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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페로소스(추리)    블로그형  게시판형  리스트형
나이페로소스 (종결)    2009/06/04 10:50 추천 0    스크랩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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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_1_김명민_손현주_정준호[2].jpg

<가상 캐스팅: 김명민,손현주,정준호>

 

26_3_살인.jpg

 

26_3 저주

 

장형사의 머릿속에서 짙은 안개가 걷히고 있다. 하지만 더 짙은 그 무엇이 드리워져 있는 것 같다.

'정말 우습지 않나? 장형사.'

민검사가 조용히 웃는다.

'이시장 외손자 정대익은 그럼?'

'이시장을 죽는 날까지 고통 속에서 살게 만들 생각이었지. 그런데......'

이정혜가 말을 잇는다.

'외손자가 그런 녀석일 거라고는 사실 생각하지 않았어요. 장형사.'

'우연이었군요?'

'그래요. 정말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기가 막히지 않아요? 호호호호!'

민검사가 한숨을 쉰다.

'우린 세 가지 실수를 했어.'

'세 가지요?'

'하나는 이시장의 외손자, 그리고 또 하나는 어린아이들의 그 장난 같은 인터넷카페를 생각하지 못했다는 거지. 정말 짐작도 못했지.'

'그럼 또 하나는요?'

'그건......'

이정혜가 장형사를 똑바로 쳐다본다.

'김반장과 장형사를 과소평가했다는 거죠.'

'흐흐흐흐. 과소평가요? 제 생각에는 저는 맞습니다. 그러니 이렇게 두 분의 어처구니없는 이야기만 듣고 있지 않습니까?'

'이야기만 들어주는 것으로 끝을 내준다면 다행이겠지.'

민검사의 눈빛이 날카롭다.

'몇 명이나 더 죽일 생각이셨나요?'

'몇 명? 하하하하!'

'장형사! 우린 끝까지 이 세상의 추악한 인간들을 없애버릴 거예요.'

이정혜의 목소리가 날카롭다.

'그래요? 도대체 민검사님의 그 조직은 몇 명이나 되는 겁니까?'

'글쎄... 우린 아주 많지. 아주 많아! 하하하하!'

'그럼 가월회하고는 도대체 어떤 관계입니까?'

'자네 궁금한 게 무척 많군. 하긴 다 말해주어도 이젠 상관없겠지.'

'상관없다고요?'

'하하하하! 가월회는 우릴 경계하지. 우리가 그들을 알고 있고, 또 그들이 우리를 알고 있지. 우리를 추적하면 그들이 나오고 그들을 추적하면 우리가 나오게 되어있지.'

'어째서죠?'

'그건 우리와 그들이 이용하는 경찰들이 우리의 실체를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야. 우리와 가월회를 마치 보이지 않는 하나의 거대한 힘으로만 생각하지. 스스로의 약점 때문에 어쩔 수가 없으니까.'

'비리를 약점 잡아 경찰을 장악하셨군요.'

'어디 경찰뿐인가?'

'조폭도 이용하시죠? 안 그런가요?'

'사실 그 꽃도 조폭과 러시아마피아 사이에서 찾아낸 거야. 자네도 알고 있지?'

'왜 굳이 독초를?'

'처음에는 독살을 위해서 필요한 거는 아니었어.'

'그럼요?'

'우린 그 독초가 환각제로는 더할 나위 없이 좋다는 걸 알아냈지. 우린 자금이 필요했어. 자금!'

'자금?'

'조직을 자금 없이 운영할 수 있나? 이 거대한 조직을 말이야.'

'그래서 조폭들과 타협하셨나요?'

'아니!'

'아니라니요? 그럼 어떻게?'

'우린 꽃을 재배하고 가공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지. 철저하게 차단된 정보였어. 자금을 확보하기에 충분했지.'

'그런데요?'

'그런데 러시아마피아, 조폭 그리고 경찰 그런 얽힌 문제들이 만만치가 않았어.'

'그러면?'

'그들이 해결했지.'

'가월회?'

'그래! 우린 약을 가월회에게 공급해주는 대신 그들이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어.'

'가월회도 돈이 필요했군요.'

'그래. 흔한 뇌물로는 자금 확보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으니까.'

'그래서 마약장사를 하려 했단 말입니까?'

