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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니버스 하루살이    블로그형  게시판형  리스트형
옴니버스 하루살이 - 뷰티살롱 33. 책가방 (끝)    2009/02/16 10:33 추천 0    스크랩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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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_간사이공항.jpg

 

33. 책가방

 

오사카 간사이공항, 나실장이 입국수속을 마치고 작은 여행가방 하나만 달랑 맨 채 걸어 나오고 있다. 어딘가 모르게 긴장한 모습이 엿보인다. 발을 멈추고 그는 주변을 둘러본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돌리자 바로 앞에 한 여인이 방긋 웃으며 서있다. 바로 그녀 이진경.
'오래간만이야. 나선국.'
'허허허허.'
둘은 웃으며 악수를 하지만 두 사람의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맴돌고 있다.
'히야! 하나도 안 늙었네. 이진경!'
'그래! 자기도 그대로인데 뭘.'
'와! 그냥 비싼 명품으로 쫙 빼입었네. 죽이는데.'
잠시 머뭇거리던 나선국은 이진경을 와락 안아버린다. 그리고 나선국은 아주 작게 속삭인다.
'딱 한번만 안아보자. 괜찮지?'
'그래.'
이진경의 눈에서 조용히 눈물이 흘러내린다.

 

소희의 표정이 많이 밝아졌다. 멀리 떨어져있는 두희를 한번 보고는 정미에게 말한다.
'원장님, 우리 실장님 지금쯤 그분 만나셨겠죠?'
'그렇겠지. 두 사람 기분이 지금 어떨까?'
'얼마나 설렜을까요? 그렇게 오랫동안......'
'아마 둘 다 울었을 거야. 말은 못해도. 바보처럼 왜 그렇게 사랑을 했는지 둘 다.'
'치!'
'응?'
'원장님은 더 하잖아요?'
살롱으로 누군가 조용히 들어오고 있다.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여자아이 하나가 동그랗게 눈을 뜨고는 입을 꼭 다문 채 서있다.
소희가 미소 지으며 아이에게 다가간다.
'머리 하러 왔니? 혼자? 벌써 학교 끝났어?'
아이는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다.
'그럼?'
아이는 천천히 손을 들어 정미를 가리킨다.
'저기 저 아줌마가 여기 원장님이에요?'
'응? 맞는데. 왜?'
정미는 한참동안 아이를 바라보고 있다가 뭔가 느껴지는 것이 있는지 아이에게로 온다.
'나 만나러 왔니?'
아이는 슬픈 눈동자로 정미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정미와 아이는 소파에 앉는다.
'너... 태훈이 오빠... 맞지?'
아이는 또 고개만 끄덕인다. 정미는 미소를 지어 보인다.
'이름이 뭐니?'
'진희요. 김진희.'
'나한테 할 말이 있어서 왔구나?'
정미는 아이의 어깨에 살며시 손을 얹는다.
'우리 엄마 아빠 매일 싸워요. 이혼한데요. 아빠가.'
'다 들은 모양이구나. 저기 내가......'
'아빠가 이제 안 참아요. 우리 엄마... 우리 엄마는 아빠 많이 피곤하게 해요. 나도 알아요. 엄마가 나빠요.'
'그러니?'
'그런데 아줌마, 원장님 보고나서부터 달라졌어요. 아빠가 이제 막 화만 내요. 매일 술 마시고 들어와서 싸워요. 다 꼴 보기 싫다고.'
'그래. 미안하구나.'
정미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지난번부터 엄마가 잘못했다고 비는데도 아빠가 화만 내요. 집을 나간 데요. 아빠가요. 이젠 엄마도 매일 울어요. 방에 누워서 맨날 울기만 해요. 밥도 안 먹어요. 그래서 우리 강아지 밍키도 굶어요.'
정미는 더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엄마가 막 소리쳤어요. 아빠가 한 번도 아줌마만큼 사랑해준 적도 없다고 막 그랬어요. 그래서 다 너무 밉데요. 아줌마도 아빠도.'
'그랬어? 진희야 나는......'
'아줌마! 나 아빠랑 그냥 살고 싶어요. 엄마가 나랑 헤어지지 않을 거래요. 그럼 아빠랑 헤어져야 하잖아요.'
아이는 눈물을 흘리며 바르르 떨고 있다.
'그래, 진희 아빠랑 헤어지면 안 되지.'
정미는 아이의 눈물을 살며시 닦아준다.
'우리 엄마 나쁘지만 아빠 무지 좋아해요. 아줌마, 다른 사람하고 결혼하면 안 돼요? 예?'
정미의 눈동자에도 슬픔이 가득하다.
'그래. 아빠는 진희하고 살아야지. 그래. 그래야지.'
정미는 아이를 꼭 껴안아준다. 살롱식구들은 그 모습을 측은하게 바라보고만 있다.

