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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캐스팅>
128. 전력질주 (끝)
'사부님!' 맹희가 억남씨 가슴에 와락 안겨버린다. 얼마나 반가운지 눈물까지 흘린다. '헤헤헤. 나의 제자 맹희! 잘 있었냐?' '씨! 왜 전화도 안 해요?' '이렇게 쨘! 하고 나타났잖아. 헤헤헤헤.' 억남씨 꽃다발을 칠자씨에게 쑥 내민다. '누나! 축하해!' '그... 그래. 고마워.' '야! 남억남! 넌 누나는 안 보이냐?' 보나씨가 섭섭했는지. '헤헤헤헤. 왜 안 보여? 잘 보이지. 누나!' '남관장 신수가 훤해졌네. 얼굴도 좋아졌어.' '좋아지긴. 잠도 제대로 못 자는데. 우리 일이 그래.' '사부님, 매일 대통령 봐요? 청와대에서.' '음... 매일은 아니고. 영부인은 매일 뵙지. 내가 경호담당이니까.' '우와......' 그런데 누가 억남씨의 팔을 꽉 움켜잡는다. '남억남 부팀장님! 하하하하.' 아니 난데없이 나재선의원은 왜 또 나타난 거지? '어? 의... 의원님......' '제가 부팀장님께서 행차하신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급히 아주 급히! 이렇게 달려왔습니다. 하하하하.' '아니 어떻게?' '어떻게라니요? 오늘 우리 신의원님 사모님께서 수원의 그 이름이 뭐더라? 좌우지간 복지회관으로 영부인을 뵈러 가신다기에, 제가 이리저리 수소문 해보니 우리 맹사장님 개업식이고. 그렇다면 우리 남부팀장님께서 여기를 들리실 거라는 저의 명석한 판단으로.' '아... 예.' '하하하하. 그런데......' '예?' '영부인께서는 지금 어디?' '아... 그건......' 억남씨 말하기 곤란한지 머뭇거리는데 봉남씨가 언제 왔는지 끼어든다. '이봐요! 나의원님!' '어이구! 사무장님! 하하하하.' '사무장은 무슨? 나 이제 총지배인이에요. 그것도 총!' '아! 그러신가요? 하하하하.' '나랑 저기 가서 술이나 한잔 합시다. 여기서 뭐 해요?' 봉남씨가 강제로, 아주 억지로 나의원을 끌고 가버린다. '어머! 교... 교수님!' 칠자씨가 놀라는데, 이젠 남고식선생까지 등장한 거다. '어? 아버지......' '어? 너 이놈아 언제 여기 왔냐? 애비한테는 전화 한번 안 하는 놈이. 언제 왔어?' '저 방금 왔는데요.' '오늘 일 안 해? 그건 그렇고. 헤헤헤헤. 맹사장 축하해!' '예. 감사합니다. 교수님. 히히.' '아니, 아버지도 저는 안 보이세요?' 보나씨 또 섭섭하다. '응? 안 보이다니? 왜 안 보여? 내 딸인데. 헤헤헤헤.' 남선생 등장하자마자 봉남씨와 이수씨가 신이 나서 모시고 가버린다. 술판 멤버는 거의 다 모인 셈이지. 그 사이 억남씨는 바쁘게 움직이는 분철씨의 모습을 은근슬쩍 보고 있었다. '맹희야. 아빠 이제 여기서 계시냐?' '예. 사부님. 아빠 좀 아파요.' '어이구. 그래? 어디가 아프신데?' '간. 간이 많이 나빠졌데요.' '나빠지긴 뭐가 나빠져! 저 인간 그래도 싸! 나쁜 인간이 나쁘지.' 칠자씨 투덜거리고. '그나저나 철이 이놈은 왜 안와?' '응? 철이 온다고 했어? 누나.' '응. 어제 제대했는데... 친구들하고 논다더니 아예 안 오네. 어이구. 