'마약? 하하하하! 우린 국내에서는 절대 팔지 않기로 했었네. 모두 해외로 나가게 되어있지.'

'흐흐흐흐! 토냐가 말한 사람들이 바로 당신들이었군.'

'토냐?'

'러시아콜걸 토냐.'

'그 콜걸은 가월회 끄나풀들과 연결되어 있었어. 지금은 이 세상에 없을 거야.'

'죽였나요?'

'내가 알기로는 블라디보스토크를 탈출하지 못했을 거야.'

'다 죽이는군! 흐흐흐흐'

'장형사 우리가 다 죽인 게 아니야. 지금껏 뭘 들었나?'

'그럼 가월회 그자들이 죽였단 말입니까?'

'그래. 그들은 오로지 자신들의 욕망을 위해 모인 자들이야. 돈줄이 탄로 나는 걸 원하지 않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단 말이야.'

'그럼 당신들은? 흐흐흐흐'

장형사의 비웃음에 민검사가 분노를 삭히 듯 잠시 숨을 멈춘다.

'우린! 추악한 인간에 대한 심판을 하는 거야. 저주!'

'하하하하!'

장형사가 크게 웃고 있다. 그리고 그는 갑자기 눈을 찡그리며 숨을 멈춘다.

'이게 무슨 소리지?'

장형사가 테라스 밖을 바라본다. 여자의 고통스런 신음소리.

'저기 온실에 누가 있는 거요?'

민검사가 이정혜를 쳐다보며 말한다.

'정혜, 저 아가씨 약 기운이 떨어진 모양이군.'

이정혜의 모습은 너무나 침착하다.

 

27_1_꽃.jpg

 

27_1 후회 (종결)

 

‘아가씨라니? 또 누굴 헤치려는 거요?'

장형사가 민지강을 노려본다.

'말 많은 아가씨! 너무 많이 알아내려 하더군.'

'양기자?'

장형사의 물음에 이정혜가 미소 짓는다.

'그래요. 양기자 그 아가씨가 저기 있지요.'

'당신들!'

'내일쯤이면 중독자가 되어버릴 거야. 우리가 약을 주지 않는 한 평생 정신병자처럼 살아야 되지.'

'빨리 돌려보내! 어서!'

'서두르지 말게. 이제 시간이 다 되었으니.'

'다 되다니 무슨 말이오?'

이정혜가 장형사의 찻잔을 살며시 들어본다.

'장형사, 차를 다 마셨군요.'

'뭐라고? 그럼?'

'그래요. 장형사는 호랑이꽃을 마셨죠. 아주 조금.'

'내게 독을 마시게 했군. 그런데 민검사 당신은?'

민지강은 보라는 듯 남아있는 차를 다 마셔버린다.

'해독제를 가지고 있군. 그렇지?'

'하하하하! 맞네. 양봉을 하려면 벌침에 면역이 있어야하고 독사를 키우려면 해독제 정도는 갖고 있어야하지 않겠나?'

'이런 정신병자들!'

장형사는 분을 참지 못해 자리에서 일어서려한다. 하지만 그의 다리가 움직이지 않는다.

'이런! 제기랄!'

장형사가 가쁜 숨을 몰아쉰다.

'장형사 걱정하지 말아요. 고통은 없을 테니까. 그냥 천천히 마비돼서 아무것도 느끼지 못할 거예요. 고통을 주고 싶지는 않아요.'

이정혜 그녀는 너무도 차갑다.

'고맙기도 하시군! 당신이 반장님을 죽였지? 그렇지?'

여인은 눈을 감는다.

'그래요. 오라버니는 다 알고 있었어요. 내가 고백하기를 바랐던 거죠. 하지만 난 그렇게 쉽게 끝낼 수 없지요.'

장형사의 시야가 희미해져가고 있다. 눈을 억지로 뜬다.

'어떻게 죽였지?'

'반장님은 심장이 나빴기 때문에 어렵지 않았어요. 시간이 필요할 뿐이지.'

장형사의 호흡이 약해지고 있다.

'개 같은 것들!'

'원망하지 말게. 우린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할 뿐이니까.'

'후회하게 될 거다.'

'후회하지 않아요. 절대로! 장형사는 후회되나요?'