 

오사카에도 또 하루가 지났다. 늦은 오후 간사이공항, 나선국이  티케팅을 마치고 돌아선다. 얼굴에는 표정이 하나도 없는 것만 같다. 이진경이 뛰어오고 있다.
'응? 벌써 왔어?'
나선국이 어색하게 씩 웃어 보인다.
'아니, 왜 벌써 간다는 거야? 겨우 하룻밤?'
'응. 살롱일도 바쁘고 뭐......'
'오늘 좀 돌아다니려고 그랬는데. 왜? 나 더 보기 싫어?'
'그래. 더는 보기 싫다. 어쩔래?'
'여전히 바보 같구나.'
'뭐 남의 마누라 한번 봤으면 됐지. 어쨌든 어제 저녁 정말 잘 먹었다. 일본이 비싸긴 무지하게 비싸두만. 허허허허.'
'괜히 딴소리 하지 말고.'
그리고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고 이제 나선국은 출국수속장으로 들어가야만 한다. 둘은 어색하게 마주서있다.
그래도 나선국이 먼저 말을 꺼낸다.
'저기... 다음에 또 보자구.'
'언... 언제?'
'뭐... 환갑 때쯤?'
'뭐?'
'시간 금방 지나가. 금방 간다니까. 우리도 이제 쉰이 넘었잖아.'
'그래.'
나선국은 진경의 얼굴을 한번 만져보려다가 손을 멈추고 만다.
'나 갈게!'
그리고 그는 돌아선다. 그리고 입을 꼭 다물고 걸어간다.
'나선국!'
진경이 소리쳐 부른다. 나선국이 돌아본다.
'결혼하면 행복하게 살아야 돼! 그 여자 행복하게 해주고! 알았어! 안 그러면 죽어!'
'허허허허. 그래! 너도 예쁘게 늙어야 돼! 환갑 때 봐서 쪼글쪼글하면 혼날 줄 알아!'
'그래! 잘 가! 안녕!'
진경은 손을 높이 쳐들며 흔든다.
'안녕! 잘 있어!'
웃으며 돌아서는 나선국 그리고 이진경, 둘은 이미 울고 있다.

33_살롱.jpg

 

저녁이 지나고 밤이 되어 가고 있는 마르셀 살롱, 스텝들 모두가 퇴근도 하지 않고 모여 있다. 유빈이가 앙증맞게 미소 지으며 정미에게 묻는다.
'원장님, 실장님 정말 벌써 오시는 거예요? 겨우 하루?'
'그러게 말이다. 지금 온다고 꼼짝 말고 전부 기다리라고 그러시잖아. 도대체 뭐가 그렇게 급하신 거야?'
하지만 두희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번져있다. 소희가 그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다가 웃는다.
'어머! 언니 좀 봐. 실장님 오신다니까 그냥 얼굴에 꽃이 피네.'
'얘는! 내가 언제.......'
유빈이가 갑자기 손뼉을 친다.
'아! 맞다! 실장님이 두희 언니랑 결혼하는 거 공식발표하시려나 보다. 그렇죠? 원장님.'
'그러게.'
'맞아요! 실장님이 우리들한테 한번 쏘시려고 그러는 거예요.'
'얘는 무슨... 공식발표까지... 호호호호.'
두희는 부끄럽지만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한다. 그리고 나실장이 활짝 웃으며 들어온다. 커다란 쇼핑백을 한가득 들고서는.
'헬로우! 에브리 바디! 곤이찌와!'
두희는 너무 반가워 벌떡 일어선다.
'실장님!'
유빈이도 소리치며 반긴다.
'허허허허! 내가 돌아왔도다! 컴백! 베이비!'
그리고 나실장은 넉살좋게 춤까지 춰가며 스텝 모두에게 선물을 나누어준다. 모두가 신이 나서 선물을 열어보는데. 두희에게는 아무 것도 없다.
'난 왜 없어요?'
'에이......'
나실장은 씩 웃더니 호주머니에서 보랏빛 작은 상자를 꺼내어 보여준다.
'어머! 반... 반지?'
'우와! 두희 언니 좋겠다!'
유빈이는 제가 좋아 마구 떠든다.
'진원장! 우리 오늘 파티하자!'
'파티?'
'내가 쏜다. 우리 노두희하고 나하고 결혼발표 기념! 오케이?'
'예! 오케이!'
스텝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한다.
'어? 그런데 우진창, 이 인간 어디 갔어?'
나실장이 두리번거린다.
'어? 아까 공항에서 통화했는데 아직 안 왔어?'
때마침 우진창이 커다란 꽃다발을 들고 들어온다.
'실장님! 축하합니다!'
'허허허허. 넌 양반되긴 틀렸다.'
그리고 진창은 꽃다발을 두희에게 준다.
'형수님! 축하합니다. 흐흐흐흐.'
'고마워요. 우대리님. 호호호호.'
'야! 넌 꽃 주면서도 그렇게 웃냐? 에이!'
'흐흐흐흐. 실장님 괜히? 좋아 죽겠으면서?'
'허허허허.'
어린 유빈이가 또 나선다.
'실장님 우리 어디 가요? 예?'
'유빈아, 우리 오래간만에 몸 좀 풀까?'
'클럽?'
'오케이!'
'우와!'
스텝들은 또 좋아 난리가 났다. 정미도 환하게 미소를 짓고 있다.
우진창은 자꾸만 그 모습을 쳐다본다.