군대까지 보냈는데도 철이 안 드니......' '헤헤헤헤.' 그런데 오늘은 왜 이러냐? 철이가 나타났다. 예비군 마크 달린 모자를 눌러쓰고 가방 하나 덜렁 들고 쭈밋쭈밋 들어오고 있다. '야! 넌 왜 이제 오는 거야? 또 어디서 잤어? 첫날부터 외박이야!' '엄마......' 철이가 어딘가 모르게 좀 이상하다. 겁을 먹었는지 긴장 했는지. '왜? 너 또 왜 그래?' '엄마... 저... 저기 있잖아.' '응? 쟤는?' 철이 뒤를 졸졸 따라 들어오는 아가씨가 있다. '오빠! 저 여자! 연상 그 여자잖아.' 칠자씨 예감이 이상하다. 얼른 아가씨 앞으로 다가간다. '아가씨! 누구야? 철이 애인? 사귀는 누나?' 아가씨는 고개를 살며시 끄덕이기만 한다. 그런데 아가씨 커다란 두 눈에서 눈물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왜? 왜 그래?' 칠자씨 정말 느낌이 이상하다. 그리고 아가씨의 배를 쳐다본다. '혹시? 설... 설마......' 그리고 아가씨 배를 만져보는데. '뭐... 뭐야? 애... 애기?' 아가씨의 왕방울만한 눈에서 홍수처럼 눈물이 쏟아진다. '저 어떡해요? 저 집에서 쫓겨났어요. 4개월이래요. 어머니.......' 결국 울음을 터뜨리며 주저앉고 마는 왕방울 아가씨. 칠자씨 드디어 폭발 직전, 시뻘겋게 달아오르는 얼굴로 철이를 쏘아본다. '너! 이놈의 자식! 너!' '엄마. 저... 저기 말이지. 내가 말이야. 실수로......' '실수? 누가 지 애비 아들 아니랄까봐. 누나 같은 여자를......' 칠자씨 이제 정말 터지려 한다. 불타오르는 눈으로 철이에게 다가가는데. 성난 코뿔소 같다. '엄마! 내가......' 철이는 후다닥 줄행랑을 친다. '거기 안 서! 야 이놈아!' 칠자씨가 소리를 지르니 사람들이 모두 놀라 쳐다본다. '남관장 뭐 해!' '응?' '가서 잡아와! 저 놈 잡아!' '응! 그래! 알았어. 누나.' 억남씨 번개같이 마트 밖으로 뛰어나간다. 멀리 도망치고 있는 철이의 뒷모습을 포착. '너! 철이 이놈! 오늘 너 끝이다. 청와대 경호원 맛 좀 봐라.' 억남씨 본격적으로 추격을 시작한다. 그리고 사부님을 뒤따라 맹희도 뛴다. '너! 석철! 너 오늘 죽었어! 오빠고 뭐고 없어!' 그러더니 이젠 직한씨까지 헐레벌떡 뛰어 나왔다. '이놈 어디 갔어? 어! 저기!' 직한씨 와이셔츠 단추 하나 풀고 팔을 걷어붙이고. '너! 잘 걸렸다. 내가 니 애비한테 못 갚은 한을 갚아주마! 서라! 이놈아! 이 나쁜 놈아!' 직한씨도 뛴다. 그런데 제대로 뛰시려나? 도망치던 철이, 이젠 괜찮겠지하고 여유있게 뒤를 돌아보니. '어! 뭐... 뭐야? 왜들 저래? 어! 에이 씨!' 줄줄이 쫓아오고 있는 모습을 보고는 철이는 또 죽어라하고 뛴다. 이게 웬 난리냐? 지나가는 행인들 구경났다.
그런데 판다마트 멀찍이 떨어진 아파트단지 샛길에 영부인과 영애가 탄 검은 승용차가 서 있다. 경호원들도 있고. '아니 우리 부팀장 왜 안 오냐? 잠깐 인사만 하고 온다더니.' 영부인이 자꾸 시계를 들여다본다. '그러게요. 왜 안 오시지? 이러면 늦는데......' 영애도 시계를 보고. '어머나! 저... 저... 부팀장 아니냐? 왜 저러냐?' 전력질주하고 있는 억남씨를 영부인이 봤다. '어머! 왜 저러시지? 누굴 쫓아가나 봐요.' 영부인도 영애도 경호원들도 구경거리 하나 생겼다.
