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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_3_손현주_정준호_김명민[4].jpg](http://blog.chosun.com/web_file/blog/273/34273/2/1_3_%BC%D5%C7%F6%C1%D6_%C1%A4%C1%D8%C8%A3_%B1%E8%B8%ED%B9%CE%5B4%5D.jpg)
<가상 캐스팅: 손현주,정준호,김명민>

67. 지프
검은 승용차는 차선을 오락가락하며 추워할 기회만을 엿보고 있다. 장인혁은 차 밖으로 고개를 내민다. 그리고 마구 손을 흔들어댄다. 트럭의 병사가 그를 보기만을 기다린다. 커다란 철모가 얼굴을 반쯤은 가린 그 병사. 장인혁을 쳐다본다. ‘그렇지!’ 승용차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며 다급한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그의 앞에 있는 붉은 경광등을 꺼내어 높이 치켜든다. 병사는 일어선다. 철모를 살짝 올리고 그를 바라본다. ‘아! 쫄다구 자식! 둔하네!’ 병사가 손을 뻗으며 뒤를 보라고 알려준다. ‘뭐?’ 장인혁은 백미러를 바라본다. ‘어? 뭐야?’ 그의 뒤에 바싹 따라붙고 있는 군용 지프가 있다. ‘그래!’ 그는 다시 손을 내밀어 지프로 신호를 보낸다. 차선을 넘어 그의 옆으로 다가오는 지프. ‘무슨 일이십니까?’ 지프 앞자리의 장교가 그에게 외친다. ‘아이고! 장교님!’ 서둘러 다시 경광등을 꺼내어 보이며 말한다. ‘저 앞에 차! 범인이 타고 있습니다. 살인범!’ ‘예?’ ‘도주하면 큰일 납니다. 경찰까지 살해한 놈이에요!’ ‘박상병! 무전!’ 뒤에 앉아있던 병사가 장교에게 무전기를 건네준다. 검은 승용차는 차선을 넘어 추월하기 시작한다. ‘선두차! 나 중대장이다!’ 지프는 돌진한다. ‘넌 이제 죽었다 자식아! 헤헤헤헤.’ 장인혁의 얼굴에 만족한 미소가 가득 차오르고 있다. 갑자기 트럭의 행렬이 멈추어 선다. 장인혁은 차에서 내려 도로를 달린다. 트럭에서 뛰어내리는 병사들이 보인다. ‘1중대! 저 자식 잡아라! 이하사! 생포해!’ 지프에서 내리며 고함을 지르는 장교의 모습. 도로변 하천으로 뛰어 내려가는 병사들의 모습이 보인다. 멀리 얕은 하천을 가로질러 도망치는 한 사내의 모습도 보인다.
동이 터오고 있다.
경찰차 그리고 구급차로 메워진 제1창고. 불빛이 어지럽다. 승합차를 몰고 다시 장인혁이 나타난다. 시동도 끄지 않고 달려 나오는 장인혁. ‘여기 통제지역입니다!’ 그를 막아서는 경찰들. ‘나! 저기! 권반장님 좀!’ ‘예?’ ‘반장님! 권반장님!’ 장인혁이 소리친다. 권반장이 그를 바라본다. ‘들여보내!’ 구급차 앞에 주저앉아 있는 권반장의 팔에 붕대가 감겨있다. ‘괜찮으세요?’ ‘응. 두 군데 좀 스쳤어. 괜찮아. 자네는?’ ‘히히히히!’ ‘왜 웃어?’ ‘저기 좀 보십시오. 저기!’ ‘뭐?’ 권반장이 목을 빼고 두리번거린다. 창고로 오고 있는 두 대의 군용 지프가 보인다. ‘뭐야? 저건.’ ‘일어나세요.’ 권반장의 팔을 끌어당긴다. 창고입구에 서있는 지프 그리고 군인들. ‘뭐야? 