그리고는 살롱식구들 모두가 밖으로 나와 길가에 서있다.
'우대리는 진원장이랑 같이 오고, 우리는 나눠서 택시 타고.'
나실장이 말한다.
'어? 경차라도 두엇 더 탈수 있는데.'
'에이. 우대리는 진원장하고 오붓하게 와. 허허허허.'
'예!'
'자! 우린 택시 잡으러 가자! 출동!'
'예! 실장님!'
나실장을 따라 스텝들은 몰려가고 두희는 은근슬쩍 나실장의 팔짱을 끼며 그에게 매달린다.
둘만 남은 우진창과 진정미, 스텝들의 모습을 쳐다보고 있다가.
'진원장, 우리도 갑시다.'
'그래요.'
그리고 막 돌아서 걸으려는데 태훈과 그의 딸 진희가 손을 잡고는 바로 건너편에 서있다. 놀라는 정미의 모습을 보고 진창은 어쩔까 망설이고 있다. 태훈은 조용히 미소를 지어 보인다. 그리고 진희가 살짝 손을 들어 흔든다. 정미도 미소 지으며 손을 흔든다. 아이가 예쁘게 웃는다.
'우리 가요! 진창씨.'
정미가 우진창의 팔을 잡는다.
'그럽시다.'
진창도 입술을 꼭 다물며 미소 짓는다. 자기 팔을 붙잡은 정미의 손을 살며시 잡아본다. 그리고 진창의 작은 차에 탄 정미가 백미러로 태훈과 진희의 모습을 보고 있다.
'정미씨, 보기 좋죠? 아빠와 딸.'
'그래요. 보기 좋아요.'
아빠와 딸은 점점 멀어져만 간다.
'자! 정미씨! 이젠 우리도 갑시다!'
'이제 정미라고 하지 마요. 난 장화예요. 진장화.'
'흐흐흐흐. 알았어요. 장화씨.'
진창이 시동을 건다.

진창의 차가 스텝들과 약속한 클럽 가까이 거의 다 왔을 때.
'진창씨, 잠깐만 세워 봐요.'
'왜요?'
진창이 길가에 차를 세운다.
'나... 나 나쁘죠?'
'뭐가? 흐흐흐흐.'
'우리... 수녀님께 갈래요?'
'예? 우리 마리아엄마?'
장화는 고개를 끄덕인다.
'가서... 가서 우리 결혼하겠다고 말씀드릴래요?'
'정말? 지... 지금?'
우진창은 너무 놀라 말을 더듬는다.
'지금. 지금 빨리 가요. 우리.'
'아니 왜 갑자기?'
'응. 가만 생각해보니까 그 책가방 다른 여자 주기 싫어서.'
'으하하하하!'
우진창이 처음으로 크게 너털웃음을 웃는다. 그리고 그는 차를 돌린다.
'히야! 우리 세실리아 이모가 말이죠. 소머리국밥 분점을 근처에 냈는데 거긴 24시간 영업이래요. 가서 한판 먹고 갑시다. 이젠 진짜 공짜다! 공짜! 하하하하!'
'그래요. 갑자기 배고파져요. 빨리 먹고 싶다. 빨리 가요.'
'그럽시다! 달려라! 고!'
그리고 우진창의 핸드폰이 울린다. 나실장이다.
'야! 우대리 왜 안 와? 어디야?'
'실장님! 우린 안 갑니다. 흐흐흐흐.'
'뭐? 왜 안와? 내가 쏜다니까.'
'실장님! 우리도 결혼 발표하러 우리 엄마한테 갑니다.'
'뭐? 지금?'
'예! 지금 달리고 있습니다. 하하하하.'
'정말이야? 허허허허.'
'에이. 그래도 제가 더 젊은 데 제가 먼저 결혼해야 되지 않겠어요? 흐흐흐흐.'
'야! 그게 무슨 상관이야. 내가 먼저 발표했는데!'
'그럼 우리 같이 할까요?'
'뭐? 같이? 허허허허.'
'하하하하!'
밤이 내린 국도를 달리는 진창의 작은 차에는 이제 기쁨과 행복만이 가득하다. 너무나 아픈 시간을 살아온 두 사람이었기에.