시간은 쌩쌩 달려 지나가고. 판다마트는 여전히 분주하다. 장사 하나는 정말 잘 된다. 초저녁인데 손님들로 북적인다. '철이 아빠! 판이 할아버지! 칠자씨가 분철씨를 부른다. 칠자씨가 갓난아기를 안고 있다. '응? 왜? 왜 그래?' 무슨 죄라도 지었는지 놀라는 분철씨. '애미 어디 갔어? 판이 애미!' '응... 잠깐 친구 좀 만나고 온다고 했는데......' '아니 바빠 죽겠는데 애는 시부모한테 맡기고 어딜 싸돌아다녀!' 제법 튼튼하게 생긴 아기, 판이가 발버둥 치며 울기 시작한다. '아니 얘는 누굴 닮아서 이렇게 힘이 센 거야? 아주 사람 잡네.' 어르고 달래도 울음을 그치지 않는 철이의 아들 판이. 석판. '엄마! 나 왔어!' 맹희가 왔다. 그런데 제법 숙녀 티가 난다. 예쁜 투피스에. '너 벌써 퇴근했어?' '응. 오늘 남씨종친회 어른들 모임 있어서 난 먼저 왔어.' '교수님도 오셨나?' '응. 히히. 나 월급 올려주신데.' '어이구. 조그만 계집애가 무슨 종친회 사무장이라고......' '뭘! 내가 종친회 사무 다 보는데. 내가 캡이야. 히히.' '잘 됐다. 너 얘 좀 봐!' '싫어! 퍈이 쟤 정말 대책 없어! 싫어!' '엄마 바빠. 손님들 좀 봐! 빨리!' '싫어! 나 고봉이 돈가스 사주러 가야 돼.' 맹희는 잽싸게 도망쳐버린다. 쉴 새 없이 버둥거리는 판이. 칠자씨 식은땀 난다. '판이 할아버지!' '응?' '애 좀 봐!' '내가?' '그럼 손자도 못 봐?' '안... 안 돼.' '뭐? 뭐가 안 돼?' '나... 응! 저기... 가락시장 가야 돼. 깜빡했네.' 분철씨도 허겁지겁 도망쳐 버린다. 길가에 세워놓은 작은 트럭 몰고 아예 가라져 버렸다. 무작정 버둥거리는 손자 주먹에 볼이며 콧등이며 마구 얻어맞는 칠자씨. 판다마트 앞 인도에 서서 손자를 달래며 하늘을 한번 올려다본다. '맹칠자! 니 팔자는 왜 이러니! 씨!' 그치지 않는 판이의 울음소리가 온 동네로 울려 퍼진다.
시커먼 청와대 방탄 승용차 안의 대통령과 영부인.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는 것 같은데. '이봐요. 당신 정말 남억남이 그냥 둘 거야?' '아니 왜요?' '아! 이 사람 정말! 재희가 아무래도 이상하잖아. 그 부팀장 그 친구하고 점점 더 이상하단 말이야. 영애가!' '그게 어때서요?' '아니 이 사람 좀 보게. 내 말은 들을 생각을 통 안 하네. 허! 참!' '그런 거 신경 쓰시지 마시고 국민들이나 챙기세요.' '아니 누가 아니래? 그래도......' '아니 뭐 대통령 딸은 연애도 못해요?' '허! 참 내가 정말 이 사람 때문에 미치겠네.' '난 영부인 되고나서 왜 이렇게 재미있는지 몰라. 호호호호!' '어? 또? 점점? 나 이거야 원!' 달리는 엄청 큰 승용차, 대통령 부부도 토닥거린다. 사는 게 다 그런 거지. 이제 알았수?
'슈퍼우먼' 끝!

<가상 카메오: 이명박 대통령, 김윤옥 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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