도대체.’ ‘잘 보십시오.’ 지프로 다가가는 권반장. ‘어?’ 밧줄로 꽁꽁 묶여 군인들에게 끌려오는 한 사내가 보인다. 물에 흠뻑 젖어있다. ‘저 자식이 양부장?’ ‘히히히히.’ ‘어떻게 된 거야?’ ‘군대 좀 동원했습니다. 급해서요. 수송중대랍니다. 헤헤헤헤.’ ‘뭐야?’ ‘형님!’ 최형사가 그를 부른다. ‘야! 너 여기 왜 왔어?’ ‘걱정돼서 왔죠. 어디 갔다 오셨어요? 형님.’ ‘너 또 기동대 데리고 온 거냐?’ ‘헤헤헤헤.’ ‘어이구 자식아! 그래 잘 했다. 헤헤헤헤.’ ‘장인혁!’ 양부장이 그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어이! 양부장!’ ‘이대로 끝날 줄 알아?’ ‘아니!’ ‘넌 더 아무것도 못해!’ ‘걱정 마쇼! 다 파헤쳐 줄 테니까.’ ‘너 같은 형사나부랭이 놈이 주제도 모르고!’ ‘그건 두고 봐야 알지. 헤헤헤헤!’ 권반장이 그의 뒷덜미를 밀어버린다. ‘얌전히 입 닥치고 들어가! 임마!’ 멀찍이서 지프에 오르는 장교에게 장인혁은 경례를 보낸다. ‘히히히히! 야! 최형사!’ ‘예?’ ‘너 군대는 갔다 왔냐?’
68. 작은 식당
흐린 날 장인혁의 식당 안. ‘섭섭하네. 장사장.’ 주전모의 장모 장경순이다. ‘에이! 뭐 좋은 데로 이사 가시는 건데요 뭐. 신도시 좋잖아요.’ ‘그래도 가까이 있다가 떨어지려니까 좀 마음이 그러네.’ ‘어차피 이 자식이 뻑하면 오라고 할 텐데요 뭐.’ ‘내가 임마 너를 왜 불러?’ 주전모가 또 투덜거린다. ‘다 정리되면 초대할게요.’ 주전모의 아내 임소희. ‘그래요. 몸이나 조심하시고. 이제 배가 불러오네. 헤헤헤헤.’ ‘어이구! 우리 아들. 헤헤헤헤.’ 주전모가 임소희의 배를 만져본다. ‘아들은 자식아! 딸이 좋아. 너 닮으면 큰일 나지! 임마!’ 또 토닥거리는 두 친구. ‘이제 가요. 이삿짐 차가 먼저 도착하겠어요.’ 임소희가 서두른다. 주전모도 서두르면 말한다. ‘그래. 저기 나중에 영준이한테 한번 같이 가든지 아님 내가 초대하든지.’ ‘알았다. 임마! 빨리 가!’ 차가 떠난다. 문에 기대어 손을 흔들며 쓸쓸히 바라보고 있는 장인혁. 빗방울이 떨어진다. ‘가을비구나. 가을비!’ 하늘을 쳐다보는 장인혁의 모습이 외롭다. 손을 내밀어 비를 받아본다.
전화벨이 울린다. ‘여보세요?’ ‘난데.’ ‘아이고! 강기자님!’ ‘전모 이사했냐?’ ‘응. 방금 출발했다. 좋아서 죽더라! 자식이 말이야.’ ‘히히히히. 좌우간 재주 좋아! 주전모.’ ‘그러게 말이다. 언제 또 아파트는 챙겼는지 몰라. 눈치도 못 챘네.’ ‘넌 어때?’ ‘나야 뭐 그냥 밥장사하는 거지. 넌?’ ‘나도 괜찮아. 여기 생각보다 훨씬 편하다.’ ‘어이구! 미인을 데리고 그 골짜기에 숨어계시니 좋으실 수밖에. 히히히히’ ‘숨긴 누가 숨어? 요양이지. 히히.’ ‘손형사는 많이 좋아졌지?’ ‘응. 이젠 뭐 거의 다 나은 거 같아. 산책시간도 많이 늘었어.’ ‘그래. 다행이다. 너 임마 복 터진 거야. 잘해 자식아!’ ‘히히히히. 알았다.’ ‘결혼식은 언제 할 거야? 부모님도 계신데.’ ‘내년 봄은 돼야지. 몸부터 챙겨야지.’ 두 친구의 이야기가 길어진다. ‘그래 나중에 한번 갈게. 나도 이제 밥장사 좀 제대로 해야겠다.’ ‘그래 추워지기 전에 한번 와.’