이정혜의 모습은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는다.

'그래! 후회한다. 전부 다! 내 아내를 사랑한 것도, 내 딸을 너무 사랑한 것도 그리고 반장님을 너무......'

장형사의 머리가 힘없이 뒤로 젖히어진다.

'이제 그만 끝내세. 장형사.'

민지강도 조용히 눈을 감는다.

'그렇게는... 그렇게는 못하지.'

장형사가 간신히 몸을 일으킨다.

'뭘 어쩌겠다는 건가?'

장형사가 웃옷을 열어 보이고 있다. 그의 안주머니.

'그게 뭐야?'

'안 보이시나? 이거 이어폰마이크! 내 핸드폰!'

'뭐?'

이정혜와 민지강의 표정에 긴장이 돌고 있다.

'여태 생방송을 아주 잘 해주셨군. 아주 순순히.'

'무슨 짓을 한 거야?'

'잘난 검사나리! 내 친구가 기자라는 걸 잊으셨나? 강기자!'

'이 자식! 무슨 소리야?'

'지금 병원에서 당신들 목소리를 쩌렁쩌렁하게 듣고 있을 거야. 아주 많은 사람들이 다 들었겠지. 병원이 아주 크거든. 시설도 좋아. 흐흐흐흐!'

이정혜가 자리에서 일어선다.

'이사장! 앉으시는 게 좋아.'

'이런 비열한 자식!'

이정혜의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다. 그리고 장형사가 뒤춤에서 권총을 꺼낸다. 천천히 겨눈다.

'앉으시지!'

민검사가 숨을 몰아쉬고 있다.

'그 권총 어디서 난 건가?'

'너희 같은 것들 처리하라고 반장님이 주셨지. 내가 권총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겠지?'

'그래? 쏠 텐가?'

'글쎄? 손가락이 먼저 마비되지 않는 게 다행이군. 아마 지금쯤 기자들이 몰려오고 있겠지. 물론 우리 박형사도 오고 있을 거야. 흐흐흐흐!'

'박형사?'

'옷을 벗더라도 너희는 잡아 처넣고 옷을 벗을 테니까. 갚을 건 갚아야지!'

'하하하하! 장형사, 자넨 우리가 해독제를 주지 않으면 곧 숨이 끊어져. 돌덩어리처럼 굳어버려!'

'흐흐흐흐! 내가 살려고 이러는 줄 아나? 너희를 죽이기 위해서야. 너희의 저주를 내가 처벌하기 위해서야. 난 형사야!'

'바보짓 하지 마!'

'여기 총알 딱 세 발이 있지. 한 발은 비뚤어진 사랑에 미친 검사님을 위해서. 한 발은 과욕과 분노에 미친 아주 아주 아름다운 한 여인을 위해서. 그리고 마지막 한 발은 멍청한 형사새끼가 평생 후회만 하면서 살지 않으려면......'

막다른 그 길로 경찰차들이 몰려오고 있다. 그 뒤를 따르고 있는 구급차 그리고 취재차량들. 그때 그 길을 뚫고 총성이 울린다.

한 발, 두 발 그리고 또 한 발.

그늘진 작은 나무숲에서 새들이 날아오른다. 구름에 펼쳐지는 검은 날갯짓들.

 

한적한 외곽도로.

한 여인이 그 길 위에 초조하게 서있다.

'여보세요! 보험사죠? 차가 고장 나서요. 지금 여기, 용인 가는 길인데요.'

열려진 차창으로 라디오소리가 들려온다. 아나운서의 목소리.

'경찰은 오늘, 지난 달 언론에서 공개한 검사와 경찰로 이루어진 비밀사조직을 수사하여 그 주모자들을 체포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주모자들은 모두 쉰여덟 명에 이르며 일부 조직원들은 자살하거나 해외로 도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들은 적어도 지난 십여 년간 조직폭력, 살인교사, 마약밀매, 뇌물수수 등......'

그 길 아래 작은 언덕, 무성한 잡초들.

바람이 불어온다.

진홍빛 작은 꽃 한 송이, 그 바람에 쓸쓸히 고개를 흔들고 있다.

사랑의 피. 사랑의 분노. 그리고 저주의 꽃.

나이페로소스.