 

-옴니버스 하루살이 시리즈 '뷰티살롱'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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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상 캐스팅: 조형기,손현주,이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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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니버스 하루살이 - 뷰티살롱 32. 피저리    2009/02/15 10:27 추천 0    스크랩 0
http://blog.chosun.com/marcelco/3710587

32_찻잔.jpg

 

32. 피저리

 

태훈의 처 미경은 정미의 뺨을 후려치고도 분이 풀리지 않는지 정미의 옷자락을 부여잡고 우악스럽게 끌어당긴다.
'야! 너 남의 가정 파탄내고 멀쩡할 거 같아? 이 천박한 년아!'
'내가 그런 게 아니야! 오빠는 너하고 단 하루라도 더 살 생각이 없어! 넌 지옥이야! 지옥!'
'뭐야!'
미경은 또 울부짖는 정미를 때리려한다. 하지만 우진창이 미경의 손을 억세게 붙잡아 버린다.
'어머! 당신 뭐야?'
'어이! 아줌마. 거 성질 정말 더럽네?'
'뭐... 뭐야?'
'우리 진원장 말이 맞네. 당신 남편 무지하게 고통스러웠겠네. 어휴! 어떻게 살아? 당신 같은 여자하고? 지옥이지.'
'뭐? 너 뭐야?'
'나?'
'그래! 너 뭔데 끼어들어? 생긴 건 꼭.'
'흐흐흐흐. 그래. 나 못 생긴 거 알아. 그런데 어떡해? 나 깡패였거든. 깡패. 물론 지금은 마음 좀 잡고 살지. 그런데 나 진원장, 진정미 약혼자야. 원래 진짜 깡패는 자기 여자라면 목숨도 걸거든. 이제 어쩌시나? 큰일 났네?'
'뭐? 약혼자?'
'왜 못 믿겠어? 저 여자, 진정미가 내 약혼자야. 그런데 거 이상하네. 저렇게 예쁜 여자가 아줌마 눈엔 천박해 보이시나?'
'이것들이 쇼하고 있네.'
그때 노두희가 두 팔을 걷어붙이고 온다.
'야! 너 뭔데 남의 살롱에서 행패야! 너 뭔데 우리 원장님한테 이러는 거야! 너 죽을래! 야! 너 머리털 다 뽑히고 싶어! 이게!'
'아니 이것들이 떼거지로?'
'흐흐흐흐. 우리는 원래 이래. 깡패거든.'
우진창이 실실 웃으며 미경을 약 올린다. 정미는 모든 것을 체념한 모습으로 고개를 숙인 채 가만히 있을 뿐이다.
그리고 나실장이 근엄한 표정을 지으며 결국 나선다.
'이것 봐! 감이 안 잡혀?'
'당신은 또 뭐야?'
'당신이고 뭐고 쪽팔리지 않아?'
'뭐? 뭐가?'
'이 아줌마 브레인에 문제 있네. 문제 있어. 심각해. 허허허허.'
살롱 식구들은 모두 피식 웃는데 미경 혼자 약이 올라 죽을 지경이다. 손님들은 구경거리 하나 제대로 생겼다는 표정들이다.
'아줌마, 아니 댁의 남편이 오죽했으면 진원장 핑계대고 이혼하려고 그러냐고? 생각 좀 해! 머리 뒀다 뭐해? 당신 남편하고 진원장하고 언제 때 얘기인데 그래? 우리 진원장 사업도 잘 되고 여기! 이 우진창이하고 곧 결혼한단 말이야. 그런데 당신 남편 같은 피저리한테 왜 신경을 쓰겠냐고? 아 참! 이거 수준 안 받쳐주네. 레벨이 안 돼.'
'뭐? 피... 피저리? 당신도 깡패야? 아니 무슨 미용실이 이 따위야? 전부 깡패들이야?'
'응! 그건 아네? 우리가 작년에 접수 했거든. 허허허허.'
'어이구! 나이 먹고 하고 있는 꼴하고는!'
'어? 이 아줌마 패션도 모르네. 감가까지 안 받쳐주네? 내가 이래봬도 파리 모르샹스쿨에서......'
'시끄러! 너!'
미경은 정미에게 삿대질을 하지만 정미는 힘없이 바라볼 뿐이다.
'너! 한번만 우리 남편 만나면 그땐 정말 사생결단을 낼 거야. 그때는 나도 혼자 오지 않을 거야.'
나실장이 또 능청스럽게 웃으며 대꾸한다.
'아휴. 그래야지. 브레인 안 되는 아줌마 혼자 오면 컨버세이션이 잘 안 되거든. 진창아 그렇지?'
'예! 형님. 흐흐흐흐.'
'허허허허.'
'놀고들 있네!'
두희도 가만히 있진 않는다.
'놀긴 니가 놀지 누가 놀아! 생긴 건 꼭 늙은 여우새끼같이 생겨가지고. 어머! 눈 찢어진 것 좀 봐. 칼을 대려면 제대로 대라 좀!'
그리고 유빈이도 이제 가세한다.
'아줌마! 좋은 말 할 때 껴져주세요. 우리 애들 불러오기 전에.'
'어머머, 이것들 좀 봐. 기가 막혀.'
미경은 분이 끌어 오르지만 더는 어쩔 수 없었는지 살롱을 나가버린다. 나실장은 우진창에게 정미를 데리고나가라고 눈짓을 준다.