잠시 멍하니 앉아있는 장인혁. ‘에이고! 밥이나 먹자.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주섬주섬 반찬거리를 챙겨 다시 앉는다. ‘간만에 텔레비전도 좀 보시고......’ 리모컨을 누른다. 항상 시사채널에 고정되어 있다. 늘 보는 여자 아나운서의 모습. ‘검찰은 러시아독초 조작사건의 주범 중 한명인 퓨처라이프 나 모 씨의 행방을 추적한 결과 현재 홍콩을 경유하여 중국으로 도피한 것을 확인하였으며, 현재 중국 공안당국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비밀조직 소위 R팀을 조직하여 운영해 온 전 국정원 부장 양모씨 그리고 임모씨등 관련자들을 모두 구속수사 중이며 조만간 수사결과를 공식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정부는 러시아정부와 논의하여 AN-602의 공동생산과 지속적인 연구개발로 다양한 신약개발을 추진하기로 하였으며, 한국기업의 러시아 뮤스크사에 대한 투자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기로 하였다고 오늘 공식발표하였습니다.’ 숟가락을 든 채 바라보는 장인혁. ‘아이고! 그래도 살아날 놈들은 다 사는구나!’ 또 다른 기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청와대 대변인은 오늘,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한국의 독초 조작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밀입국했던 러시아 브레진스키 교수에게 감사장을 전할 것이며 본인이 희망한다면 국내 대학의 연구소와 공동 연구를 진행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브레진스키 교수를 한국으로 입국시키기 위해 노력한 한국인 사업가 신강평씨에게는 적법절차를 거쳐 표창을 수여할 것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업가? 으헤헤헤헤!’ 장인혁 혼자 식탁에 앉아 숨이 넘어가도록 웃고 있다. 그의 입에서 밥풀이 튀어나온다.
‘전부들 특진하고, 상 받고, 표창 받고... 염병! 난 뭐야?’ 숟가락을 놓아버린다. ‘하! 세상 참! 그래 설거지나 하자! 에휴!’ 축 늘어져 주방으로 들어가는 장인혁의 쓸쓸하고 허전한 모습.
빗줄기가 굵게 떨어지고 있다. 서늘한 가을바람이 비를 흔든다. 모든 것을 다 지워버리고 싶은 듯이 씻어버리고 있는 그의 모습. 아무 생각 없이 있는 힘을 다해 그릇들은 닦아버린다. ‘아빠!’ 그의 손이 멈춘다. 환상인가? ‘아빠!’ 그의 볼이 떨려온다. ‘아빠!’ 그의 눈에 딸 나희의 모습이 들어온다. 밝게 웃으며 저 앞에 서있다. ‘나희야!’ 장인혁의 목을 힘껏 껴안아 조여 오는 사랑스런 그의 딸. 나희의 볼에서 느껴지는 귀여운 비누냄새가 그의 눈물에 베어온다. 서럽도록 눈물을 흘린다. 그의 두 눈의 눈물에 번지며 보이는 그의 아내 한재인. 그 가을비를 맞은 채 울먹이며 그를 바라보고 서있다. 작은 식당 나희네 집. 차가운 가을비가 그들의 길었던 이별의 시간을 씻어 내린다.
‘나이페로소스’ 이 세상 안의 가장 무서운 독은 거짓이다. 그리고 위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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