 

-나이페로소스 1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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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페로소스 26_1 저주    2009/06/03 11:36 추천 0    스크랩 0
http://blog.chosun.com/marcelco/3987456

26_1_여인.jpg

 

26_1 저주

 

'장형사'
민지강이 그를 조용히 부른다.
'예.'
'세상에는 꼭 해야 할 일들이 있어. 내가 해야 할 일들.'
'그게 검사님의 이유이셨나요?'
'이 세상에는 법으로는 되지 않는 것들이 정말 많지. 검사인 나도 너무 많은 회의를 느끼며 살았지. 자네는 그렇지 않나? 경찰이지만 어쩔 수 없는 일들.'
'그렇죠. 지금 그렇습니다, 검사님.'
'허허허허. 그래?'
'이십 여명이 살해되고 누가 범인일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까요. 형사인 제가 말입니다.'
'바로 그거야. 그래서 우린 힘이 필요했어. 진정한 죄의 대가를 치르게 할 수 있는 힘.'
'가월회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가월회? 하하하하!'
'가월회를 비밀리에 이끌고 계셨죠? 아닙니까? 지금까지 말입니다.'
'천검사가 그러던가? 가월회?'
장형사는 잠시 말을 멈춘다.
'이보게 장형사! 가월회는 천검사의 모임이야.'
'천검사의 모임이라고요?'
'그래! 천검사가 가월회의 실체를 내게 떠넘기려 한 모양이군. 하하하하!'
'민검사님이 가월회를 해체하고 비밀리에 이끌어오지 않으셨습니까?'
'해체는 오래 전에 내가 한 것이 맞아.'
'그런데요?'
'하지만 천검사와 일부 회원들이 미련을 버리지 못하더군. 지금까지 세력을 키우고 있지. 정치권까지 이젠 그 세력이 대단하지. 드러나지 않을 뿐이야. 머지않아 정치권을 장악할 지도 모르는 일이지. 누가 아나? 대통령이라도 나올지. 하하하하!'
'그럼 검사님은 다른?'
민검사는 다시 알 수 없는 미소를 짓는다.
'난 권력을 위해 힘을 모으지는 않아.'
'그럼?'
'내가 말했지 않나. 죄의 대가. 징벌. 사악한 인간들에 대한 저주!'
'그래서 그 아이들에 대한 저주를 내리신 건가요?'
민검사는 잠시 눈을 감는다. 그리고 장형사를 노려본다.
'그래! 그 천박한 피에 대한 저주! 그 천박한 것들 때문에 눈물을 흘려야 했던 이들에 대한 보상이 필요해. 그래서 결정했지. 한명씩 저주를 주기로 했지.'
'천박하다고요?'
'그럼 아닌가? 자네 그 놈들 조사를 해보았나? 그 죽은 놈들 말이야.'
'예.'
'어땠나? 단 한 놈이라도 제대로 된 놈이 있던가? 아니야?'
민검사의 조금씩 피어오르는 흥분과 분노를 장형사는 느낄 수 있다.
'그 아이들은 모두 미성년자, 어린아이들이었습니다.'
'그러면 다른 선한 아이들에게 죄악을 뿌려도 되는 건가? 그런가?'
'법은 미성년자에게는......'
'법! 법이 뭐야!'
민검사는 찻잔을 후려쳐 거실 바닥으로 떨어뜨려 버린다.
'검사가 법의 상징이기도 하지 않습니까?'
민검사는 잠시 흥분을 가라앉힌다.
'자네... 소문하고는 달리 꽤 침착하군.'
'지금 제가 뭘 어떻게 하겠습니까? 검사님.'
'그럼 여긴 뭐 하러 왔나? 그것도 이렇게 혼자.'
장형사가 피식 웃어 보인다.
'마지막으로 형사노릇 한번 제대로 해보고 싶어서요. 검사님.'
'그래?'
'전 무능한 형사지만, 딸자식 하나 돌보지 못하는 무능한 형사지만......'
'그래서?'
'법을 어기지는 않습니다. 형사니까요.'
장형사의 조용한 웃음 그러나 그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다.
'아!'
민검사가 천장을 바라보며 길게 한숨을 내쉬고 있다.
'김반장이 자네를 괜히 선택한 건 아닌 것 같군. 허허허허!'
'김반장님을 잘 아시죠?'
'오래전에 같이 일한 적도 있지.'
'그런데 왜 김반장님을 죽이셨습니까?'
'뭐? 무슨 소리야?'
그 순간 누군가의 호흡을 장형사는 본능적으로 느껴 테라스를 바라본다. 낮은 테라스 밖 그곳에 한 여인이 그들을 바라보고 서있다. 검은 이브닝드레스.
'아니!'
장형사는 놀라 숨이 멈춰버리는 것 같다.