 

그리고 멀리 한적한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산중턱 어느 카페에 진창과 정미가 마주앉아 있다. 차향기가 은은히 풍겨온다.
'차 한 잔 마셔요. 진원장.'
진창은 찻잔을 슬쩍 밀어준다. 정미는 말할 힘도 없는지 힘없이 고개만 끄덕인다. 그리고 무언가 이야기를 해야만 할 것 같았는지 정미는 힘겹게 입을 연다. 엉뚱한 이야기를 꺼낸다.
'실장님 일본 간데요.'
'예? 일본요?'
'진경언니 만나러.'
'아... 그 이실장님이라는 분?'
'그래요. 진경이 언니.'
'흐흐흐흐. 그렇게 보고 싶으신가? 보내줬다면서?'
'마지막으로 보러 간데요. 마지막으로 한번만.'
'마지막?'
'선국이 오빠를 보면 가끔 소름이 돋을 때가 있었어요.'
'예? 소름?'
'어쩌면 그렇게 똑 같은지.'
'뭐가 똑 같아요? 뭐가?'
'가위, 빗.'
'응?'
'오빠, 나실장님 가위질 하는 게 진경이 언니하고 아주 똑 같아요. 손에 빗 쥐는 것까지 정말 똑 같아요. 어쩔 때는 진경이 언니가 옆에서 커트를 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까지 들어요.'
'아, 거 신기하네.'
'아마 진경이 언니를 마음에서 놓지 않아서 그럴 지도 몰라요. 오빠는 진경이 언니의 하나하나 모든 걸 사랑했었나 봐요. 둘이 됐어야 하는 건데.'
'사랑한다고 되는 건 아니에요. 사랑할 줄 알아야지.'
'그럼 난 모르나 보죠? 사랑 할 줄.'
'흐흐흐흐. 자신을 잘 아는구만.'
능청스런 우진창의 두 눈을 마주보던 진정미.
'나... 꼭 사람 잡아먹을 여자 같죠?'
'에이......'
'할머니 돌아가시게 하고 뱃속의 아기 죽이고 그리고 이젠 딸아이까지 있는 옛날 남자까지......'
빙긋이 웃던 우진창이 제 팔소매를 걷어붙인다.
'자!'
그리고 제 팔을 진정미 앞에 내민다.
'잡아먹어요. 씹어 먹어. 실컷! 내가 진정미 당신 가슴속에서 아주 곰삭아 줄 테니까. 자! 먹어요! 어서!'
'정말요?'
'그래요. 당장 씹어 먹어요. 흐흐흐흐.'
정미도 소리 없이 웃는다. 되레 그에게서 어떤 측은함을 느끼는지.

