린놈이! 툭하면 내 머리통을 때리면서 놀려댔지. 그래! 그랬어. 난 어릴 때부터 생각했어. 언젠가는 네 놈 머리통을 부셔버리겠다고.'
'그때도 애니가 있었나요?'
'그럼! 애니가 그 자식을 유혹했지. 그 자식 아주 넋이 나갔어.'
'김소식씨는 포클레인 안에 있었군요.'
'그래. 하하하하.'
'오인중은?'
'인중이 그 놈? 하하하하.'
'왜 불을 질렀죠? 이미 죽었던 거 같은데.'
'그래! 죽였지. 입을 틀어막았어. 돼지처럼 족발을 처먹다가......'
'불은?'
'응. 애니가 주유기를 꺼내더군. 그리고 통에 담아서는 가지고 들어왔어. 휘발유! 그 자식 몸에 뿌렸지.'
'오인중씨도 애니가 유혹했나요?'
'유혹? 아마 그럴걸. 그 자식 갑자기 멍해지더군. 힘을 쓰지 못하더라고. 그래서 내가 의자에 묶었지. 그리고 입에다가 먹을 걸 넣어주었어. 지옥에 갈 힘은 있어야 하잖아.'
'애니가 최면을 걸었나요? 아니면 약물 같은 거?'
'몰라. 그건 나도 몰라. 흐흐흐흐!'
김소식은 갑자기 온몸을 들썩이며 킥킥거린다.

 

한수희는 이제 취해가고 있다. 송형사도 취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도대체 어떻게 다 알았냐니까?'
'묻지 말라고 했잖아요. 송형사.'
'알다가도 모르겠군. 혹시 그 장민수? 그 사람?'
한수희는 송형사를 노려본다.
'왜? 맞아?'
'장민수씨는 상관없어요.'
'장민수 그 사람 젊은 여자 데리고 잘 살았지. 어차피 법적으로는 부부도 아니잖아. 돈이 최고야. 돈!'
'돈 때문에는 아니에요.'
'그럼?'
한수희는 송형사 앞에 놓인 담뱃갑을 집는다.
'어? 이 아가씨 골초네? 하하하하.'
'어쩌다 가끔은......'
길게 내 뿜어지는 담배연기가 송형사의 얼굴에 와 닿는다.
그리고 그녀는 송형사의 눈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왜 그렇게 쳐다봐? 한박사.'
피식 웃고 마는 한수희.
'어? 왜 그래?'
그녀는 슬며시 몸들 돌려 앉는다.
송형사의 눈길이 한수희의 미끈한 다리에 몰리고 있다.
그리고 소주 한잔을 들이켜 버리는 송형사.
'나랑 잘래요?'
담배연기를 또 길게, 하지만 천천히 내뿜으며 그녀가 묻는다.

 

'어?'
침대에서 벌떡 일어서고 있는 송형사. 사방을 둘러본다.
알몸으로 그 침대 위에 누워있는 한수희.
송형사는 그녀와의 지난밤을 기억해본다. 그리고 조용히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한수희를 돌아본다.
만져보지 않을 수 없는 여자의 육체. 송형사는 살며시 그녀의 허리에 손을 얹어본다. 아주 조심스럽게.
한수희는 몸을 꿈틀거리고 있다. 그의 손길을 느꼈다는 듯이.
그리고 송형사는 정신이 들었는지 바닥에 떨어져있는 그의 핸드폰을 집어 든다.
'아!'
깜짝 놀라며 그는 허겁지겁 옷을 주어입고 그 오피스텔을 나서려한다.
그리고 문을 열며 돌아본다. 아직 그렇게 누워있는 그녀를.

 

'야! 송형사!'
'예.'
머리를 긁적이며 들어오고 있는 송형사를 허반장이 노려본다.
'너 어디서 뭐하다가 이제 오는 거야? 전화는 왜 안 받아?'
'예. 죄송합니다. 반장님. 어제 술을 좀......'
'술? 누구랑?'
'저기...... 친구가 찾아와서요.'
막내 이형사도 그를 노려본다.
송형사는 이형사에게 까불지 말라는 듯 눈짓을 보낸다.
'한박사 소식 들었냐? 송형사.'
'예? 소식이라뇨?'
'그만둔단다. 어제 서장님한테 사직서 냈어. 사직서를 냈는지 말로 했는지 모르지만.'
'아......'
'알아?'
송형사는 어쩔 줄 몰라 그저 허반장의 눈길만 이리저리 피하고 있다.

48_관능.jpg

 

 



  댓글 (0)  |  엮인글 (0)
  이전       1     2     3     4     5     6     7     8     9     1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