 

26_2_절망.jpg

 

26_2 저주

 

여인은 마치 혼령처럼 미끄러지듯 사라버렸다.
'어떻게 저 분이?'
장형사는 입을 다물지 못한다. 그리고 어느새 여인은 거실로 들어와 있다. 루나벨라의 이사장이다.
'여기 앉지.'
민검사는 여인에게 부드럽게 말한다. 여인은 아주 고요한 자태로 그의 옆에 앉아 있다.
'둘이 아는 사이지?'
민검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짓는다.
'장형사 결국 왔군요?'
'이사장님 여기를 어떻게......'
이정혜는 창백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오묘한 힘이 숨어있는 듯하다.
'난 장형사가 오지 않기를 바랐는데.'
'사장님!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장형사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장형사! 검사님한테 보복이라고 말했죠?'
장형사의 온몸에서 체온이 빠져나가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게 뭔지 알아요?'
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가장 무섭도록 슬픈 건 절망 그리고 가장 무섭도록 강한 건 어미의 사랑이에요.'
'이사장님, 전 지금 아무 것도 생각할 수가 없습니다.'
'장형사, 세린이는 내가 낳은 내 딸예요. 내가 내 몸속에서 키워 낳은 내 딸!'
'사실인가요? 검사님.'
민검사는 얼굴을 매만지며 눈을 감는다. 그리고 조용히 입을 연다.
'우리 집사람은 선천적으로 몸이 약해서 아기를 가질 수 없었지. 아주 천사처럼 착한 여자였지만......'
'그럼 세린이가 검사님과 이사장님 사이에서 낳은?'
'그래. 우리 둘의 딸이지.'
'철저하게 숨겨 오셨군요.'
이정혜가 장형사 앞 가까이로 다가 앉는다.
'내가 다 말해줄게요. 전부 다.'
'알고 싶지 않지만 알아야 될 것 같군요.'
장형사의 표정에 체념이 보인다.
'내가 가월이라는 요정을 운영하면서 난 정말 행복했어요. 내 놓으라는 사람들은 모두 내게 왔으니까. 우리 요정에 오지 못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서 힘을 갖지 못한 사람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그게 그리 좋으셨습니까?'
'호호호호! 그럼! 그냥 흔해 빠지게 살기는 싫었으니까.'
'그런데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언젠가부터 우리 요정에 오는 손님들 사이에서 갈등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권력 그리고 명예 거기에 욕정까지.'
'욕정? 사장님에 대한?'
'그래요. 나 이정혜에 대한 욕심이었지.'
여인의 눈빛, 순간 장형사도 빨려 들어가는 것 같다.
'한 검사가 있었어요. 아주 욕심이 많은, 하지만 그 누구나 속을 만큼 간교하고 교사스러운 인간이었지요. 그자는 우리 요정에 오는 내 단골들을 증오했어요. 자신과는 다른 생각을 가졌고 자신을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었지요. 우리 가월에 오는 검사들은 모두 박형택 검사님을 존경하고 따랐어요. 그분은 정말 멋진 분이었어요. 여기 민검사님도 그분을 따르는 후배검사였어요.'