웬일인지 나실장과 두희가 밤길을 함께 걷고 있다.
'실장님, 정말요? 일본 간다고요?'
'응. 다음 주에 갔다 오려고.'
'왜요? 뭐 있어요? 숨겨둔 애인이라도? 호호호호.'
'응. 있지. 내 애인 있지. 꿈에도 잊지 못하는.'
'정... 정말?'
'응. 있어.'
'그... 그래요.'
두희는 애써 태연한 척 하지만 실망한 눈빛을 숨길 수는 없다.
'그런데!'
'그런데 뭐요?'
'마지막이야.'
'마지막?'
'그래! 정말 마지막이야. 딱 한번만 보고 다시는 마음에 품지 않을 거야. 다시는.'
'그게 말이 쉽지. 사랑하면서?'
'둘을 사랑하기는 싫거든.'
'예?'
'에이. 힘들잖아! 하나도 힘든데. 게다가 성질도 만만치 않고 말이야. 내가 말라비틀어져 죽을 일 있나? 둘씩이나 더블로.'
'무슨 소리?'
'미스노 성질 더럽잖아?'
'뭐에요!'
'허허허허. 하긴 그래서 심심할 일은 없지.'
'씨!'
'미스노! 나랑 결혼하자!'
'결... 결혼?'
'그래! 결혼. 같이 살자니까. 왜? 싫어?'
'아니... 왜 갑자기......'
두희는 부끄러워 얼굴을 들지 못한다.
그런데 바로 길옆에 유빈이와 장부가 탄 빨간 스쿠터가 선다.
'어! 너희들.'
'실장님! 두희언니랑 데이트 하세요?'
'응. 그래. 허허허허.'
'난 장부랑 24시 돼지고기 김치찜 먹으러 가는데.'
두희 눈이 번쩍 뜨인다.
'얘! 유빈아! 그 집 어디니?'
'여기서 얼마 안 돼요. 언니 같이 가실래요? 실장님! 같이 가요.'
나실장과 두희는 입맛을 다시며 서로 마주본다.
'따라오세요! 장부야! 출발!'
유빈이가 장부의 헬멧을 내려치자 스쿠터는 쏜살같이 달리기 시작한다. 나실장이 소리친다.
'야! 같이 가! 유빈아!'
'얘! 유빈아!'
나실장은 두희의 손을 잡고 멀리 사라져가는 스쿠터를 죽어라하고 쫓아 뛴다. 멀리서 빨간 불빛이 깜빡이는 스쿠터 위에서 유빈이가 손을 흔든다.

32_손현주.jpg

 <가상 캐스팅: 손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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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니버스 하루살이 - 뷰티살롱 31. 야수    2009/02/14 10:11 추천 0    스크랩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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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_공원벤치.jpg

 

31. 야수

 

정미와 태훈은 아무도 없는 어두운 공원벤치에 앉아있다. 그리 크지 않은 느티나무가 살며시 하늘을 가리고 있는 그런 벤치에.
'왜 전화를 안 받아?'
태훈의 목소리가 무겁다. 하지만 정미는 대답하지 않는다.
'왜 안 받냐니까?'
'받기 싫어.'
'왜? 내말 못 믿어? 못 믿냐고?'
'생각하고 싶지 않아.'
'어제 서류 넣었어.'
'무슨?'
'내가 말했잖아. 이혼한다고!'
'나보러 정말 어쩌라는 거야? 어쩌라고?'
'그냥 나랑 있으면 돼. 그냥 나랑.'
'제발 이러지 마. 다 끝난 일이잖아.'
태훈은 한숨지으며 검은 하늘에 작은 별들을 바라본다.
'지옥이었어. 난 지옥 속에 살았어. 하루하루 매일매일 이혼만 생각하면서 살아왔단 말이야. 이젠... 이젠 나도 내가 사랑할 수 있는 여자랑 살고 싶어. 그게 바로 너야. 잘 알잖아?'
'너무 늦었잖아.'
'아니! 늦지 않았어. 우린 잘 할 수 있어. 내가 갚을게. 내가 잘못한 거 다 갚을 게. 응?'
'왜 날 괴롭히는 거야? 왜?'
정미는 또 눈물을 흘리고야 만다. 태훈은 정미의 손을 꼭 잡으며 살며시 볼을 만진다.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이제 용서해줘. 아니, 지금 용서할 필요 없어. 내가 죽을 때까지 너한테 벌 다 받을 게. 그 대신 나, 너하고만 살게 해줘. 제발. 제발 나 좀.'
정미의 눈물이 소리 없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