'그런데요?'
'어느 날 그자가 나를 부르더니 자기를 도와달라고 하더군요. 자기가 힘을 모을 수 있게 도와달라고.'
'거절하셨나요?'
'그래요. 게다가 그 더러운 자식이 내 몸까지 요구했어요. 음흉한 인간이었으니까.'
'김반장님을 사랑하셨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호호호호! 그건 이미 포기했을 때에요. 난 꿈이 있었으니까.'
'반장님이 제대로 보신 거군요. 흐흐흐흐.'
'그래요 그렇겠지.'
이정혜가 미소를 짓는다. 민검사도 빙긋이 웃고 있다.
'이보게 장형사. 이정혜는 그냥 여자로 살기를 원하던 그런 여자가 아니었어.'
'그래서 어떻게 됐습니까?'
'갑자기 박형택 검사님이 검찰을 떠나게 되었어요.'
'왜죠?'
'그 자가 정치권에 교사를 부려서 모함한 거예요. 지금이나 그때나 권력이란 그런 거 아닌가요? 장형사.'
'전 그런 건 신경 쓰지 않고 살았습니다.'
'호호호호! 장형사다워!'
'사장님도 요정에 타격을 입으셨겠군요?'
'타격? 타격이 아니지! 난 모든 걸 잃었어요. 심지어 내가 데리고 있던 내 동생들은 어디론가 다 끌려가 버렸어요. 나를 친언니보다 더 사랑했던 내 동생들을!'
'어디로 간 거죠?'
'탄광촌 매춘굴.'
민검사가 소파에서 몸을 세운다. 그리고 말한다.
'그때 그자는 힘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짓을 다 했어. 짐승만도 못한 놈이야. 경찰, 조폭 심지어 포주들까지 다 동원한 셈이지. 매춘굴로 끌려간 정혜의 동생들. 그중에는 자살한 친구도 있고 병에 걸려 곧 죽은 친구들도 많았지.'
'그래서 난 절망에 빠졌어요. 아무도 날 보호해줄 수 없었으니까. 모든 걸 잃고.'
'그때 그럼 민검사님이?'
'그래요. 난 검사님의 도움으로 일본으로 갔어요.'
'그럼 거기서 세린이를?'
'그래 맞아요. 장형사.'
'우리 집사람은 내가 정혜를 피신시킨 걸 알고 있었다네. 가끔 일본으로 전화를 걸곤 했었으니까. 그리고 난 집사람에게 굳이 숨길 이유도 없었지.'
'사모님이 뭐라고 하셨나요?'
'일 년후 쯤, 어느 날 내게 일본에 다녀오라고 하더군.'
'일본에? 이사장님한테요?'
'그래. 그리고는 평생 그 여자를 돌봐주라고... 그렇게 말하더군.'
'사모님이 모든 걸 허락한 셈이군요. 흐흐흐흐'
다시 이정혜는 잔잔한 미소를 짓는다.
'사모님이 사람을 통해서 내게 편지를 보냈어요.'
'사모님이요?'
'내게 검사님의 아이를 낳아달라고 부탁하셨어요. 그 대신 사모님은 나와 검사님의 관계를 절대 시기하거나 발설하지 않겠다고 하셨어요. 절대로. 그 대신......'
'그 대신?'
'아이는 사모님이 키우시겠다고 했어요. 아이를 낳을 수 없는 자신에게는 큰 행복이 될 거라고 하셨어요. 가질 수 없는 축복이라고.'
'그래서 그렇게 하기로 하셨군요.'
'그래요. 게다가 난 검사님을 존경했었으니까.'
'그런데 그 교사스럽다던 그자가 도대체 누굽니까? 그 검사 말입니다.'
이정혜의 얼굴에 분노가 서서히 피어오른다.
'이시장! 이연대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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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페로소스 25_2 길    2009/06/02 10:53 추천 0    스크랩 0
http://blog.chosun.com/marcelco/3984912

8_2_손현주[1].jpg

<가상 캐스팅: 손현주>

 

25_2_십자가.jpg

 

25_2 길

 

해가 기울어지는 늦은 오후, 장형사는 길게 뻗은 시멘트 농로를 걷는다. 멀리 보이는 나지막한 야산 그리고 아담한 하얀색 집이 보인다. 길가의 잡초들이 그를 향해 몸짓을 한다. 길 위에는 장인혁 혼자뿐이다.
흰색 페인트로 칠해진 나지막한 나무울타리, 집 옆에는 커다란 지프가 보인다. 울타리에서 문까지 가지런히 정돈된 돌길과 화초 그리고 키 작은 나무들.
울타리 문을 살며시 밀고 들어간다. 거기에는 작은 나무십자가가 매달려 있다. 그리고 초인종을 누른다.
대답이 없다. 장형사는 숨을 한번 내쉬고 다시 초인종을 누른다.
문이 열린다.
'누구요?'
근엄한 얼굴, 번쩍이는 은테안경 그리고 단정한 옷차림의 사내.
'민검사님이십니까?'
'누구요?'
'장인혁이라고 합니다.'
'누구?'
'강력계 장인혁 형사라고 합니다.'
'어느 서에서 왔소?'
'김명한 반장님......'
'들어오시오.'
장형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문을 열어주고는 거실로 들어가 버린다. 거실에서는 은은한 향기가 풍겨 나오고 있다. 그는 머뭇거린다.
'들어오시오.'
'예'
신발을 본다. 가지런히 놓여있는 구두 세 켤레.
하나만이 남자의 구두이다. 모두 검은색 구두. 반짝인다.
'여기 앉으시오.'
소파에 앉는다.
건반덮개가 열려진 검은색 피아노가 보인다. 그 위에 사진액자. 소녀의 밝은 미소가 담아있다. 그리고 그 옆에는 한 중년여인의 고운 모습이 역시 담겨져 있다.
'무슨 일로 왔소? 이 구석지까지.'
'참고인 조사라고 보시면 됩니다. 검사님.'
'참고인?'
'예.'
'무슨 사건을 말하는 거지?'
'연쇄살인사건입니다.'
장형사의 음성이 차분하다. 그리고 차갑다. 그에게서 눈을 떼지 않는다.
'전직검사한테 살인사건 참고인 조사라?'
'예. 그렇습니다. 검사님.'
'늘 이렇게 혼자 다니나? 이 먼 곳까지.'
'예. 저희 서에 같이 올 경찰이 없어서요. 흐흐흐흐.'
민검사는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그를 조용히 바라본다.
'차 한 잔 하겠나?'
장형사의 대답도 듣지 않고 그는 일어선다.
장형사는 유심히 거실을 살펴본다. 테라스에는 화분이 줄을 지어 놓여있다. 그리고 활짝 피어오른 꽃들. 테라스 저편에 작은 온실이 보인다. 커다란 나무그늘에 가려진 유리온실. 어둡다.
'먼 길 오느라 수고했네.'
민검사가 테이블에 찻잔을 놓는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다시 소파에 앉는 민검사.
조용히 차를 마신다. 눈을 지그시 감는다.
'왜 안마시나?'
'예?'
'허브차를 좋아하지 않나?'
'그런 건 아닙니다.'
잠시 장형사의 눈빛을 살피는 민검사. 민검사는 장형사의 찻잔을 잡는다. 그리고 한 모금 마신다.
'자! 괜찮으니 마시게. 내 것이나 자네 것이나 같은 허브차니까.'
그리고 조용한 미소를 짓는다.
'예. 마시겠습니다.'
장형사가 차를 마신다. 진한 허브향이 수증기를 타고 들어온다.
'자, 얘기 해 보게. 뭐가 궁금한지.'
'여기 혼자 사십니까?'
'지금은 그렇지. 혼자 된 건 이제 넉 달밖에 안 됐네.'
'그러신가요?'
'그래. 집사람이 떠난 지 이제 그쯤 됐지.'
'돌아가셨다고 들었습니다.'
'암을 오랫동안 앓았지. 이제 저기 하늘에서 아주 편안 할 거야.'
'그러시군요.'
'다 알고 오지 않았나?'
장형사 대답하지 않는다. 그리고 찻잔을 조심스레 내려놓는다.
'검사님.'
'왜?'
'따님은 어떻게 됐습니까?'
장형사의 차가운 눈빛이 민검사의 눈동자에 부딪힌다.

 

25_3_자살.jpg

 

25_3 길

 