 

살롱 안 구석진 곳에서 소희가 무엇인가 나실장에게 귓속말로 하고 있다.
'야! 소희 너 정말 봤어? 확실해?'
'예. 어제 실장님 가시고 바로 만났어요. 저기 저 위쪽 길에서요.'
'그 자식 맞아? 넌 그 자식 모르잖아?'
'분명히 맞다니까요. 어제 언니 눈이 퉁퉁 부어서 들어왔어요.'
'아니, 정미 걔! 정말 정신이 있는 거야!'
'실장님 원장님한테 제가 말했다고 하시면 안 돼요.'
'소희야, 그게 지금 문제가 아니야. 진원장, 걔 정미는 그 자식이라면 애가 맛이 간단 말이야. 아주 가. 내가 잘 알아. 너무 잘 알지.'
'어떡하죠? 실장님.'
'어떡하긴 뭘 어떡해? 막아야지. 내가 가둬버리던가 아니면 어디다가 숨겨 놓기라도 해야지.'
두희가 여전히 삐죽삐죽한 칼집머리를 한 채 불쑥 끼어든다.
'뭘 그렇게 둘이 속닥거려? 뭐해요?'
'이봐, 미스노.'
'왜요? 뭘 또 걸고넘어지려고? 이 미친년 머리도 모자라서?'
'당분간 우리 둘이 살롱 운영할까?'
'뭐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진원장 보내버리게.'
'예?'
'진원장 살롱에 얼씬도 못하게 하고 어디다가 아예 유배를 보내버려야겠어.'
'유... 유배? 원장을? 그럼 우리가 쿠데타?'
'응? 쿠데타? 허허허허. 그래. 맞아. 쿠데타.'
'도대체 무슨 소리야?'
나실장은 미스노를 붙잡고 모든 것을 이야기해준다. 두희는 입을 헤벌리고 잔뜩 놀라며 나실장의 말을 듣고 있다.
한참동안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두희가 묻는다.
'실장님, 나 좀 심하게 해도 될까요?'
'응? 뭘 심하게 해? 뭘?'
'글쎄... 좀 생각 좀 해보고요. 하려면 확실하게 해야지.'

점심때가 되어서야 정미는 억지 미소를 지으며 살롱으로 들어온다. 왠지 모르게 모두가 썰렁한 분위기이다. 물론 모두가 손님들 때문에 바쁘기는 하지만 어딘가 전과는 달라 보인다. 정미는 어색했는지 이것저것 괜히 만지작거리기만 한다.
그리고 정미는 샴푸실에서 방금 샴푸를 마친 두희에게로 간다.
'두희씨 어제 선 잘 봤어?'
두희는 냉랭한 표정으로 대답하지 않는다.
'두희씨!'
'왜요?'
'선 잘 봤냐니까?'
'잘 볼 리가 있어요? 머리 꼴이 이 모양인데. 미친년 쳐다보는 얼빠진 얼굴만 쳐다보다가 왔어요.'
'어떡해?'
두희는 흰 타월로 제 손을 닦으며 정미는 쳐다보지 않는다.
'어떡하긴 뭘 어떡해요? 내 걱정하지 말고 원장님 걱정이나 해요.'
두희의 말씨가 너무나 차갑다.
'응? 내 걱정?'
'실망했어요. 원장님.'
'실... 실망? 나? 왜?'
정미는 두희의 뜻밖의 말에 너무 놀란다.
'원장님이나 나나 부모덕 없어서 고생하면서 자랐는데. 그래서 왠지 정도 가고 좋았는데. 알고 보니까 아니네. 영 아니야.'
두희가 샴푸실을 나가려하자 정미가 붙잡는다.
'무슨 소리야? 두희씨.'
'왜요? 몰라서 그래요?'
'왜? 왜 그러는데?'
'난 아무리 사랑이니 뭐니 그래도, 자식 달린 유부남은 상대 안 해요. 내가 어릴 때 우리 엄마랑 나랑, 우리 아버지하고 어떤 미친 여자한테 그 꼴 한번 당했었거든.'
두희는 차갑게 돌아서버린다. 정미는 할 말을 잃고 꼼짝도 하지 못한다. 소희는 무슨 말이 오가는지는 잘은 모르지만 난처하기만 하다, 나실장은 모르는 척 손님의 머리에만 신경을 쓰고 다른 스텝들은 이상한 분위기에 모두 눈치 보기에 바쁘다.