민지강은 장인혁을 바라보고 있다. 고요하다.
‘음악 좋아하나?’
민검사가 다시 일어선다. 그리고 오디오를 켠다. 피아노 위의 사진을 매만지며 말없이 그 자리에 서있다.
‘자네 딸 있지?’
‘예. 다 알고 계시군요.’
‘몇 살이지?’
‘열 살입니다.’
‘허허허허. 열 살. 참 귀엽지. 그래 아주 예쁘지.’
‘그렇죠. 세상에서 제일 예쁘죠. 흐흐흐흐’
장형사의 웃음에 슬픔이 있다. 민검사도 그것을 느낀다.
‘이 곡, 이 피아노 곡 아나?’
민검사는 아직도 등을 돌린 채 조용히 묻는다.
‘글쎄요... 전 클래식은 잘 모릅니다.’
‘이거 쇼팽의 야상곡이야. 내 딸이 치고 있는 거야.’
‘녹음하신건가요?’
‘그래. 삼년 전 콩쿠르 때 녹음한 거지. 아주 멋있었어. 그 느낌을 아나?’
민지강의 몸이 야상곡을 따라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의 손가락도 음악에 맞추어 가고 있다.
‘따님을 무척 사랑하셨군요?’
‘사랑? 아니, 난 딸이 내 생명이었네. 내가 사는 이유 말이야.’
장형사는 말하지 못한다.
‘우리 딸 세린이는 내가 마흔이 넘어서 낳았지. 나는 말이야. 그때까지만 해도 내 삶이 싫었어. 염증이 났었지.’
‘그런데요?’
‘그런데... 세린이가 태어나고부터는 검사로서의 삶이 좋아지더군.’
‘왜죠?’
‘떳떳했으니까. 딸이 조금이라도 편하게 자랄 수 있을 테니까.’
‘꼭 검사라야 떳떳하나요? 검사님.’
‘허허허허! 그건 아니지.’
민검사와 장형사는 다시 차를 마신다. 음악은 흐르고 있다.
‘왜 죽었죠? 따님 말입니다.’
민지강이 노려본다.
‘꼭 내입으로 말해야 되겠나? 알고 있지 않나?’
‘아뇨. 짐작할 뿐입니다.’
민검사가 눈을 감는다.
‘자네 시뻘겋게 피로 젖은 딸의 침대를 상상이나 할 수 있나?’
대답하지 않는다.
‘그것도 아주 날이 좋은 화창한 일요일 아침에 말이야.’
민지강은 잠시 숨을 가다듬는다.
‘그날 난 딸을 데리고 산책을 가려고 했었어. 늦잠을 자기에 깨우려고 했지. 노크를 해도 대답을 없어서 무심코 방문을 열었는데......’
그의 눈빛이 초점 없이 고정된다.
‘난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어. 내 딸이 그렇게......’
붉게 충혈 된 그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세린이 손목에서 흘러나온 피가 침대를 다 적셔버렸더군. 세린이는 하얗게 아주 하얗게 누워있었어. 아무 표정도 없었어. 그냥 그렇게 침대 위에......’
‘우울증을 앓고 있지 않았나요?’
‘우울증?’
젖은 그의 두 눈이 장인혁을 바라본다. 분노가 보인다.
‘세린이는 너무 여렸어. 너무 착했지. 조금만 무서워도 내 품에 파묻히곤 했지. 그 작은 얼굴을 쓰다듬을 때마다 난 정말 행복했었어.’
‘세린이는 그럼 왜 그런 길을 선택했을까요?’
민지강은 대답하지 않는다. 그리고 천천히 일어선다. 피아노 위 사진액자 밑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낸다.
‘읽어보게.’
장형사는 그가 준 편지를 본다.
‘그게 세린이가 남긴 편지야. 유서이지. 마지막으로 쓰고 간.’
‘예.’
‘아빠 무서워요. 착한 친구들만 있는 곳에서 살고 싶어요. 이유 없이 나를 괴롭히는 아이들이 없는 곳에서. 왜 그런 아이들과 이 세상에서 같이 살아야하나요?’
장형사가 일기를 읽는다.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있다.
‘그게 이유야. 세린이가 죽은 이유.’
‘왜 미리 말하지 않았을까요?’
‘그런 추악한 존재들이 바뀔 리가 없으니까. 어쩌면 내가 검사라는 사실이 오히려 부담스러웠는지도 모르지. 내가 가만있지 않았을 테니까.’
장형사는 그 편지를 탁자 위에 살며시 내려놓는다.
'그래서 복수를 시작하셨나요? 검사님.'
민지강은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한참동안 장형사를 바라본다.
'복수?'
'예. 따님을 죽게 한 그런 아이들에 대한 복수 말입니다.'
'하하하하!'
민지강은 정신없이 웃기 시작한다. 그칠 줄을 모른다.
'내 복수를 위해서 아이들을 죽였다고? 하하하하!'
음악은 계속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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