 

마르셀 살롱의 삭막한 기운이 가시지도 않은 채 하루가 또 지났다. 모두 말없이 일만 하고 있는 살롱 식구들. 서로 쳐다보지도 않는 것 같다. 정미는 무슨 말인가 하려다가 말고 계속 그렇게 망설이고만 있다. 그런데 우진창이 찾아왔다.
'안녕하십니까!'
큰소리로 인사를 하지만 유빈이만 살짝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받아줄 뿐이다.
'어?'
우진창은 의외의 반응에 겸연쩍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서있다. 나실장이 굳은 얼굴로 다가온다.
'왜 왔어? 우대리.'
'아! 예!'
그래도 나실장이 말을 걸어주니 그저 고마운 모양이다.
'신제품 하나 나왔습니다. 저희가 아주 극비리에 개발한 제품입니다. 죽여줍니다.'
'극비는 무슨? 살상무기 개발해?'
'흐흐흐흐. 살롱이야 헤어 제품이 무기나 마찬가지 아닙니까?'
'시끄럽고, 뭔데?'
'예! 실장님이 한번 보시죠.'
우진창은 나실장과 소파에 앉으며 정미를 힐끔 쳐다보지만 정미는 아예 신경도 쓰지 않고 있다.
'우대리! 바쁘니까 빨리 하자고.'
'예. 실장님. 그런데......'
'뭐?'
'좀 이상하네요. 무슨 일 있어요?'
'몰라서 물어? 다 알면서. 빨리 물건이나 보자고.'
'예. 그러죠.'
우진창은 가방에서 작은 병 하나를 꺼내며 웃는다.
'이겁니다! 폴리쉬 트리트먼트! 블랙펄!'
'응? 폴리쉬?'
'예. 블랙펄! 이게 말입니다. 한번만 써주면 머리 빨이 반짝반짝 빛나면서! 찰랑찰랑! 정말 끝내줍니다. 그냥 뭐 머리카락에 흑진주 가루를 쫙 뿌려놓은 거나 다름없죠.'
'에이... 괜히 머릿결 상하는 거 아니야? 껍데기만 그럴 듯 하고.'
'아녜요! 성분을 보세요. 머리가 왜 상해요? 트리트먼트라니까요.'
'파마해도 먹혀? 염색하면?'
'상관없어요. 생머리가 제일 좋기는 한데 블랙이면 큰 차이 없어요. 다 먹혀요.'
'그래?'
'에이. 제가 감히 실장님한테 거짓말 할까 봐요?'
'그럼 죽음이지. 죽음!'
'죽음. 흐흐흐흐.'
'야! 너 좀 그렇게 웃지 말라니까.'
그때 살롱 문이 거세게 열린다. 그리고 한 여인이 독을 품은 표정으로 들어온다. 아무것도 모르는 채 서있는 정미에게로 간다.
그리고는 손님의 머리를 빗어주고 있는 정미의 손을 낚아챈다.
'야!'
정미는 깜짝 놀라 여인을 바라본다. 아주 오래전 태훈을 강남의 그 미용실로 데리고 왔던 바로 그 여자후배.
'그렇지! 너일 줄 내가 알았지! 너!'
정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살롱안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두 여인에게 집중된다. 나실장과 우진창은 저도 모르게 천천히 일어서며 둘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다.
'너! 이제 와서 나한테 복수하는 거야? 복수?'
'왜 이래요?'
'왜 이래? 몰라서 묻냐? 몰라서 물어?'
여인은 극도로 흥분해 숨을 거칠게 몰아쉬고 있다.
'야! 너 우리 이혼시키면 다 될 줄 알아? 이혼 그렇게 쉽게 될 줄 알아?'
'내가 그런 게 아니잖아요?'
'네가 그런 게 아니라고?'
'오빠가 둘이 이혼하기로 했다고......'
'오빠? 이게!'
여인은 느닷없이 정미의 뺨을 후려친다. 보고 있던 우진창의 눈빛에 불똥이 당겨지는 것 같다. 그의 눈빛이 야수처럼 변하고 있다.

31_이재룡_이미연.jpg

 <가상 캐스팅: 이재룡, 이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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